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 01
1
여자는 아름다웠다. 제 나이로 보이지 않는 젊고 화려한 외모, 적당하게 교태 섞인 웃음과 말소리.
천성이 그랬다. 시선의 중심. 부와 명예 물들어서, 모두에게 관심을 받고. 그러면서도 끝 없이 애정을 원하고.
그래선지 그 어떤 남자에게도 정착하지 못했다. 도화살이 끼어도 단단히 꼈지, 주변에서 들리는 자신을 향한 말에도 그녀는 아랑곧 하지 않고, 오히려 그 높은 고개를 더 치켜들었다.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은화려한 생활과 어떤 방향이던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 그리고 애정이었으므로.
그것의 연장선으로, 그녀의 아들 또한 그녀에게는 그녀를 이루는 부속품 중 하나에 불과했다.
자신과는 그다지 닮은 구석 없이 서늘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수려한 외모의 소년. 처음부터 원해서 낳은 것이 아니라 별다른 애정조차 가지지 않았지만, 세훈은 어려서 부터 또래 남자아이 답지 않게 차분했고 그녀가 으레 세훈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별 무리없이 해냈다. 따라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그녀와 그녀의 아들에 대한 평가는 그녀를 흡족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배로 낳아서 자신의 성을 따른 아이임에도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든 얼굴이라던가 가끔식 마주치는 무기질의 눈동자. 지나치게 무덤한 성격등은 가끔 그녀로 하여금 기묘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2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느릿하게 1층으로 내려오던 세훈의 발걸음이 언뜻 보이는 낯선 인영에 멈췄다.
아래층의 테라스로부터 들어오는 햇빛에 먼지가 부유한다.
옅은 갈색의 곱슬거리는 머리, 적당히 균형잡힌 길쭉한 몸. 그 옆에 자리잡은 캐리어에 세훈이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방문할 사람이 있었나,
여자의 새 애인인가. 그렇다기엔 그다지 나이가 들어보이지는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이나, 아직 채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몸 선이. 그리고 그녀가 애인을 집으로 들이기 전엔 분명 레스토랑에 세훈과 자신의 애인을 불러 한번쯤은 불편하고 어색한 식사자리를 갖게 했을 거라. 잠이 덜 깬 몽롱한 정신으로 하는 생각들이 두서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어머, 세훈아. 벌써 일어났어?
여자의 목소리가 반쯤 잠에 빠져 있는 정신을 깨웠다. 계단 위에 서 있는 탓에 난간에 가려져 있던 주방에서 여자가 걸어나왔다. 이른 아침에도 여자의 얼굴을 덮은 두터운 화장, 코끝에 닿아오는 향수냄새에 세훈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종인이는 어제 잘 들어갔구? 말을 걸며 여자가 세훈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에 거실에 서 있던 소년이 여자를 따라 세훈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아… 자신을 향하는 말간 그 얼굴을 마주한 세훈이 작게 입을 벌렸다가, 앞니로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누굴까 고민한게 바보같을 정도로, 여자와 닮은 얼굴이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저 보다도 훨씬 닮아 있는 얼굴에 기분이 이상했다.
잠시 기묘한 충격에 휩싸인 세훈이 대답 없이 계단에 멍하니 서 있자 문득 옆에 있던 소년에게 고개를 돌린 여자의 표정이 밝아진다. 이내 계단 위로 올라서서 세훈의 팔을 잡아당긴다.
이런 류의 스킨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와 같았으면 가볍게 뿌리쳤을 텐데,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따른다. 멍청히 팔을 잡혀 내려가면서도 진득하게 몸에 들러붙는 시선에 세훈이 몇 번 눈을 깜빡였다.
-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거 기억해? 형이 생길거라고 했었던 거. 오늘 새벽에 막 도착했어. 이름은 루한. 이름 예쁘지? 새벽의 사슴이란 뜻이래.
루한, 이쪽은 세훈. 너보다 두 살 어려. 사진으로는 본 적 있지?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귓가에 끊임없이 들리는 목소리가 낭랑하다. 세훈이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아까부터 줄곧 따라붙던 시선의 주인공과 얼굴을 마주한다. 여자와, 루한. 닮은 두개의 얼굴이 모두 저를 향하고 있는 것에 머리 한구석이 지끈거리는 것 같다. 안녕, 어눌하게 뱉어진 루한의 말에 세훈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한 공기가 뭄을 누르는 듯 한 기분에, 세훈이 작게 신음하듯 숨을 뱉었다.
옅은 갈색의 눈동자가 세훈의 쇄골께에 가서 멈췄다.
자신의 팔에 감긴 손의 힘이 그렇게 억셀 수가 없었다.
기묘한 동거의, 시작이었다.
| 퓨어 (암호닉) |
룰루 미친개구리 버블버블 라푼첼 이 외에도 코멘트 남겨주시고 신알신 해 주신분들 제 사랑을 받으시라~ 하트♥! 암호닉은 당분간 계속 받을 예정이에요. 아마 중반까지? 애쉬가 짧은 분량의 글도 아니고 일단 댓글 달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격(눈물)이라 저 주제에 무슨 암호닉을 안받는다고 ㅇ)-<.... 원체 글 쓰는 속도가 느린지라 연재 텀은 잘 모르겠는데 일주일에 한편은 올리겠어여 흑흑.. 분량은 장담 못해여 ⊙♡< 꺄르륵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 제가 댜릉함...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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