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를 맞는 재롱잔치
001. 그 애가 천막 안으로 끌려 들어왔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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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그 때가 참 좋았지. 그 년의 칠흑 같은 머리가 단장 손에 구겨져 있는 걸 보는게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알아, 지민아? 너는 물론 그때 그 좆같은 너희 엄마 구두나 닦느라고 보지 못했겠지. 나도 알아. 그러니 부끄러운줄 알어. 밤 연습이 끝나고 다들 땅에 서 있을 때였지.남자새끼들 땀 냄새는 언제 맡아도 적응이 안 돼. 아침이 목구멍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 느낌이야. 다들 밤 간식이 뭔지 신나게 떠들고 있었던 때, 천막 문이 부서질 듯 열리더니 행진하는듯한 발걸음으로 단장이 몰아쳤어. 그런데 기쁘게도 단장 손엔 우리를 위한 선물이 들려있었지 뭐니.
한 손에 웬 사내새끼 머리채를 쥐고 들어온 거야, 단장이. 손에 들려있던 얼굴은 피딱지랑 흙에 더럽혀져 있어서 어떻게 생겨먹은 년인지는 제대로 못 봤지만 그 애의 왼쪽 손목 한쪽이 힘없이 덜렁거리던 것은 기억해. 다들 뭐가 그렇게 놀라운지 입을 다물 줄 모르고 단장과 아이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단장이 갑자기 멈춰서서 그랬지.
이게 오늘부터 줄을 탈 아이라고.
단장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숨이 차서 헉헉대고 있었지만 분명 머리끝까지 화가 난 목소리였어. 숨이 모자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숨소리 하나 안내던 모두의 시선이 바닥으로 모인 그때, 힘없이 바닥에 물먹은 스펀지마냥 늘어져 있던 그 멍청한 것이 갑자기 발로 버둥버둥 바닥을 차기 시작하더라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렇게 버둥거리는 그 년을 바라보고만 있었어. 마치 단장 손아귀를 벗어나려는 듯 푸드덕거리면서 움직이는데 자꾸 비죽비죽 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느라 뒈지는 줄 알았어. 하마터면 네 엄마 만나고 올 뻔 했다, 지민아. (우리 엄마 어디서 만나는데?) 근데 그 년은 구두도 안 신은 더럽고 까진 맨발로 흙바닥을 계속 밀어 내더라고.
귀찮아진 단장이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쇠 지팡이로 그 애의 덜렁거리던 팔을 내리치니 (엄마 지민이한테로 오는 중이래?)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제야 조용해 졌어. 그렇게 그 앤 그 길로 단장 방으로 끌려 들어갔고.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텐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아이를 봤는데, 세상에나! 뭘 얼마나 두껍게 발랐는지 그 많던 생채기들을 무대 화장으로 가리고, (엄마 지민이 안 보고 싶대?) 천막 안에서 가장 좋은 꼬까옷을 입고, 계집애 마냥 입술을 붉게 칠하고, 왼쪽 손목에 하얀 천을 감고 있었어 (지민이는 엄마 보고 싶어서 매일 훌쩍훌쩍 우는데) 쉿. 그렇게 떠들 입이 있어서 너희 엄마가 안 오는 거야. 그 입술을 꿰매 버리면 누가 알아, 엄마가 올지도. 아무튼 그 애의 큰 눈은 남준이가 하는 약 한 거 마냥 풀려있고 벌겋게 칠한 입술은 살짝 벌려져 있어 검은 입안이 살짝 보였어. 말을 붙여보려 해도 목소리를 누가 떼어 간 것 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더라고. 그렇게 평생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뒈져버렸으면 좋았었을 텐데. 그치 지민아?
곡예사)
글의 테마와 제목은 써니힐의 Midnight circus라는 노래에서 빌려왔어요. 그나저나 지민이의 엄마는 언제 돌아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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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내 몸 보고 백숙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