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마크] 폭풍의 전학생 01. 그 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냐면, 음, 음, 음- 아무일도 없었다. 뭐라고? 믿을수가 없다고? 정말이다.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 이민형은 일주일전 나에게 바나나 우유를 주었고 아무일도 없이 일주일이 흘렀다.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는다. 나는 그 날 이후로 무슨 진전이라던가, 무슨 일이라도 있을줄 알았지. 진짜 아무일도 없을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나의 스토리에 흥미진진해 하던 친구들조차도 그냥 어쩌다 얻은거 너한테 버린게 아니냐며 음모론을 제기했고, 나도 혹시나 혹시나 하지만...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동안 얻은 수확이 아예 없진 않았다. 일단 이민형의 생각이 들리는건 눈이 마주칠때만이다. 내가 걔를 보고, 걔가 나를 봐도 서로의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이민형의 생각이 나에게 들리지도, 내 생각이 그 애에게 들리지도 않는것 같다. 이 사실을 알아내곤 뿌듯한 마음에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쪽지를 보며 웃고있는데 내 어깨를 톡톡 치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 놀랐잖아;" "뭐야 혼자 놀라놓곤; 너 오늘 점심시간에 반대항 피구 있는거알지?" "헐 그거 오늘이야? 나 안하면 안되겠지..?" "응 안되니까 밥먹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강당으로 와." "응…" 아니 대체 피구는 왜한다는건지…심지어 체육부장이 된 방금 나에게 말을 건 친구는 체대를 준비하는 친구라 더 피터질것만 같은…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시간표를 보니 벌써 3교시 쉬는시간이었다. 한시간 뒤에 있을 내 장례식을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사물함에서 체육복 바지를 꺼내서 주섬주섬 꿰어입었다. 열심히 피하기만 하자. 맞으면 아프니까...시민이 아푼거 시로욥 ** 대체 어떤 정신머리나간 사람이 이 경기 참여인에 내 이름을 적은건지. 심지어 피구 잘하는 우리반 애도 아프다고 꾀병부리고 저기에 나가있는데!!!! 피구의 피읖도, 아니 운동신경에 이응도 모르는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고요ㅠㅠㅠㅠㅠㅠ 설상가상으로 오늘 우리반과 대전하는 반은 3학년 전체에서 피구를 가장 빡세게한다던 애가 포함된 반이었다.. 내 귀 끝을 스치고 이리저리 붕붕 날아다니는 피구공을 죽기살기로 피하며 저거 맞으면 즉사다 싶었다. 저건 피구공이 아니라 철퇴인거야. 맞는순간 죽는다. 아이들 전부 유년시절에 투포환 던지기 선수였던건지 나빼고 어깨까지 써가며 휙휙 잘도 던진다. 나만 궁지에 몰린 쥐 처럼 구석에서 오돌오돌 떨며 아프지않게 죽기를 바랄 뿐이었다(...) "시민아! 조심해!" 너무아프면 억소리도 안난다고 하던가. 누가 맨 처음 한말인지는 몰라도 너무 잘 만든 말인것같다. 이건 공에 맞은게 아니고 얻어맞은거다. 우리반에서 가장 덩치가 큰 영민이에게 맞아도 이거보단 덜 아플것만 같았다. 게다가 적중을 얼마나 잘했는지 배 정중앙에 얻어맞아서 모든 장기가 오로로로 하며 입에서 역류할것 같았다. 찔끔 나온 눈물을 집어넣으며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이러면 나오던 눈물도 들어가던데 어째서 오늘은 더 흘러 넘칠거같은건지, 여기서 울면 진짜 쪽팔린건데 너무 아파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훌쩍거리며 나이기를 포기하고 통증을 느끼고있는데 동물원 우리를 보듯 나를 둘러싸며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헤치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나를 조심스레 일으키며 눈물과 통증때문에-사실 쪽팔리기도 했었다-푹 숙인 내 고개를 들려고해서 다급하게 그 손을 잡아 막았다. 내가 고개를 들기 싫어하는걸 알았는지 멈칫하던 아이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내 몸을 완전히 일으켜 부축하며 조심조심 아이들을 헤치고 나섰다. 내 예상에는 아마 보건실로 가는것 같았다. 시민아, 괜찮아? 쟤는 얼마나 세게 던진거야, 어떡해 진짜 아프겠다…같은 소리들이 그대로 다른 귀를 통해 빠져나가고 시끄러운 소음들이 잦아들며 고요함이 찾아왔다. 겨우겨우 보건실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왜 보건선생님은 이럴때만 안계시는건지. 드라마에서 이런상황이 닥칠때마다 너무 클리셰아니냐고 욕했었는데 아마도 반성해야 할것 같다. 그제서야 민망함과 함께 쪽팔림이 밀려와 훌쩍거리던걸 멈추고 고개를 더욱 더 푹 숙였다. 날 부축해준 아이한테, 누군지는 몰라도 고맙다고 인사도 해야하는데 창피해서인지 고개가 쉽게 들리지가 않았다. 나 진짜 심하게 얻어맞고 넘어졌나보구나. 고개를 숙인채로 무릎만 보고있다보니 다리에 이리저리 긁힌 상처가 보였다. 내 기억상으론 공과 함께 떠밀려서 한번 구른거같기도 한데, 제대로 기억나지가 않는다. 단기 기억상실증 이런건 아니겠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다가 시야를 비집고 불쑥 나타난 손에 깜짝 놀라 움찔 떨었다. 내가 놀라자 본인도 놀란건지 같이 움찔 하더니 다시 조심스레 다친 무릎을 한번 매만지고는 한숨을 내쉰다. 걱정 가득한 한숨에 민망해져 코를 훌쩍이니 이제는 손을 올려 축축히 젖은 내 뺨을 가볍게 잡고는 살짝 힘을줘 고개를 들어올리기에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바로 고맙다고…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괜찮아?" "어……?" "아니야, 괜히 물어봤다. 딱봐도 안괜찮아 보이는데." 그럴거면 왜 물어봤는지.. 괜찮다고 하려다가 너무 단칼에 괜히 물어봤다고 말하는 이민형에 당황해선 시선을 피했다. 내 뺨을 붙잡고 눈 밑으로 번진 눈물들을 검지손가락으로 닦이주던 이민형은 내가 처음보는 이민형이었다. 화난것같기도 하고, 걱정하는것같기도 하고. 내가 이민형을 안지는 고작 3주도 안됐지만, 항상 하하하하 웃을줄밖에 모르는것 같던 애가 누가봐도 기분이 안좋다는걸 알정도로 표정을 굳히며 인상을 쓰는건 뭐랄까, 신선한 충격같다고 해야하나? 내 마음이 괜히 불안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화났어?" "…나? 화, 아…아니야. 안났어." "지금 인상…쓰고있는데.." "아." 내 말에 아차 싶은 표정을 짓더니 입술을 깨물고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용한 정적. 조심스레 볼을 전부 덮은 눈물들도 닦아주고 머리카락도 귀 뒤로 넘겨준 이민형은 몸을 돌려 보건실 책상을 뒤적거렸다. 곧이어 거즈와 소독약, 연고 같은걸 바리바리 들고오더니 조금은 어설픈 모양새로 면봉에 연고를 짜 다리에 난 상처에 톡톡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크게 구른건 아니여서 자잘한 상처밖에 안났는데도 본인이 다친듯 더 아픈듯한 표정을 짓는걸보니 기분이 묘했다. 얘가 왜 나를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혹시나, 혹시 진짜로? 그렇게 숨이 막히는듯한 몇 십분같은 몇분이 지나고 무릎에 반창고까지 덕지덕지 붙혀준 이민형이 드디어 상체를 일으켰다. 스타킹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걸레짝같아진지 오래였다. "스타킹은 버려야겠다." "그러게." 그리고 또 침묵.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던 이민형은 면봉에 연고를 다시 덜어내더니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까지 당황해서 물음표를 띄운채 바라보니 제 눈 밑을 가리키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구르면서 얼굴에까지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진짜 나란애는… 아까 울때에는 배에맞은 고통이 먼저라서 그런가 아픈지도 몰랐는데 연고를 발라서 그런가 기분나쁜 따끔함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당연하게도(?) 이민형은 자기가 더 아픈듯이 나와같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이 웃겨서 풋 하고 웃으니 아까부터 빨갛던 이민형의 귀 끝에서 빨강이 확 퍼지며 얼굴 전체가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무의식적으로 이민형의 귀 끝을 잡았다. 헐, 얘는 귀 끝에 뼈가 없나? 너무 물렁한 귀 끝에 놀라 이민형을 바라봤더니 나보다 더 놀랐는지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있었다. 그제서야 나도 정신이 들고 내가 뭐한거지싶은 마음에 손을 뗄 생각도 못하고 바짝 얼어버렸다. 시선이 맞닿았고, 맞닿은 시선은 떨어질줄 몰랐다. 마치, 이민형이 전학 온 첫 날의 그때 같았다. 이민형의 눈동자는 따뜻한 갈색이구나. 시민이 눈, 진짜 이쁘다. 순간 우리 사이에 여러생각이 스쳐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말하는 분위기. 그 분위기가 나를 이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민형." "응?" "왜, 너가 더 아픈듯한 표정을 지어?" 뱉어놓고 아차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았어도 어쩌피 생각으로 읽혀질 말이었다. 내 물음에 이민형은 잔뜩 당황한것 같았다. 이민형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했지만, 마주친 시선으로 나는 그의 생각을 확실히 들었다.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민형도 날따라서 벌게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보건실의 문이 열리며 보건선생님이 들어왔다. 보건선생님은 내 다리를 보신건지 너희도 피구때문에 다쳐서 온거냐며, 고3 한테 왜 그런걸 시키는건지 모르겠다며 뭐라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과부화가 된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끝으로는 이민형보고 되게 잘 치료했다며 칭찬한것 같았는데, 이민형도 나와 별반 다를게 없어 그저 얼빠진채로 오우 감사합니다, 하며 꾸벅일 뿐이었다. 우리는 보건실을 나서고 조용한 복도를 지나 다리를 다친 나 때문에 엘레베이터를 타고 3학년 반이 있는 층까지 올라왔다. 그렇게 반에 도착할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반에 도착해서는 나는 내 친구들에게 둘러쌓여 걱정의 말을 듣느라 이민형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종이 치고 다음 수업준비를 하면서도 내가 뭘 하는건지 정신이 반 쯤 빠진채로 행동해서 확통시간에 화작 교과서를 펴놓는다던지 하는 자잘한 실수를 연달아했다. 고개를 돌려서 이민형이 뭘 하는지 보고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가 안나서 한시간을 내리 석고상처럼 뻣뻣하게 앞만 봤다. 아마 선생님들이 칠판을 뚫을듯 노려보는 나에게 수업태도가 좋다며 칭찬을 하셨던것 같기도 하고… 한참 뒤에 겨우 고개를 돌려 흘끗 이민형을 봤을땐, 공책에 무언가를 가득 끄적이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 후로는 나도모르게 잠에 들어 종례가 끝난 후에 깨어났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당황해서 친구들을 욕하며 급하게 하교할 준비를 하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몸을 일으키자 무언가 잔뜩 들은 비닐봉투도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뭐지, 싶어서 봉투를 들여다보니 연고, 반창고, 소독약, 진통제… 막 깨어난 머리로는 당최 뭐가 뭔지 이해가 되지않아 물음표를 가득 띄운채로 봉투를 뒤적이자 열심히 접은듯한 티가 나는 쪽지가 눈에 띄였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부스럭거리며 쪽지를 펼쳐보자 온 힘을 기울여 쓴듯 글자마다 꾹꾹 눌려있는 짧은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가서 치료 잘 해야해. 덧나기 쉬우니까. 꼭 손 말고 면봉에 덜어서 바르고, 소독도 하고 반창고 꼭 붙여. 그리고 얼굴에 난 상처도 치료 꼭 하고=) 곤히 자길래 못깨웠어 미안 집가면 연락해. Ps. 연락하고싶지 않으면 어..안해도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자축의 박수) 초록글도 감사한데 무려 맨 아래가 아닌 거의 맨 위쪽에…!!! 감사해요 엉엉엉엉ㅠㅠㅠㅠㅠㅠ 댓글 달아주신 분들, 신알신 신청해주신 분들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 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특히 암호닉 신청이 생각보다 많았어가지구 너무 신기했어요ㅠㅠ 물론 읽어주신 독자분들 너무 다 감사드리구요!!!하핫 오늘은 분량조절에 아주 장렬하게 실패했지만...음... 뭐 기니까...그거에 만족해도록 해요 우리! 초록글 다시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암호닉♥ 미녕스웨거 / 솔직히오바 / 트레이드마크 / 막걸리 / 뿜뿜이 / 뿡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