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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추워. 태일은 꽁꽁얼어 차가운 손을 호호 불었지만 여전히 찬 손을 주머니에 슥슥 비볐다.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스미고 파고들어 야상 모자를 더욱 꾹꾹 눌러썼다. 눈이 온뒤라 하얗게 단장된 길 위에 발자국 모양을 푹푹 찍어 눌렀다. 낭만을 즐기기에는 자신의 옆자리가 비었고, 재밌게 보내기에는 너무 추웠다. 그저 집으로 향하는 태일의 발걸음은 씩씩했다. 눈이 시려워져 잠시 길에 섰을 때 얼굴 위로 떨어지는 눈을 보며 태일은 입새로 욕을 내뱉었다. 아, 좀 외로운 것 같기도하고. 아마 이 때가 태일의 작년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블락비/코일] Christmas ! Merry !
w. 윙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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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추위를 잘 타는 태일은 몸에 항상 핫팩을 지니고 다녔다. 외투 주머니 속, 안주머니, 바지 주머니 등 엉뚱한 곳에 넣어두고 까먹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태일의 타오르는 핫팩 사랑에 지호는 그저 혀를 두를 뿐이었다. 형, 핫팩 때문에 옷 타면 어째요?
" 야, 안타. 너 바보아냐? "
" 에이 탈 수도 있다는 거지, 뭐."
인상을 쓰고 고개를 치켜들며 자신에게 따지는 태일의 모습이 귀여워 지호는 큭큭 되며 태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년보다 추워진 날씨에 더 추위를 탈 태일 때문에 걱정이 한 두개가 아닌 지호였다. 따뜻히 다니라는 말을 하려 태일을 봤을 때, 태일은 습관처럼 손에 입을 대며 호호 입김을 뱉고 있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태일의 손에 속이 상해 태일의 손을 잡고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갑작스러운 지호의 행동에 태일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야, 야!
" 뭐해. 이 멍청아! "
" 추우니까 빨리 갑시다. 태일아."
빨개진 귀가 보이는 데도 앞을 보며 걷는 지호의 행동에 태일의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아휴, 귀여워. 태일은 간질간질 한 기분에 지호의 손을 깍지껴 잡았다. 잠시 자신을 쳐다보는 지호가 느껴졌지만 둘다 아무 말 없이 길을 걷기만 했다. 아, 어쩌면 핫팩보다 더 따뜻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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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이 됬지만 머리카락 한가닥도 보이지 않는 지호에 태일은 속이 상했다. 크리스마스라고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 자신의 주변을 지나다니는 커플들을 보니 더 지호가 보고싶어졌다. 혹시 길을 까먹었을까 문자와 전호도 해봤지만 아무 연락도 되지 않아 슬슬 걱정이 태일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키가 작아서 안보이나? 콩콩 뛰어되며 지호의 머릿통을 찾았지만 사람들의 어깨 밖에 안보여 괜히 높지 않은 깔창을 탓했다. 우지호 이 멍청이가!. 혹시나 뛰어오다가 넘어지는 제 애인을 상상하다 곧장 머릿속에서 지워 발을 동동구르며 지호를 기다렸다. 커져가는 걱정에 한숨을 뱉었을 때 눈이 태일의 콧등에 떨어졌다. 한두개씩 내리던 눈은 조금씩 모여 뭉텅이로 내렸고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밍숭맹숭한 기분에 고개를 숙였을 때 익숙한 신발코가 태일의 눈에 띄었다.
" 어휴, 아. 태일아 미안."
숨 가쁜듯 헉헉되며 무릎을 숙인 채 숨을 고르던 지호는 태일의 얼굴을 보곤 머쓱한 듯 웃었다. 아니, 이거 사느라 좀 오래 기다렸…. 지호의 품에 쏙 들어온 태일에 지호는 어깨를 토닥여줬다. 태일에게 미안해, 하며 속삭여주기를 반복했을 때 태일은 천천히 지호의 품에서 떨어졌다. 추운 듯 귀가 빨개진 지호를 보니 울컥하는 마음에 태일은 지호의 손만 만지작 거렸다. 아, 형. 태일아,
" 아씨, 왜!"
" 이쁘네. 맨날 이렇게 걱정해주던가 못난아."
태일의 손에 반지를 끼워준 채 말을 하는 지호의 모습이 흐릿했다. 태일은 한번 흐르고 멈추지 않는 눈물에 눈가가 따가울 정도로 소매로 문질러댔고, 지호는 그런 태일을 껴안았다. 코를 훌쩍이는 태일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큭큭됬다. 눈이 꼭 축복같아, 너랑 내 축복. 물기 어린 목소리로 진심을 가득 담아 말하는 태일의 모습에 지호는 태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태일의 귓 속에 속삭인 지호의 말이 너무 달콤하여 태일은 시간이 멈추길 바랬다. 지호에게서 나와 서로를 바라 봤을 때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서로 미소지었다. 사랑해.
적어도 태일에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제일 따뜻한 날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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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질렀어ㅓ여... 하.. 이런 똥글 봐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제가 처음 쓴 글인데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아깝네요ㅠㅠ 이런 똥글 망글.. 어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