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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 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낮고 듣기 좋은 그의 음성이 고요하다 못해 침울한 분위기의 교실에 울려 퍼졌고, 마지막 한 마디에 여기 저기서 여학우들의 훌쩍이던 울음 소리가 결국 아이 울음처럼 터지고 말았다.  

 

선생님, 가지 마세요. 선생님 그냥 학교에 남아 계시면 안 돼요? 등의 울음기 어린 목소리들이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교탁 앞의 남자는 그저 시를 한 편 읽을 때와 같이 잔잔한 미소만을 띄우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의 찬란하고 눈부실 봄날을 묵묵히 응원할게. 새들이 지저귀고 봄바람이 살랑일 때,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부디 원하는 모양의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럼, 마지막 문학 수업 마치도록 할게. 반장, 인사" 

 

매정한건지 문드러져 갈 본인의 속을 숨기려는건지 아이들의 아우성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자신이 전할 말만 하고 수업을 끝내버리는 평온한 그의 모습에 시를 들을 때에도 꿈쩍 않던, 아니 꿈쩍 않으려던 나의 표정은 일그러져 갔다.  

 

두 손은 이미 주먹을 꽉 쥐어서 핏기를 잃어간 지 오래였고, 눈물을 닦느라 머뭇거리던 반장이 일어나 '차렷, 경례' 하며 구호를 외칠 동안에도 난 그에 대한 반항심으로 꿋꿋이 허리를 굽히지 않으며 날 마주하는 그를 있는 힘껏 노려 보았다. 

 

마지막 따사로운 미소와 함께 그는 늘 가지고 다니던 2학년 문학 교과서와 조그마한 시집을 챙기고 울음 바다가 된 교실을 나섰다. 가득 차있던 교실이 그 남자 하나가 나갔다고 반절이 날아간 듯 허전했다. 아이들은 모두 눈물을 닦으며 서로를 위로했고, 종례를 마치고서도 훌쩍이는 아이 하나를 모두가 달래주며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 이렇게 돈독해진 우리 반이 그가 준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그의 빈 자리를 느끼려. 아니, 그의 마지막 온기를, 해사하던 미소를 느끼려 그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참을 눈을 감고 앞으로도 상상으로만 볼 수 있을 그의 미소를 상상하는데 점점 그의 환상조차 희미해져 가는 것이 너무나 가슴을 아려오게 해, 팔까지 저릿해져 갈 때 쯤. 드르륵, 하며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세차게 그를 향해 달렸다. 

 

제발 그가 아직 떠나지 않았길, 내가 아는 그라면 이 시궁창같은 학교에도 미련이 남아 몇번을 뒤돌아 보며 교정을 자신의 눈에 담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쉼 없이 달려오던 두 발이 멈춰 섰을 땐. 

 

[방탄소년단/민윤기] 조각: 봄이에게 | 인스티즈

환영속에서 그렇게 그리던 미소를 짓고 있는 그가 있었다. 

 

"시가, 아니 선생님 해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요"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되는데?" 

 

 

"나에게 따스한 햇볕이 도망가려는데, 어떻게 꽃을 피우라는 거예요." 

 

 

 

[방탄소년단/민윤기] 조각: 봄이에게 | 인스티즈

"그 햇볕, 영영 사라지진 않을거야. 언젠가 구름이 걷힐 날만 기다려주면 돼. 할 수 있지?" 

 

 

 

 

 

 

"네, 그 기약없는 봄날을 기다릴게요." 

 

 

 

 

 

 

그와 나의 또 다른 시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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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방탄소년단/민윤기] 조각: 봄이에게  1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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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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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0.213
헐 세상에 조각 와 사랑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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