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것도 이번해에는 마지막이네."
"방학 잘 보내고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반장, 인사."
"차렷, 경례-"
"사랑합니다, 선생님."
마지막 교시를 끝내는 익숙한 종소리와 함께 택운은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의 인사소리를 듣고 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정말 1년이 하루처럼 지나갔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갈 줄이야.
길게 놓여져 있는 복도엔 웃음꽃이 활짝 핀 아이들로 가득했고, 창 밖엔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해는 점점 지는 중이었다. 또 하루가 가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시간에 불평할 새도 없이.
"정택운 선생님-"
정택운이 가장 사랑했던 소년, 차학연.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학연이 택운을 찾아 왔다. 택운의 눈에선 눈물이 나왔고, 학연은 그런 택운을 안아주었다.
아이들은 모르는 남자와 껴안고 울고 있는 택운을 보곤 주위를 둘러쌌다. 학연은 아이들에게 괜찮다며 눈짓하곤 반으로 모두 돌려보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그제서야 복도에서 있는걸 떠올린 택운은 입고있던 하얀 셔츠의 소매로 대충 눈가를 닦다 교무실로 학연을 데려갔다.
교무실로 들어가자 모든 선생님들은 학연을 보며 반겨주었다.
"어? 너, 그때, 정택운 선생님네 반 아니었니?"
"차학연. 맞지?"
"네, 맞아요."
"남자가 다 됐네, 지금은 어떻게 지내?"
"아직 대학생이에요, 이제 곧 졸업하고요."
"저도 정택운 선생님과 같은 국어 선생님이 되려고요."
"오, 그렇구나. 정택운선생님은 좋으시겠어요!"
"이런 훌륭한 제자분을 두시고."
"에이 뭘요,아닙니다-"
택운은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택운은 서둘러 코트를 입고 가방을 챙겼다.
마침 단축수업이었기에 일찍 끝난 택운은 학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버렸고, 학교 안엔 정적만 맴돌았다.
학연은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끄는 택운을 멈춰 세웠다.
"선생님, 정택운 국어 선생님."
"저 오늘 수업 해주세요, 네?"
"무슨 수업이야, 우리 집에 가서 얘기나 하자."
"할 말이 너무 많아, 응?"
"싫어요, 나 진짜 딱 한번만."
"우리 반에 들어가있을게요."
"종 치겠어, 빨리 오셔야돼요!"
학연은 택운에게서 손을 떼곤 곧장 자신의 옛날 교실로 들어갔다.
문에 반쯤 들어가 손을 흔들며 저 멀리 사라지는 학연을 보며 택운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교실로 들어갔다.
학연이 있는 교실은 5년전, 택운이 스물 일곱, 학연이 열 아홉이었을 때 택운이 학연을 처음 만난 곳이었다.
교실로 들어가자 밝게 켜져있던 불은 갑자기 꺼졌고, 학연은 택운을 자신의 품으로 이끌었다.
"선생님, 너무 보고싶었어."
"정말. 거짓말이 아니야."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요."
학연은 택운을 안고 귀에 속삭였다. 너무 크지도 않게, 그렇다고 작지도 않게. 딱 둘만 들릴 정도로.
택운은 말없이 학연에 기댔고, 학연은 웃으며 택운을 품에서 떼어냈다. 학연은 불을 키고 택운을 교탁앞으로 이끌었다.
그러곤 자신은 맨 뒷자리에 앉아 진짜 수업을 시작하는 학생처럼 택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택운은 몇번 헛기침을 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 차학연 반장님, 인사 하시죠-"
"수업 해야 되잖아-"
**
"수업 시작해야지."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인사-"
"사랑합니다, 선생님."
택운은 다른 해와 같이 고등학교 3학년을 지도했다.
겨우 1년차인 택운에겐 어쩌면 너무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진학지도를 해야했다. 학생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었다.
그러기엔 택운은 너무 부족한 선생님에 불과했다. 택운이 수업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와 복도를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택운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에 택운이 뒤를 돌아보자 반장인 학연이 뛰어왔는지 숨을 가쁘게 쉬며 택운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선생님, 왜이렇게 걸음이 빠르세요, 힘들어 죽는줄 알았네-"
"이게 뭐야?"
"편지요, 읽으시면 학교 끝날 때, 저한테 알려주셔야 해요!"
"그럼, 안녕히가세요, 선생님."
택운은 학연에게 한 장의 편지를 받아들곤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이런 편지는 처음 받아본 택운이었다.
스승의 날에도, 그저 파티만 열어준 아이들이었는데. 그에 비해 갑자기 보낸 학연의 편지에 뭔가 마음이 들뜬 택운은 편지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깔끔하고 단정한 글씨체는 학연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택운은 편지를 한참동안 읽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택운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8반 반장 차학연입니다.
앞으로 1년동안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전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사랑합니다 선생님!!!
**
학창시절, 택운은 운동을 하다 발에 부상을 입었다. 축구를 하던 택운에겐 매우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택운은 공부로 자신의 진로를 변경했고, 남들보다 시작이 늦은만큼 열 배, 스무 배 더 노력했다.
그러나 부상을 입은 뒤로 택운은 점점 어두워졌고, 차가워졌다. 택운에게서 웃음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런 택운을 변화시킨건 한 선생님이었다.
택운은 그와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기에, 결국 선생님의 길을 택하게 됬던 것이다.
택운이 편지를 다 읽을 때 쯤, 수업이 들지 않아 홀로 텅 빈 교무실을 지키던 택운은 창 밖에 비가 오는 소리를 들었다.
편지를 원래대로 접고, 택운은 창문을 닫으러 몸을 일으켰다. 비가 들어올까, 걱정을 하다 택운이 자리로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교무실로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학연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 수업시간인데 왜 여기있어,"
"아, 저 심부름을 시키셔서요."
학연은 빨리 뛰어가 열쇠를 집어들곤 택운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조용히 닫힌 문에 택운은 멍하게 학연이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택운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곤 밀린 업무를 하려 하는데 자꾸 학연의 편지가 눈에 밟혔다.
답장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택운은 결국 종이를 찾았고, 펜을 들었다.
"아, 뭐라해야되지.."
"아냐, 그냥 쓰지말자."
택운은 '학연에게' 로 시작하던 편지를, 아무것도 때묻지 않은 하얀 종이를 꾸겨 책상 한 켠에 슬쩍 던졌다.
편지를 처음 받아 본 택운으로썬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머리를 헤집던 택운은 학연의 편지를 가방 깊숙히 넣곤 다시 일에 매달렸다.
**
"선생님, 읽어보셨어요?"
"뭐를,"
"편지요, 편지!"
"제가 드린거 있잖아요."
"아, 읽었어. 고마워."
"뭐 반응이 그래요, 치."
"선생님, 앞으로 한달에 한번씩 보낼게요!"
"다음달 부터는 꼭 답장해주셔야해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종례를 마친후 청소를 하던 아이들은 택운에게 검사를 맡곤 집으로 하나둘씩 갔다.
한명, 두명 교실이 비워갈때 쯤, 택운이 불을 끄고 나가려하는데 집에 간줄로만 알았던 학연이 어디에서 있었는지 택운의 앞에 나타났다.
택운은 깜짝 놀라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가슴을 부여잡았다.
"학연아, 왜 아직도 안갔어?"
"그냥요, 이제 갈께요!"
"진짜 안녕히 계세요-"
학연은 꾸벅 인사를 하곤 사물함에서 책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택운은 빈 교실의 문을 닫고 뚜벅,뚜벅- 구두소리를 내며 교무실로 들어갔다.
열시가 넘어간 시간에 교무실에서는 모두 퇴근준비로 바빴다. 택운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택운은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가방을 챙겨 교문을 나섰다.
여느 때처럼 택운은 집에 도착했고, 불 꺼진 넓은 집안은 택운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집 안엔 오랜시간 비워져 있어서 온기가 맴돌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공기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택운은 불을 키고 가디건을 벗고 쇼파에 앉았다. 하루종일 매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르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켰다.
택운이 잘 확인하지 않았던 핸드폰엔 여러통의 전화가 와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보통 택운에겐 하루에 세, 네통의 전화가 오고 문자가 왔지만 오늘은 수십통이 와있었다.
그것도 같은 사람에게. 택운이 인상을 찌푸리곤 기록을 확인했다.
이재환
이재환
이재환
이재환
.
.
.
모두 재환,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서 온 부재중 통화였다.
재환은 택운을 좋아하던 친구였다. 둘은 중학교때 처음 알게 되었고,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까지도 같이 다닌 사이였다.
재환은 택운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채 택운의 곁에서 맴돌았다.
결국 재환은 택운에게 저지르면 안될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
택운과 재환이 대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작은 섬에 무료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교육을 해주러 간 일주일의 마지막 밤,
모두가 파티를 하러 나간 뒤,해가 질 때쯤 재환은 택운을 밖으로 불러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택운은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재환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확인하고, 머뭇머뭇하다 택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운아, 나 네가 너무 좋아."
"친구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써."
"네가 남자인건 상관하지 않아, 그냥 너가 좋은 ㄱ..."
"더러워."
"왜, 이런 내가 싫어?"
"아냐, 넌 내가 싫을리가 없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싫었다면 넌 내 옆에 있지 않았겠지, 안 그래?"
택운은 마지막 재환의 말에 말문이 막혀 대답을 하지 못했고, 재환은 택운의 반응에 약간 화가 난 듯 했다.
재환은 택운의 손을 잡고 택운과 자신이 같이 머무는 방으로 이끌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파티에 갔기에 집엔 아무도 없었다.
택운은 재환의 손을 수 차례 뿌리쳤지만, 재환의 힘은 이길 수가 없었다. 재환은 두 팔로 택운을 벽에 가두었다.
그러곤 택운에게 입을 맞추었다. 택운은 고개를 돌려 피하려 했지만, 재환은 집요하게 따라갔고, 택운은 어쩔 수 없이 당해야만 했다.
재환이 택운에게 진하게 입을 맞추며 택운이 입은 옷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러 갈 때 쯤 밖에선 어린 아이들과 어른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재환은 택운에게서 입을 떼곤 나지막히 택운의 귀에 되뇌였다.
"운아, 내가 널 너무 사랑해."
"너 생각하면서 한게 한두번이 아니야,"
"너도 나랑 하고 싶었잖아,"
"박히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해줄게-"
재환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리자 밖으로 나갔고, 다시 원래의 해맑게 웃던 재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택운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곤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밖에서 택운을 찾자 재환이 대답했다.
"정택운선생니임은 어디있어요오?"
"아, 선생님이 조금 아프셔서 먼저 자요, 선생님이 보살펴줄꺼니까 걱정말고 빨리 자-"
택운이 울음을 그치곤 풀어진 단추들을 다시 채우는데 재환이 방으로 들어왔다.
재환은 택운에게 다가갔고, 택운은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택운은 방을 혼자쓰는 다른 친구에게 갔고, 재환은 택운을 따라가다 놓치자 낮게 욕을 내밷었다.
다음 날, 택운은 밤새 눈을 붙이지도 못하고 새벽에 아이들에게 주려고 가져온 선물과 밤에 쓴 편지를 머리맡에 놔두곤 홀로 첫번째로 뜬 배에 탔다.
그 후로 재환은 택운을 멀리에서만 바라봤고, 택운은 점점 재환을 피하게 되었다.
택운과 재환의 9년동안의 인연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
택운은 깊은 한숨울 쉬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머리를 쇼파에 기대곤 눈을 감았다.
재환과의 좋았던 기억보단 쓰라린 상처가 된 기억이 떠오르던 택운이었다.
그 때, 어디선가 진동이 울렸고, 택운은 앞머리를 쓸어넘기곤 핸드폰을 집었다. 그에게서 또 전화가 오고야 말았다.
택운은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택운이?"
"왜, 대체 왜 전화했어."
"너가 너무 보고싶어, 진심이야."
"..."
"택운아, 제발 한번만 만나자. 소원이야-"
"내가 널 왜 만나야 되는데, 아, 그러고보니까 내가 네 번호도 안지웠네."
"앞으로 만날 일 없으니까, 절대 연락하지마."
"잠깐만 택운ㅇ.."
택운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곤 배터리를 빼버렸다. 어디하나 의지할 곳 없는 택운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보였다. 평소 학교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침대에 늘어지던 택운은 쇼파에서 일어나 씻곤 침대에 누웠다. 재환이 강제적으로 택운에게 행위를 하려고 한 그 날, 그 날 이후로 한동안 택운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기 어려웠다. 택운은 지워지지 않고,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에 얼굴을 두 팔로 감싸고 애써 잠을 청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자, 택운은 휑한 거실로 나가 티비를 틀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머리를 감싸오는 통증에 택운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때, 택운은 자신의 가방에 있던 학연의 편지가 생각났다. 학연의 편지를 읽으면 괜히 기분이 나아지던 택운이었다. 택운은 가방 깊숙히 숨겨둔 편지를 꺼내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정택운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8반 반장 차학연입니다."
"귀엽네, 말투도 약간 귀엽던데."
"앞으로 1년동안 잘 부탁드려요?"
"지금처럼만 해주면 나야 고맙지,"
"그리고.. 전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내가 좋다고?"
택운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학연이 그저 좀 말 많은 반장이어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택운이었다.
별로 활동적이지 않아 조용한 걸 좋아하던 택운은 말이 많은 학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귀여운 반장이 있으니, 택운의 시야엔 결국 학연이 들어오고야 말았다.
**
"선생님,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다른 날 처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던 택운의 옆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학연이 나타났다. 택운이 타던 버스는 택운의 학교학생들이 잘 타지 않던 버스였다. 그런데 그 곳에 학연이 나타난것이다. 택운은 이어폰을 끼고 창문 밖을 보느라 옆에 학연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학연은 자신이 옆에 와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는 택운을 보곤 팔을 쿡쿡 찔렀다. 택운은 이어폰을 빼고 옆에 학연이 웃으며 있는 걸 보곤 웃었고, 그런 택운을 보며 학연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선생님, 왜 이렇게 노래를 크게 들어요?"
"그런거 별로 안 좋다던데."
"근데 학연이, 너가 왜 이 버스를 타?"
"내 편지 안 읽으셨구나, 선생님이 좋아서 탔어요."
"원래 이거 타면 좀 돌아가긴 해도, 선생님이 이거 타니까. 그래서 탄거에요."
"선생님 없을까봐 걱정되서 되게 빨리 나왔는데."
"만나서 다행이에요-"
택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곤 학연의 이마에 콩 하고 때렸다. 학연은 그 것마저도 좋은지 헤, 하고 웃고 있었다. 학연의 이야기를 듣고 택운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마음속에서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택운도 모르는 사이 하얗던 뺨은 붉게 물들고있었다. 이어폰을 정리하고 핸드폰을 끄던 택운은 내릴 때가 되자, 학연의 팔을 이끌고 문쪽으로 다가섰다. 그 와중에도 학연은 택운에게 쉴새 없이 말을 걸었고, 택운은 작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연아, 이번 수업 끝나고 쉬는시간에 나한테 잠깐만 와봐."
택운은 학연에게 줄 것이 있다며 학연을 불렀다. 택운이 교실을 나가자 학연은 담임이 자신을 불렀다며 자랑을 하면서 뛰어 돌아다녔다. 택운은 그 사이 교무실로 가 어제 집에서 겨우 찾은 하늘색 편지지를 꺼냈다.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망설이던 택운은 펜을 들고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다. 택운은 불편한지 입고 있던 가디건을 뒤로 걸고 하얀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아, 하는 짧은 탄성소리와 함께 택운은 막힘없이 쭉 써내려갔다. 편지를 다쓰고 종이를 접은 택운은 그제서야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쉬는 시간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쉬는시간 종이 울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학연이 종이치자마자 신나게 달려간 곳은 택운이 있는 교무실이었다. 다른 교과 선생님들은 학연을 이상하게 쳐다봤고, 학연은 아무렇지 않게 택운의 자리 옆에 섰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마자 볼 수 있는 택운의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몇 분이 지나고, 학연은 약간 울상이 된 채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택운이 숨을 가쁘게 쉬며 교무실에 들어왔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오셨잖아요."
"선생님이 서류를 내고 와야되서, 아, 이거."
"설마, 편지에요?"
"답장 써달라며."
"우와, 정말 써주셨구나-"
"저도 다음달에 꼭 써드릴게요!"
**
학연이에게.
음..뭐라 답장을 해야 네가 기쁠지 모르겠다. 오늘 버스에서 널 만난건 아마 우연이 아니었을 거야.
선생님 생각엔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계속되면 좋은 관계가 지속된다고 생각해.
너와 나도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항상 수업시간에 수업 열심히 들어주는 네 모습에 난 항상 감사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금처럼 반장으로써 친구를 잘 돕고 선생님을 잘 따르는 학연이가 됬으면 좋겠다. 다음 달에도 보낼 거지?
기대하고 있을게.
여기까진 독방에 올렸던거구요!
다음꺼부터는 이 곳에만 올릴려고요!
ㅠㅠ댓글은항상감사합니다ㅠㅠ

인스티즈앱
다들 펑펑 울었던 한국 영화 적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