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버스 네임버스는 태어날 때 부터 팔이나 잘 안보이는 곳에 소울메이트의 이름이 적혀있어서 신체접촉같은 방법으로 소울메이트 찾는것 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소울메이트라고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으며 그리고 소울메이트가 근처에 있으면 글씨가 반짝거리거나 거 진해지고 심박수가 빨라집니다 그리고 노네임 상태가 있는데 이건 아직 소울메이트가 태어나지 않았을때 이름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이름을 그 사람이름으로 바꿀수 있으며 소울 본딩을 통해 귀속되는데 그러한 경우 서로의 감정까지 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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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원천이었던 '그', 볼드모트가 세상에 사라진 지 어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평화가 찾아온 듯 했지만 늘 악의 뿌리는 어디에선가 숨어있는 법, 다시 그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악의 행태는 사람들을 좀먹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입소문을 타고 흘러가는 '그'의 후계자(볼드모트를 입에 담지 않는 것처럼 그의 후계자 또한 이름을 직접 올리지 않아야만 했다. 입에 그 이름을 담는 순간 저주를 옮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슬리데린 가문 안에서도 말포이 조상을 이어 악의 뿌리를 흡수하려는 세력들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하면서 다시 원상태로 마법계는 혼란에 빠지기 직전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검은 숲에서 발견된 싸늘한 해리포터 가문의 어린아이 시체, 그리고 옆에 선혈로 적힌 알 수 없는 문구. 그 문구가 뱀의 언어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리는 그제서야 평화따위는 마법계든 인간계든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차라리 '그'가 존재했을 때는 그를 사살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음을 알아차리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이 힘을 합했겠지만 누가 그들을 조종하는지 그리고 원천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서 그저 벙어리처럼 이 피비린내나는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었다. 해리포터, 그 위대한 사람처럼 이 마법계를 구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순간 하늘의 장난인건지 '그'의 후계자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슬리데린 가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저주받은 수업이 존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한낱 루머에 불과했던 '그'의 후계자가 그 베일을 벗은 순간이었다. 수업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살인현장이라고 봐도 무방한 저주로 인해 몸부림치는 짐승들 그리고 여기저기 튀어있는 선혈들이었다. 그 수업을 받고 있던 슬리데린 가문의 유망주이자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어린아이가 자신을 제지하는 마법계 경찰들을 바라봤을 때 그 눈빛은 제 나이 또래와 전혀 달랐다고 했다. 싸늘할 정도로 차가운 눈동자 안에는 두려움따위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비밀리에 쌓인 '그'의 후계자, 사실일까?' 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신문에 실린 그의 사진은 마치 죽음을 지배하는 신처럼 감정도, 표정도 없었다. 실제로 본 것도 아닌데 눈을 마주한 순간 등골이 싸늘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즉시 마법계에서 그들을 벌하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미 마법계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슬리데린 가문의 실세에 그저 조용히 묻혀가게 되었다. 아직 그가 명확하게 후계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몇 년 후 호그와트 입학 첫날 드러낸 그의 모습은 완전히 악의 형태에 도취되어 있었다. 눈빛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눈동자를 지닌 그의 모습에 모두 겁을 먹게 되었고 그 학생들 중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후계자, 그 꼬리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 위에 올랐던 스네이프 교수님의 시선이 잠시 그에게 꽂히게 되었는데 그것을 통해 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또다시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섭고 악독하며 또 '잔인한' 사람이었다.
크리스마스가 곧 가까워져 타지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드리기 위해 부엉이를 날릴 겸 바람을 쐬기 위해 숙소를 나간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때 나는 그 곳이 슬리데린 가문의 아이들이 자주 와서 몰래 위험한 주문을 시험하기로 유명한 어둠의 숲인 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구구절절 길게 쓴 편지를 부엉이의 다리에 묶자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하늘 위로 힘차게 올라가는 아직 어린 부엉이를 바라보며 안심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얼마 가지 않아 멀리서 들려오는 부엉이 신음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게 되었다.
'..해리?'
그 신음은 내가 들어도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고통에 가득찬 것이라 불안한 기운이 나를 감싸안게 되었다. 그대로 뒤를 돌아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벌린 검은 숲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은 눈을 밟으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나의 발자국 소리와 스산한 바람소리로 정적을 매우고 있었다. 바람이 내는 소리가 그렇게 끔찍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기 싫은 마음이 컸지만 어쩔 수 없이 마른침을 삼키고 부엉이를 찾아 앞으로 가야만 했다. 아직 미숙한 주문밖에 하지 못하는 주제에 괜히 지팡이를 꺼내 살짝 휘두르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켰다. 얼마나 걸었을까 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와 부엉이의 신음소리가 가까워질 때즈음 뚜렷하게 나의 눈에 들어오는 장면에 난 그대로 지팡이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한 광경이라고 나는 다짐할 수 있었다.
'뭐..뭐하는거야?"
새카만 망토를 입은 채 지팡이를 쥐고 있는 금발의 하얀 남자아이와 앞에서 딱딱하게 굳은 채 신음만 내뱉는 부엉이. 하얗고 고왔던 털은 그 짧은 순간에 회색으로 뻣뻣하게 굳어 곧 죽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충격이 너무 커 울 여지조차 없어 한없이 떨리는 나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앞에 놓여진 싸늘한 부엉이 시체의 날개를 한 번 밟은 그의 눈동자는 생명을 죽였는데도 아무 죄책감이 보이지 않았다. 후두둑. 두려움이 앞서 차마 울음소리는 내지 못하고 눈물만 떨어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아- 한 번 입김을 분 그가 나의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동양인처럼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섬뜩한 초록빛으로 물들여 있었다. 아름다운 초록빛이 아닌, '광기'로 물들여진 그 눈동자를 바라본 순간 나는 인생 최대의 공포를 느끼게 된 것 같았다. 순간 그때 봤던 신문기사의 사진과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아이가 완벽하게 겹친다는걸 깨닫게 된 순간 '그'의 후계자구나, 단순에 알아차리게 되었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에 저절로 눈을 내리깔게 되었는데 그런 나를 비웃는 듯 명백한 조소가 위에서 들려왔다.
'더러운 그리핀도르'
'...'
혹여 나에게 해를 끼칠까 두 눈을 꾹 감고 지팡이를 쥔 손을 벌벌 떨자 그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의 시선은 사냥감을 발견한 뱀처럼 진득했다. 하아- 다시 한 번 숨결섞인 한숨을 내뱉은 그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하마터면 그대로 뒤로 넘어가 기절을 할 뻔했다.
'정말 지랄맞지?'
'...'
'난 너같은 년이 정말 같잖은데'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귓가에 맴도는 소름끼치게 낮은 목소리는 나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귓가에 맴도는 슬리데린 특유의 위압적인 목소리와 숨결이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그의 초점잃은 초록빛 눈동자나 평정심 잃은 목소리를 통해 '분노'를 느끼고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어느 점에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나에게 그 감정을 느낀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며 내 옆을 지나가는 그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풍겼었다. 약간 정신이 나간 것처럼 고개를 뒤로 젖히며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은 흡사 영혼이 없는 시체가 돌아다닌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섬뜩했다. 왜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나의 애완동물을 죽인건지 감히 물을 수도 생각해볼 수도 없었다. 그저 규모가 큰 충격에 갈 곳 잃은 눈동자를 굴리며 그 자리에서 서있을 수밖에는.
*
"쟤 '그'의 후계자 아니냐?"
"..."
"와 진짜 무섭게 생겼다"
수업을 듣던 도중 맨 뒤를 가리키며 속삭이는 김태형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입술을 깨문 채 알 수 없는 주문을 잔뜩 적어놓은 더러운 칠판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후계자라며 호그와트 안에서 엄청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말포이 가문의 슬리데린 혈통. 순수혈통을 중요시하는 슬리데린답게 오만함과 기만 그리고 덤덤한 그 살기가 호그와트 통틀어 스네이프 교수를 포함해 그 어떤 인물도 그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해리 포터라고 전에 이 호그와트에서 이름을 날리며 '그'를 살해한 인물인데 실력이 뛰어났던 그 사람 다음으로 뱀과 대화를 나눠봤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근데 왜 저렇게 너 빤히 쳐다보냐?"
다음으로 들려오는 김태형의 말에 그의 입을 막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감싸안았다. 굳이 그가 언급하지 않아도 뱀처럼 진득한 시선이 나의 몸을 얽어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필사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며 오직 앞만 바라보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 쳐다보라고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빌면 빌수록 더욱 나의 몸을 얽어매는 진득한 눈빛에 이제는 식은땀까지 날 것만 같았다. 그런 나의 반응을 모르는건지 다시 나에게로 고개를 돌린 김태형이 펜을 끄적이며 입을 열었다.
"저런 놈한테 걸린 네임은 진짜 불쌍하기 짝이 없을 거다"
"..."
"그렇지 않냐? 나같으면 혀 깨물고 그 자리에서 자살한다"
괜스레 자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리핀도르 특유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나에게 속삭인 김태형에 하마터면 딸꾹질이 나올 뻔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가 아니라, 나에게 건넨 그의 '말' 때문이었다. 그나마 호그와트 안에서 가장 친한 순수 그리핀도르 김태형에게도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바로 내 팔목에 새겨진 좆같은 네임이었다. 생소한 여자아이 이름이 팔목에 새겨졌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김태형은 나에게 왜 네임을 보여주지 않냐며 매일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아마 너에게 내 네임을 보여주면 기절할 지도 몰라.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삼키며 아직 네임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아까 그 네임의 대상이 내 옆을 지나간 탓에 아직 팔목은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하게 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감각이 느껴질 때마다 괜스레 억울함이 먼저 나를 덮쳐와 입술을 깨물게 되었다. 김태형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학생들에게 고개를 돌릴 때 살짝 망토 소매를 걷어올려 어느새 붉게 타들어간 네임을 확인했다.
'민윤기'
그 이름이 다시 한 번 되새겨지는 순간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급하게 입을 막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는 김태형의 물음을 무시한 채 그저 고개를 숙이며 구토감을 참자 그런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이 있었다. 지금 민윤기가 내 팔목에 자신의 네임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확실히 그가 나를 '시험'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더더욱 그것에 휘말려지고 싶지 않았다. 한때 나에게 악몽을 가져다준 그였기 때문에 쉽게 팔목에 새겨진 네임을 가지고 인연으로 맺어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수업이 끝나고 김태형과 함께 나가기 위해 뒤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나와 김태형을 바라보고 있는 민윤기와 눈을 마주할 수가 없어 급하게 발걸음을 옮길 찰나 민윤기 앞에 놓인 책상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게 되었다.
"...!"
그리고 강한 악력으로 팔목을 잡아당기는 민윤기에 다시 제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민윤기가 하는 행동 모든 것에 반응하듯 반에선 정적만이 맴돌았다. 심지어 옆에서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큰소리로 웃고 있었던 김태형마저. 내 팔목을 잡은 민윤기의 하얀 손에서는 새파란 핏줄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하필이면 지금 민윤기가 잡은 곳은 불에 데인 듯 뜨거운 '네임'이 발현된 부위였기 때문에 신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의도한 것인지 내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알아차리자 더욱 힘을 주는 그에 하마터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아프겠다"
"..."
"뜨겁고, 따가울거야. 그렇지?"
고통에 허덕이는 나를 마치 보란듯이 비웃으며 입꼬리를 한쪽으로 삐딱하게 올린 민윤기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알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불안한 감정이 들어 흔들리는 눈빛으로 민윤기를 올려다보자 그런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얼음을 박아다넣은 것처럼 차갑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을수록 재촉을 하려는건지 그의 악력이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릴 무렵 뒤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김태형에 민윤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뭐하는거야"
무서운 표정으로 겁도없이 나를 잡아당긴 김태형의 목소리가 낮았다. 아마 슬리데린에게 꼼짝도 못하는 나에게도, 그리고 그런 나를 비웃고 있는 민윤기에게도 화난 듯했다. 김태형을 한 번 바라보고 김태형이 잡은 내 팔목을 한 번 바라본 민윤기의 나른한 눈빛에 소름이 끼칠 것 같아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민윤기의 눈빛에서는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 지 전혀 알 수 없어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나와 김태형을 지나친 민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본 김태형이 별 이상한 것을 다 봤다는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쟤 왜저래, 너한테 관심있나?"
"..."
"겁은 왜 먹어. 저 새끼 약간 이상한 것 같아"
김태형은 보지 못했었을 것이다. 찰나 나와 김태형을 한 번 바라보고 자리를 뜰 때 민윤기의 눈동자에서 얼핏 초록빛이 보였다는 것을. 괜스레 소름이 돋아 망토를 여미며 입 안 여린살을 힘껏 깨물었다.
02.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의 상대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사춘기 때 즈음 손목에 발현되는 '네임'인데, 운명의 상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저마다 운명의 상대를 찾는답시고 호그와트 벽면에는 알 수 없는 네임을 찾는 공고문으로 가득했다. 선생님과 이어지는 학생들, 같은 숙소 안에서 운명을 찾은 학생들, 어이없게도 이미 죽은 사람과 이어져 하루종일 울부짖는 학생들 등 다양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나는 제외였다. 그리핀도르, 평범하게 마술을 할 줄 알고 그저 동물을 좋아하는 나 따위가 적과도 다름없는 슬리데린, 게다가 '그'의 후계자라고 소문이 흉흉한 민윤기의 네임이 발현되었다니 말로 꺼내는 것조차 위장이 꼬이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 팔목에 새겨진 그 이름을 확인했을 때 누가 이렇게 심한 장난을 쳤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낙서를 지우려고 했지만 주문을 걸어도, 물로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그 형태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여졌었다. 왜?라는 질문보다는 왜 하필이면? 이라는 책망가득한 어조의 말들이 나를 지배하게 된 것 같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저 한낱 평범한 그리핀도르 출신인 여자아이의 팔목에 순수혈통, 게다가 '그'의 후계자로 유명한 슬리데린 출신인 민윤기의 이름이 새겨졌다는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네임 따위 신경쓰지 않고 가문에서 정해준 짝과 결혼을 하는 슬리데린 가문의 네임이 아무리 되었다고 해도 좋을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미움을 받거나 귀찮은 존재로 여겨져 죽음을 당할 지 몰라도. 이미 '그'의 후계자로 인식되어 슬리데린 가문의 자녀들이 모두 그에게 관심이 쏠린 터라 그 또한 나에게 관심이 없을텐데 괜스레 민윤기의 네임이 새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 그를 피하곤 했었다. 그 초록빛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불에 데인 듯 뜨거운 고통이 몰려와 기분이 더러워졌다. 김태형이 혹시 민윤기에게 죄를 지었냐고 물어볼 정도로 그런 생활을 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될 무렵이었다.
"오늘은 꼭 우승해라"
잔뜩 긴장한 채 빗자루를 매만지는 김태형의 옷을 매만져준 내가 입꼬리를 올리자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는 김태형의 안색은 파리했다. 슬리데린과의 대결이라 긴장을 잔뜩 한건지, 평소와 다르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어깨를 토닥여주자 그제서야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을 뺀 김태형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매만졌다. 슬리데린과 퀴디치 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빗자루를 휘둘리며 열심히 연습했던 김태형인데 설마 실수를 하겠나 싶었다. 오랜시간동안 이길 수 있다며 응원을 해주고 관중석에 앉아 빗자루에 앉아 비행을 하기 시작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연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바람을 타고 빗자루를 타는 김태형은 바람과 마치 한 몸이 된 듯 자연스러웠다. 그래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건지 몸이 굳어있는 김태형의 뒷모습을 보며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기도 전,
"어..어?"
퀴디치 경기를 그 누구보다도 잘 소화해냈던 김태형인데 오늘따라 어딘가 불안정해보이는 자세에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긴장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불안해보이는 자세에 마른침을 삼키게 되었다. 마치 주인을 못 알아보는 빗자루마냥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김태형에 주위 학생들 모두 살짝 놀란 듯했다. 웅성웅성, 대부분 '김태형 왜저래?'라는 대화로 시작되는 말들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주위 선수들도 경기를 멈춘 채 날뛰는 빗자루를 제어하지 못한 채 창백한 얼굴로 날아다니는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김태형!!"
제멋대로 움직이는 빗자루에 결국 떨어지기 직전 위태로운 자세를 유지하게 된 김태형의 발이 허공에 달랑거렸다. 저 높이에서 떨어지면 무조건 몸 어디 하나가 부서질 것이라고 눈치챈 순간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새하얗게 창백해진 김태형의 표정이나, 자신의 주인이 위험에 빠졌는데도 움직이는 빗자루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누군가 주문을 걸고 있다는 것을.
입 안 여린 살을 깨물며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누구도 김태형에게 앙심을 품고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위험한 주문을 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설마, 하며 슬리데린 관중석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눈에 띈 차분한 금발에 숨을 멈추게 되었다. 내 시야에 들이찬 것은 반대편에서 앉은 채 주문을 흘리다가 마치 나를 약올리려는 듯 입을 다시 멈춘 민윤기였다. 본래 학교행사 그 어떤 것에 참석하지 않았으면서 평범하게 사복을 입은 채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있던 민윤기의 노란 머리가 흉흉한 경기장 분위기를 뒤덮은 날카로운 바람에 맞춰 살짝 흔들렸다.
'김탄소'
민윤기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자 숨이 턱 막혀오는 것 같았다. 한 번도 그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적도 없고 또 같은 수업을 들은 적도 없어 그가 내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결국 .. 민윤기의 네임이 나라는 것밖에 이유가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한 번 나에게 다가온 순간 울컥 차오르는 감정에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초록빛을 띄우는 민윤기의 눈동자에 그저 가만히 그를 마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도망칠 의지가 없다는 걸 알아차리자 그제서야 주문을 멈춘 민윤기였다. 알 수 없는 상황을 적응하지 못해 다시 빗자루에 겨우 올라타는 창백해진 김태형의 모습에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왜, 김태형을. 채 끝맺지 못한 문장을 중얼거리며 민윤기의 초록빛 눈동자를 마주했다. 살짝 어깨를 떠는 바보같은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민윤기의 눈빛은 비웃음과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는데 그것이 그렇게 나를 불편하게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우리 둘만 공간에 존재하는 것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초록빛 눈동자로 변한 그의 눈빛이 오롯이 나에게 꽂히자 팔목에 새겨져 있던 그의 네임이 불에 데인 듯 화끈하게 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입술을 세게 깨물며 뭐하는 짓이냐는 듯 책망하는 눈빛을 보내자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본 민윤기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찾아와'
'...'
'더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마치 새겨들으라는 듯 천천히 입모양을 움직인 민윤기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만 같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바보같이 입만 벙긋거리는 나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본 민윤기가 그대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일어섰다. 애초에 경기를 볼 생각이 없었던건지 시합이 다시 시작될 찰나, 결 좋은 노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보같이 나는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下편은 내일 올라올 예정입니다!
*
대왕지각 죄송합니다ㅠㅠㅠㅠ해리포터 참 좋아하는데.. 망칠 의도는 없었어요...(쭈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