BGM:SUMMERTIME FILING(Feat.Alyshah)
![[방탄소년단/박지민] 남사친의 정의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12/13/8922b3604e2ec1039ac3166dc8658afb.gif)
남사친의 정의
W.능률보카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사람친구가 한명 있었다. 어렸을 때는 남자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남성'스러운 여자라고 취급하며 놀았다. 박지민의 어렸을 때 그 볼살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엄마가 옛날에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다가 사오신 망개떡이랑 똑같이 생겼었다. 그래서 박지민에게 한동안 망개떡이라고 놀렸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박지민은 그 별명이 싫었던 건지 내가 항상 박망개~ 라고 할때마다 짜증아닌 짜증을 부렸었다. 뭐, 그렇다고 그걸 관두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반응이 재밌어서 더 놀려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장난도 잠시, 박지민은 커갈수록 젖살과 볼살이 빠지더니 전에도 날카로웠던 턱선이 더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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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 같다.
1. 청소년. 친구. 정의.
고등학생때였다. 내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때이자 가장 재밌었을 때이기도 했다. 박지민과 나는 그때 다른 반이었는데, 박지민은 항상 야자가 끝나면 내 반에 와서 기다린다. 그 꼴이 마냥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같기도 해서 퍽 웃음이 났다. 박지민은 사실 야자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공부에 취미가 있던 것도 아니고, 사실 자기는 학교보다는 집이 더 집중이 잘 된다나 뭐라나. 하지만 야자를 신청한 이유는 순전히 나때문이라고 한다. 순간적으로 '얘가 나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고딩때의 박지민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망개망개한 미소는 그런 생각을 단번에 접게 만들었다. 설마, 그냥 내가 밤길 무서워한다는 걸 아니까 그런거겠지.
![[방탄소년단/박지민] 남사친의 정의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06/0/86cd87e3020ed179b96d78d5c56e7a23.gif)
"지현이는 밤이 되면 어째 더 못생겨질까."
얘가 그럴리가 없지.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박지민의 팔을 아프지 않게 툭 치곤 걸었다. 박지민은 신발도 아직 제대로 신지 않은건지 야, 같이 가! 라며 헐레벌떡 날 쫓아온다. 진짜 보면 볼수록 강아지같다고 느끼며 박지민과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우리집과 박지민의 집은 으슥한 곳에 있어서 그런지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가로등도 껌뻑 껌뻑거리는게 금방이라도 빛을 잃어버릴 것 같이 위태로웠다. 박지민은 그 가로등을 본 건지 내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야, 집에 갈 때 위험하니까 꼭 야자끝나면 나랑 같이 가. 위험해."
"뭐래, 나보다 겁도 많은 주제에."
"그래도 넌 여자잖아."
박지민의 눈빛이 나에게 닿았다가 부끄럽게 떨어졌다. 박지민은 자신도 부끄러운 지 껌뻑거리는 가로등 사이로 지민의 귀가 벌겋게 타오른 걸 볼 수 있었다. 귀엽다고 느낀 내가 어유, 그랬어요? 라며 박지민을 애 대하듯이 까치발을 들고는 박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지민은 약간 당황스러운 듯 어버버, 거리더니 이, 이. 기지배가. 라며 다시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정돈했다. 밤공기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한번도 우리는 어색한 적이 없었는데 박지민이 입을 닫자 한 순간에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내가 당황하며 아무 주제나 꺼냈다. 그러자 박지민도 다시 내 대화에 어울렸다. 그렇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마냥 걷고만 있다가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박지민은 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 맞다. 박지민."
"응?"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
"오늘 우리집 아무도 없는데."
박지민의 동공에서 지진이 1초에 1000번쯤은 일어난 것 같았다. 뭐, 박지민과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 침대에서 많이 자봤기도 해봤고, 가뜩이나 오늘 우리 엄마랑 아빠도 없는데 무섭기도 하단 말이다. 박지민을 빤히 쳐다보자 박지민이 나에게로 슬금슬금 다가온다. 뭐야. 잘거면 니 양치도구랑 갖고...!
![[방탄소년단/박지민] 남사친의 정의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12/14/9aa6667bed068fcff949b410e891f7a3.gif)
"지현아, 나,나도 이젠 남자고... 그리고 아직 혈기왕성한 청소년이고... 너도 알거 다 알고.."
꽤나 진지한 듯 박지민이 낮은 톤으로 말했다. 멍하니 있던 나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여간 박지민. 조온나 귀엽다.
2. 성인. 친구. 정의.
아 왜이렇게 오늘 집중이 안 되지. 글자를 끄적끄적 적어내리다가 빡이 너무 친 나머지 펜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고는 자연스럽게 폰을 꺼내 들었다. 습관적으로 들어간 페이스북에서는 박지민의 탐라가 제일 먼저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박지민이 아마 내 폰을 몰래 빼가 타임라인 먼저 보기를 선택한 것 같았다. 왜 그런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박지민의 프사를 눌러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타임라인에 당당하게 칠해놓았던 연애중이 내려가곤 없었다. 아, 박지민의 프로필 사진이 바뀐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빠진 자기 혼자만의 셀카였다.
박지민의 프사를 유심하게 바라보았다. 확실히 고딩때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 많던 볼살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나는 볼살 죽어라해도 안 빠지던데. 괜히 내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박지민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확대했다가 축소해보기도 했다. 박지민의 탐라를 둘러보면 글 중의 댓글 3분의 2는 여자들이었다. 나는 뭐, 뻘쭘해서 좋아요만 누를 뿐이었다. 그걸 보면 귀신같이 언제 알아내는지 날 댓글에다가 언급하고는 나 잘나왔지? 따위의 댓글을 써놓는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대답은 응.
'어디야?'
박지민에게서 페메가 왔다. 아마 내가 활동중인 걸 알아낸 모양이었다. 나는 별 감흥없이 '카페' 라고 툭툭 치고는 보냈다. 그러자 박지민이 '나도 갈게.' 라 보내고는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나에게로 왔다. 박지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나를 보고는 활짝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옆 의자를 끌더니 옆에 앉았다.
"너 여친이랑 헤어졌더라."
"아, 응. 왜?"
"아니, 그냥."
박지민이 베시시 웃었다. 왠지 아까보다 더 기분이 좋아보였다. 박지민은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여자친구가 바뀌었었다. 고딩때까지는 제발 이번에는 모솔 탈출하고 싶다고 그렇게 하소연하던 애였는데. 왜인지 요즘 박지민에게서는 이질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박지민은 내 폰을 슬쩍 가져가더니 내 페북 탐라를 구경하고 있었다. 뭐 딱히 페이스북을 그렇게 즐겨하는 것도 아니고 숨길 것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 리포트에만 신경쓰자는 생각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지현아."
"응?"
"민윤기가 누구야?"
박지민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민윤기? 민윤기... 아. 민윤기 같은 과 선배야. 라는 말에 그치자마자 남자야? 라는 말이 또 튀어나왔다. 응. 내 대답에 눈썹이 더 찡그려졌다. 항상 나는 남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거의 세달을 못 가고 헤어지기 일쑤였다. 이유는 '질려서' 였다. 하나같이 다. 그만큼 내가 쉽게 질리는 여자인가. 하면서 옷스타일도 바꿔보고 철벽도 좀 쳐보긴 했는데 그래도 다 똑같았다. 그리고 헤어질 때마다 박지민에게 가서 고민상담을 했다. 지민이만큼 오래된 친구가 없고, 그만큼 남자들 맘도 잘 아는 애니까. 항상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면 박지민은 그래. 니 맘 다 알아. 라며 위로를 해준다. 어쩌면 나는 박지민의 위로가 듣고 싶어 찾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근데 박지민."
"응."
"윤기선배가 뭐라고 댓글 달았는데?"
박지민의 시선이 내게로 닿았다. 그게 왜 궁금한데? 라는 눈빛이었다. 왜인지 날이 서있고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박지민은 폰을 보더니 내게 그대로 읊어주었다. 너 예쁘대. 아무래도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댓글을 단 듯 싶었다. 괜시리 이쁘다는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져 아 진짜? 라고 물었다. 박지민은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싫은지 표정이 뚱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남사친의 정의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3/12/15/b5bb8ceda78369b39a4d0f888766837d.gif)
"...짜증나."
어, 뭐라고? 박지민의 중얼거림에 순간적으로 내 고개가 돌려졌다. 박지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박지민은 내 폰을 다시 들더니 뭔 짓을 꾸미는지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도대체 뭐하는거야.
"야, 너 내 폰 가지고 뭐했."
"나 간다."
박지민이 가방을 들고는 카페 밖으로 나갔다. 도대체 이 자식 뭐한거야. 폰을 들자 민윤기의 댓글에 내 답글이 달려있었다.
민윤기 : 오, 예쁘다.
ㄴ김지현 : 알아요.
그리고 내 답글에 박지민의 좋아요까지.
-
와 첫글이예요!! 글 쓰는 거 보통 일이 아니네요 ;_;...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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