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식이 싫다. 저 웃음이 싫다. 친한 듯 어깨에 올리고 있는 손을 잘라버리고 싶어. 카메라가 꺼지면 사라질 저 웃음 짓는 입술을 찢어버리고 싶어. 이 숨 막히는 자리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은데, 그럴 수 가 없어서, 그럴 용기가 없어서, 다시 한번 나를 자책하고, 또 한번 너를 미워하고. 하지만 그게 모두 소용 없는 짓이라서-
"표정 안 푸냐, 안재효. 웃어. 카메라 있잖아."
오늘도 웃음 속에 날 묻는다.
01.
없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또 없어 졌다. 분명 테이블 위에 마이크를 올려뒀는데, 화장실에 간 사이 없어졌다, 아니 가져갔다. 고개를 돌리니 쇼파 중간에 앉은 박경이 이쪽을 보며 대놓고 낄낄거린다. 하지만 범인은 아무렇지 않게 폰게임을 하는 표지훈이겠지.
내가 다가가자 박경이 표지훈의 어깨를 툭툭 친다. 표지훈의 눈이 올라가고 나를 본다. 무슨 볼일 있냐? 그런 표정이다.
"내 마이크 돌려줘. 곧 방송이잖아."
"와- 생사람 잡네? 증거 있어? 내가 가져갔다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가득하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서로 낄낄 꺼리며 사람을 올려다본다. 내가 별 반응이 없자, 흥미가 식었는지 표지훈이 손을 내밀라한다. 왠일로 이렇게 싱겁게 장난이 끝난건지는 모르겠지만 곧 리허설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손을 내밀었다.
카악-퉤. 손바닥 가득 미온의 점액질이 느껴졌다. 어? 실수다. 미안.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박경이 박장대소를 하며 땅을 구른다. 굳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손 위로 마이크가 떨어졌다.
"아. 마이크 더러워졌네. 미안. 내꺼랑 바꿔줄까? 아, 아니다. 그거 하얀게 비비랑 비슷한데, 그냥 닦아서 형 얼굴에 발라라."
"아 미친, 푸하하하하하- 야야, 표지훈 그만 웃겨라 배 찢어질 것같아."
쿨하게, 쿨하게. 안재효 쿨하게 행동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비웃음을 사지 않게 당당하게.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자 표지훈이 당장에 그것을 낚아챈다. 내가 닦아 줄게, 줘봐. 이번엔 무슨 꿍꿍이냐 싶지만 손수건을 돌려줄 생각은 없어보이기에 이물질이 덕지덕지 붙은 마이크를 표지훈에게 내밀었다.
"블락비 준비해주세요! 곧 리허설 시작합니다!"
스텝 한명이 말하다 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머진 형이 닦아."
툭-
손수건을 감싼 마이크가 땅으로 떨어진다. 그럼 그렇지. 손수건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자 큰 발 하나가 손수건 위로 올라온다. 마치 담배꽁추를 끌 때 마냥 발코를 좌우로 비빈다. 구겨진 손수건 반대쪽 면은 아마 새카매져 있을 것이다.
"발. 치워줘."
"발? 아~ 밑에 형 손수건이 있었네. 미안미안."
난 그냥 발목 운동 중이였는데~ 그게 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너무 유치해서 이제는 웃음도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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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휘갈겨 쓴건데요. 대충 이런 재효 불쨩한 느낌으로 갈건데 어떤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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