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月의 노래
W. 꽃잎비
1화 [슬픔은 언제나 낯설다 – 9月의 노래 中]
방에서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내일 일정을 말씀드리고 허락을 맡기 위해 부모님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은 고요했다. 방 앞에 다다라 노크를 하려는 순간 문틈 사이로 들리는 말소리가 내 발을 묶었다.
“탄소가 이번 학기 성적 봤어요?”
“.......”
“점점 잘해야 되는데.. 점점 떨어지니 원 ...... ”
“........”
“대학교는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태형이만큼은 성적이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도 않고...”
“........”
“태형이가 우리 자식이면 얼마나 좋아요. 아무리 우리가 태형이 어릴 적에 입양해와서 키웠다지만 그 일 알게 된 후로는 마음도 안 가고. 당신은 안 그래요?”
“.......”
“탄소가 태형이만큼만이라도 잘하면 태형이는 그냥.... 집에서 내보내든 그렇게 해도 괜찮을 텐데 그것도 아니니 원...... 태형이라도 있어야 우리 이름이 살죠. 교수 자식들은 공부를 못한다 잘한다 말 나오면 얼마나 보기 싫어요?”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말에 몸이 굳었다. 원래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어느새 저 너머로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오빠가 입양아라고? 오직 그 생각만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누군가가 발에 본드라도 붙인 것처럼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방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저녁먹어야죠. 라는 엄마의 말에 비로소 찬물이라도 맞은 듯 정신을 차린 나는 부모님께 내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내 방으로 향해 몸을 숨겼다. 이제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부모님이 오빠에게 유독 차갑고 냉정한 태도를 보였었는지.
어렸을 적에는 분명 오빠와 나 그리고 부모님까지도 사이가 좋았던 것 같은데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쯤부터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순간부터 자꾸만 오빠와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왜 오빠만큼 하지 못하냐고. 어린 마음에는 자꾸만 나를 모자란 아이가 되게 하는 오빠가 미워서 심술부리고 오빠를 멀리했다.
조금 더 자라나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그 전처럼 원수같이 지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어색해져버린 사이를 되돌리기에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쳐왔었다.
그리고 그 쯤 부터는 나도 의문을 가졌다. 나에게 수없이 비교대상이 되는 우월한 오빠이자 밖에 나가서는 사고 한번 친적 없고 공부까지 잘해서 부모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착한 아들인 오빠를 집에서만큼은 그렇게 대우하는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은 채 그저 나에게 찝찝함만을 더해가고 있던 차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오빠가 입양아라는 사실 하나로 딱 한 조각이 부족해서 완성되지 못하고 있던 퍼즐이 맞춰진 것처럼 선명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은 그 묘한 기시감 속에서 나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항상 엄격하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사랑받는 자식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큰 것도 아니었고, 어쩌면 그게 다 잘난 오빠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마음 한 구석에 못된 질투심이 부모님이 대하는 오빠를 보고 어쩌면 속으로 기뻐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참 못된 동생이었구나. 어쭙잖은 질투심에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오빠를 나도 같이 괴롭게 하고 외롭게 한 사람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오빠에게 너무 미안해져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사실은 오빠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더 미친 듯이 노력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내 모습을 어색한 남매사이로 포장해버린 내가 미웠다. 당장 오빠가 옆에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
저녁도 먹지 않고 가만히 방에 앉아서 오빠를 기다렸다. 밤 9시가 넘어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복도로 나갔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오빠를 보는 순간 그저 울컥하는 감정에 갑자기 오빠를 껴안았다. 갑작스럽게 안아오는 나의 모습에 그저 오빠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표정이 어두워지며 나를 밀어냈다.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오빠는 거실에 계신 부모님께 작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
주방에서 밥 먹으라는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같이 식탁에 앉게 되었는데도 식탁에는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 오빠는 그저 익숙한 듯 담담히 밥을 먹고는 먼저 일어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오빠를 바라보다 나도 따라 일어났다. 오빠가 방으로 가고 몇 분 뒤에 오빠 방문을 노크했다. 문이 열리고 나를 발견한 오빠의 표정이 굳었다.
“왜 왔어?”
“오빠 잠깐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난 너랑 할 얘기 없어. 니 방으로 가.”
“...그... 그 동안 미안했어. 나 되게 ... 나쁜 동생이었지?”
“.........”
“...한 대 쳐.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라고 하고 싶은데.... 한 대 라도 괜찮으면 쳐.”
“하....내가 널 왜.... 그리고 내가 널 때리면 부모님한테 더 혼나는 건 알아?”
“.........”
“...가라.”
얘기 좀 하자는 말에 돌아가라며 차갑게 인상을 굳히는 오빠를 보고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마음 같아서는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 맞을까봐 고작 한대 쳐 라는 말을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한참 동안 어떤 기척도 나지 않아 눈을 슬며시 뜨며 고개를 들었다. 당황한 표정을 한 오빠가 보였다. 이내 작게 한숨을 쉬던 오빠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윽고 나온 오빠의 대답은 나를 더 마음 아프게 했다. 또 내가 오빠의 상처를 건드린 것만 같아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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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집으로 들어오는데 갑자기 탄소가 나를 껴안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던 너에 당황해서 나는 얼굴을 굳히곤 너를 밀어낸 것 같다.
방으로 돌아오니 왜 네가 나를 갑자기 껴안았는지 의문스러웠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평소에는 대답도 잘 하지 않고 무시하던 네가 갑자기 이렇게 행동해오니 네가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밖에서 들리는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한숨이 나왔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 식탁에 앉아서인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한 가지 늘 그렇듯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 부모님은 이제 그러려니 생각했다. 침묵 속에서 내가 식사를 다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너도 나를 따라 일어났다.
몇 분 뒤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고 그게 너라는 걸 알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너에 당황해 몸이 굳어졌다. 나보고 얘기를 하자는 너에 말에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몰라서 그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나는 너와 하고 싶은 얘기도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너를 돌려보내려 했다.
갑자기 너를 때리라며 눈을 질끈 감는 네 모습에 정말 당황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으니까. 한숨이 나왔다. 너를 때리라니... 너를 때릴 마음도 없었지만 만약 때린다면 부모님이 어떻게 나오실지는 알고 이러는 걸까?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그렇게 너를 돌려보내고는 그냥 잠이 들었다.
. . . 정말 넌 왜 나에게 갑자기 그런 행동들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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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9월의 노래 작가입니다.
9월의 노래는 2명이서 공동집필해서 나오는 내용을 정리하여 나오는 글입니다.
처음에 톡으로 시작했던 내용이 어느새 많아져서 이렇게 글로도 나올 수 있어서 신기하고 그렇네요
톡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내용이 너무 맘에 들어서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음.. 일단 치유하는 내용이 주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그런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태형이의 상처를 여동생이 잘 보듬어주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다음글도 빨리 들고오겠습니다.
그러니 글 속의 김남매 많은 사랑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 총총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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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흑백 이번 시즌은 왤케 조용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