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고백을 조심하세요!
01
글 음주
"아으으.."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반으로 쪼개질 것 같은. 오늘이 주말이라 다행이지, 이 상태로는 절대 수업을 못한다. 근데 어제 집에는 어떻게 들어왔지.. 아직도 띵한 머리로 핸드폰을 들었다. 오후 한시. 와, 대체 몇 시간을 잔거야..
"..응?"
안그래도 띵한 머리를 울리는 벨소리에 핸드폰 화면을 들어 보니, '정국이'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정국..이..? 살면서 스쳐 지나가지도 않았던 이름인데. 숙취 때문에 헤롱헤롱한 머리를 열심히 굴려 생각해봐도, 아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럼 대체 누구..? 일단 받아야 누군지 알겠다 싶어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아, 누나 일어났어요?'
"..네?"
'머리 아프죠. 그럴만해요. 어제 그렇게 마셨으니까.'
"아니..누구..신지."
'어, 나 기억 안나요? 어제 나한테 고백했잖아요.'
...예?
그 순간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네..?"
'진짜 기억 안나는거면 좀 서운한데.'
"제..가..고백을..했다구요..?"
'네. 누나가, 나한테.'
대체 어제 무슨 짓을 한거지. 미쳤니 성이름?
"저..저기 일단 끊을게요!"
'생각나면 다시 전화해요 누나!'
정국이라는 분이 뭐라고 하든 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어제 같이 술을 마셨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자마자 다다다 빠르게 말을 쏟아내니 친구가 정신없다며 소리를 빽 지른다. 근데 내가 더 정신없어..친구야..
"야..나 어제 사고친 것 같아.."
'쳤지 사고. 그것도 아주 대형사고.'
"..진짜..?"
'어. 연하 남친 생긴 기분이 어떠냐?'
"대..박.."
드디어 기억이 났다. 친구가 드디어 생각났냐며 나에게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한다. 원래 안그러는 애가 왜 그랬냐, 어제는 그럴수도 있었지만 좀 심했다, 등등. 친구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하던 내 머릿속에서는 어젯밤의 필름이 쭉 매듭지어지고 있었다. 기억이 선명해질수록 참 가관이다.
"야..나 어떡하지.."
'뭘 어떡해.'
"어제 내가 고백한 애한테 전화왔어 아까.."
'헐. 걔 진심 너한테 관심있는거 아니야?'
"..그렇게 추태부리는 여자한테..?"
'아..그건 좀 그렇네.'
친구가 보기에도 많이 추했나보다.. 뭔가 두통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뭘 어떻게 해야되지..
"야 어떻게 해야돼 얘를?"
'뭘 어떻게 해. 어제 실수했다고 미안하다고 해야지.'
"그렇겠지..?"
'응. 뭐..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잘해봐!!'
놀리듯이 말하고선 매정하게도 뚝 끊어버린다. 어째 즐기는 것 같다 친구야..ㅎ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사과는 해야겠다 싶어 손을 벌벌 떨며 여전히 '정국이' 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간결한 전화연결음이 이어지고, 나는 불안함에 입술을 꾹꾹 깨물었다.
'아, 누나. 기억났어요?'
"..저기..제가 어제 좀 실수를 한 것 같아서.."
'그래서요?'
"죄송..합니다. 사과드릴게요."
'그게 끝이에요?'
"네?"
'고백도 다 실수에요? 난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진짜 나랑 사귀겠다는 건가 지금. 정국이라는 연하남은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된 나에게 쐐기를 꽂듯, 단호한 어투로 말한다. 누나랑 나랑 사귀는 사이잖아요. 으..제발..너무 창피한데 지금...
"그거는...어제 술..에 취해서.."
'나 누나 스타일이라면서요. 아니에요?'
"그..건.."
'그럼 만나요 오늘.'
"네??"
애가 뭐 이렇게 거침이 없을까. 어제 당한 거 갚아주려고 그러는 건가.. 설마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겠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전화를 끊고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 거울을 보니 어제 과음한 결과가 얼굴에 처참히 드러나있다. 아.,진짜 어제 왜그랬니..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하다가도 약속시간에 늦을까 화장하는 손을 서둘렀다. 내가 다시는 술 마시나 봐라!!
*
미치겠다 정말. 만나기로 한 카페 앞에 도착해서 핸드폰 화면으로 대충 거울을 보고 머리를 정리했다. 어제 별 이상한 모습 다 봤을텐데 오늘이라도 정상적인 모습이어야 된다. 벌써부터 민망해져 한숨을 푹 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얼굴은 기억이 나서, 벽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정국이라는 분께 조용히 걸어갔다. 아, 창피해 진짜..
"안녕하세요.."
"아, 왔어요?"
"그..제가 어제.."
"누가 쫓아와요?"
"네?"
"천천히 해요 천천히. 커피도 좀 마시고."
내가 너무 본론부터 말했나 싶어 어색하게 웃어보이고 음료를 주문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는다. 그 덕에 난 어제의 추태가 새록새록 떠올라 점점 더 민망해진다.
"술은 좀 깼어요?"
"네.."
"안 깬 것 같은데."
술이 깼다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닌 것 같은데, 한다. 사실 다 깬 건 아닌데 티 많이 나나.. 정곡을 찌른 말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꾹꾹 깨물자, 테이블 위에 뭔가를 올려놓는다. 뭐지 했더니, 컨디션 레이디 라고 적힌 숙취해소음료다.
"마셔요."
"감사합니다.."
"누나한테 술냄새나요ㅎ"
윽. 조금 감동 받은 거 취소다. 잘 마시다가 저 한마디에 켁, 하고 목에 걸릴 뻔 했다. 약간은 원망섞인 눈으로 쳐다보니 능글맞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내가 이런 말에 욱하고 그럴 입장이 아니지 지금.. 얼른 꿀떡꿀떡 다 마시고 정국이라는 사람을 쳐다봤다. 어제도 생각한거지만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아..지금 뭐라는거니 또.
"그래서, 우리 어떻게 되는 거에요?"
"..뭐가.."
"어제 사귀기로 했잖아요."
으악. 진짜 아침부터 느낀 거지만 말을 돌려서 하는 법이 없다. 나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지. 얼굴 가득 장난끼가 묻어있는 게 원래 이런 성격인가 싶기도 하고.
"그건 술 취해서 그런거였죠.. 제 정신이 아니었잖아요."
"나는 정신 멀쩡했어요!"
"멀쩡한 사람이 왜 그랬어요?"
"뭐가요?"
"그냥 술 취한 사람 주정이구나, 하고 무시하시지.."
적반하장인거 아는데, 주정을 무턱대고 받아준 이 사람도 나름..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 아침에 먼저 전화까지 하고! 진짜로 나랑 뭘 해보겠다는거야 뭐야!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그니까, 그..네?"
"예쁘잖아요, 누나."
"므..뭐요?"
예고도 없이 고백 비스무리한 걸 하더니, 예쁘게 웃어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그 얼굴로.. 자꾸 그렇게 웃으면서 들이대면..
"예쁜 누나, 나랑 만나요."
넘어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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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이라 두근두근 합니당..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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