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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ina 전체글ll조회 2804
 
 
 
 글을 쓰기에 앞서 한가지 알려 드리자면 이 글은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Love is all you need? 라는
단편영화를 모티브로 썼습니다. 현실과 반대로 동성애자들의 세상에서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요.
그걸 보고 문득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다른 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같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영화도 한번 보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에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카이스탈] Words As Weapons | 인스티즈

 
 
 
카이스탈, Words As Weapons
 
 
 
 이 세상에서 이성애는 죄악이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이라고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배웠다기보단, 그것은 그냥 당연한 것이었다. 아주 당연한 것. 그리고 나의 어머니들은 서로를 아주 사랑하신다. 그 사이에서 내가 태어났고 덕분에 나는  아주 행복한 아이였다. 평범한 가정에 나를 사랑하시는 어머니들, 그리고 동생까지. 그래서 나는 당연히 내가 동성애자라고 생각했다.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당연히 살아갈 줄 알았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러길 바랐던 것 같다. 사람들은 이성애자들을 보면 이렇게 말한다. 더러워, 역겨워, 토나와‥ 이런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한 달 전 한 톱스타가 이성애자라며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어제, 그의 자살 뉴스가 보도됐다. 이런 세상에서 그는 어떻게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

 

 
 
 
 16살 때였다.
장을 보러 가셨던 어머니가 호들갑을 떨며 내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어머니에게 말했다.
 
 “여보, 봤어? 저거?”
 “뭐 어떤 거?”
 “우리 앞집에 이성애자들이 이사 왔어.”
 “이성애자인 건 어떻게 알아?”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 짐 옮기는 걸 봤어. 아이까지 있었어. 역겹고 더러워…”
 “아이?”
 “응. 수정이 나이쯤 돼 보였어. 어떻게 남자랑 그 짓을 할 수 있지?”
 어머니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필 앞집이 이성애자 가족이라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나에게 귤을 먹여주며 말씀하셨다. 저런 건 절대 본받아선 안 된다. 그 말에 나는 귤을 오물오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귤을 다 먹으니 왠지 입맛이 없어져 그냥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깜깜한 방안에 살짝 걷힌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머니들의 대화가 생각났다. 일어나서 커튼을 걷었다. 바로 앞집, 불은 켜져 있었다. 나는 한참을 서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부러웠다.
 
 그때의 나는 이미 학교에서 이성애자란 게 들통 나 갖은 고문들을 당하던 시기였다.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기려고 했으나, 밝혀질 것들은 밝혀지기 때문인지 아니라고 부인해 보았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이성애자 클럽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남자아이까지 눈앞에 데려와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나는 어머니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티 나는 상처를 내면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거나 새벽 늦게 들어가선 그 다음날 아침에 놀다가 넘어졌다거나 그런 식상한 거짓말들로 어머니들의 의심을 피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다음 날에는 더 큰 상처를 그 다음다음 날에는 더욱더 큰 상처를 나의 몸에 훈장처럼 달아줬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수히 많은 고문을 당해도, 면죄부는 받을 수 없었다. 세상에서 이성애는 그런 것이었다. 선생님들에게 말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무언의 역겹다는 소리들. 꺼지라는 눈빛들. 그 나이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있었고, 나는 여전히 이성애자로 그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학교가 두려웠다.
 
 
 다음 날 아침, 매일 밤 빨아도 금세 더러워져 이젠 회색빛이 도는 교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데 바로 앞집에서 나와 똑같은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나왔다. 눈이 마주쳤다. 그의 뒤에는 그의 부모님이 서 계셨다. 남자아이의 눈이 커졌다. 급하게 문을 닫고서 다시 나를 본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신발을 꿰어 신고서 발을 내디뎠다. 대문을 나서는데, 그 아이도 따라 나선다. 늘 그렇듯 가방에서 이어폰을 찾았는데 줄이 끊어져 있어 들을 수 없었다. 아랫입술을 물며 이어폰을 길가에 던져 버렸다. 뒤에서 따라오던 발걸음이 잠시 멈추더니 나를 부른다.
 
 “야.”
뒤돌아 얼굴을 보았다. 얼굴에 작은 생채기들이 여러 개 있었다. 보고 알 수 있었다.
 
 “가져가, 이거.”
 “버린 거야. 버려, 그냥.”
 “너. 아까 본 거‥”
 “부모님이 이성애자인 게 쪽팔리니?”
 “…….”
 “널 사랑하시는 눈빛이던데.”
 “…….”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그런 거.”
 “…….”
 “말 안 할게. 됐지?”
 
뒤돌아 걸었다. 교복 치마에 커다란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손으로 털어봐도 지워지지 않았다. 내 사랑도 내 인생에서 이런 것일까.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그렇게 영원히 내가 안고 가야 할 죄일까. 이게 나와 김종인의 첫 만남이였다.
 
 
 책상은 또 비워져 있었다. 책상 안에 있던 책들은 교실 곳곳에 찢어진 채 버려져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주워서 퍼즐 맞추듯 끼워 맞히곤 테이프로 이어 붙였다. 더는 어머니들에게 책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는 먹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걸레가 된 책들을 다시 책상에 넣고 앉았다. 숙덕숙덕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내 앞에 앉은 여자아이들은 옆 반의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그들과 나는 철저하게 다른 세계에 있다. 사물함에 넣어두었던 실내화는 교실 밖 복도에 던져져 있었다. 나는 맨발로 조례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낙서들로 가득 찬 책상을 내려보았다. 그냥 죽어버려! 냄새나는 이성애자!! 역겨워, 이 세상에서 사라져 씨발년아… 가만히 낙서들을 읽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어머니, 세상은 왜 이렇게도 저를 미워하는 걸까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이렇게 가혹한 벌을 내릴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 뒤에는 낯익은 얼굴이 따라 들어왔다. 앞집의 남자아이였다.
 
 “전학생이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남자아이들 환호했다. 남자다! 존나 괜찮잖아? 여자아이들이 그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장난조로 선생님께 말했다.
 
 “쌤, 왜 우리 학교는 남자애들만 전학 와요?”
 “글쎄다.”
 “빨리 소개 시켜요!”
 
  그는 무표정으로 서서 교실을 둘러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아침의 그때 보다 더 커졌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담임 선생님이 그를 앞으로 내세우며 말했다. 자, 인사하고 빈자리에 가 앉으렴. 그는 여전히 나를 보며 입을 뗐다.
 
 “김종인.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김종인. 이름과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김종인은 여전히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려 일부러 책을 읽는 척을 했다. 아이들이 여러 가지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김종인은 무심한 듯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이 그에게 말했다. 저기, 빈자리 보이지? 저기 가서 앉아라. 그 말에 반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보았다. 이 교실에서 빈자리는 모두가 꺼리는 나의 옆자리 뿐이었다.
 
 “헐, 전학생 존나 불쌍하다. 정수정 옆자리네.”
 “개 혐오.”
 ”그러니까. 씨발 역겨운 이성애자 따위 옆에 저런 애가 앉다니.”
 
 마지막 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종인이 나를 보았다. 나는 잠시 그를 보다가 다시 책을 읽었다. 김종인은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아이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발을 내디뎠다. 김종인이 한 발자국씩 나에게 가까워질 때 마다,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김종인이 내 옆자리에 앉는 순간 누군가가 만든 공든 탑이 쓰러질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졌다. 무언가 어긋난 느낌이었다. 과연 이렇게 많이 어긋나 있는데,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처음 보았던 김종인은 참 나빴었다. 부모님을 창피해하는 듯한 눈빛, 표정, 목소리. 그것들이 참 그를 나빠 보이게 했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그 몇 초 동안의 김종인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철학적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애 시로 보는 그 시처럼, 우리는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 오해로, 오답들로. 사람들에게 보이는 편이 훨씬 우리에게 나은 사랑이지 않을까. 그가 나를 괴롭히더라도, 나는 그를 괴롭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다짐들은 비참하게 금이 가고 짓밟혔다.
 
 
 그 날 이후부터, 김종인을 보면 솔직해지고 싶다가도 숨기고 싶어진다.
 김종인은 그렇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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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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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노래가 글이랑 잘 맞네요 글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어 줘서 계속 읽었어요 덕분에 좋은 영화 알게 됐습니다 꼭 찾아 볼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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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글 소재랑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요! 브금도 좋고... 좋은 글 보고 갑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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