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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도망쳐 온 곳은 너무나도 적막했다. 그래서 더욱 아파왔다. 내가 살 수 있던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이니까. 그래, 마지막이니까.








소운(疏韻) 00











어둠이 깊게 깔린 밤하늘이 세상을 고요하게 만든다. 고요한 세상에 터벅터벅 소리를 내어본다. 아 어찌 이리 하늘도 매정하게 오늘 달밤도 아름다운가. 의도치않게 흐른 눈물을 아무도 보지 못했으면 싶은 마음에 소매로 쓱 닦아본다. 눈이 맵다. 거친 옷감으로 여린 눈가를 쓸어서 그런 것일까 아님 이 달밤을 이제 보지 못하여서 그럴까. 또 다시 나홀로 서 있는 이 길에선 터벅터벅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래, 나는 이 고요함 속에 나를 담아보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여도 이렇게 시린 새벽바람이라도 나를 기억해 달라며 행동으로 내뱉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길바닥을 얼마나 걸어다녔을까. 익숙한 거리가 또다시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 왜 하필 이 곳으로 왔을까. 아아, 나는 여전히 이 곳에서 머무는 것인가. 나도 모르는 새에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조심히 걸어가 틈을 벌려 안으로 들어갔다. 몇발자국을 걸었을까. 항상 보는 이 곳은 오늘따라 왜이리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내 시야를 가리는 것일까. 등불 켜진 방안에서는 약간의 불빛만 은은하게 비추어지고있다. 그 불빛에 비추어져 반사된 사람의 그림자가 오늘따라 왜이리 더욱 나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것인가.



[세븐틴/윤정한] 소운(疏韻) 00 | 인스티즈



" 밖에 누구느냐. "



안에서 들려오는 조용하지만 품위 있는 나긋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 돌아가려 뒤를 돌아서며 발을 떼려고 하자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바닥과 발이 줄에 묶인 듯 우뚝 멈추어 섰다.



" 잠시만, 아주 잠시만 멈추거라. "

" ... "

" 만약에 밖에 있는 네가 정말로 월이라면.. 정말 월이라면. 한 번만이라도 답을 해주면 안 되겠느냐? "

" ... "

" 딱 한 번의 소원이다. 내 마지막으로 부탁할 터이니 제발 한 번만 대답 해주면 안 되는 게냐? "



왜 이렇게 그의 목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온 것일까. 왜 이렇게 그의 목소리가 내게 아프게 다가온 것일까.

왜 나는 그의 목소리 하나로 또다시 무너져내리는 것일까.

눈물이 또다시 흘러내린다. 가슴이 미어져온다. 눈가가 시큰해져온다.



" 도련님은, "

" ... "

" 왜 하필 저에게 다가온 것입니까? " 

" ... "

" 왜 도련님은 저에게 자신에게 기대라고 하신 겁니까? "

" ... "

"도대체 왜, 왜.. 저를 사랑으로 돌봐주신 겁니까? 왜! 저를, 저를 그렇게 아프게 만들어놓고 도련님 탓도 못하게 못난 제가 도련님을 사모하게 만드신 겁니까? "



참을 수 없는 눈물은 멈출 수 없다는 듯이 펑펑 쏟아져내렸다. 잠긴 목소리는 쩍쩍 갈라져 듣기 싫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온다.




" 왜 저만 이렇게 아픈 건데요... 왜.... "




숨이 턱하니 막혀온다. 아, 이제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이제 더 이상 그도 나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서로에게 무엇도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발에는 아무것도 묶여있지 않았다. 밧줄도, 혹은 다른 것들도. 아님,


인연이라는 무거운 줄일지라도 말이다.




" 도련님을 만나서 그동안 무척이나 행복하였고 삶이 아름다웠습니다. 함께 지낼 때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고 떨어져 있을 때 도련님을 생각하면 행복해졌었습니다. 그만큼 정말 도련님을 사모하였습니다. 그러니 소녀, 도련님의 축복을 빌고 싶습니다. "




눈가에 묻어있던 눈물 자국을 애써 벅벅 닦아내며 지워냈다. 그래, 마지막으로 아주 마지막으로 하고 가자.




" 꼭..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하며 또 기원하겠습니다. 소녀, 도련님께 절 한번 올리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이것만큼은 허락해주시옵소서. "




끝까지 볼 수 없는 그 매정하게 닫혀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손을 이마에 얹었다. 울지 않겠다는 다짐이 우습게도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냥 환히 웃어 보였다. 몸이 숙여진다. 결국 땅과 맞닿는다. 입을 물고 있던 이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입가가 떨려온다. 




" 만수무강하옵소서. 미천한 소인을 잠깐 머물다 간 행인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리소서. 꼭 영원히 행복하시옵소서. "




보지 못할 그지만 그래도 가장 환하게 웃어 보였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무시한 채 일어섰다. 입안에서는 비릿한 피맛이 맴돌았다. 또다시 공기 중에는 적막함과 쓸쓸함, 외로움만 담겨져있다. 그 사이를 또다시 터벅터벅 걷는다. 대문 밖은 어둠을 걷힌 아주 빨갛게 환한 횃불 빛만이 가득해 길을 비추었다. 스스슥-.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나무 가지들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면서 떨어지는 꽃잎들이 내 가는 길을 마중 나왔다. 달빛이 비추며 꽃잎이 마중 나와있는 길이라니. 참 아름다우면서 비참했다. 문을 열었다. 눈을 감는다.  



" 죄인을 향해 쏘아라! "


커다란 바람소리들과 함께 소리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눈물과 함께 꽃잎이 떨어진다. 타오르는 뜨거움이 내 몸을 적신다. 입가에는 미소가 머물러진다. 땅과 맞닿으며 눈을 떴다. 달이 참 예뻤다. 또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떨어지는 꽃비가 아름다웠다. 아, 이제 끝인가 보다. 잠이 밀려왔다. 참 포근하지만 차가운 잠이었다. 내가 진작 말했지 않았는가. 날이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비참했다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 아팠다고.


점점



눈이




감겨간다.







안녕.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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