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ut ma lune ; 안녕 나의 달 01
w. 섬머나잇
"오늘 점심은 갈치조림 어때?"
부장님의 메뉴추천(사실은 메뉴 강요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으로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회사에 입사한 후부터 내 취향, 내 입맛이라는 것은 사라지고 오래다. 다소 아저씨스러운 음식을 매일 먹다보니 입맛도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요즘은 파스타나 피자 같은 양식을 먹으면 체하는 일도 생겨서 직장가더니 아저씨가 다 됐다며 친구들이 농을 던지기도 했었다. 오늘도 역시나 늘 그랬듯이 다 부장님이 제안하는 메뉴에 좋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오늘 좀 피곤해서 점심은 거르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아침부터 무리하시더니 결국 점심을 거르실 모양이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부장님의 말에도 괜찮다며 연신 거절했다. 대리님이 이렇게 점심을 거르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에 모두들 관심 없다는 듯 나갈 채비를 하기에 바빴다. 나도 뭐 다를 것 없다.
대리님 없는 점심식사는 왠지 소화가 잘되고 뭐 그러는 것 같기도...
그래도 예의상 한마디 건네야 할 것 같아 툭 던진 뭐 필요한 거 없냐는 말에 대리님은 기다렸다는듯이 두통약. 하고는 다시 엎드린다. 아니 부탁합니다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말 짧게 하는 병에 걸리신 게 분명하다. 그래. 이게 사회생활이지. 네 쉬세요. 그냥 집에 가서 쭉 쉬세요 대리님. 차마 뒤의 말은 내뱉지 못하고 먼저 간 직원들을 따라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다. 하여튼 재수없다 진짜.
"민대리 쟤는 오늘 또 컨디션이 왜저래?"
"뭐 매번 저러잖아요. 무슨 혼자 일 다 하는 줄 알겠어요"
매번 대리님이 안 계시면 부장님의 스타트로 대리님의 뒷담화가 시작된다. 어느새 당연하게 내 담당이 되버린 수저 세팅을 하던 도중 어김없이 들려오는 '민대리 쟤'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싶다. 대리님이 워낙 일처리도 빠르고 꼼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요한 일은 대리님께 넘기기 일수였고 그로인해 대리님은 피곤에 찌들어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자존심은 어찌나 센지 그 많은 일을 하고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보란듯이 매번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래서인지 부서내에 친목도모를 위한 행사 따위는 딱 잘라 거절하는 대리님에게 부장님조차 아무 소리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워낙 까칠한 대리님 성격 덕에 부서 전체가 눈치를 보는 탓에 가끔 대리님이 자리를 비우거나 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때는 이렇게 대리님을 험담하는 것으로 대화가 시작되고는 한다. 물론 나도 대리님이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더더욱 싫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억지로 비위를 맞추고,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안주거리마냥 대리님을 씹어대는 꼴이 역겨워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또 시작됐다. 과장님의 부장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아부성 험담. 오늘따라 왠지 더욱 귀에 거슬려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수저를 내려놓았다. 정신없이 대리님 까기에 열중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아, 망했다.
"김사원도 민대리한테 쌓인 게 많지?"
"네? 하하..."
"아까 둘이 얘기하는 것 같던데 걔가 또 뭐래?"
"아, 오늘 일찍부터 일하셔서 피곤하신가봐요."
"민대리가? 왜 일찍 나왔대. 평소에는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이"
"아, 어제 부장님이 주신 일 다 못 끝내셨다고..."
"무슨 소리야? 민대리 어제 퇴근하기 전에 다 넘기고 갔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분명 오늘 아침에 부장님이 주신 일을 못 끝냈다고 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그럴 리가 없다. 부장님 말이 맞다면 대리님은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얘긴데, 대체 왜? 굳이?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다니는 중에 마침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평소 거슬렸던 과장님의 쩝쩝 거리는 소리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대리님의 험담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순간 갑자기 엎드려 있던 대리님이 생각났다. 아, 맞다. 두통약.
"저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벌써?"
"아, 저 속이 안 좋아서요. 천천히 드시고 오세요"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대리님을 좋아하기보다는 싫어하는 쪽에 가깝지만 아플 때 혼자 있는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 엎드려있던 대리님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자연스레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 약을 드실 테니까, 약국 옆에 자리한 죽집에서 죽을 주문하고 약국에 들렀다. 생각보다 죽이 나오는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괜히 초조해져 자꾸만 시계를 확인했다. 다음에 또 들러주시라는 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을 나섰다.
아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사무실에 들어서니 대리님은 아까 엎드린 자세 그대로 주무시고 계셨다. 평소 같으면 절대로 주무시는 도중에 깨우는 일은 없겠지만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기 때
문에) 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깨워야할 것 같다. 그런데 왜 자꾸 이렇게 겁이 나는 건지. 일단 대리님의 반응을 예상해보자. 욕을 하시려나? 대꾸도 안 하시려나? 아니면…
"언제까지 그 앞에 서있을 거예요."
"네?"
"깨울 마음 언제쯤 생길지 대충 말이라도 해줘요"
"..."
![[방탄소년단/전정국/민윤기] Salut ma lune ; 안녕 나의 달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17/16/769ca4b3e4e00c7db62a7fb167b8ad57.gif)
"아니 그때까지 자는 척 해주게"
아무래도 내가 들어올때부터 깨어있던 모양이다. 아, 확실하다. 지금 대리님은 나를 놀리는 거다. 고개를 묻고 어깨만 들썩이며 웃는 대리님의 모습에 손에 들고 있던 죽과 약봉지를 사무실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넣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깨어있었으면 내가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다 봤다는 말인데. 아무래도 아까 남겼던 밥을 다 먹고 커피까지 빨면서 사무실에 오는 쪽이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래. 누가 그랬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아무리 그래도 생각해서 약까지 사온 사람한테 이렇게 놀리는 건 너무한 것 같아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 아직도 엎드려 있는 대리님을 툭툭 건드렸다. 대리님은 아직 피곤이 가시지 않았는지 살짝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 이건 피곤한 사람의 얼굴이 아닌데. 날씨가 아직 추운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땀으로 흥건했다. 너무 놀라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니 열 기운이 있었다. 아니 진짜 이사람 바보인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잔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때 갑자기 대리님이 이마 위에 있던 손을 잡아챘다.
![[방탄소년단/전정국/민윤기] Salut ma lune ; 안녕 나의 달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25/9/60ac39481cac26b1b900ae8f70f647b5.gif)
"밖에 많이 추워?"
"..."
"손이 왜 이렇게 차."
"그것보다 대리님 지금 감기 걸리신 거 같아요. 병원 가세요"
"제가 알아서 해요."
"오늘 아침에 왜 저한테 거짓말 하셨어요?"
대리님이 당황한듯 아무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거짓말한 거 맞구나. 솔직히 그냥 묻지 않으려고 했다. 그깟 거짓말이 뭐 대수인가 싶어 묻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아픈데도 이렇게 미련하게 남 걱정이나 하는 대리님에게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랐다. 난 대리님의 이런 점이 너무나도 싫다. 가까운듯 하면서도 먼. 어쩔때는 직장내 동료라는 사무적인 관계가 무색할 만큼 가깝게 대했다가 또 한순간에 우리가 그저 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라는듯 감정없이 대하곤 한다. 조금 대리님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다. 난 아직 대리님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 때마침 직원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리님 손에 여전히 잡혀있던 손을 급하게 빼냈다. 남은 한손에 들려있던 죽을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죽 식기 전에 드시고 약 드세요. 라는 말만 남긴채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아 대리님을 보니 멍하니 올려놓은 죽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할일은 다했으니까 신경쓰지 말자. 일부러 일하는 내내 그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다가올때쯤 먼저 들어가보겠다는 대리님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드니 손에는 뜯지도 않은 죽과 약봉지가 들려있었다. 결국 안 드셨네. 어차피 기대도 안했지만. 예상이 막상 현실이 되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대리님을 다짜고짜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고 감정적으로 굴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무실을 따라 나섰지만 이미 대리님은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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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민윤기] Salut ma lune ; 안녕 나의 달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4/22/7/e34174203542e1b5f51798d2db27113a.jpg)
안녕하세요! 벌써 두번째 인사드리네요 ㅎ0ㅎ!
정국이를 기다리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오늘은 윤기 에피소드가 길어져버려 정국이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ㅠ___ㅠ ...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곧 정국이도 등장합니다!
제가 아무래도 처음 글잡이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일일히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슴다 ㅠㅠ...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 잘 좀 부탁드릴게요♡
저번보다는 나름 길게 가지고 왔는데 아직도 짧은 것 같네요... 앞으로 점점 더 긴글 가지고 오겠슴니다!
*암호닉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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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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