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오지코] 형아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a/1/ca1c467e279049e16abafddb3accc03d.gif)
" 꼴도보기싫어! "
.
.
형의 가시박힌 말을 듣고 난 그대로 등진 형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나선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어둑어둑해져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눈을 끔뻑였다. 몇 분 새에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흙이 묻은 운동화를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털어내곤 그에게 던지다시피 받은 꽃다발을 품에 안고는 힘없는 걸음으로 터벅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표지훈네 집에서 조금 더 가야 있던 형의 집에서, 형이 아직 발걸음을 완전히 돌리지 못하고 우리집 근처에서 힘없는 날 지켜본 걸 모른 채로.
" 아우 씨.. "
집에 오자마자 거칠게 외투를 던지다시피 벗어버리고는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대체 무슨 상황이지?
답답한 마음에 그가 뭐라고 말이라도 해줬음 좋겠다. 라는 생각 뿐이였다.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데 도가 텄나보다, 형은.
답답한 마음에 눈을 잠깐 감았는데 그새 잠이 들었었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습관에 눈뜨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찾았다.
부스스한 눈으로 게슴츠레 눈을 뜨고 액정을 보니, 세상에. 부재중 전화 두 통에 문자메시지가 5개나 왔었던 것이였다.
그것도 지호형에게서.
「오늘졸업했는데
그렇게 꽃다발줘
서 미안.
-지호형-」
「그래도우리좋았
었는데
-지호형-」
「나만그랬던거야?
나만기념일세고?
-지호형-」
「남자끼리사귄게
그렇게못견딜거
였으면애초에왜
고백할때..아니
다.
-지호형-」
문자를 보자마자 억,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무슨 몇 천 피스씩이나 되는 퍼즐을 맞추는 듯 머리를 쥐어짜냈다.
제일 의문이였던 건 마지막 문자에 있던 마지막 글
' 고백할때.. 아니다. '
이 한줄만 보고서는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가 예전에 사귀자고 고백이라도 했었던 사인가? 싶었다. 고백을 맨정신으로 들었을텐데 그걸 기억 못하고 내가 이런거라면 정말 등신이나 다름없다.
무슨 만취상태에서 형이 나에게 취중진담을 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우린 아직 어렸잖아, 술은 말도 안되는 가정이야.
.
.
.
졸업을 하고 난 다음날이였으니 다음 날 아침인 오늘, 학교에 갈 리가 없었다. 습관적으로 7시도 되지않은 시각에 몸을 본능처럼 일으켜
시계를 보고나서 씻어야겠다, 하고 양치를 하는데 번뜩 든 생각. 아차, 나 졸업했지.. 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고 나서 세수까지만 하고 나서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나질 않아 한 게 지호형 생각이라면 거짓말이였다. 아침에 눈 떴을때부터 지호형 얼굴이
두둥실 떠 다니는 것 같았다. 어제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 꼴도보기싫어! " 하고 말했던 형처럼.
" 뭐가뭔지.. "
멍청해진 머리를 긁적이며 외투를 하나 입었다. 그리곤 천 원짜리 몇 장을 구겨쥐고 집 앞 편의점으로 나왔다. 얼마 전부터
형이 알바를 하던 곳이였다. 사실 무슨 핑계에서라도 사이를 풀어나가고 싶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 끼익― '
" 어서오세.. 아, "
이른 아침이라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유니폼인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형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먼저 피한 쪽은 나였다.
그리고선 터벅터벅거리며 그의 온 신경이 곤두서게, 슬리퍼를 직직 끌며 우유가 잔뜩 있는 코너로 갔다.
그리곤 딸기우유를 종류별로 제 품에 그러안곤 계산대에 산떠미만큼은 아니여도 꽤나 많이 올려놓았다.
" 계산할껀데. "
멍하게 딸기우유를 내려보던 형이 헛기침을 하더니 바코드기를 잡고 일일이 우유들을 찍고 있었다.
그때다 싶어서 정신없이 바코드를 찍는 그에게 낮게 읖조리며 말했다.
"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죠? 그치? "
" ..6300원입니다. "
" 어제 문자들 뭐에요? "
그에게 천 원짜리 일곱 장을 건네려고 구깃구깃한 지폐를 일일이 펴 넘기려고 하는 척, 하다 다시 제 쪽으로 손을 당겼다. 약올리기라도 하는 마냥.
내 행동에 의아해 그제서야 그가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 남자끼리 사귄게 뭐.. 고백이 뭐.. 나 이런거 모르겠다구요. "
" 너.. "
" 왜 형은 어제부터 앞뒤설명 다 잘라먹고 내가 못알아 듣는 말만 해? "
" 표지훈! "
" 형 어제부터 이상해 아무래도.. "
내가 하고싶은말만 다 하고 말 다 잘라먹으니까 형도 기분 이상하죠?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대신에 돈을 건네는 일로 마무리지었다.
봉지에 가득 넣어진 우유들을 건네받고 한참을 뚱하게 있다가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 이거, 내가 주는건데. "
" ... "
" 잘 생각해봐요. 나 형 문자내용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
툭, 하고 말을 건네고 괜시리 집업 지퍼를 목까지 쭉 올리고 편의점을 나서려고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밀려는데,
" 표지훈, 기억 안 나? 니가 우리집에와서 잤을 때.. "
' … ? '
" 잤을때, 내가 너 깬줄 모르고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알고보니 넌 깬 상태였고, 너도그래? 하고 물어봤을때 니가 응, 이랬었잖아..! "
' …! '
" 잠결이였던거야? 그때 깨있었던 게 아니라? "
" 아니, 형.. 그게..! "
" 잠결에 대답해서 나 혼자 사귀는 줄 알고 착각했던거야? 그래서 어제 니가 무슨 사이냐고 했던 거에 혼자 발끈하고? 다 나 혼자였어? "
.
.
형의 말에 그제서야 천 피스짜리 조각이 맞춰지고 있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피스가 남았고, 형이 내게 마지막 한 피스를 손에 쥐어주는‥ 기분이였다.
문을 열려던 손을 즉시 떼어버리곤 거칠게 계산테이블을 올려 형의 손을 쥐고 가게 인적드문 외진 코너로 형을 몰아넣었다.
내가 다 잠 든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였어? 그 때 이후로 형은 나를 애인으로 여겼던 거야? 그리고.. 어제 내 말에 어이가 없었던 거고?, 하며 연신
확인절차를 재차 거친 후 형의 어깨를 양 손으로 꾹 눌러 잔뜩 긴장한 형의 얼굴에 제정신인지, 반 쯤 핀트가 나갔던 것이였는지 알고보니
제 얼굴이 그의 입술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대로 형과 내 입술이 맞닿았다. 입술이 부빗대는 소리, 쭈웁. 하고 민망한 소리가 나자
그제서야 형도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밀쳐냈다.
" 형, 형이 이제껏 기념일 계산해왔던거. 오늘 몇일째야? "
" 2.. 21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어떻게쓴지도모르겠어요ㅜ;급전개..이제부터급진도 ㅎ//ㅎ
댓글은연재에큰힘이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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