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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상처를 어르는,
바(bar)의 소속가수, 정재현
난 오늘도 이곳에 와 독한 테킬라 한 병을 주문한다.
그리고 곧장 빈 테이블에 앉아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손 끝에 닿는 것은 오직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유리병 하나, 난 그것을 오랫동안 매만진다.
난 그것을 마저 꺼내어들기 전,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문다. 그럼 곧, 짙은 담배 연기는 온 사방을 채운다.
나는 담배 한 갑을 다 피우고 나서야 흐릿해진 눈으로 주머니 속, 유리병을 꺼내어 미련스럽게 바라본다. 그 안엔 아마 몇 방울의 청산가리가 있겠지.
이곳을 찾는 대부분이 그렇듯, 난 나만의 사연을 이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 시작된 비극이었다. 내 손목의 상흔이 그것을 증명했다.
질긴 목숨은 나에게 고통만을 더했으니. 난 인근 사창가에서 꽤 큰 돈과 독약을 맞바꾸기에 이른다. 벌써 나약해진 나에겐 독약만이 완벽했다.
독약을 움켜쥐고, 술잔엔 데킬라를 따른다. 그리고 내 앞을 지나는 이들을 무심히 구경한다.
아, 그들의 사연을 다 들추어 내고 싶다. 나만 이리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고, 어디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다.
그때, 끈적한 노랫말이 내 귓가를 탄다. 난 여태 이곳에 작은 무대가 마련돼있는지도 몰랐다. 내 시선이 그곳을 향한다. 이 바에 소속 가수 인 건가.
눈을 지그시 감는다.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따라 같이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아아, 내 마지막 딴따라.
But hold your breath
허나, 기다려봐요.
Because tonight will be the night that I will fall for you
난 오늘밤 당신에게 빠지게 될테니까요.
Over again
또 다시
Don't make me change my mind
내 마음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Or I won't live to see another day
안 그럼, 난 다음 날 아침 해를 못볼거에요
I swear it's true
맹세코 진심이에요
[출처]
꽤 낭만적인 가사였다. 이다지도 선명한 가사는 오랜만인 듯했다.
노래가 후반으로 다다를 때, 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시선은 그곳으로 고정된 채로.
언젠가, 그와 눈이 마주치는데, 난 한순간의 눈 맞춤으로, 그에게 호기심에 찬다. 죄악이란 것을 알면서도 내 시선은 옮겨가질 못한다.
빤한 눈길에 눈치라도 챈 듯 그가 나를 향해 선한 웃음을 보인다. 난 그를 따라 거짓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저속한 눈빛을 보낸다. 네 노래는 환상적이야. 널 알고 싶어. 내 눈빛이 전달됐을까. 그가 날 지그시 바라본다.
난 데킬라가 담긴 잔을 응시하며 그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를 핑계 삼아 죽음을 미룬 것일까, 죽음을 미룰 정도로 그가 궁금했던 것일까.
물론 중요하지 않은 물음이었다. 어쨌든 난 그가 궁금했고, 그를 기다렸으니깐.
그리고 약속이라도 맺었는 듯, 그가 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오른쪽 손에 든 에메랄드빛 칵테일 잔이 눈에 띄었다.
아까 끼를 부리시던데. 그가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대게, 저런 미소는 위선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그 웃음이 제 것인양 딱 어울렸다. 가식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난 속웃음을 치며 다소 냉소적이게 둘러댄다. 동시에 새 담뱃값을 열어 한 개비를 중지, 검지 사이에 끼워 넣는다.
" 가수 노래를 즐긴 거뿐인데, 유난은. "
그는 들고 온 칵테일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세를 고친 후 내게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그 가수 노래 실력은 어땠어?
허. 난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자 그는 푸흐, 실없는 웃음을 해댄다. 무엇을 이유로 웃는지는 몰랐지만, 그의 웃음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난 라이터를 켜 불을 옮기고 타오르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그리고 그를 향해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
" 이곳에서 노래 부르는 건 어때. "
" 최악이지, 정말. 페이가 살짝 세긴 하지만. "
그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며 대답한다. 곧, 그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내 제스처를 따라 한다.
문자 그대로, 중지와 검지를 들어 제 입술 앞에 갖다 대더니, 자연스레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내가 영문을 몰라 쳐다볼 때면 그가 설명을 덧붙인다.
목에 좋지 못하거든. 제 목을 걱정하는 건지, 내 목을 걱정하는 건지. 난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를 끈다. 그러자 그가 다시 따뜻한 미소로 화답한다.
최악이라니. 그의 말을 곱씹자 목이 따가워오는 것만 같았다. 여전히 맞은편으로, 환한 미소를 품은 그가 보인다.
뒤따라 저급한 쾌락 노름 틈을 헤엄치는 그의 노랫말이 저 멀리서 울리기 시작한다. 아, 그의 노래 속엔 치명적인 유혹이 담겨있었나 보다.
" 우리 내일도 볼 수 있는 건가? "
누군가 그를 급히 부르는 것 같더니, 그가 나를 슬쩍 보곤 웃는 표정으로 내게 그리 물었다. 인연이고 싶은데. 난 아무런 대꾸 없이 그를 보내준다.
내게도 내일이 있었던가. 한동안 그의 뒷모습만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해일이 내게 밀어닥친 듯, 그가 가고 남겨진 자리는 내게 얼얼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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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이곳을 찾는다. 어제보단 더 온전한 모습을 하곤.
그리고 어제완 또 다른 느낌의 그가 나를 발견한다. 아직 만개한 그의 미소. 그가 나에게로 다가와 자연스레 내 앞, 빈자리를 채운다.
그는 오늘도 에메랄드빛 칵테일 잔을 여유롭게 들고 있었다.
그러다 난 그가 아닌 다른 이가 서 있는 무대를 슬쩍 쳐다본다. 그의 무대가 아직 내게 생생한데.
" 왜 오늘은 노랠 안 부르는 거야? "
" 음.. "
그가 칵테일을 한 입 머금고 의자를 당겨와, 내 볼을 어루만진다. 난 그 손길에 놀라 몸이 경직되지만, 그는 내 살결을 자꾸만 어른다.
" 내 노래가 듣고 싶었구나. "
" .. 뭐? "
" 난 표현을 안 하면 눈치를 못 채. "
..거짓말.
내가 제 노래에 취했단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나 보다. 난 괜히 나의 속을 들킨 것만 같아 가슴이 화끈했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의 더 솔직한 모습을 갈망한다.
" 코트는 왜 안 벗는 거야? "
" ..딱히 이유는 없어. "
왜 묻는 것일까.
그가 내 코트 깃을 매만진다. 그리고 그의 눈길이 코트를 타고 내려온다. 그는 내 코트 소매를 말없이 어루만지길 시작한다.
손목에 그어진 내 흉터들을 들킬세라 팔을 빼려 하자 그는 제 손에 힘을 주더니 날 부드럽게도 바라본다. 그 눈길이 날 위로하는 것만 같았다.
그는 눈꺼풀을 내리더니 내 코트 소매 위로 가볍게 키스한다. 그 순간만큼은, 지난날의 고통이 눈 녹 듯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더 이상의 말을 더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한 채 얼어있자, 그는 다시 내 볼을 어루만져 준다.
" 내일 와, 내가 근사한 노래를 불러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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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 죽음을 하루하루 미루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난 그에게 맞추어 걸음을 걷는다, 오늘도 이곳을 향한 걸 보면.
난 항상 그 테이블에 앉아, 무대로 시선을 흘겼다. 그는 막 무대를 시작하기 전인 듯, 마이크를 살피고 있었다. 곧, 노래가 시작될 것이다.
반주가 시작되자, 그가 나를 보며 살짝 웃는다. 그제와 똑같은 노래일까. 아님 또 다른 노래일까. 그가 노래를 시작한다.
As many times as I blink I'll think of you. tonight.
눈을 깜빡이는것 만큼 많이 너를 생각할꺼야, 오늘 밤.
I'll think of you tonight.
오늘밤 너를 생각할꺼야.
When violet eyes get brighter,
보랏빛 눈동자가 밝아질 때
And heavy wings grow lighter,
그리고 무거운 날개가 가볍게 자라날 때
I'll taste the sky and feel alive again.
난 하늘을 맛보고 내가 살아 있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꺼야.
And I'll forget the world that I knew,
그리고 내가 알고있었던 세상을 잊을꺼야.
But I swear I won't forget you,
그치만 너는 잊지 않겠다고 맹세할께
Oh if my voice could reach back through the past,
아, 만약 내 목소리가 과거로 닿을 수 있다면
I'd whisper in your ear,
네 귓가에 속삭일텐데
Oh darling I wish you were here.
아, 사랑하는 사람. 네가 여기 있기를 바라.
I'd whisper in your ear,
네 귓가에 속삭일 텐데
Oh darling I wish you were here.
아, 사랑하는 사람. 네가 여기 있기를 바라.
오직 그대를 원하고 원망하죠.
내게 다가올 내일을 후회로 만드는 사람.
죽음을 위해서가 아닌 그를 만나러. 동시에 죽음만을 바라며.
죽고 싶은 이유는 명백하고, 죽음을 택할 방법도 다양한데, 난 이 며칠간 그의 곁에서 방황한다.
차라리 그의 날 향한 감정이 모두 거짓이었음 기쁠 텐데. 서로를 엔조이로만 즐긴다면, 우린 정말 행복할 텐데. 그리고 ..난 시간이 흐를수록 최악일 텐데.
아직 거짓 웃음을 버리지 못한 난 그의 곁을 서성인다. 그는 내 두꺼운 가면을 눈치챘을까. 내가 가면이라도 벗는다면?
.. 넌 그래도 날 사랑할 수 있을까.
.
..
난 담배 한 개비를 물곤 연거푸 그것을 빨아댔다. 그리고 재현은 독한 담배 향에도 마지않고 바로 앞에서 내 옆을 지켰다.
차라리 날 한심하게라도 본다면, 난 더 쉬이 그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그는 역시 똑똑했다.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 잘 꿰뚫고 있었다. 애초에 영양가 없는 호기심을 지웠어야 했는데.
난 더 늦기 전, 그에게 내 민낯을 보인다. 더럽고 잔인한 죄악의 인간, 그가 날 직시할 수 있을까.
그가 날 부드럽게 응시하고, 난 그의 눈빛을 애써 피한다.
ㄱ
" 난 이곳에 올 때면, 숨이 턱 막혀.
...죽음밖에 떠오르지 않아. "
난 혼잣말하듯이 너의 상처를 흠집 낸다.
" 넌 내 나락에서 노랠 흥얼거려. "
" .. "
" 그 사실이 날 미치게 해. "
사실 누군가를 마음먹고 비난한다는 것은, 나라고 익숙하진 못했다.
도저히 안될 것만 같아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그가 표정을 굳히더니 내 손목을 잡는다.
나의 지난 상흔 위로 그의 큰 손이 올려져 있었다. 그가 떨리는 동공으로 내 팔목을 연신 바라본다.
" ..남의 치부를 건들진 마. "
결국, 그의 목소리마저 가늘게 떨린다. 어서 내 상처를 물길 바라. 그에게 눈빛을 전한다. 첫 만남에서처럼, 내 눈빛을 읽어내길.
그가 제 머리를 쓸어넘기며 날 바라본다. 웃음기라고는 찾을 수 없는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
" 제발.. "
".. "
" 날 떠나려 애쓰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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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고혹적인 마담, 이태용
2. 내 상처를 어르는, 바(Bar)의 소속 가수, 정재현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ㅠㅠㅠ 제가 평일엔 글 쓸 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이렇게 늦어지게 됐어요ㅠㅠㅠ 사실 보여드리고 싶은 소재가 많은데.. 시간이 (광광) 비루한 글 실력이지만.. 가볍게 읽고 가셨길 바라요~ㅎㅎ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트하트( ღ'ᴗ'ღ ) ( 고랩..... 브이오디로 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