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죄송합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원래는 7~10화 분량으로 글을 써놓았었고 그 글을 1~2일 간격으로 꾸준히 올리며 작품활동을 시작하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메모장파일이 들어있는 USB가 고장나서 자료복구가 불가능하게 됐고, 그로 인해 처음 2주간은 상실감으로 살다가 작품을 다시 쓰는걸 포기했었고 그렇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작품이 생각났고 너무도 신경을 쓰고 썼던지라 포기할수 없다는 마음에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글을 써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한번 썼던거 또 쓰기 정말 힘들거든요.. 그 전에 썼던게 더 재밌었던것 같지만 똑같은 내용으론 기억나지도 않고.. 심지어 10번도 넘게 고치고 또 고쳤던 글이라 아무리 쓰고 또 써도 그 전만 못하단 생각에 또 다시 포기를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떨쳐지지 않는 미련에 다시 굳게 마음을 먹고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덕에 재미는 많이 떨어졌겠지만 그래도 이해해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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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Voice H |
어둡고 음침했던, 무서움과 두려움만이 가득했던 밤이 가고 밝은 아침이 찾아와 기쁘고 다행이라 생각하며 또 다른 아침을 준비하는 다른사람들과 달리 뜬눈으로 아버지와 찬열에 대한 걱정만으로 하룻밤을 지새운 백현, 돌아오지 않는 찬열과 아버지 생각으로 침대위에서 무릎을 끌어올려 턱을 괸채 그 무엇도 하지 못한채 웅크린 몸을 더 껴안으며 애꿎은 손톱만을 물어뜯고있었다. 점점 백현의 상상속 찬열과 아버지가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있을때쯤 들린 쾅쾅소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용수철마냥 튀어올라 벌컥 문을 연 백현의 눈에 담긴 두 사람. 백현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두사람. 백현이 그토록 소망하던 두사람이 서있었다.
"미안해요, 병원근처에서 아버님을 찾긴 했는ㄷ.." "고마워요."
"무사해줘서 고마워요. 아버지 모셔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자신의 등을 토닥여 달래주는 찬열도, 이제 그만울고 들어오라며 사내자식이 어디서 눈물을 보이냐며 가벼운 농담과 함께 찬열에게 들어오라 말하는 자신의 아버지도 모두 무시한채 찬열을 부여안은채 고맙다는 말만 되내이며 펑펑 울고만 있는 백현이다.
그날의 사건 이후 부쩍 가까워진 두사람. 두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그와 비례하게 서로에 대한 마음도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가까워진 사이도, 커진 마음도 서로에게 차마 표현하지 못한채 마음속에서 묻어두고 입안에서 맴돌기만 한채로 묻혀갔고. 찬열도 백현도 둘다 안절부절하며 이 사람을 잡아야 하는것인지 아닌건지 그거 하나만을 고민하며 시간이 흘렀다.
1950년 6월 23일
"찬열씨!" "어? 아..어, 백현아.."
그간 사이 바뀐 백현을 부르는 많이 편해진 호칭과는 달리 오늘따라 유난히 어색해보이고 굳어보이는 찬열의 모습에 무슨일이 있나 하는 걱정섞인 마음으로 가득차던 백현, 갑자기 제 손을 팍 잡아채 자기손에 쥐는 세훈의 행동에 놀라 눈이 커진다.
"..이틀뒤! ..데이트 하자." "..네?" "..교제.. 하자. 백현아."
그리고 갑작스레 쏟아진 찬열의 고백. 평소의 대범하고 장난기많은 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수줍어하는 찬열의 모습이 재밌는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백현을 보고서는 결국 버럭 하고 성질을 내버린다.
"ㅇ..왜 웃냐?" "그냥요, 재밌어서요." "..." "데리러와요." "어?.." "이들뒤에, 여기서 기다릴테니까 데리러 오라구요." "..어? ..어,어! 어! 응. 그럴께."
민망해 지른 소리와 빨개진 얼굴도 잠시, 곧이어 들린 백현의 허락이 담긴 대답에 양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더니 나 지금 몹시 신났어요 라는 표정으로 기쁨이 담긴 소리를 빽 지르고는 펄쩍펄쩍 뛰다가 곧 백현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백현은 그런 모습의 찬열이 귀여운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은채 찬열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마저 쓸려던 병원 앞 마당을 쓸기 시작한다. 지금 이순간 그 누구보다 행복할 18살의 아직 어린 소년들. 그들의 얼굴을, 그들의 표정을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됐다면 그 누구도 그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성이 같다는 이유로 둘의 사랑을 말릴수는, 막을수는 없을것이다. 너무도 행복해보이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이는 둘의 사랑을 말릴 권리가 자신에게는 없을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칠칠맞기는." "자꾸 그럴꺼에요? 나도 이러려고 이런거 아니란말이에요."
사람들이 많고 말이 많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인 시장가 한곳에서 손을 잡고서 걷고 있는 두 남자, 그 어느때보다도 멋진모습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걷고있는 두 남자지만 한명의 다리에 감긴 붕대덕에 그 누구도 두사람의 꽉잡은 두 손이라던가 두사람의 관계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다친 친구를 부축해주려는데 둘의 키차이덕에 손을 잡고있나보다 이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갈 뿐이였다. 두사람중 붕대감긴 다리의 주인공은 백현. 병원에서 언제나와 같이 다친 환자들을 치료해주다 뛰어다니는 아이가 제 갈길만 가다 백현을 밀었고 하필이면 밀려 넘어진곳이 의료기기가 잔뜩있는곳이였던 덕에 꽤나 크게 날카롭게 베이고 까진덕에 붕대로 칭칭 감게 됐다.
"그래도.. 오늘 데이트 한다는 애가 이게 뭐냐?" "그럼 어떡해요. 아버지가 너무 심하게 과보호 하셔서 이렇게 감아놓은걸.."
투닥대며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행복한지 표정들은 너무도 밝은 두 남자, 너무도 행복해보이는 두사람의 첫데이트를 위해 어디론가 걷는 두사람. ..오늘은 6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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