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석아 믿어"
"..."
"내가 널 구원할거야"
시체들로 이루어진 언덕에서 넌 항상 내게 그리 말해줬다. 그 순간만큼은 코를 마비시킬것만 같은 썩은내도 눈을 멀게 할것만 같은 구역질나는 시체의 잔해들도 전부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둔갑되는 것만 같았다.
"사랑해 민석아"
내게 그 순간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올까.
-
어김없이 검은 비가 12구역 전체를 적시고 있던 날,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붙잡고 울고있었다. 그 날은 몸이 아파 조금 늦게 공장에 갔단 이유로 시간을 받지 못한 날이었다. 죽기싫다. 항상 이런 생활에 지독한 원망만을 품고있었지만 막상 죽을 때가 되니 발끝부터 저려오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쌌다.
"죽기 싫어!!"
비로 인해 더욱 어두워진 도로에서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다른것에 관심을 두는것은 사치였다. 조그마한 틈이 생긴다면 그들또한 오늘을 마지막으로 저 검은 하늘을 다신 보지 못할테니. 그 사정을 잘 알고있었음에도 나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조그마한 몸뚱아리에 회의감을 느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계속해서 흐르고 내 시간은 겨우 10분여밖에 남지않은 상태였다. 지나온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이대로 죽으면 12구역의 타임키퍼들이 날 언덕에 던져놓을 것이다. 시체로 이루어진 언덕. 그곳은 12구역의 상징이 된지 오래였다.
모든 걸 놓은채 벽에 기대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계탑의 시계를 바라봤다. 병신같은 시간.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1구역 사람으로 태어나 저 시계탑들을 부셔버리리. 내 시간은 어느새 20초밖에 남지 않았다. 두렵고 무섭다. 숨막힐듯한 공포심에 풀린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죽음이 화려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이렇게 길바닥 죽음이 될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15초 사지가 덜덜 떨리는게 느껴졌다. 10초 눈을 감았다. 8초 눈물이 흘렀다. 5초 누군가 내 곁에 다가왔다.
00:00:0:00:00:01
....눈이 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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