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e r e n d i p i t y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집에서 울고 있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달래주는 새 아빠를 보고 있기엔 역겨웠다.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몸이 아픈 것 같다며 줄곧 연락을 해 왔다. 엄마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할머니를 외면했다. 이제서야 눈물을 터뜨리며 후회하는 척하는 엄마는 가식적으로 보일 뿐이였다.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내 편, 나를 유일하게 달랠 수 있는 한 사람은 없다.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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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 몰래 집 밖으로 빠져 나왔다.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내 손에 들린 것은 그동안 모아 둔 돈이였다. 그 흔한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집을 나섰다. 내가 지금 가고 싶은 곳, 가야 하는 곳은 오직 하나, 할머니 집이였다. 어차피 유품들을 찾으러 이번 주 내로 가야 했었지만 나는 더 빨리 가고 싶었다. 그리고 더 빨리 가야만 했다. 하늘 위를 올려다보니 보름달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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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에 걸쳐 도착한 할머니 집에는 싸늘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풍겼다. 평소와는 다르게. 집의 외관을 살펴 보던 중 유일하게 불이 켜진 방 하나가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 자주 놀던 2층 책방이였다. 그 책방은 이 집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서둘러 문을 열고 2층 책방으로 올라갔다. 빽빽한 책들과 책장. 이곳에서 숨바꼭질을 많이 하곤 하였다. 괜히 뭉클해지는 감정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꾹 참고 기억을 더듬어 책방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달빛에 비추어 유난히 반짝거리는 책이 있었다. 손을 높게 뻗어야만 꺼낼 수 있는 그 책을 빼 내었다. 책 위에는 보기 싫은 뿌연 먼지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THE KINGDOM OF SERENDIPITY
: 여덟 번째 여왕
그저 흔한 동화책 같은 제목과 달리 꾸밈 없는 빨간 표지는 괜한 웅장함을 자아냈다. 그 책의 첫째 장을 펼치고 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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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워 보이는 왕국, 그 안에 있는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방.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그 소녀가 도착했어. 결국 이 곳에 발을 들였군. 어쩔 생각이야? "
" 내가 불러 들였다고 볼 수는 없지. 그 아이도 결국 책을 핀 거잖아? "
" 넌 규칙을 어겼어, 황민현. 이제 난 어떻게 될 지 몰라. "
" 너만 발설하지 않으면 돼. 아, 어차피 알게 되겠군. "
" 정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
김종현
황민현
박지훈
옹성우
정세운
라이관린
그리고
김여주
세렌디피티 왕국으로 초대합니다.
C O M I N G S O O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