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말이야.
부드럽게 얼굴을 훑는 손가락이 가늘었다. 또 그녀의 가녀리디 가녀린 얼굴에 맞게 온 몸이 새하얬다. 청량한 느낌. 태연은 눈을 내리 깔았다. 살짝 어두워진 시선 사이로 그녀의 빨간 색 드레스가 보였다.
그런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기분이니?
마치 그녀가 부자집 자제인 것을 알려주 듯 고상한 말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은 이상하게 마음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잠재되어 있는 색기가 미영의 온 몸을 적신 것 같았다. 손길은 어느 새 목으로 가 있다. 제 눈빛이 어떤데요? 되묻는 목소리가 조금 당돌했나? 태연은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그녀의 집사가 안절부절해 하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는 이런 곳에 있을 분이 아니야. 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높고도 얇은 틈이 태연의 승부욕을 자극시켰다.
뭔가, 세상에 지지 않겠다는 느낌이야. 미천한 신분인 것도 까먹은 것처럼.
아가씨는 그 눈빛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
아니, 그래서 네가 좋은 거지. 그녀의 검은 머리칼, 하얀 피부, 빨간 드레스, 검은 구두, 갈색의 눈. 그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면 이 세상을 가져볼 수도 있겠지. 지금은 나를 미천하다 여기는 저 집사조차도 그녀의 소유인데. 태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저도요.
뭐라고?
저도 아가씨가 좋아요.
아가씨는 나를 전장에서 이기게 해 줄 멋진 무기이자, 방패니까요. 미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태연은 미영을 바라보는 척 건너편의 집사를 쳐다보았다. 똑똑히 기억해주죠.
태연이라고 했니?
네, 아가씨.
오늘부터 내 방에서 일해.
도도하게 내뱉은 명령조는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영광입니다, 아가씨. 태연이 고개를 숙였다. 언젠가는 당신조차도 내가 명령으로 다스리는 날이 오겠죠. 태연은 조심스레 미영의 고운 손에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