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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이젠 여기까지 왔네. 내 마음 좀 정리하고 나면 괜찮아질까 싶다. 다른 사람 만나고 있어. 사귀는 건 아니지만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 누군가에게 내 노력을 바치면서 좋아하는 건 동경을 제외하고 처음인 것 같다. 이런 얘기 아무도 안 들어주고 말할 사람도 없겠지. 알고 있어. 결국 이 글도 흘러가듯이 묻힐 거란거. 근데 이 안에 담긴 우리 셋 마음이 흘러가버릴까봐 무섭다 나는. 우린 어렸고 아직도 어린데 나는 너희하고 다르게 어째 이 기억들을 놓고싶지 않다. 2010년 2월부터 2012년 7월 2일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젠 곪은 것도 터트리고 흉터를 남길 때가 된 것 같아. 꽁꽁 싸매고 있어봐야 썩어문드러져 냄새만 더 역해지겠지. 처음엔 정말 좋은 감정 없었어. 진짜 좋아하게 된 건 작년 가을에 너 가고 나서였어. 네 빈자리 오빠가 채워줬고 그런 오빠한테 서서히 연애감정 뭐 그런 거 느꼈어. 네가 만약 안 떠났다면 그래도 내가 오빠를 좋아하게 됐을까. 사람들한텐 오빠가 보고싶다는 얘기만 해. 네 얘기까지 하기엔 내가 너무 벅찼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오빠나 너나 나나 하나만 보고 하나만 알고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것 같아도 항상 이성이 가장 먼저였던 사람들이었으니까 우리 셋 다 이게 뭔지 잘 몰랐던 것 같아. 그래도 이걸 가장 먼저 이해하려고 했던 사람은 오빠였고.

얼마 전에 들었어. 작년 6월에 너 만날 때, 오빠 얘기 했던 거 녹음했다는 거. 그거 오빠 귀에 흘러들어가게 했다는 것도 들었어. 오빠가 그거 듣고 받았을 상처 나는 차마 가늠할 수가 없다. 네가 이런 짓까지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그래놓고 지금 오빠 얼굴 보면서 매일 아침 얼굴 마주보고 J랑 셋이 잘 살고 있니. 넌 오빠 보기 미안하지 않니. 이젠 너 원망도 안해. 그냥 보고 싶다.

너 처음 나한테 오빠 소개시켜줬던 날 기억 나니. 14년 같이 산 친형 같은 존재라고 너랑 J가 나한테 보여줬던 날. 오빠가 저번에 울면서 그러더라. 그 날부터 오빤 나 마음에 뒀고 너도 알고 있었다고.

네가 오빠한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나도 알고 오빠도 알아. 그런데도 난 너랑 계속 친구였고 하다 못해 연애도 했어. 오빠 앞에서. 난 그 때도 어느 정도 알았던 것 같아. 네가 오빠한테 경쟁심 느끼고 위기감 느꼈다는 거.

고마웠어. 이 말 하고 싶었는데 결국 너 원망하는 말만 잔뜩 썼네. 너만큼 오빠만큼 날 사랑해줄 사람 다신 못 만날 거란 거 알아. 네 모든 행동들, 네가 날 사랑해서였다는 거 오빠도 알아. 그리고 오빤 그걸 덮을 만큼 널 아꼈던 거야. 오빤 날 사랑했지만 그만큼 너도 아꼈어.

난 오빠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싶지 않다. 오빠나 너나 둘 다 같은 말했지.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어도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우리는 우리를 평생 이 어린 날의 기억으로만 안고 살았으면 한다고. 그저 2011년의 너와 나, 오빠는 2012년 6월 30일. 오빠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의 우리였으면 한다고. 처음엔 이해 못했고 원망스러웠는데 이젠 대충 알 것도 같다. 이렇게 묻어두는 게 맞는 것 같아. 결국 둘 다 놓치고 싶지 않고 두 배로 사랑받고 싶은 내 욕심이었을까.

오빠나 너나 그랬지. 이만큼 사랑하기 힘들 것 같다고. 나도 이만큼 사랑받기 힘들 것 같아. 난 그만큼 사랑 주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후회해. 있을 때 최선을 다하면 적어도 그 사람 간 후에 후회는 없다던데. 자꾸 그립고 놓친 것만 같은 이 막연한 후회감은 내가 줄 수 있을 때 주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인 것 같다. 그런데도 난 시간이 우리 서로를 무덤덤하게 하는 건 또 싫다. 내가 오빠와 너를 새겼던 만큼 오빠와 네가 날 새겼던 만큼 그냥 이렇게 무뎌지는 게 싫어. 내가 점점 괜찮아지는 걸 느끼면서 솔직히 더 괴로워진다. 내 이기심에 놀랐어.

이미 소문은 다 났더라. 결국 버려진 건 나고 내가 오빠와 널 두고 저울질한게 아니고 진실은 오빠와 네가 날 두고 장난쳤다고. 진실이 뭔지는 우리도 모르지만.

소문이 뭐든 상관 없어. 오빠와 너는 돌아갔고 난 내 자리를 새로 찾았고. 그 쪽까지 신경 쓰며 살기엔 내가 너무 어리다.

하지만 맹세코 난 누굴 두고 저울질한 적은 없어. 해달란 대로 해주고 순간의 감정에 솔직했던 게 저울질이라면 그런 걸수도.

난 내가 오빠나 너한테 줬던 그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누군가에게 줄 거란 걸 알지만 사랑받지 못할 거란 사실은 또 나를 슬프게 해. 잊고 싶지 않은 만큼 잊혀지고 싶지 않아. 내 이기심이 우습다. 결국 너나 나나 오빠나 끝까지 자기 자신만 생각했던 거야. 어떻게 보면 가장 솔직했던 거고. 마지막에 웃은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우리가 울고 웃었던 2년반, 그래도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곱씹고 많이 추억하면서 잊어가고 싶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여기 두고. 나중엔 이 때 감정이 얼마나 파릇했는지 웃으며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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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묻고 싶지 않은 이야기  2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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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답답해서쓴거가
13년 전
대표 사진
3년
그냥.. 답답한 것도 있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 고 이렇게 올려놓고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더 잊기 전에 적어놓자 싶어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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