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너는 여느때와 다를바없이 늦게 끝난 알바를 마치고 크게 한숨을 쉬어
마지막 재고만 정리하자 하고 시작된 창고정리가 조금 늦게 끝난탓에 하루종일 피곤했을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고 상자를 내려놓고 카운터로 걸어가
입고있던 먼지투성이의 앞치마를 벗어놓고 뭐라도 마시러 음료수코너에 걸어가
'따릉'
문이 열리고작게 들리는 인기척과 종소리에 뒤를 돌아봐
왠 키큰 남자가 가게에 들어섰어
뭘 찾고있는것같은데 안절부절 막 그러더라고
그래서 너는 근무시간은 지나버렸지만 최대한 밝고 친절한 표정으로 다가가서 찾는게 있냐고 물어봐
근데 남자는 가만히 서있기만하고 들은체도 안해
좀 답답했지만 급해서 못들었나싶어서 한번더 크게 물어봐 찾으시는거있으세요?하고
근데 남자는 키가 커서 네가 안보이는건지 그냥 가만히 서있어
조금씩 화가나기시작한 너는 남자의 팔을 톡톡쳐
그제서야 남자가 네쪽을봐
그래서 네가 약간 불편한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살짝 지으면서
뭐 찾으세요 라고 해
근데 남자는 별말없이 널 보면서 진짜 해맑게 웃어
당황한 너는 이상황이 뭔지에 대해 천천히 머리를 굴리다가 그제서야 눈치채
미안해진 너는 천천히 남자손을 잡아올려 손바닥에 천천히 글씨를 써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하고
그리고 다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웃어
남자는 네손을 후다닥 잡더니 손바닥에 뭐라고 글씨를써 |
02 |
너보다훨씬 큰 손가락으로 꾸물꾸물 네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데 괜히 간질간질하기도 하면서 남자가 힘들게 뭐라뭐라 쓰는데 괜히 웃음이 나와서 피식하고 웃는데 못들어서 다행이다 싶어 남자가 뿌듯하게 꾸물꾸물 글씨쓰는걸 마치고 너를 보며 웃어 '여기서 제일 맛잇는 사탕이요' 생김새와는 다르게 사탕을찾는 남자가 허무하기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귀여운것같기도해서 사탕이 가득 꽂혀있는 통앞으로가 뭘 골라줘야 제일 잘골랐다고 소문이날까...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아무래도 너가 제일좋아하는 딸기요구르트맛 사탕을 골라주는게 제일 나을것같아서 그걸 뽑아서 남자의 손에 올려놔 남자가 너의 앞에 손가락을 브이 모양을 한채로 서있어 한참을 저게 뭐지...하면서 쳐다보다가 '아 두개 달라고....?' 이번에는 네가 제일 싫어하는 레몬사탕을 뽑아서 줘 남자가 주머니에서 오백원짜리 동전을 꺼내 네손에 얹어주고 방금 네가준 레몬사탕을 까서 네 입앞에 대고 있어 네가 먹으라고....?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격하게 끄덕여 싫어하지만 어쩔수없지.... 하고 크게 레몬사탕을 입에넣어 그리고 남자는 서둘러 가게를 나가 평소같았으면 뱉어버렸을 사탕을 그냥 조용히 입안에 넣고 살살 녹이는데 괜히 착한일을 한것같은 기분에 아무데나 팽겨쳐놨던 앞치마를 다시 정리해 "근데 왜 까서 먹여줬냐 이말이지" 앞에서 오늘일을 잠자코 듣고있던 학연이 되물었다. 글쎄다.... 학연이 커피를 쥐고있던 너의 손을 빠르게 당기더니 그제서야 음흉한 미소를 지어 "너 손좀봐라" 내손이 뭐어때...서.... 그렇다 무리하게 상자옮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었다. 시퍼렇게 멍이들고 이리저리 생채기가 나서 피가 잔뜩묻어있는데도 이제까지 몰랐던걸보면 난 진짜 막노동이 이제는 무뎌진건가...싶었다. "야 좀 쉬엄쉬엄해라" 그래야지....그래야지... 갑자기 피부에 아까 그남자가끄적였던 글자들이 확 와닿는기분에 괜히 손을 움츠렸다가 폈다. 집에 가서 약발라야지 꼭 . |
03 |
잠에서 깨어 시간을보니 이미 11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에 너는 생각해
'망했다'
핸드폰에는 이미 부재중전화 20통에 육두문자로 구성된 카톡들에 그냥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너는 '점장님'이라저장된 사람에게
'오늘 못갈것같아요 오늘알바비는 월급에서 까셔도되요'
라는 말을 남기고 휴대폰을 꺼버리는걸로 마무리해버려
어떻게든 되겠지...
다시 자려는데 영 배가고파서 잘수가 없었다. 질척거리는 장판을 뒤로하고 좁은 부엌이라하기도 뭐한 주방으로가 라면을 끓이려는데
이때 누군가 너의 집문을 부술듯이 쾅쾅대
'누구세요'
아침부터 징하다 징해..
요상한 잠옷차림으로 아침부터 라면이냐면서 우리집에 마음대로 올사람은 안봐도 뻔하게 차학연뿐이야
여기서 차학연은 초등학교때부터 뛰어난 말솜씨로 여자사람친구마냥 매번 내고민을 들어주는 말하자면 파이어에그친구
야자를 째서 선생님한테 미친듯이 깨질때 선생님한테 커피를 쏟아 대신 혼나면서 나를 보며 눈웃음을 치던것도
전교등수가 50등이나 떨어져서세상이 무너질듯이 울고있을때도 밥도 거르면서 방안에 쳐박혀있던 나에게 이것저것 배달음식을 시켜주던것도 얘야
"야 점장 꼭지돈것같던데"
나도 알아...하며 라면에 딱하나남은 계란노른자를 숟가락에 담아 입에 넣는데
"그래서 너 대타뛰고왔어"
'아 진짜....?가 아니고 뭐?돌았어?'
뭐가 잘못됬냐는듯이 싱글벙글웃는 녀석한테 미안하기만 할뿐 더이상할수있는게 없었어.
"왜?안돼?"
'고맙다 매번'
차학연은 늘 그랬다. 아무렇지않게 대신 내대신 해주고도 너에게는 바라는게 없었어
"야 근데 네가 저번에 얘기한 그 안들리는애 걔 혹시 키크고 코크고 그래?"
차학연 입에서 나온 '안들리는애'라는 단어에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펴졌다.
"야 나도어디가서 키로 안꿀리는데 키 엄청 크더라?근데 걔가 막 나한테 너 없냐고 물어보던데"
차학연이 주머니에서 꺼낸건 다름아닌종이였어 종이에 반듯하게 적힌 글자는
'다음에는 늦지말고 꼭 제시간에나와요'
였어.
괜히 이리저리 무시당하는건가 싶어서 라면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박박닦았어.
물이 차갑다.
괜히 신경쓰는거 더이상안하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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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당연히 점장한테는 엄청 깨졌어 안깨지는게 이상하지..그래도 차학연 덕분에 덜 혼나긴했어 아침부터 피곤하다 피곤해 너는 머리를 하나로 꽉 묶고 카운터뒤 의자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 아침시간이라 사람도 별로없고 얼마전에 이미 창고정리도 끝내서 할만한게 없었어 아니 제시간에 나오라는건 적어도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는거아닌가 내가 지금 무슨생각하는거지싶어서 너는 핸드폰을켜고 전화번호부를 내리는데 전화할사람이 차학연밖에 없다는걸 알고 그냥 핸드폰 홀드키를 누르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따릉' 사람인기척에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마냥 고개를 번쩍 들어 위를 보는데 점장이었어. 괜히 드는 실망감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푹쉬는데 점장이 널 노려봐 "언제 손님이 올지모르는데 이러고 있는거야 지금? 너 계속 이런식이면 진짜 자른다" 예예...알겠습니다... 말만 저렇게하지 사실 한번도 진짜 자른적은 없다는걸알고있는 너는 대강 대답하고 점장이 어서 물건을 골라 나갔으면 하고 생각해 점장이 고른건 시덥지않은 비타민음료였고 너는 속으론 마구 비웃으며 이를 악물고안녕히가십시오 라고 외쳐 그렇게 점장이 등떠밀리듯이 나가고 다시 혼자가된 넌 뭐라도 먹자싶어서 폐기시간이 간당간당하게 지난 삼각김밥을 꺼내 사람도 없겠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삼각김밥을 흡입하려는데 '따릉' 타이밍한번 끝내주네 남자는 너를 향해 손을 흔들며 해사하게 웃어 입을 추하게 벌리고 있던 너는 그자리에 굳어서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어 애써 삼각김밥을 내려두고 앉아있던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남자는 주머니에서 쪽지하나를 꺼내 글씨하나는무지 반듯하네 '어제 왜 안나왔어요?' 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너는 아무펜이나 집어 쪽지에 끄적여 왠 지렁이기어가는 글씨에 좀 창피하긴했는데 하여튼 '그냥 몸이 좀 안좋아서' 남자가 한참을 글씨만 보다가 쪽지를 다시 받아들고 뭔가를 끄적여 |
05 |
남자의 쪽지에는 반듯반듯하게 '지금은 다 나았어요?' 너는 더이상 지렁이같은 너의글씨를 보여주고 싶지않은탓에 그냥 끄덕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고 남자는 쪽지에 작게 다행이다 라고 써서 카운터위에 올려놔 남자가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보는동안 너는 남자의 뒷통수만 쳐다봐 지금껏봤을때는 마냥 어린애같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다른 20대의 남자들과는 크게 다를바가없는듯했어 오히려 더 나았으면 더 나았지 남자가 갑자기 휙 돌아보는 바람에 너는 끈질겼던 시선을 떼고 딴짓을해 모르는척 남자는 그게 웃긴지 혼자 웃어 근데 거기서 느낄수 있었던건 이남자는 웃을때도 아무 소리를 안내 근데 남자는 그게 익숙해진듯이 그냥 소리를 참아내며 웃고있어 그나저나 남자가 집어온건 또 딸기사탕이야 아니 전생에 사탕못먹어서 돌아가신 분이 환생하셨나 매번 사탕만 먹어 이썩겠다...혼자 중얼거린말에 남자가 눈높이를 낮추고 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시 말해보라는 표정을 지어 가까이서 보니까 괜히 뭐 너혼자 떨리는 기분에 너는 괜히 더워진 공기에 벌떡 일어나서 거스름돈을 쥐어주고 가라고 남자를 떠밀어 남자가 뒤돌아서 손을 흔드는데 그냥 모른척 바닥만 쳐다봐 남자가 해맑게 사탕을 까서 입안가득 물고 어디론가 뛰어가 계속 남자의 넓은 등판만 보던 너는 어느새 벌개진 볼을 두손으로 감싸고 카운터위에 놓여진 쪽지를 재빨리 주머니에 챙겨 심장 터질뻔했네 |
06 |
너는 이제 점점 남자가 널 찾아오는게 익숙해졌어 너가 한창 지루해질때쯤이면 어느샌가 불쑥 나타나서 매번 똑같이 딸기사탕 하나를 사서 이제는 네옆에 앉아서 가만히 앉아서 뭔가 끄적여 말은 할수 없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지는않아 남자가 종이에 글자를 적으면 너는 그거에대한 답을 해줬고 남자는 너의 눈을 매일 똑바로 보면서 그냥 그대로 있어 너는 남자에 대해 사실 아직 모르는게 엄청 많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왜 매일 찾아오는지도 몇살인지도 심지어 그흔한 이름하나도 몰라 매번 물어봐야지 하다가도 멈칫하고 괜히 낯간지러운 느낌에 너는 그냥 잠자코있어 '근데 너 왜 내이름 어봐?' 그렇게 생각하고있을때즈음 남자가 너에게 메모지를 건네 그러게 왜 어봤을까 '안 궁금해?' 남자가 물어봐달라는듯이 너를 보고 낑낑대는 강아지마냥 뾰루퉁해 네가 남자를 약올리는듯이 자는척하면 남자는 그냥 가만히 널 보고만 있어 너는 괜히 생긴 승부욕에 가만히 앉아서 모른척해 이때 갑자기 남자가 카운터를 열고 뛰어나가 너도 모르게 남자에게 기대어있었는지 몸이 휘청해서 일어나보니 이미남자는 가버리고 없어 뭐야 삐진건가.... '이 재 환' 너와 남자가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메모지 정중앙에 남자는 꽤나 크고 굵은 글씨로 이름을 적어놨어 천천히 남자의 이름을 되새겨봐 이재환 꽤 어울리는 이름인것같단 생각과 먼저 물어볼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뒤엉켜서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레몬사탕을 거칠게 뜯어 입안에 넣고 살살 녹여먹는데 다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와 평소와는 달리 벌컥열고 그리고 너에게 |
07 |
남자가 문을 열고 네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남자가 카운터를 탁 치고 네눈을 똑바로 쳐다봐 그래서 너도 안지겠다는 심보로 남자를 노려봐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뒤적뒤적하던 걸 멈추고 너에게 뭔가를 내밀어
그걸 본 너는 웃을 수밖에 없어
핸드폰인데 어린애 핸드폰마냥 스티커들이 덕지덕지붙어있어
네가 웃으니까 남자가 왜웃냐는듯이 너를 노려봐
네가 핸드폰을 받아들고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듯이 쳐다보니까 남자가 친절히 핸드폰을 뺏더니 전화번호부에 들어가서 친절히 자판까지 띄워줘
네가 너의 번호를 꾹꾹 새겨담고 남자에게 돌려주려다가 너의핸드폰을꺼내 그리고 통화버튼을 누르고 남자에게 핸드폰을 줬는데
아차 싶어...
너의 손은 민망해졌고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아닌척 핸드폰을 들고 요상한 몸짓을 보여줘
너에게는 너무 익숙한일이 남자에게는 할수없는 일이니까
남자가 표정을 굳히고 핸드폰을 확 채가
진짜 화난건가 싶을정도로 굳은 표정으로
한번도 화낸적이 없는 남자가 그렇게 하고있으니까 괜히 무안해져서 남자만 보고있는데
남자가 확 변한 표정으로 너를 보며 진짜 예쁘게 웃어
그리고 손을 쭉 뻗어 너의 머리위에 손을 얹어놔
그리고 서툴게 손을 움직여
이미 남자에겐 그런 사소한 습관이 자기에게 허락되지못하는걸 알고있는게 익숙해졌는데
그 익숙함에 대해 미안해하는 네가 괜히 평소보다 예뻐보여서
평소보다 훨씬 밝게 웃었어 너에게
봄을 닮은 사람이라는걸 너는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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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무슨말을 할까, 언제 보내야 가장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너는 답을 내려줄수있는건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보고 지금 연애상담 뭐 이런거 해달라고?" 차학연을 불렀다. 간만에 내가 쏜다!하고 너는 학연을 불렀고 학연이 고른건 다름아닌 비싼 레스토랑이었어 알바비 다 털리겠네..라고 혼자 생각하고 몇십년만에 처음와보는 뷔페에 들어선 너는 입을 헤 벌리고 고개를 두리번댔고 그런 너를 학연은 어깨를 붙들고 자리에 앉혔어 너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학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너를 보고있었어. "싫은데?" 처음이었다 얘가 이런식으로 나오는건 너는 자존심따위 땅바닥에 던져두고 온갖 아양을 떨며 대답좀 해달라고 했으나 녀석은 결코 쉽지 않았어 '아 왜 싫은데...' 아부떠는것도 지친 너는 학연을 노려봤고 학연은 내가 뭘 잘못했냐는듯이 굴었어 친구만 아니었어도 한대 칠거다 칠거야..하고 수십번 되뇌어본 뒤에 너는 이를 악물고 다시 물었다. '잘생기고 멋지고 착한 학연아 제발' 두손을 꼭모으고 고개를 푹숙이고 찡찡대는 너를 보는 학연은 크게 한숨을 쉬었어. "핸드폰 줘봐" 너는 신난 표정으로 주머니속을 뒤져 핸드폰을 꺼냈어. 학연이 잽싸게 핸드폰을 켜고 대화내용을 쭉 훑었어. 2013년 12월 22일 오후 08:22 뭐해? 그냥 책읽고있어 오후 08:57 오후 08:58 아그래?읽던거 계속 읽어^^ 응 오후 09:34 2013년 12월 23일 오전 08:22 일어났어? 응 오전 08:45 오전 08:46 밥은 먹었어? 아니 오전 08:58 오전 08:58 어서챙겨먹어!^^ 아니 이무슨 엄마와 아들의 대화인가 학연은 생각과는 달리 답이 짧은 그남자의 문자를 보며 왠지 모를 미소를 지었다. 한참을 메신저만 보다가 답을 내린듯이 뭔가를 눌렀다. 너는 애가타는 표정으로 메신저를 보았고 학연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너에게 핸드폰을 다시 돌려주었다. 너는 재빨리 메신저에 들어갔지만 아무런 메세지도 가지 않은걸 보고 학연에게 버럭 성질을 냈다. "아 내가 이런건 잘몰라서 뭐라 해야될지 모르겠더라고" 학연이 너의 머리를 한껏 헤집고 일어났어. "오빠 먼저간다" 너는 학연의 뒷통수를 가만히 노려보기만하다가 한숨을 푹쉬고 핸드폰을 노려보았어. 암만봐도 너와 남자의 대화는 사춘기 아들과 극성엄마가 아닌가 답이 없다 답이.. 터덜터덜 일어나서 차마 더 먹지도 못한 그릇들을 아쉽게 쳐다만보다가 계산대로 갔어 '얼마에요?' 직원은 나를 보며 싱긋웃었다. 뭐지 돈이 없어보이나? "손님 일행분이 계산하고 가셨는데요?" 미치겠다 차학연 진짜 |
09 |
간만에 찾아온 흔자만의 시간에 너는 방바닥에 눌러붙어서 카톡도 뒤적여보고 안하던 페이스북도 들어가보고 이리저리 웹서핑까지 하다가 반가운소리가 들려
'카톡!'
너는 빛보다빠른속도로 메신저에 들어가 근데 분명 너는 남자에게 메세지를 보낸적이없는데
그러지뭐 오후 11:45
너는 영문도 모른채 그러지뭐 라는 메세지를 받아 잘못보낸건가?싶어서 일단 대답을 망설여
아무리생각해도 나오는 답은 잘못보낸거라는 것뿐이라는걸깨닫고 너는 다시 메신저에서 나와
근데 남자의 프로필사진이 눈에 밟히더라고 사진속에서 남자는 해맑게웃으면서 어떤여자랑 어깨동무를 하고 있어
평소같았음 누구냐고 장난스럽게라도 물었을텐데 괜히 질투하는것같다는 생각에 그냥 접어두기로해
처음부터 너의 호기심을 건드는게 아니었어
너는 다짜고짜 페이스북에 들어가 남자의 이름을 쳐 아래로 뜨는 수십,수백명의 프로필에 조금 당황하긴했지만 어쩌겠어 찾아야지
쭉쭉 내려서 기어코 너는 남자의 프로필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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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이세환 정택운 박경리 Sanghyuk Han 권소현
친구들 이름으로 보아 여자 둘에 남자 넷인듯했다. 이순간 먹이를 찾아헤메는 하이에나마냥 너는 친구들 프로필을 소위말하는 '염탐'을 해
일단 눈에 거슬리는 여자부터 찬찬히 정독하기시작해
오늘 재밌었어!다음에 또 밥사줘야돼! 이재환 님과 함께,서울시 서가앤쿡에서 좋아요 15개 댓글 13개
신경질적으로 누른 댓글창은 가히 가관 이었어.
박경리 오늘은 내가샀으니까 다음엔 네가사! 이재환 야 남자가 이정도도 못해주냐! 박경리 넌맨날 얻어먹잖아!이뻐서 봐준다 이재환 ㅋㅋㅋ고맙다 이쁜아 박경리 다음에 언제 시간 괜찮아? 이재환 난 너될때 아무때나^^ 박경리,이재환 야 둘이 사귀냐 김원식 뭔소리야ㅋㅋ나 비싼여자야 김원식 어 나 갱리랑 사귀잖아 박경리,이재환 이욜~추카추카추 박경리 니가 먼저 나 꼬드긴거다 김원식 야 김원식 얘또 헛소리한다 이재환 헛소리 하지말고 자라 우쮸쮸♥
뭐?우쮸쮸? 너는 입에서 차마 담지못할만한 육두문자를 애써 집어넣으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아니 나랑 있을때랑은 너무다르잖아
나한테는 매번 단답에 먹을것도 내의사도 안물어보고 사탕주면서 얘랑은 뭐? 아오 진짜 그냥
괜히 치밀어오르는 화에 너는 그냥 핸드폰을 던지고 오늘도 한숨을 크게쉬어
아무래도 오늘은 밤새 짜증으로 지새우겠네...에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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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느때와 다를바없는 날 이 아니고 벌써 시간은 훌쩍 달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크리스마스이브면 뭐하나 옆에 아무도 없는데 괜한 심술에 너는 이불을 더 뒤집어쓰고 꾸물거려 어젯밤 던져버린 핸드폰을 끌고와 이불속에서 번쩍이는 핸드폰을 보는데 ........? 간밤에 내가 무슨짓을 한건지 수없이 많은 알림들이 상단바를 차지하고있었다. 그중에 가장 많아보이는 푸른빛 페이스북알림을 누르자 이재환 님께서 친구신청을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보이는 글씨는 단연코 남자의 친구신청이었다. 괜시리 화끈화끈 달아오른 얼굴에 이불에서 얼굴만 쏙빼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크리스마스이븐데 나는 지금 뭐하나 좋아요 3개 댓글 5개 어제 홧김에 마구 누러버린 글에 댓글이 달려있었고 너는 또 차학연이 겠거니 싶어서 댓글을 눌러 근데 이재환 별빛 안자고 뭐해 이재환 별빛 내일은 알바안가? 이재환 별빛 자나보네 이재환 별빛 잘자 이재환 별빛 보고싶다 이 무슨 뜬금없는......! 너는 어제와는 다른의미로 놀라서 핸드폰을 던졌고 핸드폰이 개박살이 나던 말던 너는 지금 남자의 댓글이 훨 중요했어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진정되지않는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발도 굴러보고 심호흡도 해보는데 자꾸만 눈앞에 '보고싶다'라는 댓글이 아른거려서 사라지질않아 다시 흥분되는 마음을 다잡고 액정이 반쯤 깨진 핸드폰을 들고 한번 더 심호흡을 해 후하후하 뭐라고 답을 할까 수없이 망설이다 이럴때는 이럴때는....! 생각나는대로 질러야지 싶은 마음으로 달달떨리는 손을 붙들고 댓글을 눌러 별빛 이재환 나도 너는 마치 서울대수시를 넣고 합격통보를 기다리는 학생마냥 수백,수만가지의 생각이 들어 아 내가 너무 쉬워보이는건 아닌가?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가야지 아 근데 너무 들이대나? 아니 옛말에 그런말이 있잖아 용기내는자가미인을 가진다고 너 이러다 박갱리인가 박경리인가 걔한테 뺏기고싶어? 이렇게 너혼자만의 대화가 오가는 중 너의 휴대폰위로 파란불이 반짝여 이재환 별빛 지금 나올래? 이 답을 보는순간 너는 서울대 합격통보받은 학생보다,아니 그보다 훨씬 들뜬채로 벌떡 일어나 서랍장을 전부열고 멈추지 않는 웃음을 애써 꾹꾹 누르며 뭐가 예쁠까 어떤걸 입어야하지? 아니 샤워부터 해야하나? 화장은 또 어떻게 하지? 좋아서 안달이난채로 발을 동동구르며 남자를 보러갈 준비를해 이재환 별빛 빨리 보고싶다 지금 이순간 세상누구보다 행복할 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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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무지추운데 너는 추운것도 못느끼는지 입김을 후후 내뿜으면서도 기다리는 시간이 그닥 지루하지가 않아 1분마다 거울을 보면서 머리는 괜찮은지 화장은 잘먹었는지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면 어쩌지 싶어서 자꾸만 확인하게 되는데도 너는 그냥 마냥 좋기만 해 장갑도 안껴서 손도 꽁꽁얼어가는데 그냥 손을 마주대고 비비기만 할뿐 아무것도 할수가없어 혹여나 네가 자리를 뜬사이에 오기라도 할까 안절부절못하고 그저 그자리에 서있기만해 반쯤나간 핸드폰 액정을 멍하니 쳐다만보다가 메신저를 켜고 언 손가락을 힘겹게 움직여 1 오후 05:56 어디야? 1 오후 06:47 어디야?늦는거야? 전화를 걸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야 메세지는 또 왜 안읽으며 지금 1시간째 너를 여기서 혹한체험을 시킬 모양인가 올 생각도 안해 야속하게도 하늘에선 눈까지 내려 너는 마치 작년이맘때쯤 박대기기자님 마냥 눈을 맞고 가만히 서있어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건 둘째치고 오다가 미끄러졌나 설마 사고라도 났나 별 생각이 다드는데 그래도 일단은 기다리고 해 니가 한창 16번째로 립밤을 덧바르고 있을때쯤 저멀리서 남자를 닮은 형체가 막 뛰어와 차마 몸이 얼어서 움직일수가 없었던 너라서 얼굴가득 웃음이 번지려다 이래서는 안된다는걸 깨닫고 너는 최대한 '나는 화났다'라는걸 알수있을만한 표정을 짓고 서 절대 그냥 안넘어가야지 절대 절ㄷ.... 남자가 달려와서 가장 먼저 한건 그저 너를 두팔벌려 꽉 안는걸로 모든걸 대신했다. 얼마나 뛰어왔으면 코끝이 루돌프마냥 빨개져있었어. 너는 아무저항도 못한채 그냥 안겨있을뿐이었어. 남자가 그렇게 한참을 너를 안고있다 네가 양볼이 다 빨개질때즈음 그제서야 너를 놓아주었어. 너의 양어깨를 잡고 최대한 미안한표정을 지은 남자가 어느새 본인의 목도리를 풀어 너의 목에 돌돌말아줘 그리고 핸드폰 메신저를 켜고 오후 07:23 미안해 진짜 추웠겠다 진짜 진짜미안해 오후 07:24 집에 무슨일이 생겨서 바로 나올수가 없었어 오후 07:24 해달라는거 다해줄게 진짜진짜 미안 네가 메세지를 다읽을때쯤 남자는 울상을 지으며 네손을 꽉 잡아 네손보다 훨씬 큰손으로 네 두손을 꽉잡고 입김을 불어대는데 알래스카에서썰매를 끄는 썰매개같은 느낌에 그냥 괜히 웃음이나 한번쯤 봐주지 뭐 오후 07:28 나도 비싼거 사줘! 남자가 너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다가 잽싸게 메세지를 보내 오후 07:28 너 경리 페이스북 봤어? 어젯밤 너의 모든행동에 찔리긴했지만 일단 지금 잘못한건 남자이니까 너는 모르는척해 오후 07:30 아닌데?그냥 비싼게 먹고싶어서^^ 지금이대로라면 이렇게 밖에 내일까지 서있어도 좋을것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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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는 집으로 돌아와서 다를바없이 이불위에 앉아 핸드폰을 켜 보나마나 남자에게서 와있는 많은 메세지들에 너는 또 괜한 미소를 흘려 집에 잘들어갔어? 오후 08:36 오늘 고생많았어 진짜로 오후 08:38 좀이따 또 볼거지만 오후 08:40 이제는 좀 길어진듯한 답장들을 보며네가 한창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즈음 "문열어라!" 차학연이 왜 안오나했네 하며 문을 연 순간 양손가득 뭔가를 들고 너의 집앞에 서있는 학연이 보여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와 커다란 봉지들을 내려놓으며 너를 향해 학연이 떵떵대 크리스마스이브에 남자못만나는 너를 위해 준비했다나뭐라나 그에 너는 더욱 떵떵거리며 말해 나 오늘 남자만났는데? 학연의 표정이 확 굳어 크게 눈치챌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에 너는 학연의 머리를 작게 쥐어박으며 너 말이야 너 라고 대꾸했고 그제서야 학연이 다시 웃었어. 학연이 봉지에서 아기자기한 케익을꺼내서 네앞에다 놔 매번 이렇게 먹을거 사다주는게 이제 너는 좀 부담스러워 전이랑은 달라지는 학연이의 모습은 누가봐도 눈치챌 정도였으니까 "내일은 뭐해?" 학연이 너의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구석구석 닦아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 아무것도 안하는데?라는 너의 대꾸에 "그럼 오빠랑 만나야겠네 너희 집앞으로 올게" 학연이 다 먹은 그릇을 치우며 너를 보고 싱긋 웃어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갈채비를 다한 학연을 문앞까지 바래다줘 "근데 별빛아 나 좀추운데" 학연이 의자에 고이 걸어둔 남자의 목도리를 가리키며 말해 남자가 준거긴하지만 뭐 내일 다시 돌려주겠지 싶어서 잠시 망설이다 오늘 먹은 케이크값이라 치고 학연에게 둘러줘 학연이 다시 너를 내려다보며 머리를헤집어 뾰루퉁한 표정을 한 너를 뒤로한채 학연이 들어가있으라며 살포시 문을 닫아 그리고 작게 말해 '좋아하는데' 오늘도 꾹꾹 내리참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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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갈채비를마치고 집앞으로 나가 학연은 어제 네가 빌려준 목도리를 두르고 평소와 다르게 신경을쓰고 나왔어 학연을 집에서 나오는 너를 보고 크게 손을 흔들어줘 너는 그에 반갑게 학연에게 종종 달려가 "뭐야 나 만난다고 이렇게 이쁘게 한거야?" 학연이 싱긋웃으며 자연스레 손을 잡았어 괜스레 어색해지는 공기에 너는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연은 별로 개의치않아했어 학연이가 싫은건 아닌데 친구로만 지내던 애가 갑자기 남자친구마냥 다정하고 자꾸만 남자로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괜히 미안해지기만 해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사람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지만 길거리 하나하나가 예뻐서 신기하게 보고있는 너를 학연은 말없이 손을 잡고 이끌기만 해 '우리 지금 어디가?' 학연이 검지를 척하고 세우더니 비밀이라며 음흉하게 웃었어 그에 너는 뭐냐며 말해달라며 팔짱을 끼고 흔들어대 둘이 한참을 걸어 도착한곳은 딱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이야 이렇게 비싼건 안먹어도 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너를 끌고 자리에 앉히기까지 성공해 주문한 음식이나오고 먹는 너를 보며 학연은 그저 웃기만 하다 나는 네가 먹는것만봐도 배부르다라는식의 시덥지않은 농담을 치며 그렇게 식사가 끝나 학연은 너를 보기만 해도 막 웃음이 나고 좋은데 네가 부담스러워 한다는걸 알아 그래도 학연은 언젠가 네 마음이 다시 자기한테 멈출거라 확신해 적어도 자기는 본인의 목소리로 너에게 마음을 전할수있으니까 시간은 흘러 벌써 8시 크리스마스에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흔히 알려져있는데 너에게는 아마도 아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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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은 기어코 너의 손을 붙잡고 사람이 북적이는 광장 쪽으로 나와 학연이 너의 손을 마주잡고 마주서서 너의 눈을 지긋이 쳐다봐 학연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뒤적이더니 너의 앞에 흔들어 은색 반짝이는 별모양 목걸이였어 선뜻 받기가 뭐해서 뭐 이런걸 사오냐고 하면 학연은 그냥 웃을뿐이야 천천히 너의 뒷머리를 넘겨 너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줘 지금 이순간 네 코끝에 와닿는 학연의 향수냄새도 조금 서툰 학연의 손길도 너에게 와닿았지만 설레고 떨리는 감정이 아니라 학연에게 자꾸만 미안해져 "이쁘다" 학연은 너를 보며 그렇게 말해 그렇게 너에게 차차 가까워져 다시는학연이와 친구도 못할까 혹여나 너에게 실망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무말도 하지못하고 자꾸만 가까워지는 학연을 그냥 넌 멍하니 받아내고만 있을뿐이야 학연은 어렸을때 아주 어렸을때부터 정말 좋아해왔다고 그렇게 말하고싶었고 너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어 미안한 마음은 갈수록 커지니까 그때쯤이었나 네가 코끝에 닿는 차가운 눈의 느낌에 살며시 눈을 떴을때 하늘에서 눈이 막 내리더라고 학연도 그에 맞춰 너에게 닿아있던 입술을 떼어 너를 꽉 안았어 근데 그러지 않았어야 했어 그러면 안되는거였어 오후 08:00 어디야? 오후 08:03 광장으로 오라며 오후 08:10 어제 내가 기다리게 한것때문에 화나서 그래? 오후 08:12 목걸이 예쁘네 오후 08:17 눈오는데 너도 보인다 오후 08:19 이거 보여 주려고 나보고 오라고 한거야? 오후 08:20 그런 의도였다면 성공했네 오후 08:21 나 간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 눈이 막오는데 거기서 너의 이름을 한참을 외쳐도 나는 역시 아직 안되나봐 아무리 불러도 너는 들을수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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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자리에 멈춰서 아무것도 할수없었어
너의 앞에서 학연이는 웃고있는데 자꾸 니눈에는 남자가 울상을 짓고 너를 보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나서
전화를 걸수도 없고 만나서 얘기를 할수도 없어서
나를 미워하겠지 더이상 만날수도 없겠지
네머리속을 가득 메우는 가시같은 말들에 너는 그냥 찔리기만 할뿐 아무것도 할수없어
하얀눈이 막 내려서 소복이 쌓이는데
너는 충분히 낭만적이었던 순간속에서 가만히 울고만 있어
학연은 너를 더욱 안으며 그렇게 좋아? 진짜 낭만적이다 그치?
그냥 안겨서 울기로 해 같은상황속에서 너는 너무나 다른 감정을 가져버렸으니까
미안해 학연아 미안해
안겨있던 품에서 나와서 너는 무작정 달렸어 너무나 쉽게 풀려난 손끝에 너는 미안하다는 말은 전하지도 못한채로 그냥 달릴뿐이야
재환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서 네가 믿을수있는건 이것밖에 없어서
눈이오던 순간 네가 처음새긴 발자국을 따라 미친듯이 뛰어
네가 할수있는게 이것밖에 없다는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입김은 막 나오는데 너는 그냥 달릴뿐이었고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결국 너는 앞으로 제대로 자빠져버려
눈길에 주저앉아서 너는 그냥 막 우는데
아파서 우는건지
서러워서 우는건지
2013년 12월 25일 1 오후 08:57 어딜 그렇게 뛰어가? 1 오후 08:58 우리 그럼 이제 사귀는거야? 1 오후 08:58 여자친구!
이제는 눈을 털고 일어나 계속 달려야지
달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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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넘어진거였는지 발목이 접질린듯해 그자리에 주저앉아있자니 너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일까봐 불편한 다리로 벤치에 앉아 메신저를 켜는데 어느쪽에서든 너에게는 심란하기만한 내용이야 일단은 남자의 메세지창을 켜 어떻게 무슨말을 해야하나 변명을 하자니 우리는 아직 사귀는것도 아닌데 혼자 호들갑떠는건 아닌지 괜히 변명하는것같아보여 도둑이 제발저리는격이 될까 불안함에 선뜻 손을 떼질 못해 네가 이상황에 도대체 할수있는게 뭘까 네가 할수있는게 있기는 한걸까 게다가 이미 손은 얼대로 얼어버려서 너는 되는대로 일단 입김을 불어 손을 녹여 추워서 온몸이 덜덜떨리지만 스타킹도 올이 전부나가서 보기 흉해 졌어 높은굽을 신은 바람에 뒷꿈치도 다까져서 막 아파 넌 일단 신발도 벗고 스타킹도 내던진채 그냥 가만히 생각에 빠져 맨발로 양발만 비비고 있어 하늘이 너한테 벌주는건가 싶어서 막 너 자신한테 화도 나 근데 이때 되게 크고 따뜻한 손이 네가 한창 녹이고있던 손위에 얹혀 멍하니 하고있던 생각들을 누군가 깨운듯이 너는 놓친버스를 잡는 사람처럼 위를 올려다보려는데 그리고 동시에 '카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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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올려다보자 크리스마스의 기적 이라는게 있기는한거구나 싶어 남자가 너를 또렷이 그리고 울상으로 바라보고있어 하고싶었던 말은 너무너무 많은데 막상 정말로 만나고나니 할수있는 말도 그리고 전해줄 방법도 없어 남자는 다짜고짜 니앞에 무릎을 굽혀앉고 등을 탁탁쳐 어차피 들릴수도 없지만 너는 개미기어가는 목소리로 나 무지 무거운데...라고 중얼거려 남자의 등에 업히자 남자가 벌떡 일어나 너의 구두를 양손에 들고 어디론가 터덜터덜 걸어가 그냥 괜시리 반갑기도 하고그냥그런 마음에 남자에게 업힌 너를 더 밀착시켜서 허리를 더 꽉 안아 그리고 도착한곳은 남자의 집으로 보이는 커다란 집이야 남자가 문을 벌컥열고 들어서자 아니 이 무슨 상속자들인가... 남자의 집에서 일하시는 분같으신분이 너를 향해 달려오셔 그리고 남자의 엄마를 불러와 우린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이무슨... 다짜고짜 남자의 어머니는 너와남자를 방으로 불렀고 너는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안절부절 못하고있어 남자는 너와 엄마의 눈치를 보다가 능숙하게 수화를 해 둘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도는 사이에서 너는 그냥 안절부절못하고 이 조용한 몸짓에 눈을 맞추고있어 그러다 남자의 어머니가 너를 또렷하게 보셔 너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을 애써 숨기며 짧은치마를 억지로 내리며 바싹바싹 마르는 입술을 축여 근데 너에게 돌아온 대답은 "어머 네가 별빛이니? 재환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너는 남자에게서 보였던 그 밝은 웃음이 어머니에게서 온거구나 싶어서 너도 맞받아치듯이 싱긋 웃어 "우리 재환이 여자친구라며?" 그말에 너는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흘긋쳐다봐 아니 지금 이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너를 경계의 눈빛으로 노려보고있어 아 맞다 아직 화해 안했지... 그리고 다시 남자의 엄마를 보며 '네 어머님 재환씨 이렇게 예쁘고 멋있게 자란게 누구덕인가 했는데 어머님 정말 예쁘시고...어..' 갑자기 엉켜버린 말들에 버벅거렸지만 나의 진심을 가득담아 남자의 엄마에게 전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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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의 벌벌미를 한껏 뽐낼수있었던 어머니와의 대화를 끝내고 너는 크게 한숨을 돌려
아 근데
한숨돌릴수가 없네
네옆에 남자는 아직도 너를 본채만채 흘긋흘긋 너의 눈치만 보고있어
그래도 크리스마스날이라고 이쁘게 머리도 올리고 옷도 평소보다 훨씬 신경쓴게 보이는 차림이야
어떻게 해야하나 이대로 집으로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설명할수도 없는 상황에 너는 난감할따름이야
너는 괜히 코트 주머니만 뒤적거려 그러다 잡힌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수없이 많이 와있는 메세지에 놀라 메신저에 들어가보니
남자에게서 메세지들이 와있어
오후 09:34 나한테 할말없어? 오후 09:35 일부러 그런거 아니지? 오후 09:35 집에 데려다 줄게 가자
남자는 아무말없이 메세지를 다읽은 너의 손을 꽉잡고 밖으로 나와 너의 손을 코트주머니에 넣고
남자도 사실 알고있어 학연이 그런거라는걸 근데 남자는 너도 학연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에서 눈이 막오는데 서럽게 우는 너를 보고 알수있었어
다음에 보면 정강이나 한번 차줘야지 라고 생각하고 남자는 네손을 더 꽉 잡아
아 오늘 멋좀 부렸는데....
남자가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너를 쳐다봐 너는 영문도 모른채 아직도 화난건가 싶어서 남자에게서 잡힌 손을 빼 싹싹 비는 시늉을 해
남자는 그모습이 웃겨서 그 모습을 막 찍어대
지우라고 팔을 버둥대며 핸드폰을 뺏으려는 너를 뒤로 남자가 막 달려가
그리고 와있는 메세지
오후 09:45 죄가 있으니까 죗값이야
남자는 생각해
카톡프사로 평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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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내 예쁜 독자님들 안녕하셨어요ㅠㅠㅠㅠ?
너무 늦게 왔죠?그래봤자 이건 정리글이지만!
드디어 다음편의 내용과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확실해졌기때문에!
이렇게 글잡으로 싹싹 긁어모아왔습니다ㅜㅜ♥
다들 많은 관심과 사랑부탁해용.....ㅎ흫ㅎ...
그럼 저는 19화로 핫하게 돌아오겠습니당!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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