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_인피니트: 러브레터
D-1: 분홍머리 남자애
W. 람쥐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늘 하루, 꼬여도 완전히 꼬일것 같다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어젯밤에 집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인지 여전히 열려있는 베란다의 문을 닫으려 가까이 갔다가 웬 까마귀 한마리를 보고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던져놓은 수건을 밟고 넘어진것도 그렇고, 그래서 팔꿈치에 시퍼런 멍이 든것도 그렇고. 또, 교문을 통과할때 일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지각한것도 그렇고, 교실에 올라오니 예상은 했지만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라거나, 또는 알아도 친하지 않는 얼굴이라거나. 담임이 작년에 나와 죽어라 싸우던 물리쌤인것도, 그리고 염색 푸는걸 까먹고 풀지 않아서 혼자 엄청나게 튀는, 내 핑크색 머리마저도.
인정한다. 나도 내 머리가 엄청나게 튄다는 것은. 하지만 나는 결코, 절대, 이 머리 그대로 등교할 생각따위는 없었다. 다만, 어제 일박이일을 보다 염색을 풀러 가야한다는걸 까먹고 잠들어버려서 오늘 깨어난게 문제일 뿐이지.
대놓고 수군거리는 아이들에 후드를 뒤집어 썼다. 마치면 바로 미용실부터 달려가야 할것 같았다. 아니, 그 전에 담임한테 먼저 불려가겠지만.
"이름이는 쌤 따라오고, 나중에 담임 시간에 보자."
담임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목이 집중된게 느껴졌다. 그래, 나라도 이런 머리를 한 애의 이름이 궁금할거니까 애들을 원망하거나 하진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어제 일박이일을 보다가 잠이 든 나를 원망해야지.
"이제 고삼이니까 정신 차려야 되지 않겠니. 언제까지 그런 헛된 꿈가지고 살거야. 부모님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머리는 일주일 안에 미용실 들려서 풀어올거에요."
내가 물리를, 아니 이제 담임을 싫어하는건 이것 때문이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내 가족 관계를 가지고 내가 불쌍한 애인 마냥 그래서 엇나간 애인 마냥 굴었기 때문이다. 내가 밴드를 하는 이유는 이혼한 부모에 대한 같잖은 반항 따위가 아니었는데.
"...와...."
교실로 돌아가다가 처음 보는 얼굴에 걸음을 멈췄다. 꽤 준수한 얼굴에 매력있게 생겼는데 이런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거라면 신입생인건가 싶어 지나가려는데 나를 보는 그 시선이 어쩐지 찜찜하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닿은건 내 분홍색 머리. 역시 머리를 풀때까진 후드를 뒤집어 쓰고 다니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모자를 썼는데 그 남자애가 뒤집어 쓰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말한다.
"내랑 머리색 같네."
정말 나와 비슷한 머리색을 한 남자애에 할 말을 잃었다.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던 이유도 나와 같은 이유였겠구나.
"명찰 보니까 삼학년인것 같고... 몇반인데?"
"...1반."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애에 교실로 돌아가려다 문득 궁금한게 떠올라 남자애에게 물었다.
"너 사투리, 부산 사람이야?"
그러자 남자애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딱 봐도 부산 사투리를 쓴다고 얘기해주려다 어깨를 으쓱하고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교실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으니 문득 그 남자애는 전학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삼학년인걸 알면서 반만을 쓰고, 부산 사투리를 쓰는 처음 보는 남자애.
우리반일까.
"다니엘이야, 강 다니엘."
후드를 벗고 인사를 하는, 명찰에 정말 이름이 강다니엘이라고 쓰여있는 남자애는 우리반이었다. 덧붙여서 유학가기 전 부산에서 자라서 사투리를 써도 이해해 달라고 웃는 다니엘을 보다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점심시간까지 한참 남았는데 벌써 배가 고팠다. 매점 같이갈 친구도 없는데, 이과반 친구에게 찾아가서 같이 가자고 하기엔 미안한데.
"안녕, 분홍머리?"
"...그래, 분홍머리."
쉬는시간 잠깐 자려고 책상에 엎드렸는데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도 분홍머리라면서 누가 누굴보고 분홍머리래.
"야."
"어?"
"매점갈래?"
이미 자기엔 글렀고 매점이라도 갔다올 생각으로 다니엘에게 물으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혼자 가도 큰 상관은 없기에 싫으면 말고, 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웃으며 대답한다.
"응, 가자, 매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왜인지 대형견 같아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 민망해서 벗고 있던 후드 모자를 뒤집어 씌웠다.
"아, 모자쓰면 머리 흐트러지는데!"
"난 그 튀는 분홍머리랑 매점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
교실을 나서며 앞서 걸으니까 뒤따라 나오던 다니엘이 내 손목을 잡고 뒤집어 세웠다. 그에 영문을 몰라 다니엘을 올려다보니 이번에는 다니엘이 내 후드 모자를 잡고 뒤집어 씌웠다. 그리고는 그 큰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고 한다는 말이,
"그럼 너도 같이 써. 근데 너 이러고 있으니까 되게 귀엽다."
그리고 또 강아지처럼 헤, 하고 웃는다.
너를 만난 그 날, 햇빛이 들지 않아 더 추웠던 그 복도, 그리고 잠깐 멍하니 서 있던 그 시간, 나는 어쩌면 그때부터 너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 작가 사담 |
결국 쓰고야 말았습니다... 교복입은 청춘 다녤이 보고싶은 나머지...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주세요ㅜ 혹시 읽기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둥글게 지적하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강다니엘 데뷔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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