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외워보자! 04
w. 2젠5
"뭐????"
자칭 슬리데린 최고 멋쟁이 이민형이 눈을 부라렸다. 이제노랑 사귄다고? 이민형이 깔깔거리면서 테이블을 내려친다. 그에 눈을 흘기는 슬리데린 학생들은 덤이었지만, 이민형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런 반응 나올 줄 알고 이민형한테는 꽁꽁 숨기려고 했는데. 사실 이동혁한테 얘기했다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나랑 이제노가 같은 공간에 있을때마다 제가 먼저 얼굴이 빨개지고 난리가 날까봐 아직 얘기 못했다. 갑자기 이민형이 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어디 아픈건 아닌데, 진짜 이제노가 너랑 사귄다고? 진짜야? 바둑알 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이민형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니, 이젠 나 아픈 사람 취급하는거냐! 어!
점심식사가 그렇게 흐지부지 되고 (이게 다 이민형 때문이다. 앞으론 비밀 절대 안 말해줄거임) 이동혁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황인준과 천문학 숙제를 돌려준 후에 - 베끼거나 그런게 절대 아니다! 절대! - 후플푸프 테이블로 돌아갔다.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고, 오후 수업은 없으며, 이따 12시에 천문학 수업만 있기때문에 엄청 널널했다. 오랜만에 퀴디치나 할까, 싶던 차에 레모네이드를 젓던 이제노가 숟가락으로 컵을 두어번 친 후 내게 건넸다. 마셔, 아까 내가 한 잔 마셔봤는데 맛있더라. 컵을 받아들고 이제노에게 건배하며 레모네이드를 들이켰다. 근데 시민, 너 약초학 보고서 썼어? 퀴디치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는 망할 고학년이기 때문에 에세이와 수행평가에 짓눌려사는 안쓰러운 몸인 걸 잊고 있었다.
"아 누나 한번만, 어? 한번만!"
아 왜 너까지 이동혁 닮아가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이제노가 타준 코코아에 코를 박았다. 누나 한번만 도와조라- 도서실에서 박지성이 내 팔을 잡고 늘어졌다. 제 망할 어둠의 마법 방어술 에세이 쓰는 걸 도와달라나 뭐라나;; ( 아니 난 후플푸프고 지는 그리핀도르면서 왜 그리핀도르 누나들한테 부탁 안 하는지 모를 일;;;) 내 앞 자리에 앉은 황인준이 또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눈썹을 찡그린다. 아주 손가락 단단해지겠어.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제노 - 이동혁은 또 호박파이를 받아들곤 도서실 구석으로 사라졌다 - 가 박지성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쥐어박았지만 박지성은 계속 징징거렸다. 얼른 가라 - 이제노가 내 팔을 붙잡고 있는 박지성의 손을 힘을 줘서 떼어냈다. 오- 형! 방금 되게 아팠던거 알아요? 박지성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말했다. 왜 그럴까 - ? 원래 시민 누나 괴롭히는거 좋아했으면서! 그리고 언뜻 본 이제노의 귀는 엄청 빨개져있었다. 황인준이 갑자기 사레가 들린건지 켈룩거렸다.
"누-나!"
박지성과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에세이를 받아들었다. 틀린 부분만 고치고, 추가했으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적어주는 걸로 합의했다. (우리가 악수하는 걸 보면서 이제노는 박수를 쳤다. 말리지는 못할 망정) 여튼 박지성, 징징거리는 걸로 절대 안 지지; 박지성이 그새 소문을 낸건지 천러가 중급 마법사를 위한 패트로누스 사용법 I 라는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을 들고 나타났다. 아 멀린 제발! 그래도 쫑천러는 슬리데린이면서 되게 귀여우니까 봐주기로 하자 (아무말) 천러는 책 사이에서 완전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냈는데, 거기엔 이민형의 이름도 있었고, 이동혁의 이름도 있었다. 이게 뭐야? 천러에게 묻자 천러가 미소지으며 깃펜을 건넸다. 누나의 패트로누스를 써줘요! 당연하게도, 천러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실기를 하기 보단 이론을 배울 나이였고 아마도 박지성과 같은 숙제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천러는 설문조사도 하는데, 박지성은 나한테 던져두고 사라져? 다시 만나면 머리를 아프게 쥐어박아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나저나 내 패트로누스가 뭐였더라. 한참 고민하자 황인준이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빼앗아 가 한숨을 쉬며 제 패트로누스를 적었다. 우와 형 최고! 천러가 박수를 짝짝 치며 황인준에게서 종이를 받아들었다. 제노 형도 해줄거져? 천러가 묻자 이제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봤다. 패트로누스 기억 안 나? 이제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씨, 어떻게 알았대. 여튼 이제노는 진짜 나를 너무 잘 안다 ( 좋다는게 아니라, 아니, 좋긴 좋은데, 가끔 좀 무섭다) 천러에게서 종이를 받아든 이제노가 혼자 끅끅 대며 막 끄적거렸다. 보려고 기웃거렸는데 어떻게 한번을 안 보여준다.
<당신의 패트로누스를 써주세요 :-)>
천러 :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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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Lee - 용 (노르웨이 리지백이었던가)
동혁 - 개
재민는 재민이 - 고먐미
박지성 - 아니 우리 아직 실습도 안 해봤는데 나한테 물어보는 천러 바보
황인준- 형은 펭귄이야
제노 : 보더콜리
시민♡ : 양
한참을 고개를 묻고 끅끅거리던 이제노가 얼굴이 새빨개져선 나한테 종이를 건넸다. 뭔가 칭찬을 바라는 눈빛인데. 종이를 찬찬히 읽었다. 천러가 박지성한테도 물어본건지 박지성 이름도 있다. 아니 우리 천러가 바보라니? 다시 한번 박지성을 보면 아프게 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맞다, 내 패트로누스 양이었지! 이제노 진짜 기억력 좋다. 이제노에게 엄지를 치켜들자 이제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또 칭찬해줄건 없어? 이제노가 또 고개를 갸웃거린다. 또 칭찬해줄거? 이제노가 제 긴 손가락으로 내 이름 옆 조그만 하트를 가리켰다. 이거 누가 보면 어쩌려고! 깜짝 놀라서 읽고있던 책으로 이제노의 어깨를 후려쳤다. (표현이 이런거지 소리는 콩!콩! 이랬다) 이제노가 제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깔깔거렸다. 동작 그만, 저 하트 뭐야? 뒤에서 우물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동혁이었다.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