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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짝사랑의 과정 完 | 인스티즈







"나, 나도 출 수 있어."




그렇게 큰 맘을 먹고는 내뱉은 말이 고작 '나도 출 수 있어'라니. 말이 제대로 엇나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열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울렁이는 시야에 전정국이 떨어뜨린 수건만 한가득 담겼다. 전정국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나를 바라본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에 딱 걸맞는 상황이었다.




"그게 뭔 소리고."
"... 아냐, 못 들은 걸로 해."
"여주야. 니 짐 질투하나."




상황 파악을 끝마친 전정국이 느릿하게 몸을 기울여 수건을 주워들고는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그 애가 한 걸음씩 가까워 올 때마다 진해지는 샴푸 냄새에 코끝이 아릿했다. 마침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까워진 전정국의 몸에서는 생경한 향기가 났다. 청명한 풀냄새 같기도 했고 맑은 가을 하늘을 한가득 퍼올린 구름 냄새 같기도 했다. 새빨개진 내 얼굴을 보고 미소를 감추지 못하던 전정국은 이마가 닿을 정도로 제 몸을 내 몸 쪽으로 밀착시키더니, 이내 이마와 이마를 딱 부딪혀 온다. 그리 아프지도 않았는데 맞닿은 살에서 별사탕이 튀어올랐다. 자잘한 알갱이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조잘거리며 타닥타닥 공기를 물들인다.




"뭐 하는 거야."
"질투하나, 이 귀여운 가시내야."
"... 야, 너..."
"귀여워서 우짜면 좋노."




내가 다른 가시내 허리도 막 붙잡고 그래서 질투 났나. 전정국은 이마를 맞댄 채로 고개를 숙여 한껏 웃는다. 널따란 어깨가 경쾌하게 들썩인다. 내 얼굴은 고개를 숙인 전정국 때문에 거의 안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 버림과 동시에 펑, 하고 터져버렸다. 캠프파이어에서 치솟던 모닥불보다 더 뜨거워서 손을 대서 식혀도 진정이 안 될 만큼 홧홧하게 타오르고 았었다. 그래, 질투가 났다. 나름 우리 둘 사이에 공들여 만든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언질도 없이, 아무리 춤이라고 해도 모르는 여자애 허리를 붙잡고 끈적하게 굴던 전정국에게 화가 났다. 더 화나는 사실은 전정국이 두 번씩이나 던진 귀엽다는 그 말에 화나는 감정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입에 넣기가 무섭게 달큰하게 녹아내리는 솜사탕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흔적도 없이.




"그래, 질투해."
"와 질투 났는데."
"... 그건..."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가장 명백한 답은 그것뿐이었으나 너무나도 명백한 답이었기 때문에 말하기가 겁이 났다. 정답이 맞다고 확신했지만 막상 채점해 보니 완전히 틀린 답이었을 때의 기분을 느끼게 되면 어떡하지. 전정국은 어느새 맞댄 이마를 떼어내고 나와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눈동자와 눈동자가 정확히 부딪히고, 오롯이 서로만을 담았다.




"여주야."
"......"
"내 멋대로 해석해도 되나."




마주한 눈이 크게 요동쳤다. 우리 둘 다 저와 맞는 주파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 같은 눈을 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기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나를 위해 전정국이 친절하게도 돌파구까지 마련해주었으니 이 상황에서 고개만 한 번 끄덕이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직접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내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소심한 몸짓 한 번으로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그대로 보내기는 싫었다.




"아니."
"......"
"내가 말 할 거야."
"......"
"... 좋아해."
"정여주."
"나 너 좋아해, 정국아."
"혹시 너도 나 좋,"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정국이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얼결에 손을 펴자 꼭 쥐고 있어 바스라진 유채꽃잎들이 흩날렸다. 키는 나보다 훨 크면서 자꾸만 파고드는 게 영락없는 대형견 같았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좋아한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손은 내가 금방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사람이라도 되는 듯 꽉 붙잡고 놓지 않는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우리를 찾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그제서야 마구 귀로 밀려들었다. 뚱하니 내려뜨렸던 두 팔을 들어 전정국의 등을 감쌌다. 이에 응하듯 더욱 세게 힘을 주어 나를 안는 전정국의 어깨에 얼굴을 묻자 흰 셔츠에 연분홍빛 물이 들었다. 혼자만의 외로운 노래였던 것이 두 사람의 주파수가 되어 공명했다. 헤르츠가 바닷물에 먹히는 대신 애정 어린 응답으로 되돌아왔다.




"정국아."
"여주야."
"좋아해."
"좋아한다."




감정을 깨닫기 전 그 애를 보아왔던 관찰기와 내 감정과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도망치고 서로를 상처 입히던 부정기, 서로의 마음을 알고도 더 조심스러워 쩔쩔매던 과도기를 지나던 나와 전정국의 짝사랑이 드디어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만개하던 순간이었다.





지금부터는 이 브금을 들어주세요!




"야, 구라 아니냐?"




뭔 그런 영화 같은 게 다 있어. 태형이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안주를 집어먹던 지민도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반응을 귀엽다는 듯 지켜보던 정국이 피식 웃으며 옆에 앉아 있던 여주에게 팔을 둘렀다.




"구라면 지금 제가 이러고 있겠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붙고 나서는 사투리를 안 쓴다며 무던히도 연습하더니 이제는 완전 세련된 서울 사람이다. 여주가 한동안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사투리 억양에 골머리를 앓았던 정국의 모습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제 어깨를 든든하게 감싸 안은 손을 맞잡았다. 기다렸다는 듯 감겨오는 손에 온 몸이 노곤해지고 또 편안해진다. 꽉 잡은 손바닥으로 서로의 반지가 맞물린다. 여주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정국이 웃고 있는 걸 알 수 있으므로 같이 따라 웃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형이 구라는 아닌 것 같다며 서러운 표정으로 맥주잔에 코를 박았다. 



"추워?"
"아니."
"취했어?"
"아니."
"취했네."
"안 취했다니까."
"가시나가 말 짧아지면 취한 거 내 모를 줄 아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익숙한 말씨에 여주가 빨개진 얼굴로 헤실거렸다. 유채꽃밭에서의 고백 이후로, 제주도에서 돌아오던 날부터 많은 게 바뀌었지만 정국만은 그대로였다. 제주도에서도, 학교에서도, 졸업을 하던 날에도, 대학 합격 소식을 듣던 날에도 언제나 제 옆을 지키던 전정국. 첫 짝사랑이자 첫 사랑. 서툴었던 마음이 영글어 열매를 맺을 때까지 옆에서 꾸준히 물을 주고 지켜줬던 사람. 정국이 날리는 눈발을 핑계로 여주를 제 코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꾸준히 크는 정국은 이제 여주를 한 품에 안을 수 있을 만큼 너른 등판을 가졌다. 예전도 지금도 이렇게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여주가 정국의 품을 파고들었다. 비틀대는 걸음과 단정한 걸음이 잔잔한 왈츠를 추듯 속도를 맞췄다. 맞잡은 두 손이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가로등이 필라멘트를 타고 연주황빛을 은은하게 내뿜었다. 두 개의 등 뒤에서 고래들이 기쁘게 울었다.




完.





*


제가 너무 오랜만에, 그리고 늦게 왔죠... ㅠㅠ 죄송해요. 원래 뒤에 스토리를 더 이어가려고 했지만 짝사랑이 끝났으니 이어질 과정이 없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갑작스럽게 완결을 내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칭찬해주시고 기다려주셨던 많은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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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핀아란입니다!
한참동안 안 오시고. 게다가 작품에 작가님 필명이 뜨지 않는 걸보고 놀라서. 안 오시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와주셨어요 ㅠㅠ 감동♥
제가 추천 진짜 엄청하고 다녔었는데. 문체가 너무 예쁘셔서.
다른 글로도 작가님을 뵐 수 있으려나요?
이번 글도 참 좋았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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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3.184
꾹토끼에요! 힝...너무 재밌었어요 끝나니깐 아쉬워요ㅠㅠ 재밌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수고하셨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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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난나누우에요 작가님 고생하셨습니다 너무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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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엉ㅠㅜㅜㅜ 얼마전에 글 읽었는데 벌써 끝니서 아쉽네요ㅠㅜㅠ 그래더 마음아픈 짝사랑만 하는게 아니라 이어지게되어 진짜 좋아요♡♡ 다른작품으로 찾아오시면 또 보러올게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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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오늘 다 정주행했어요!! 읽는내내 너무 몽글몽글 설레고 좋았어요ㅠㅠㅠㅠ 완결나서 아쉽긴하지만 끝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좋은꿈꾸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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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서로 마음 확인해서 잘되서 너무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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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ㅜ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잘이어져서다행입니다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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