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은 얼마전에 엄마의 뒤를 캐 알아논 집주소를 향해 걸어갔다.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엄마의 집은 재수없게도 예전처럼 저택같은 커다란 주택이었다.
"재수없어, 날 이렇게 망가뜨려놓고, 엄마따위는 아직도 잘산다… 이거지?" 성열은 피고있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벌어진 대문 틈 사이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마당을 지나고, 현관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의 집안에서는 흥분한듯한 엄마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렸을적 성열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 소리는 엄마가 마약주사를 몸에 꽂았을때 내는 소리였다. 성열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머리만한 돌을 발견하고는, 그 돌을 엄마의 집 베란다 창에 던졌다. 순간 엄청난 소음과 함께 베란다 창이 깨졌고, 성열은 깨진 틈으로 엄마의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몽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다가가 말을꺼냈다. "엄마, 이제 편히 쉬셔야죠."
성열의 엄마는 성열이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을 가져달라는듯이 몽롱한 몸을 이끌어 성열에게 달려가 키스를 했다. 성열은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혀의 감촉에 잠시 멈칫하다, 이윽고 눈을 번뜩이며 빠르게 바지 앞주머니에서 준비한 총을꺼내, 엄마를 밀어버리고, 엄마가 넘어져서 일어나려고하는 순간,
"엄마, 잘 가."
성열의 말과 함께 집안에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윽고 바닥에 깔려진 카페트는 엄마의 피로 물이들고, 성열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 다시 총을 바지 앞주머니에 넣고 발걸음을 돌렸다.
"어이-."
늦은시간이지만 행여라도 사람이 올까봐 바쁘게 걷던 성열은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소리에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하지만 주위에는 사람은 커녕 고양이한마리도 안보이는 풍경이였다. 성열은 자신이 잘못들은건가… 하고는 다시 바쁘게 길을 걷기시작했다.
"거기 바쁘게 걷고 있는 너 말야 너."
성열은 다시한번 들려오는 목소리에 또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때 성열의 시야에 어떤 남자 한명이 들어왔다. 성열은 혹시라도 자신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이 아닐까 하며 잔뜩 긴장을 한 상태로 그 남자에게 말을 건냈다.
"저를.. 왜 부르세요?"
성열의 말에 그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크게한번 웃더니 성열의 앞으로 다가가서 잔뜩 긴장해있는 성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나는 너가 아까 저지른짓을 알지."
"..." "근데, 말할 생각은 없어." "..왜..요?" "나는 네 편이거든!" 성열은 남자의 말에 일단 작게나마 안심을 했다. 하지만 곧 다시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 본 사람이… 그것도 나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이, 내 편을 들어준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의문점이 커질대로 커진 성열은 다시 믿을수 없다는듯이 남자를 경계했다. 남자는 자신을 경계하는 성열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성열과 눈을 똑바로 마주한 뒤 말을 꺼냈다.
"나 그렇게 나쁜사람 아닌데-, 조건은 너가 나 숙식제공만 해주면되! 그러면 오늘 본거 절대 말안하고 너가하는 모든일을 도와줄께."
"진짜죠..?" "남자가 한입가지고 두말하면 쓰나. 아, 그리고 내 이름은 김명수야. 딱 봐도 너가 더 어려보이니깐 그냥 편하게 명수형이라 불러." "..저는 이..성열이에요.. 이성열." "이름 이쁘네." 명수가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성열도 명수를 따라서 살짝 미소를지었다. 성열의 미소를 지켜보던 명수는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성열의 어깨에 두른 뒤, 성열에게 집으로 가자며 이끌었다. 성열은 왠지 명수덕분에 영국에 있을때 처럼 포근함을 느끼는 기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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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기가 너네집이야?"
"네.. 들어오세요." 명수는 자신의 생각보다 꽤 괜찮은 집에 집안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성열은 한참동안 자신의 집을 둘러보던 명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꺼냈다.
"저기.. 근데, 왜 저를 도와주시는거에요…?"
명수는 성열의 말에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피식 웃으며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성열은 하라는 대답은 안하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명수를 조금은 뾰루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명수는 성열의 표정을 보더니 '귀엽다-,귀여워' 를 연발하며 볼을 꼬집었다. 하지만 명수가 계속 볼을 꼬집으며 흔들자, 성열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갔고, 명수는 그런 성열을 보더니 잠시 헛기침을 한 뒤,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그냥 왠지 너랑 나랑 닮은구석이 있는거 같아서."
명수의 말에 성열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물었다.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거 같은데요..?"
명수는 성열이 되묻자 마자, 형이 말하면 그냥 그런줄알라며 성열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그러자, 성열은 억울한듯이 명수에게 딱밤을 맞은곳을 문지르며 '형 진짜 이러기에요?!' 라고 소리를 질렀다. 성열의 악에바친 목소리에 명수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표정을지으며 성열에게 물었다.
"아, 근데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거야?"
갑작스런 명수의 질문에 성열은 약간 놀란기미를 보였지만, 이윽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까 보셨으면 알꺼에요, 제가 어떤 여자 죽인거요…."
"..."
"..그 여자, 사실 제 엄마에요."
성열은 약간 망설이며 자신이 죽인여자가 자신의 엄마라는것을 말했지만, 생각외로 덤덤한 명수의 반응에 성열은 당황했다.
"왜.. 왜, 안놀래요?"
"뭐가?" "내가 엄마를 죽였다잖아요, 근데 왜 안놀라냐구요…." 명수는 성열의 말에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한참 뒤에 말을 이었다.
"죽인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너도 무턱대고 엄마죽어! 하면서 죽인건 아닐꺼아니야, 이유가 있으니깐 죽인거지."
성열은 명수의 말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굳게 다짐한듯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열었다.
"그럼, 저 좀 도와주세요, 형"
"그러니깐 뭘 도와주면 되냐고 묻잖냐, 내가" "여자가.. 그냥 여자라는 존재자체가 너무 싫어요..! 아까도 더 무섭고.. 더 잔인하게.. 그렇게 죽였어야하는데, 너무 쉽게 죽였어요." "..." "그러니깐 형이 공범좀 되주면 안되요?" "..." "이 세상의 모든여자를.. 죽이고 싶어요." 성열의 말에 명수는 한참을 입을 다물고있다가 성열이 살짝 실망한표정을 짓자, 성열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열었다.
"도와줄께, 성열아."
성열은 '아-, 역시 이건아니였구나'하고 고개를 살짝 숙인체 바닥만 보고있었는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명수의 손길과 함께 도와준다는 명수의 말을듣고는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형-, 고마워요..!"라고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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