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솔로 탈출기
w. 꾸뷔두밥
[탄소야, 뭐 해?]
빠르게 읽지는 않더라고 읽으면 답장이라도 줬던 탄소였는데 무슨 일인지 요 며칠 사이 제 카톡에 답장도 없을 뿐더러 읽지도 않는 탄소의 모습에 정국은 속만 앓았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진 마음에 축구공을 굴리던 발을 애꿎은 모래만 툭툭 치던 나를 보며 옆에 있던 지민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거 네가 너무 들이대서 그래.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던 정국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너무 들이댄 건가.
04.
의도치않게 며칠 동안 정국을 피해 다녔다. 정국이의 연락은 물론 강의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정국 몰래 눈치 보며 빠져 나가기도 하였고, 저한테 다가오려고 하면 핑계란 핑계를 다 대며 수연이를 불렀다. 제 이상한 행동 덕분에 학교 내에서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김탄소가 전정국을 찼다더라 뭐라나. 정국은 연락도 없는 나를 꾸준히 기다렸다. 늘 아침마다 안부 연락을 하였고, 강의실 앞에 늘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혹시라도 눈이 마주친다고 하면 눈길을 피하는 나에게 다정하게 웃어줬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내 행동 때문이었을까.
[내가 부담스럽게 했나 봐. 미안해.]
정국은 문자 한 통을 끝으로 먼저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 오지도 않았다.
정말 이기적이지만 더이상 나를 찾지 않는 정국의 모습에 괜시리 눈물이 났다. 정말 바보같다.
-
문자 이후로 정국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간간히 친구들과 축구하는 모습, 친구들 사이에 껴서 밥 먹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정국은 일상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내 잘못임을 분명한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정국의 모습에 서글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 좋다고 따라 다닐 때는 언제고. 그렇게 정국이를 원망 아닌 원망을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다운된 기분을 전환할 겸 자체 휴강을 하곤 계획을 짰다. 오늘 쇼핑도 하고, 혼자 영화도 보고, 이왕 나간 거 머리도 손질하고. 혼자 열심히 계획을 짜며 뿌듯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아, 이게 얼마만에 휴식이냐. 이 사실을 알면 잔소리와 함께 등짝 스매싱을 때릴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했지만 오늘은 무시하기로 했다. 오늘은 나를 위한 날이다, 라는 이상한 소리를 던지면서.
계획은 야심차게 짰지만 한 가지 잊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나는 가난한 대학생 신분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갑을 열자 몇 없어 보이는 지폐에 한숨을 쉬곤 사 달라며 자태를 뽐내는 옷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다음에 사 줄게 이런 개소리를 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 뒤에서 콕콕 찌르는 모습에 고개를 훽 돌렸다. 뭐야, 누군데.
![[방탄소년단/전정국] 모태 솔로 탈출기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2/20/16/a39526830021f21392389da8f4b0d9ff.gif)
"탄소야, 오랜만이네."
"...아, 선배."
예상치도 못한 석진의 등장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
기분 전환하려고 엄마의 잔소리도 각오하고 나왔던 밖인데 그냥 정국이의 눈치를 보며 학교에서 수업 듣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 소식이 궁금했다며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자며 나를 끌었다. 전 선배랑 할 말이 없는데요.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웃는 얼굴에 누가 침을 뱉을 수가 있는가. 그저 선배가 가는 방향으로 걸음을 향했다.
"안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다, 탄소야."
"..."
"보고 싶었는데 넌 안 그랬어?"
"아, 뭐..."
수줍음 많은 것도 여전하네. 그렇게 말하며 선배는 앞에 있던 커피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수줍다기보다는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건데. 선배의 모습에 첫사랑에 대한 설렘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는 정국의 모습에 괜히 더 복잡해졌다. 잊으려고 했더니 더 생각 나네. 괜히 목이 타 앞에 있던 스무디를 빨대로 쭈욱 빨아 들이켰다. 대충 대답만 해 주고 자리 떠야겠다 생각을 하며.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고갔다. 이쯤되니 그만하고 집에 갔으면 좋겠는데 선배는 저를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조잘조잘거리는 입모양을 그저 멍하니 쳐다봤다. 이 선배 이렇게 말 많았나. 한참 지루한 말들에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을 때 거친 숨소리와 함께 제 앞자리까지 다가온 남자의 모습에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몸에서는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모태 솔로 탈출기 04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4/22/14/c71a9336dabf7381b957b0f45fdcdb34.gif)
"하, 찾았다."
오랜만에 보는 정국의 모습이었다.
-
"여기서 뭐해."
"으응?"
"외간 남자랑 이러고 있으면 내가 화가 나, 안 나."
"...?"
"빨리 일어나, 자기야."
대뜸 제가 있는 테이블로 오더니 앞에 있던 선배를 바라보며 말하는 정국의 모습에 선배에게 가 보겠다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국이에게 끌러갔다. 누가 놓칠 새라 제 손을 꽉 잡는 정국의 모습에 얼굴이 홍당무마냥 붉어졌다. 그렇게 정국과 온 곳은 근처에 있는 작은 놀이터였다. 정국과 벌써 30 분 째 근처 놀이터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탓에 아직까지도 제 손을 놓치 않고 있는 정국을 뒤늦게 인지하고는 죄인이 된 마냥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피해 다녔는데. 옆으로 슬쩍 눈치를 보자 평소와 다르게 굳어있는 얼굴에 불안해졌다. 일단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 건가.
"탄소야."
"...응."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중 갑자기 들리는 정국이의 목소리에 흠칫 떨며 옆을 보자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정국이 무슨 말을 할지 가늠이 안 잡혔다.
"좋아해."
갑작스런 정국의 고백에 안 그래도 빠르게 뛰는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이미 얼굴을 빨갛다 못해 붉었고 목까지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내 어깨를 살포시 잡으며 시선을 따라 눈을 맞추는 정국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얘 지금 나 죽이려고 이러는 건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
"이제 나 좀 봐 주면 안 될까?"
정국의 난데없는 고백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죽이려고 한 말이면 완전 성공이다.
(+) 밀당은 개나 줘 버려
[사진]
[정구가 니 여친 웬 남자랑 있는데]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축구 시합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차가운 물을 벌컥 들이켰다. 정국아, 너무 들이대면 매력없어. 밀당이라는 것을 해야 해. 그런 소리를 하며 저에게 연애의 노하우를 알려 주겠다던 지민-사실 지민도 연애 경험이 많지 않다-의 말에 며칠 째 탄소의 얼굴도 못 봤던 정국이다. 이거 언제까지 하고 있어야 해. 하루에도 몇 번씩 뛰쳐 나가고 싶었지만 정국아 어딜 가려고? 늘 가려고 할 때마다 옆에서 저러고 있으니 한숨이 나왔다. 이래서 쫑 나면 박지민 먼저 죽여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태형의 카톡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 멀대 같은 게... 저 멀대 분명 탄소를 탐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절대 가만히 둘 수 없지. 곧바로 태형에게 연락해 위치를 확인한 후 등번호가 적힌 조끼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뛰었다.
"야! 전정국 어디가!"
뒤에서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밀당이고 뭐고 개나 줘 버려.
-
여러분 죄송해여. 제 글이 점점 산으로 가는 기분입니당. 얼른 정국이랑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에 그만 저질렀네여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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