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야 거기서 뭐해?"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나려던 그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직이던 몸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가게?"
"어? ..응"
집에 가냐는 다정한 물음에 왜인지 모르게 울컥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였고, 여긴 우리 둘뿐이었고, 그의 말투는 다정했다.
그렇지만 1년간 소중히 키워온 내 마음을 정국이는 알고 있었다.
최근엔 대놓고 거절 아닌 거절까지 했었다. 그리고는 화낼 수도 없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서 또 날 설레게 했었지.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게 변함없이 대해주는 너니까.
그런데 오늘따라,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왁자지껄한 술집 안의 분위기와 조금 떨어진 밖의 우리 둘의 잔잔하고 서글픈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왔다.
| 더보기 몇 시간 전 개강파티 |
"정국아 이거 마실래?" '오빠, 이거 새 거 드세요! 새로 나온 과일 소주래요.' "어, 고마워"
내가 지금 말을 걸어도 되나, 말 걸고 싶다 말 걸고 싶다만 수백번 되뇌이다 겨우 반 정도 남은 맥주병을 들고 꺼낸 첫 마디였다. 그런데 고민하던 내 마음이 무색해지게 누가 봐도 나 새내기랍니다 포스를 풍기는 여자후배가 내 손을 살짝 밀치고는 따지 않은 소주병을 그에게 건넸다. 내 손이 무안해지고, 그 맥주병은 대신 내가 마실게 하며 민윤기가 들고 가 버렸다. 정국이에게 관심받지 못한 맥주병이 마치 나 같아서 서러웠다. 더 서운한 건 내가 내뱉은 한 마디에도 눈길 한 번 안 주는 정국이었다.
치이. 그래도 한 번은 쳐다봐주지.
"좋냐 민윤기? 탄소가 먹다남은 맥주 먹어서?"
입을 한참 삐죽대고 있는데, 정국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내가 먹다남은 맥주를 먹어서 좋냐는 물음이었다.
민윤기는 그저, 뭐래 하며 나를 흘깃 보고 말을 무마시켜 버렸다.
...아. 내가 정국이한테 먹다남은 거 줘서 정국이가 기분이 나빴나? 아님 자기 주려다가 윤기 줘서 기분 안 좋았나? 기분 좋은 말투의 물음은 아니었기에, 또 다시 한번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슨 뜻일까 저 말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정국이에게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었다.
최근 열심히 본 드라마의 대사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에게 항상 오답이네요.'
난 매 순간 정국이에게 오답이었다. |
"왜 그래? 울어?"
"아니?!"
아, 또 민망해졌다. 난 얘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실수투성이인거야.
새내기들에게 추앙받을 만한 완벽한 남자를 좋아하는 주제에 그의 앞에서까지 칠칠맞지 못하다니.
우냐는 정국이의 물음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 아니! 라며 소리를 크게 질러버렸다.
잠시 토끼눈이 된 정국이가 날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으으 어색해 진짜
"아..하하 나 술 너무 많이 마셨나봐"
"데려다줄까?"
"..어?"
"아니 너 많이 취한 것 같길래"
"나,날 데려다준다고?"
미친 미친 미친 말도 안돼
데려다 준다니 정국이가 나를 데려다 준다니
"민윤기 많이 취해서 그 새낀 너랑 못 갈 것 같아서"
"...."
"불편하면 됐ㅇ.."
"아니!! 하나도! 안 불편해! 좋아!"
"그래 그럼. 가자."
소심하게 대답한 나는 정국이의 보폭에 맞게 평소보단 조금 더 들뜬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정국이는 옆에서 긴 다리로 휘적휘적 말없이 걸어갔다.
세상에...어쩜 술에 취해 밤에 보는 옆모습도 이렇게 멋있는 거니 너는ㅠㅠ
버스를 같이 타고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앉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고.
너무 좋았다. 완벽했다.
날씨는 내가 입고 나온 원피스에 비해 추웠지만, 추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
정국이의 말 한마디에, 눈맞춤 한 번에 온 몸이 경직되었다 녹아버렸다를 반복했다.
오늘따라 집에 빨리 도착했다. 버스도 너무 빨리 왔고,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라 차도 안 막혔어.
진짜 하늘도 무심하시지.
"여기가 집이야?"
"응! 되게 작지?"
"글쎄. 안에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는데?"
뭐지. 안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건가..? 그치만 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아까 맥주병을 건네던 내 손이 무안해졌던 그 때의 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오늘 정국이의 말들은 모두 애매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장난이야 장난~"
...아마도 짝사랑 중인 내가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일지도.
"잘 들어가. 윤기한테는 내가 너 잘 들어갔다고 전해줄게."
"어...잠깐만!"
"..."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술에 취한 술주정이었던 것 같다.
진짜. 술에 취한 고백은 하는 게 아니랬는데.
정국이가 날 데려다주는 뭐 그런 날에 고백해야지, 이렇게 계획을 짜 놓은 것도 아니었다. 정말 홧김이었다.
홧김에 정국이를 불러세웠고, 순간 아차 싶은 마음도 스쳐 지나갔지만 다시 마음을 굳게 잡았다.
그래, 그냥 저지르자.
내 부름에 뒤돌아서 가려던 정국이가 다시 나를 돌아봤을 때, 그 때 정국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미묘하게 부드럽기도 했고 굳어있기도 했다.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정국아 너도 알겠지만, 나 너.."
"응, 알아"
제대로 된 말을 끝맺지도 못했는데, 정국이가 말을 가로채 버렸다.
얼굴이 화드득 빨갛게 올랐고, 부끄러움이 온 몸을 감쌌다.
뭘, 뭘 안다는 거야.
내가 자기 좋아한다는 걸, 아니 고백하려 한다는 걸 안다는 거겠지. 어떡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국이를 바라보던 시선이 한없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애꿎은 신발끈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탄소야"
"..."
"나도 알아. 너 나 좋아하는거."
"근데"
"나한테 고백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더보기 혼자 남은 민윤기 |
"뭐야 이 기지배 어디 갔어"
김탄소가 없어진지 한참 지난 후였다. 숙취해소제나 사서 마시라며 등 떠밀어 내보냈는데, 그 뒤에 어느새 전정국이 사라지고, 그리고 나서도 2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문득 김탄소가 생각나서 급하게 문을 열고 편의점 앞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김탄소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혹여나 어디 이상한 데 엎어져 있는 건 아닐까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라 뒤늦게 바지춤에 욱여넣은 핸드폰을 꺼내는데,
'새 메시지 5건'
'야야야 미늉기ㅠㅠㅠ정구기가 나데려다ㅠㅠㅇ' '나데려다준대ㅠㅠ' '미쳤지?쩔지?ㅠㅠㅠㅜ푸' '어떠카지 나 너무설ㄹ레서 말도 안나오ㅜㅠㅜㅠ'
'김탄소 내가 데려다줌 작작마셔-'
4통은 김탄소에게서, 나머지 하나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이 데려다줬다고 혼자 설레발이란 설레발은 다 치는 김탄소의 문자에 한숨이 푹 나왔다. 이 푼수 진짜, 좋다는 티 좀 숨기라니까 여전히 이러네.
전정국이 김탄소를 데려다줬다는 건, 둘 사이의 그린라이트인가? 그렇다면 김탄소에게 잘 된 일인 듯 싶기는 한데.
"아..왜 이렇게 불안하지"
오늘만큼은 자신의 촉이 틀리기를 바라며 윤기는 널브러져 있는 동기들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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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가 돌아왔습니다! 유후~
진짜 면목이 없네요. 저를 매우 치세요 ㅠㅠ
앞으로 더더더! 빠르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돌아오겠습니다!
이상 플랜명제트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제목 보면 아시겠지만
Q. 윤기가 여주를 좋아하나요?
A. 아니요! 안 좋아해요. 둘은 그저 친구일 뿐! 사실 윤기도 정국이와 여주를 밀어주고 싶어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지금은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정국이의 의견도 존중하고 여주의 의견도 존중하니까요!
Q. 정국이 다정하고 스윗하네요 ㅠㅠ
A. 안 스윗합니다. (단호) 안 다정해요. (단호박)
정국이 착한 남자 아닙니다. 여러분..여러분이 정국이 때문에 이를 갈고 욕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거에요! 꼭! 기다려! 주세요! 찡긋! ㅋㅋ
이건 짝사랑 글이니깐요 ㅎㅎ
<내님들♥>
[하니][이리듐][현현][데이지][단미(사랑스러운여자)][보리방구뽕][뉸기찌][뚝아][캔디][쿠야][루이비][빙구][눈물만두][란덕손♥]
암호닉은 가장 최신화에서 언제든지 받습니다! 환영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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