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권순영] はる : 一 .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4/03/1/36c0bd32403193e6756a5455a20b7e2f.gif)
はる
: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능력자 호시 (순영) x 평범한 너
↑ 브금 선택은 자유입니다 (๑❛ᴗ❛๑) ↑
***
학과를 위하여 건배!
건배에 -
씨발, 학과는 무슨. 이번에도 학회장이 그따구인데 잘 굴러가겠냐고. 저번엔 돈을 밝히는 어느 선배였는데 올해는 소문난 바람둥이다. 우리 학과는 망했나보다, 정말. 소주를 콸콸 소주잔에 따른 뒤 거침없이 마셨다. 그리곤 마요네즈를 듬뿍 찍은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었다. 속으로 학회장을 마구 곱씹으면서 말이다. 짭짜름한 맛이 입 안에 맴돌았다. 이번년도는 제발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세요. 쓰레기같은 새끼들이 내 근처에 안 붙기를, 제발. 아멘. 부처님, 하느님 전부 도와주세요.
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몰라, 걍 마시고 뒈지지 뭐.
너 그냥 가라, 엉?
지금 가면 또 말 나오지 않냐. 그럴 바엔 여기 있으련다.
옆에서 맥주와 소주를 말아 마시려고 하던 이지훈이 젓가락으로 잔 속을 톡 치며 말했다. 자기는 무리 안 하나. 콧김을 한 번 쐬고는 술을 더 마셨다. 그냥 가라고. 소맥을 제조한 이지훈이 한 입 마시고선 내게 말했다. 갑자기 챙겨주는 척이야, 진짜. 말을 무시하고 자꾸 술을 마시자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마시던 이지훈이 내 겉옷과 가방을 챙기더니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 옷 뒷목부근을 잡고선 끌어당겨 내 손목을 잡고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시끄럽던 가게 내부의 소음이 잔잔해지자 그제서야 윙윙 울리던 머리가 차분해진 거 같았다.
자, 이거.
나 더 마실 수 있거ㄷ,
그냥 내가 가라고 할 땐 좀 가.
이지훈은 내게 내 겉옷과 가방을 던지듯 주고서는 다시 가게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그저 멍하니 이지훈이 들어간 가게 안을 쳐다보다가 겉옷을 챙겨 입고선 입만 꾹 다물고 집으로 향했다.
이지훈은 내 대학생활의 걸림돌이다. 달달하게 대학생활을 하려고 했건만, 이지훈 덕분에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고딩 때 원수지간인 우리 둘이 이렇게 변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만나기만하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깎아내리기 일 수였는데. 아, 생각해보니 알 거 같기도 하다. 우리는 학기 말에 꽤 어색했었다. 그 이유는 이지훈의 갑작스런 사랑 고백 덕분이다. 그 거때문에 이지훈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지냈었으니깐. 걔가 날 좋아할리라곤 1도 몰랐으니깐. 그러다가 이지훈이 나와 같은 대학교에 합격 되자마자 이지훈은 내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쫓아다녔다.
쨌든, 과거 회상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오늘따라 으스스한 거리를 혼자 걷다보니 몸에 오한이 돋았다. 그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내 앞에 왠 건장한 남자가, 아니 온 몸에 멍이 든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아, 씨발!
![[세븐틴/권순영] はる : 一 .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23/19/6a1926d82b3889671103e27b3e6efe4c.gif)
......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보니 그 남자는 움찔거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남자의 두 눈엔 공포감이 가득 몰려있었다. 정작 무서워해야하는 건 나인데. 위아래로 남자를 훑어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발 밑엔 많은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무작정 그 남자의 손목을 잡고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원래 남 도와주는 성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남자는 우리 집에 들어올 때까지 어린 아이처럼 내 소맷자락을 꼬옥 쥐고 있었다.
이것 좀 놔바요.
......
치료 해야 될 거 아니야.
......
설마, 말 못 해요?
남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세상에, 진짜 말을 못 한단 말인가? 그럼 내가 어디서 어떻게 도와줘야한단 말이지? 남자에게 들어와도 된다는 말을 해도 못 알아들을 게 뻔하니 남자를 집 안으로 데려왔다. 일단 소파에 앉혀서 남자의 발을 보니 깊게 패여있는 상처가 눈에 훤히 보였다. 비릿한 피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와 입을 막고선 남자를 쳐다봤다. 조금 아플 거예요. 이해하지도 못하는 남자한테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솜에 소독약을 묻혀서 상처 부위에 두드렸다. 아프지도 않는지 남자는 내 어깨에 손만 차분하게 올려놓았다. 소독까지 다 하고 밴드도 덕지덕지 붙혔다.
나중에 병원가요.
......
병원 알죠? 주사기 있는데.
......
그래, 말 하지도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남자한테 이렇게 떠들어봤자 뭔 소용이 있겠는가. 방으로 가 전에 친오빠가 왔다가 안 가져간 옷들을 꺼내서 건넸다. 그리곤 옷을 갈아입으라고 동작을 취하니 남자가 상의를 곧바로 벗으려고 했다.
아, 아니. 여기서 말고요. 저 방에서 벗고 와요.
남자를 방에 데려다주고선 내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도 안 나오는 남자에 방을 슬쩍 열어 들어가보니 옷을 다 갈아입은 남자가 멀뚱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자요. 자는 제스쳐를 취한 뒤 불을 꺼주고서 나왔다. 이번년도는 무사히 지나가길 바랬는데, 년초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를 행궜다. 그리곤 침대로 가 들어누웠다. 짜피 저질러 버린 일인데. 배게를 꼭 끌어안고선 잠에 취했다.
はる
: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능력자 호시 (순영) x 평범한 너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 나와보니 남자가 언제 일어난 건지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씻겨야하는데... 착잡해졌다. 일단, 내가 먼저 씻고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샤워를 다 마치고 머리도 다 말리고 나오니 남자가 아까 전과 같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새 칫솔을 꺼내서 치약을 묻힌 뒤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조심스레 받더니 닦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하는 남자에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니 머리도 감은 건지 촉촉한 머리로 앉아있었다.
머리 말려야죠.
......
여기로 와요.
바닥을 툭툭 치자 남자는 총총걸음으로 내 옆에 왔다. 남자의 손에 드라이기를 쥐어주니 능숙하게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잘하네요. 손을 뻗어 남자의 등을 토닥여주니 남자는 좋아서 웃는 듯했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머리를 다 말린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던 내 옆에 와서 가만히 서있었다. 이제 가요. 남자의 손을 잡고선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남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왜요?
......
밖에 나가기 싫은 거예요?
......
아무 말도 못하는 남자에 속이 답답해 뒈질 거 같았다. 답답한 가슴을 두어번 내려치다가 결국은 이대로 내두면 안 될 거 같아 억지로 남자를 끌어당겨서 슬리퍼를 신게 하고선 밖으로 나왔다. 남자는 내 뒤를 따라 천천히 걷더니 병원에 도착하자 동공이 마구 움직였다. 그러더니 내 손을 꼬옥 잡고선 고개를 정말 세차게 저었다. 나역시 고개를 젓고선 남자를 병원에 끌어당겨서 겨우겨우 접수를 하고 (이름을 말도 안 되는 걸로 짓느라 고생 좀 했다.) 진료실로 도착했다.
어떻게 찾아오게 되셨어요?
......
저기요?
아, 그 발바닥에 많이 상처가 나서요.
아, 그러시군요. 확인 좀 하게 슬리퍼 좀...
난관에 도착했구만... 한숨을 푹 쉬고는 뒤에 서있다가 남자 앞으로 가 슬리퍼를 벗겨줬다. 남자는 내가 다시 뒤로 가려고 하자 내 손을 꼭 잡더니 놓아주질 않았다. 당황하다가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께선 소독약과 밴드를 발바닥에 붇혀준 채 됐다며 보내줬다. 참으로 쿨하신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의 손을 다시 잡고 밖으로 향했다. 남자는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다 무언가를 내게 건넸다.
![[세븐틴/권순영] はる : 一 .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11/13/4100de0aa5f8b82d798b96940031ce6e.gif)
......
이게 뭐예요? 호시?
......
설마 이름이 호시예요?
......
남자가 건넨 건 다름이 아닌 무슨 증 같은 거였다. 뭔지는 잘 몰랐지만 남자의 얼굴 사진과 함께 호시라는 이름이 써져있었다.
보기완 다르게 이국적인 이름이다. 근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 뭘 할 수가 없었다. 진짜, 답답해서 뒷목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황급히 남자를 데리고 서점에 가 유아용 한글 떼는 책을 골라서 동화책 몇 권을 골라서 계산대에 올려놓으니 직원이 웃으며 '애기 거예요?'라고 물어본다. 낯선 남자랑 무슨... 기가 찼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이고선 재빨리 집으로 향했다.
*****
남자를 내 앞에 앉히고선 책과 공책을 펴 남자 쪽으로 돌려 남자의 손에 연필을 쥐어줬다. 생뚱맞게 연필을 잡는 남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남자의 손을 바르게 고쳐주니 곧장 잘 따라했다. 그런 남자에, 아니 호시씨에 웃다가 기역부터 차근차근 알려줬다.
이건 '기역'이에요. 기역, 따라해봐요.
......
'기역' 말해보라니깐요?
![[세븐틴/권순영] はる : 一 .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4/30/21/e458c962a5215cbb9583359f04443c66.gif)
기, 기역...
호시씨는 내 눈치를 보다가 드디어 입을 뗐고 나는 그런 호시씨에 너무 기뻐 호시씨를 와락 안아버렸다. 나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다 해맑게 웃으며 제 등을 토닥여오는 호시씨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빠르게 떨어져 다른 것도 하나 둘 알려주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배울 수록 호시씨의 말수는 점점 늘어갔다. 몇 단어 밖에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었다. 호시씨에게 샀던 동화책과 공책 한 권을 꺼내서 건네줬다.
여기는 호시씨가 있었던 일,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적는 거예요.
......
그리고 이건 책이에요. 호시씨 수준에 맞췄어요.
......
대답이요, 호시씨.
![[세븐틴/권순영] はる : 一 .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4/30/3/b78653b2cdf2cde04543e33dd1532576.gif)
...호, 호시 꼭 책 읽어야 해?
네?
꼭 저것두 써야하구?
예상 외의 질문에 당황했다. 동공을 거세게 흔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안 하면 내가 없을 때 뭔 짓을 했는지도 알고, 한국어도 쭉쭉 늘 거 같아서. 내 대답에 입꼬리를 추욱 늘린 호시씨에 할 수 있다며 주먹을 꼭 쥐고 파이팅을 외치자 호시씨도 따라서 파이팅을 외쳤다. 그런 호시씨가 귀여워 웃으니 호시씨도 따라서 웃었다. 뭔가 육아를 하는 느낌이 드는 거 같았다.
배가 슬슬 고파와서 일어서니 호시씨가 덩달아 일어서서 날 쳐다본다. 이때까지 못 느꼈는데 의외로 키가 크다. 한참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올려다봐야하는 키차이에 호시씨를 올려다보니 아이처럼 순수하게, 해맑게 방싯 웃는다.
왜요?
호시 배구파.
근데요?
![[세븐틴/권순영] はる : 一 .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12/2/6c5f050b109bb3dabb67777b4e0bc451.gif)
...... (당황)
호시씨가 당황했다. 너무나도 귀엽다... 햅스터 같다, 햄스터. 호시씨는 당황하다 내 팔목을 잡고선 작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너무나 귀여웠다. 지구 부셔! 아파트 부셔!
아, 알았어요. 호시씨 뭐 먹고 싶어요?
(!) 호시 그거 먹구 시퍼.
그게 뭔데요?
그... 꼬꼬댁하는 거어... 알잖아!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
치킨을 말하는 건지 알았지만 괜히 놀리고 싶어서 모르는 척하니 호시씨는 한껏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울상을 짓는다. 잡고있던 내 팔목도 빼고선 소파 위로 가 나와 반대쪽으로 앉아버린다.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된 거 같다...
호시씨? 저기요?
......
저랑 말 안 할 거예요?
......
치킨 먹고 싶은 거 맞잖아요.
(!)
치킨이라는 단어에 바로 뒤를 돌아보는 호시씨가 너무 귀여웠다. 참... 의아하다. 고등학생 때 우주 최강 귀요미라 불리던 이지훈을 보면 전혀 안 귀여웠는데 쌩판 처음보는 남자가 귀여워보인다. 아, 이지훈이랑 원수 지간이라서 그런가. 치킨 사주겠다고 말한 뒤 주문을 하려고 전화를 거려는데 뒤에서 호시씨가 날 꼭 안아왔다.
호시가 먹구 싶은 거 시켜줘서 고마어.
저도 치킨 먹고 싶었는 걸요, 뭐.
호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이럴 때만요?
내 말에 해맑게 웃다가 날 풀어주고선 소파에 앉아 자연스레 티비를 켜서 예능을 보는 호시씨였다. 의사소통이 되니 마음이 안 답답하고 말하는 호시씨가 귀여워 미칠 거 같다. 애 하나를 돌보는 느낌이 든다. 힐링이 되는 거 같고... 귀여워 죽겠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