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꾸던 꿈이 있었다. 배경은 조선 시대인 것 같았고 비단 옷을 입은 곱게 생긴 한 남자가 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듯 했다. 어느 땐 그 남자와 같이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고, 시장에서 남자와 입 맞춤을 하기도 하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꿈이지만 그와의 잊지 못할 추억들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쭉 함께 해 온 꿈 속 남자와의 추억. 다른 꿈을 꿀 때와는 달리 이 꿈을 꿀 때면 하루 종일 그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여운이 깊게 남아 그 남자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대체 누구길래 내 꿈에 자꾸 나타나는 거지? 생각해 봐도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 남자가 꿈에 나오고 나서 부터 현실에서도 그 남자를 찾으려고 하였으나, 아무리 찾아 봐도 그런 남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만나더라도 기억하기 힘든 게, 어릴 대는 뚜렷하게 보이던 남자의 얼굴이 시간이 지날 수록 희미해져 갔다. 이제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까지 됐다. 사진이라도 찍어 뒀다면 평생 기억할 텐데 꿈이니 찍을 수도 없었다. 그림이라도 잘 그렸다면 그의 얼굴을 그려 놓았을 텐데. 애꿎은 나의 손을 탓했다. 언젠가, 현실에서도 그 남자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
몽환극
강다니엘 님이 친구 요청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울리는 페이스북 알림에 켜 보니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의 남자였다. 그냥 막 건 건가, 하고 타임라인을 들어가 보니 함께 아는 친구에 옹성우가 있었다. 사진을 보니 남자의 얼굴이 낯 익다.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해 보려고 해도 머리만 아프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오다가다 봤겠거니 하고 타임라인을 훑어 보는데 키도 크고 어깨도 크고 훤칠한 게 보통 잘생긴 게 아니다. 좋아요 수와 댓글을 보니 여자도 많고 인기도 많아 보였다. 이런 사람이 나한테 친구를 걸 이유가 뭐가 있지? 실수로 누른 걸 수도 있으니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실수 였다면 취소를 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일단 받아 버렸다.
-여보세요?
"야 옹성우"
-뭐
"강다니엘이 누구야?"
-그거 물어 보려고 전화 했냐? 우리 과 동기다 왜
"나 만날 때 데리고 온 적 있었나?"
-아니
"왜 익숙한 것 같지?"
-아 몰라 왜 둘 다 쌍으로 난ㄹ...
옹성우한테 전화를 걸어 대답을 듣고는 그냥 끊어 버렸다. 설마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 아니겠지? 생각하다가 만나본 적도 없는데 괜한 김칫국은 마시지 말자며 고개를 저었다. 까똑! 알림이 울렸다. 옹성우의 욕이 적힌 카톡일 거라 예상하고 휴대폰을 들어 보니 옹성우에게서 온 카톡은 맞았으나 예상과는 다른 내용인 다니엘과의 소개팅을 예고했다. 게다가 약속 시간은 바로 내일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해도 되는 거야? 당사자의 의사는 물어 보지도 않고? 뭐 물론 싫다는 건 아니었다.
-또 왜
"갑자기 이렇게 말하면 어떡해!"
-내가 갑자기 정했으니까
"그 사람이 해 달래?"
-아니 이제 다니엘한테 말할 건데?
"그 사람이 싫다고 하면 어떡해"
-그럴 일 없으니까 그냥 내일 꾸미고 나와
뚝, 이번엔 옹성우가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정해진 만남에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불안한 마음에 두 발을 동동 굴렀다. 일단 팩을 꺼내 들어 얼굴에 꼼꼼히 붙이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었다. 아까 대충 훑었던 다니엘의 페이스북을 꼼꼼히 보았다. 옷도 잘 입고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하얗고 입동굴이 예쁘고 아기 어피치를 닮았고 또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놀고 성격이 좋아 보였다. 페이스북으로 성격은 판단하는 건 어렵긴 하지만 SNS 말투로도 조금은 판단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라는 거였다. 오다가다 마주친 얼굴이라기엔 너무 익숙했다. 누구지 대체, 내일 만나면 물어 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팩을 떼어냈다.
-
떨리는 마음에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하고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느긋하게 준비해도 되겠다 생각하고는 이 옷 저 옷 다 입어 보고 제일 아끼는 원피스를 입었다. 평소에 화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제일 공 들여서 했다. 준비를 다 하고 나서도 약속 시간이 1 시간이 남았지만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이 되기 좀 전에 옹성우가 카페로 들어 왔고 다니엘이 오기 전까지 다니엘에 대한 얘기를 조금 들었다. 그리고 옹성우가 약속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 다니엘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다니엘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얼굴일 텐데 오래 봐 왔던 사람인 것처럼.
다니엘과 나는 마주 앉아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고 옹성우는 인사만 시키고는 커피를 시키러 가 버렸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되게 길게 느껴지는 침묵이 이어졌다. 다니엘은 어색한 건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자꾸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무슨 말을 꺼낼 지 생각하다가 어제 물어 보고 싶었던 게 생각이 났다.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네?"
"아무리 봐도 낯이 익어서"
다니엘도 내가 낯이 익다고 했다. 어디서 보았길래 이리도 익숙하지? 하고 서로 추측을 해 보았으나 우린 겹치는 점이 없었다 지역도 달랐고 아예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익숙하지, 계속 이야기를 해도 나오는 답이 없었다. 그때 옹성우가 커피를 들고 자리로 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냐"
옹성우한테는 괜히 말했다가 이상한 말을 할 것 같아서 그냥 그런 게 있다며 대충 대답해줬다. 그리고는 이야기 주제가 넘어 간 것 같다. 그 이야기로 인해 어색함이 풀린 다니엘과 나는 좀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옹성우는 이제 어색한 분위기 깼으니 가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옹성우가 가고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같이 밥도 먹으면서 서로 많이 알아 갔고 다니엘은 나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다니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정하고 말이 잘 통하는 다니엘에게 감정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꿈을 꿨다.
번외 1 (다니엘과 이름)
그 날 밤, 다니엘은 꿈을 꿨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예전에도 꾸었던 꿈을. 똑같은 상황과 똑같은 장면들 이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던 그녀의 얼굴이 선명하게 아주 뚜렷하게 보였던 것과 그녀와의 입맞춤으로 꿈이 끝이 난다는 것. 다니엘은 꿈에서 깨자 마자 알아챘다. 그 여자는 이름이었다. 다니엘은 곧바로 휴대폰을 켜 이름이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자 이름이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이제 알 것 같아요
"집 앞으로 갈게요"
번외 2 (성우) |
꿈을 꿨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꿈. 배경은 조선 시대인 듯 했고, 나는 바글바글 사람이 많은 시장을 걷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입을 맞추는 두 남녀를 보며 속으로 솔로 천국 커플 지옥을 외치며 걸었다. 걷다 보니 눈 앞에 남녀가 보였고 얼굴을 힐끔 보았는데,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나 버렸다. 꿈에서 깬 순간 나는 알아챘다. 그 두 남녀는 시발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라는 걸. 꿈을 꿨던 날, 나에게 서로를 묻는 둘을 보고 느꼈다. 아, 개꿈이 아니었구나. |
더보기 |
어제 프듀가 끝나자 마자 글을 써 내려서 해가 뜨고 나서 잠에 들었습니다... 다니엘 워너원 센터야!!!!! 하며 설레는 마음에 그냥 급하게 써 내려서 그런지 글이 중구난방이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글이 많이 짧네요 휴대폰으로 써서 길다고 느꼈는데 컴퓨터로 옮기니 얼마 안 되는군요 아... 모르겠고 다니엘 워너원 센터 된 거 축하해 ヽ(꒪♡꒪) 다음 글에서 만납시다. 암호닉은 계속 받겠습니다! 암호닉 포뇨, 빼빼로, 사모예드, 땅땅, 뿜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