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닮은 사람을 혹여나 마주치면, 심장이 어는 것 같았어. 오늘은 화장이 안 예뻐서, 오늘은 옷이 별로라서, 오늘은 아르바이트 중이라서, 온갖 이유를 붙이며 나의 마음을 합리화했어. 다행히도 수많은 너의 후보들 중 너는 없었어. 그걸 다행이라 생각하는 나는 절대로 너를 못 잊은 게 아니라며, 절대로 그래야 한다며 또 다시 너를 지웠어.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매일같이 손 잡고 걷던 이 거리에서 드디어 진짜 너를 만났어. 발은 닻을 내린 듯 움직이지 않았고, 눈은 태양을 향하는 해바리기마냥 너만을 바라봤지. 오늘는 예쁘게 화장했고, 좋은 옷을 입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도 아니었지만 나는 별안간 너무 놀라버렸지. 웃을까? 지나칠까? 너는 날 보고 웃을까? 지나칠까? 웃어주길 바란 내 마음은 욕심이었니, 이름이라도 부르며 인사하길 바란 내 마음은 오만이었니, 백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