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뭐야? 얘들 왜 몰려있어?"
"응? 아, 매점에 전정국이랑 김태형 왔데."
또 걔네야? 이런 상황이 이젠 익숙해진 나머지 해탈한 한숨을 쉬었다. 우리 학교엔 얼굴책이라고 웬만한 학생들은 다 한다는 SNS에서 유명해진 남자애들이 있다. 노래방에서 찍은 동영상이었는데 초반엔 김태형 얼굴만 나오다가 전정국 얼굴이 나올 땐 하지 말라는 말소리가 몇 번 들리고 중후반쯤엔 포기했는지 가만히 노래방 스크린만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전정국과 그 옆에 앉아 같이 노래를 부른 김태형으로 끝난 동영상이었다. 물론 둘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노래 실력으로도 화제였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이 날마다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진 건 둘의 빼어난외모 때문이었다.
"저기요, 좀 비켜주세요. 아 좀. 하.. 밀지마세요."
근데 내가 너희들 때문에 2학년 첫날부터 피해를 봐야겠니? 날마다 찾아오는 다른 학교 학생들 때문에 매일 쫓아내던 선생님들도 지칠 대로 지쳐 포기하신듯 했다. 그나마 둘이 붙어있지않을 때는 어느 정도 괜찮았는데 지금처럼 둘이 붙어있기라도 하는 날엔.
"좀! 지나갈게요! 저기...악!!"
이렇게 밀려다니기 일쑤였다. 사람들을 꾸역꾸역 밀어내며 들어가다 결국 매점 입구 반쯤에서 넘어졌다. 존나 짜증나 진짜. 사람이 넘어졌는데도 김태형, 전정국이 더 중요한지 보지도 않고 여쪽저쪽에서 밀어댔다. 아악! 진짜 좀 꺼지라고들!!
"아오!! ......응?"
여학생들의 무릎과 허벅지에게 이리저리 밀려지는데, 갑자기 몰려있던 학생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반으로 갈라지더니 나혼자 가운데에 덩그러니 남았다. 시발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움켜잡고 있던 머리를 슬쩍 들어 뒤를 돌아보니 김태형과 전정국이 각자 검은 봉지를 하나씩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갓뎀. 민망한 기분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김태형이 다가와 불쑥 손을 내밀었다. 뭐, 뭐 달라고? 의문 가득한 얼굴로 올려다보니 씨익 웃는다.
"잡아. 일으켜줄게."
이상하게 생각됐다. 니가? 왜? 왜 나를? 내밀어진 손을 잡지 않으니 김태형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그 얼굴을 봐도 별생각 없고 그냥 지나갔으면 했다.
"저게 감히 우리 태형이 호의를 무시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청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았다.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중에 그 반대편 끝에 있던 김남준이 내 욕하는 걸 듣고 곧장 달려가 어퍼컷을 날렸으면 말 다했지. 아무튼 난 방금 저 애들이 자기들끼리 귓속말하는 걸 들었다. 김태형은 못들었겠지만. 만약 내가 이 손을 잡지 않는다면. 김태형을 풀이죽게 만들었다는 죄로 이 둘이 매점을 나가는 즉시 머리카락이 죄다 뜯길 것이다. 마른침을 삼키고 자조적인 웃음을 억지로 띄어 김태형이 내민 손을 잡았다.
"하하하 참 고마워 친구야."
"뭘. 당연히 힘든 친구를 도와야지."
맞아? 너 지금 날 도운 게 맞냐고. 경련까지 일어나는 입꼬리가 불쌍했다. 김태형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자마자 손을 급하게 뺐다. 더이상 잡고 있었으면 얘들 눈 찢어졌겠다. 김태형 모르게 똥씹은 표정으로 한숨과 같이 눈알을 굴리다 옆에 서있던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저도 계속 눈을 피하지 않기에 계속 마주치고 있으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허, 뭐 저런게 다있어. 쳐다보는 것부터가 딱 봐도 싸가지였다. 저런 싸가지가 뭐가 좋다고 따라다녀. 나를 훑다가 휴대폰을 꺼내서 하는게 여간 얇밉지 않을 수 없었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전정국의 몫까지 같이 사탕과 초콜릿을 받던 김태형은 전정국과 함께 매점을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나가자마자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져 있던 여학생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우리 태형이 손감촉 어땠어??? 공유 좀!!!"
"태형이랑 말섞었어!! 개 부럽다."
"야!! 태형이가 착하니까 일으켜 준거야!! 괜히 혼자 착각하지마라."
..........놀고 있네.
너탄 X 예체능 전정국
w. 빨간의자
어제는 여자애들이 집까지 쫓아오려고 했다. 무슨 여자애들이 그렇게 체력이 좋은지 그거 따돌리느냐고 하루치 운동량은 아까 끝냈는데 하루치는 더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김태형, 동영상 올리지 말라니까... 원래도 여자애들이 안 붙는 건 아니였지만 김태형이 어거지로 찍은 영상을 얼굴책에 올린 뒤에는 정도가 더 심해지고 다른 학교 여자애들까지 붙기 시작했다. 김태형한테 너 때문에 더 귀찮아졌다고 화를 내도 그래도 유명해져서 좋지 않냐고 실실대기만 했다.
"맞아야 정신차리냐??"
"아, 알았어. 편의점 쏠게. 됬지?"
어디서 편의점으로 이걸 퉁치려고. 다시 따지려다가 어차피 아침밥도 안 먹었고 크게 뜯어낸 다음에 다시 따지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알았다며 지금 가자고 하니 붕붕 뛰면서 퉁이다? 알았지? 하는 거에 대답은 안 했다.
한 봉지 가득 찰 만큼 빵이랑 과자를 잔뜩 골랐다. 김태형은 어차피 아는 누나들이 이것저것 갖다 바치니까 돈 쓸 일도 없어서 미안하지도 않았다. 입을 삐쭉 내밀며 카드를 내미는 김태형의 손에도 나만큼 가득 담긴 봉지가 하나 있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하고 있으니 매점 입구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쟤네 또 왔네, 또 왔어. 그래도 하나 다행인 건 몸에 막 들러붙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교실로 돌아가려 매점 입구 쪽으로 나서니 몰려있던 여자애들이 어느 날과 같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런데 비켜선 다른 여자애들과 다르게 한 명만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그냥 자기들끼리 밀다가 넘어졌나 보다 하고 지나가려는데 김태형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저 새끼 또 저러 내. 네가 그러니까 여자애들이 괜한 희망 가지는 거야. 앉아있던 여자애는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미동도 없더니 괴상하게 웃으며 김태형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러고 표정이 아주 뭐 씹는듯한 표정으로 변하는데 딱 봐도 싸가지없어 보였다. 이중인격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눈이 마주쳤다. 계속 피하지 않고 쳐다보기에 기분이 나빠져 먼저 휴대폰을 꺼내 눈을 들렸다. 슬슬 조회시간도 다 되어가는 것 같아 여자애들이 주는 걸 또 받아내고 있는 김태형과 매점을 나왔다.
너탄 X 예체능 전정국
개떼처럼 몰려드는 애들에게 대충 둘러댄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착각하지 말라는 말은 열댓 번도더 들은 것 같다. 새 학년 아침부터 이게 무슨 봉변인지. 괜히 빵 하나 사 먹을라다가 고생만 했다. 전정국이랑 눈 마주쳤던 것도기분 나빴고, 아까 넘어질 때 다쳤는지 왼쪽 손목이 시큰거렸다. 걔는 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봐? 완전 성격 구리네. 지 얼굴 잘생기면 다야? 그나저나 우리 반은 어딘지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김남준은 내가 길치인 거 뻔히 알면서 정호석이랑 같은 반 됐다고 둘이 홀라당 가버렸다. 가만두나 봐라.
학교를 3바퀴는 돈 것 같다. 엄마는 왜 나를 길치로 나으셔서 이렇게 고생하게 만드시나요. 방금 전에 종도 쳤는데 벌써 몇몇 반은 조회가 시작됐는지 복도에 애들도 몇 없었다. 첫날부터 망했네.
"어? 찾았다!"
아까 두 번은 지나갔던 복도 끝 구석탱이에 '2학년 3반'이라는 종이가 코너 도는 쪽을 화살표와 같이 붙어있었다. 급한 마음에 실내화 소리를 내며 투닥투닥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아!"
코너를 돌던 학생의 가슴팍에 부딫쳤다. 오늘은 진짜 무슨 날인가. 코를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아니면 이럴 수가 없잖아. 아직도 얼얼한 코에 제법 딴딴했던 가슴팍의 주인공을 바라보니 아까 김태형과 같이 있던 전정국이였다. 아까 나를 훑어보던 게 생각 나서 기분이 확 나빠졌다. 전정국은 날 한번 힐끔 보더니 그대로 지나치려고 했다. 저 싸가지가 진짜.
"야!"
"??"
전정국이 내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마치 무엇때문에 날 불러 귀찮게 하려는 거냐는 듯한 표정이 날 더 화나게 만들었다.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홀라당 가버리냐?"
"나만 친 것도 아니잖아. 사과를 받고 싶으면 너부터 해."
그러고는 그냥 가버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말투가 재수 없었다. 그대로 제 갈 길을 가는 전정국의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당장 달려가 머리채를 잡을 것 같아 자기최면으로 화를 삭이고 뒤를 돌았다. 그래, 네가 참아야지. 착한 네가 참아.
아니 근데 왜 자꾸 그렇게 쳐다봐 기분 나쁘게?!
결국 자기최면은 실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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