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몽로즈 |
장을 보는 동안에도 나는 거의 말이 없었다. 얘가 진짜 떠나는구나, 그여자는 어떤여자길래, 얼만큼 애한테 사랑을 퍼부었길래 이렇게 애가 정신을 못차리게 만드는건지 조금은 궁금하다. "형 오늘은 카레가 좋을거 같지 않아요?" 10년 동안 꾸준히 존댓말을 써오는 녀석을 보면서 약간 섭섭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말을 놓으라고해도 손사레를 치던 녀석이 떠오른다. "응.." 힘없이 대답하고 정신을 차리자 제법 무거워보이는 봉투를 들고 나가는 지용이 눈앞에 보였다. 허둥지둥 뒤따라가서 봉투를 뺏자 "어..괜찮은데.." 하며 지용이 당황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지용이 놀라며 엘레베이터를 바라봤다. 여자가 놀라면서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더니 지용을 보고 환하게 웃더라. "지용씨 집이 여기라고..해서.." 고개를 돌리더니 여자는 나를 올려다봤다. 제법 작은 체구가 나름 부성애를 자극하는 여자다. 웨이브 진 긴 갈색머리카락이 부드러워 보인다. "최승현입니다. 지용이랑 같이살고있는 형이고요." "아.." 너무 딱딱하게 말했는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다시 지용에게 눈을 돌린다. 제법 녀석하고 분위기가 잘 맞는다. "먼저올라갈게" 엘레베이터가 닫혀버린바람에 버튼을 한번 더 눌렀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짧은 시간동안 지용은 애처럼 좋아했다. "오기전에 연락이라도 하지 감기걸리면 어떡해.." 엘레베이터에 올라타 닫힘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더 꼴보기 싫다. 지용은 거의 두시간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형 죄송해요 저녁 안드셨죠? 지금 바로.." 열이 오른다. 관자놀이가 터질듯이 아프다. 내게 안긴 지용은 죽은듯 얌전하다. 이렇게 작게 안기는 놈이 누굴 지킨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괜히 성질이 나서 녀석의 얼굴을 들고 키스를 퍼부었다.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용은 내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지금이게...뭐하는...거예요.." 귀까지 쌔빨개져 날 올려다보면서 인생 끝난 표정을 지어보이는 녀석의 목덜미를 휘어잡았다. "아..!" 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끌려오는 지용이 안쓰러울만큼 나는 감정조절을 못하고 있었다. "형!!" 쇼파위에 눕히자 바둥바둥거리던 녀석이 나를 크게 부른다. 신경쓰지않고 내 바지부터 벗자 녀석이 기겁을 하며 도망간다. "형..하지마요 제발.." 그 말에 벨트가 풀린채로 지용의 앞에 무릎 꿇었다. 눈물을 흘릴 듯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보던 지용이 고개를 돌렸다. "하..." 깊은 한숨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나오고 지용이도 머리가 아픈듯 자기 이마에 손을 얹었다. "형.."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다 점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울컥함과 동시에 눈물이 새어나왔다. 혹시나 들킬까봐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눈을 막는데 쇼파에 앉아있던 녀석이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처참한 꼴로 내 머리통을 끌어안는다. "이제 말해줘.." 지용이 어느새 말을 놓았다. "뭐..를" 내 목소리가 갈라진다. "나한테...왜이러는지.." 지금 이녀석한테 무슨 말을 하던 다 들어줄것 같았다. "하지마라..결혼.." 지용은 아랑곳 않고 내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아니다...해..결혼하는데..나는 떠나지마.." "...." "내가 이런짓 했다고 미워하지마.." 턱턱 막히는 목소리로 지용이 입을 열었다. "카레..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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