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박지훈/배진영/주학년] 러브! 크로니클 :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5/07/20/57f8a21746b48d723f4a1c47b9595998.gif)
~ Love! Chronicle ~
01
2학년이 되면 공부만 주구장창하게 될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단하다는 고3이라는 학년의 바로 아래라 그런지 위압감이 대단해보인 탓일까. 그러나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사람이 변하는 건 아니였다. 2학년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졸음의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했고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허공을 맴돌던 내 눈동자는 무거운 눈꺼풀에 의해 닫혀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깨어있을 때와는 달리 소음과 빛에 대한 감각이 매우 둔해지는 나는 한번 잠이 들었다 하면 왠만한 노랫소리나 형광등에는 쉽게 잠을 깨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잠을 깨우는 목소리가 있으니.
“야 얼른 일어나 빨리!”
바로 연극부 부장이자 내 친구인 안형섭님의 목소리가 되시겠다. 저 말 뒤에는 홍보 안갈꺼야? 차장맞냐?라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본인이 연극부의 부장이라는 것을 당당히 드러내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 그래놓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너 연극부 부장이지? 혹은 연극부지? 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들었을 때 자신이 연기를 하는 사람인게 티가 나느냐, 내 연기를 본 적 있느냐 하며 들뜬 목소리로 대답 아닌 대답을 할 것이다. ― 분명 목소리에는 표정이나 눈빛이 없는데, 마치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두 눈이 담긴 듯한 목소리에 나는 눈썹에 얄팍한 인상을 쓰고 잠을 깨야만 했다. 목소리 주제에 내 등뒤를 쿡쿡 쑤시는 기분이 들게해 등을 살살 문지르는 행동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안형섭이 쉬는 시간이 되면 우리반에 곧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동아리 홍보 때문이다. 또 굳이 나한테 오는 것도 내가 차장이라는 이유 때문이고.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동아리 활동을 꽤나 크게 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안형섭과 내가 속한 연극부는 학교를 대표할 만한 동아리중 하나로 손꼽혔다. 안형섭은 다른 부서 따위에게 그런 수식어를 나눠 쓸 수 없게 해줄꺼라며 더 뛰어나고 특별한 신입생들을 모으기 위해 동아리 홍보에 전력을 다했다. 이렇게 열정이 충만한 안형섭 옆에 늘 붙어 있다가 졸지에 차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나 또한 홍보에 매진해야만 했다.
그래서 오늘도 보나마나 안형섭에게 내 모든 쉬는 시간을 반납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왠지 잠이 오지않는 탓에 두 눈을 멀뚱하게 뜬 채로 안형섭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60번이 넘게 울리도록 우리반에는 안형섭의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아싸! 개이득. 속으로 중얼거리며 홍보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책상에 제 상체를 눕히곤 눈을 살짝 감았다. 아, 잠이 솔솔 오려던 참이였다. 왜 오지 않았냐며 큰 두눈으로 날 째리는 안형섭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이정도면 노이르제 아닌가….
축 처진 몸을 이끌고 6반으로 걸음을 옮기자, 항상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바쁜 제 주인 탓에 외로이 있던 책걸상이 눈에 뛴다. 근데 오늘은 좀 다르다. 그나마 그 외로움을 달래주던 검은색 책가방이 없다. 아, 안형섭 오늘 결석이구나. 두 눈을 꿈뻑이며 비어있는 자리를 멀뚱히 쳐다봤다. 활발하고 잘난 외모탓에 누군가 보기에 녀석은 선생님한테 버릇없이 군다거나 교칙이 뭐예요? 라며 자유분방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녀석은 누구보다 선생님 앞에서 예의를 갖추고 염색 한번 해본 적 없는 그런 아이였다. 물론 출결에서도 그랬다. 성적은 노력하는 거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안형섭의 평소 생활을 대변하기엔 맞지 않았지만 생활이나 태도면에서 단 한번도 불량한 모습을 보이거나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각이 불성실한 행동이라는 건 아니였지만 평소와는 다른 안형섭의 이런 행동은 사람을 걱정시키기에 충분했다. 반에 있는 누군가에게 안형섭의 부재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닫힌 내 입이 열릴리가 없었다.
카톡이라도 보내봐야 겠다 싶어 우리반으로 몸을 돌리려던 찰나, 성이름!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다.
“왜 우리반에 있어. 한참 찾았잖아”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바삐 돌아 다닌 듯한 얼굴, 그리고 살짝 녹은 빠삐코를 쥔 왼손. 주학년이다.
“자, 니가 어제 너무 먹고 싶어하길래.”
돼지는 먹고 싶은거 다 못 먹으면 잘 못자라서 먹고 싶은건 꼭 먹게 해줘야 되거든. 하고 어깨를 들썩인다. 자신이 어렸을 때 제주도에서 자라 돼지농장을 했다고 줄곧 말하던 주학년은 꼭 돼지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하곤 했는데 그 말의 앞이나 뒤에는 늘 내가 있었다. ‘돼지는 내가 잘 아는데, 그래서 너도 그렇게 해줘야해.’ 처럼 돼지와 나를 연상 시키는 주학년에 죽을래? 하며 주먹다짐을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주먹을 꽉 쥘 일은 없었다. 장난스러운 그 말 보다는 나를 찾아 돌아다닌 그 행동이, 나에게 빠삐코를 사오려는 그 생각이 더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짝사랑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고독하고 외로웠다. 드라마나 소설처럼 달콤하거나 설레는 건 더 더욱 아니였다. 주학년은 평소와 다를 것도 없었지만 난 그에게 모든 감각을 세우고 집중했으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넘쳐흐르는 그 감정 속에서 허덕이기 바빴다. 헤어나오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감정이였고, 이러한 상황속에서 대처능력은 미숙했으며 서툴렀다.
그런 내가 아직까지 감정을 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친구. 주학년이 나에게 빠삐코를 사주는 것도 친구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부정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는 행동이였다. 내가 학교에 오지 않은 안형섭을 보며 걱정 하는 것. 오로지 친구로서 걱정하고 챙기고 싶은 마음인 것 처럼.
“안받아?”
내 볼에 차가운 감각이 맞닿는다. 안가져가고 뭐하냐는 듯이 주학년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던 주학년은 아, 하며 작은 탄식을 내뱉더니 다시 빠삐코를 제 몸쪽으로 가져가서는 꽁다리를 손쉽게 딴다. 조금 녹아 물렁물렁해진 빠삐코를 따서 그런지 손에는 끈적끈적한 초코가 묻어 찝찝할 손을 뒤로 숨기곤 뽀송뽀송한 손으로 빠삐코를 건넨다. 건넨 손이 무안하도록 내가 멀뚱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는지 결국 제 큼지막한 두손이 내 손에 빠삐코를 꼭 쥐어준다. 꼭 붙은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따듯했다. 아이스크림의 냉기도 녹일만큼.
“고마워.”
그냥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였다. 오늘따라 둘 사이에 고요함이 자주 찾아왔다. 그 고요함을 깨는 것은 모두 주학년의 몫이였다. 또렷하게 날 쳐다보던 주학년이 웃음꽃을 피운다. 눈꼬리가 예쁘게 접힌채 뭐가 그렇게도 웃긴지 배를 잡곤 소리를 내며 웃는다. 와, 고맙대 대박이다. 그 말이 어지간히도 낯설었는지 몸을 부르르 떤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주먹으로 팔뚝을 몇번 내리쳤다. 그런데도 뭐가 좋은지 계속해서 실실 웃는다.
~ Love! Chronicle ~
투닥거리다 안형섭이 왜 결석했는 지 묻는 걸 까먹어버려 결국 카톡을 보냈다. 답장이 아직 오진 않았지만 아파서 안온거겠지, 싶었다. 사라지지않는 1을 무심하게 쳐다보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혼자라도 홍보를 하러가야 할 것같아서.교실 앞으로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자 박지훈이 서있었다. 눈을 깜빡거리며 몇초간의 정적을 맞이했다. 그 어색한 정적을 깬 건 박지훈이였다.
“어디가?”
“…어. 동아리 홍보가려고.”
“아, 그래?”
근데 너는 왜 같이 가는건데(^^)?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며 발걸음을 맞추며 나와 함께 걷는 박지훈에 그래서 너는 왜 같이 가는건데? 라는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뱉지는 못하고 대충 받아주는 척 대답을 했다. 머릿속에서는 도대체 알 수없는 박지훈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이다.
“이름아.”
“응.”
“너 딴 생각하고 있지?”
“응, 아…”
내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는 듯 박지훈이 한 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음을 짓는다. 무심하던 내 표정이 당황으로 한가득 물들자, 그걸 캐치해낸건지 박지훈이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말이 헛나온 거라고 변명이라도 해야한다며 뇌가 빠르게 돌아갔지만 꾹 다문 입을 겨우 헤집고 나온 말은,
미안…. 집중할게.
였다. 아주 정직하게 어휘를 사용해 말한 탓에 스스로 내뱉고도 어색했다. 아, 이래서 아까 주학년이 웃은 건가. 정직하게 사과한 후에 반성,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까지. 6자 반성문이 따로 없다. 말을 들곤, 주학년과 다를 것 없이 박지훈이 웃는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박지훈은 그냥 입꼬리를 올려 작게 몇번 웃었다는 거다. 그래 집중 좀 해줘, 하며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춘다.
“난 너한테만 집중하고 있잖아.”
“…아.”
“알겠지?”
끄덕끄덕, 한 박자 늦게 고개로 수긍하던 순간 이였다. 박지훈의 큰 손이 내 팔목을 휘어잡아왔다. 그러곤 그대로 끌어당겨 나를 제 몸 앞에 둔다. 갑작스레 몸이 뒤로 당겨짐에 당황해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괜찮아? 걱정스런 박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자 곧 단단한 벽이 박지훈의 가슴팍이라는 사실을 알게돼 소스라치게 놀라 떨어진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위를 살핀다. 몸은 떨어졌지만 손목은 잡힌 상태였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고개를 돌리다 모르는 얼굴과 눈이 마주친다. 그 옆에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도 함께.
♪
안녕하세요 숭히 임미다 !
일단 제가 캐릭터 설정, 전반적인 흐름같이 기본적인 것도 짜지않고 저번에 그냥 글을 막싸질러 올려버렸는데요 (^^);
그래서 저거만 쓰고 말아야 겠다 싶었는데 봐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무려 댓글도 달아주시고 정말 너무 감동했어효..ㅁ7ㅁ8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1화를 내기로 결정해서 이렇게 저번보다 더 똥글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늦게 온 주제에^^;)
그리고 분량도.. (대가리를 박는다)
일단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 올리구요 나중에 수정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넘넘 감사드리고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세욥!!!
앗 그리고 댓글 달아주신 독자분들 정말 너무 감사해효.. 그래서 혹시 원하시는 분들을 한해서 암호닉은 이번화에만 받도록 할게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함당 (^^).
+)
이번편에 대해서.
1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겠지만 00화의 아랫부분은 학년이가 마자여. 이런 반전 없는 글 ^ㅅ^
2 여주 설명충인가요? 아뇨.. 초반이라 나오는 인물들과의 관계로 좀 설명해드리기 위해서 그런겁니다 ㅎ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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