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문지방께에서 도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돌아서서 자길 보라는 소리였지만 열이 뻗쳐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아야, 고것을 뭣땀시 붙잡고 있냐."
"고것을 뭣땀시 붙잡고 있냐 인쟈 서울 올라가불면 말짱도루묵되는디 고것을 그라코롬 붙잡고 있는다고 답이 나오냐?"
염병. 할말 다해부네. 날 노려보며 문을 닫으려고 문고리를 잡을게 눈에 뻔해서 홧병 나기 전에 니잘 것 없이 승질을 내버렸다.
"이 쌍쌍바새끼야 니같으면 안외우겄냐? 하루에 몇십번도 듣는 소린디! 고만 들들 볶아불고 언능 니네 집에나 가야? 어?"
니미, 육갑 떨고 있네. 그러더니 기어코 방문을 쾅 닫더니 쿵쿵 발소리를 낸다. 저 염병할 자슥이 나와 무슨 관계냐 하면 고것이 참 애매하다.
불알친구긴 친군데, 그렇다고 막 같이 모든 걸 나누고 이럴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친구냐? 그것도 쬐까 그렇다. 그렇다면 애인이냐? 닝기리 개호로잡소리.
도대체 저 놈이랑 나는 무슨 사일까?
변ㅡ백현ㅡ! 밥 쳐먹어 밥,밥. 아침부터 궁디를 퍽퍽 쳐대는 꼴을 보면 불알친구가 맞긴 맞다. 그렇다고 저 놈을 단순한 나의 불알친구 1호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애매하다. 정말로. 이건 무슨 국과순가 뭐시긴가 하는데에 넘겨부러서 의뢰를 맡겨야한다.
"옴메, 미치겄네 미치겄어. 어이 경수친구. 또 뭐시 불만인디 아침부터 오이로다가 진수성찬을 벌이셨데?"
대답 좀 해라. 대답 좀. 눈 앞에 비는 것처럼 경수는 말이 없는 편이다. 지나가다가 한마디 툭.툭. 던지는게 다라서 상남자스런 면이 있기야 하지만 입만 열면 나오는게 욕이라 차라리 대답 안해주는게 고마울 때도 있다. 입이 시궁창이여 시궁창. 쯧.
"아야. 니 서울 언제 올라간데? 허구언날 집구석에 쳐박혀서 오선지나 째리고 있응께 삼수한 아저씨같구만."
"연설하고 자빠졌네. 니가 그라코롬 얘기안해도 알아서 잘 할텡께 신경끄시요!"
"옴메, 이 친구 보소? 나가 나서서 걱정해주는디 왜 씅을 낸데? 니는 친구한테 시비거는게 취미여? 어? 취미여?"
"친구? 염병하네. 남의 집서 집주인보고 언제 나가냐고 멸치볶음마냥 들들 볶아부는게 어느 나라 친구데?"
"염병? 염ㅡ병? 니 오늘 디쟈불래? 걱정됨시롱 그라지 니는 나가 꼭 아가리 밖으로 꺼내 씨부려야 알아 쳐듣냐? 어?"
경수는 지 마음을 내가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 독심술있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것 때문에 허구언 날 싸우고 쳐자빠지있으면 불알친구는 개뿔이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 나랑 오질라게 안통하는 반 친구. 뭐 이런 것 같다. 그래도 사과는 싸나이 변백현이 먼저한다.ㅡ절대 내가 먼저 잘못해서가 아니다.ㅡ 씩씩대는 경수 앞에서 불쌍한 척 표정 싹 바까뿔고 미안하다 몇마디하면 또 멍청한 경수는 담부턴 그러지말라고 해버린다. 이게 또 어떻게 보면 부부싸움 같기도 하고.
하. 젓가락으로 밥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경수가 깊게 한숨을 쉰다. 워낙에 감정표현을 잘 하지않는 애라서 지금 상황이 참으로 난감하다. 또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정도로 티내는거면 굉장히 화가나는건디‥.
"뭐데? 우리 경수친구 뭣땀시 또 그래에~ 나가 또 뭘 잘못해부렀나?"
"어이. 니말시롱 백현친구야. 니는 암시랑토 않냐? 평생을 꼭 붙아있어불던 친군디. 슴살되불자마자 서울가부러서 헤어지는디. 암시랑토 않냐고."
"아,암시랑토‥해야되냐?"
염병. 뒤져부러 니잘것없는 것아. 아! 아프당께에! 그리고 굉장히 자주. 경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할때가 있다.
그래가꼬 오늘 아침에도 한바탕 해부렀다 안그냐. 어이 친구. 니는 뭐가 문젠지 알긌냐?
"야 백현아. 너는 뉴런이 없냐?"
"뉴,뉴런? 고것이 뭐데?"
"하이고.. 야 찬열아 니가 말해봐라. 답답해 미치겠다 진짜."
훠이훠이. 나와봐. 나를 아니꼽게 쳐다보던 찬열이가 종대를 밀치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니까, 일단 너랑 경수랑 무슨 사이야."
"아따 긍께로! 나가 그것을 몰라서 시방 이러고 있는 것 아니여!"
"지랄을 해라 지랄을. 한 집에 살고 한 집에서 밥 지어먹고 헤어진다고 서운해하고. 이게 다 애인이 하는 짓이지 병신아!"
"옴메옴메. 무서븐 소리하지말아부러야. 갸가 내 애인이라고? 흐미, 등골이 오싹한 것이‥ 나의 마지막은 아마 맞아서 뒤지는걸 것이다."
"됐다,됐어..경수만 불쌍하다"
야 근데‥. 진짜로 갸가 나, 나를 좋아하는 것 같냐? 왜. 확인하는 법 알려줘? 화,확인..확인?
이게 뭐데? 무작정 사와가꼬 들이밀긴 했는데 과연 이게 맞는가 모르겠다. 에이 씨팔. 땡 아님 딩동댕이겠지.
"니 여자 생겨붔냐? 왠 꽃이냐?"
"여,여자 생긴 것이 아니고오.."
옴메. 뻘낙지마냥 몸을 비비꼬아불어야. 아이고 어무니 백혀니가 미쳤는갑다‥. 염병 저 잡것이 진짜. 지 줄라고 사왔는데도 지랄이여. 후. 참자 참어, 니미‥확 그냥.
"니줄라고 사왔응께 그냥 싸게싸게 물병에 꽂아부러."
"오야."
땡인갑네. 땡인가벼. 니미 이걸 좋아해 말어‥. 고맙다. 뭐? 고맙다고.
"근데 이거 꽃말이 뭐데? 꽃말은 알고 사왔을거 아녀."
"꼬,꽃말..어,그,음..그 뭐더라 뭐라케쌌턴디..그.."
"됐다,됐어. 니가 고것을 알겄냐? 알면 서울대 들어갔제. 발닦고 잠이나 자야."
"오,오야."
그리고 그 다음 날, 백현인 서울로 떠났다. 그것이 우리의 스무살 봄. 함께였던 청춘의 끝이였다.
백현이가 내게 건냈던 엉성한 꽃다발은 꼭 그 당시 우리의 봄을 본따만든 것처럼 파랬고. 만개해있었다.
그리고 그 청춘은 언젠가 내 가슴언저리에 앉아 푸르스름한 멍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차갑고 시려운 색의 봄. 우리의 청춘.
청춘 (靑:푸를 청 春:봄 춘)
뚜쉬뚜쉬.. |
낫불마크글, 연습글은 포인트빵개! 분명 백현이 시점으로 시작했는데 경수시점으로 끝난건 필력이 딸리기 때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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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