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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오백] 로맨틱 헤븐 (Romantic Heaven) 01 | 인스티즈  

   

Romantic Heaven  

   

  

   

  

   

   

로맨틱 헤븐(Romantic Heaven) 01



w.루엔




01. 널 차라리 몰랐다면




〈키친> 도경수 〈러브어페어> 서진희. 그들만의 사랑스러운 청춘 보고서 〈로맨틱 헤븐> 2010년 부산 국제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안상민 감독의 두 번째 로맨틱 시리즈.


“보고 싶은 거 골랐어?”
“응”


이거. 살짝 구깃해진 작은 팸플릿을 가리켰다. 박찬열은 웬일이래 너 원래 로맨스 안보잖아 하며 팝콘을 아작아작 씹어먹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남자 둘이 좀 그런데.. 뒷목을 긁적이며 살짝 망설이는가 싶더니 결국 표 두 장을 뽑아다 한 장을 내민다.  


“시간 많이 남았어.”


팝콘은 왜 미리 사고 그래! 등짝을 퍽퍽 때리며 나무라자 먹고 싶대서 사와도 지랄이야! 억울한 목소리로 침까지 튀겨가며 영화관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가재미눈을 뜨고 원망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박찬열에게 그 입술에 묻은 팝콘 가루 좀 떼고 말해라. 투덜대듯 한마디를 툭 던졌더니 민망한 듯 손등으로 입술을 훔친다.  


“입 좀 다물어, 쪽팔리니깐.”


주위에서 흘끔대는 시선이 느껴져 이를 앙다물고 일침을 놓았더니 이를 부득부득 갈며 내 손에 들려있던 팸플릿을 확 채 간다. 서진희 나오네!? 헐 대박.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팝콘을 내게 넘기며 이리저리 훑어보다 15세네.. 쩝 소리를 내며 퍽 아쉬워하는 박찬열을 등지고 터벅터벅 출구 쪽 으로 몸을 돌렸다. 저만치 뒤에서 같이좀갈래!? 하는 목소리에 그냥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 * *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에 딸린 작은 테라스에 앉아 플라스틱 컵 송골송골 맺힌 물기를 쓱쓱 문질렀다. 몇 분 째 휴대폰을 바라보고 실실 웃고 있는 박찬열에게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으니 시선을 고정한 채로 삼십 분... 하며 말끝을 흐리다 다시 끅끅대며 웃기 시작한다. 정말 시간 더럽게 안 가네.  


“재밌냐?”


빈정대는 말투로 물으니 푸하학 웃으며 응 하고 천진한 말투로 대답한다. 반쯤 녹은 스무디를 쪽쪽 빨며 흐음- 하고 얕은 한숨을 내뱉자 자세를 고쳐 앉아 스크롤을 내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호들갑을 떨며 야!! 이것봐봐! 하고 휴대폰을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야, 도경수랑 서진희 사귀나 봐”


건네받은 휴대폰에 ‘로맨틱 헤븐 도경수, 서진희 아직 알아가는 단계’ 인터넷 기사의 큰 헤드라인 과 함께 시사회에서 나란히 찍힌 사진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기사를 천천히 읽어 내리다 탁하고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도경수(26) 서진희(25) 가 조심스럽게 연애사실을 공개했...’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들이 일순간 나를 괴롭혔다. 침을 꼴깍 넘기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휴대폰을 꺼내 통화목록을 내리다가 얼마지 않아 보이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경수형’ 하얗게 떠있는 작은 글씨를 넋 놓고 바라보다 ‘상대방의 전화기 꺼져있어...’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를 끝으로 종료버튼을 눌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여전히 서진희가 좀 아깝다- 혼잣말을 늘어놓으며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박찬열을 따라 뒤늦게 일어나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천천히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빨리 와! 손짓하곤 다시 앞장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괜히 보자 그랬나. 당장에라도 영화를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도 지끈지끈 해대는 통에 정말 그냥 돌아서 가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먼저 영화를 보자며 귀찮아하는 박찬열을 끌고 나온 것 에 대한 책임감이 본능을 짓눌렀다.


“어 어...”


* * *


“진짜 마지막에 도경수가 미친 듯이 뛰어갈 때 막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니까”
“...”
“그 비 맞고 울면서 전화할 때 진짜- 도경수 다시 봤어”


불이 켜지고 배우들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무언가 홀린 듯 환상에 사로잡힌 느낌이 들었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굉장한 꿈을 꾼 기분이다. 웅성웅성 떠들썩하게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영화 어땠어? 하고 묻는 사람들. 남은 콜라를 쪽쪽 빨며 에이 괜히 봤다. 하는 사람들. 모든 게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 가만히 꺼지지 않은 스크린만 주시했다.


“안 나가?”


팔뚝을 툭툭 치며 묻는 찬열에게 나가야지.. 작게 대답하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게 남는 여운에 심장이 잔뜩 구멍 난 느낌이다. 터벅터벅 워커를 질질 끌며 먼저 걸어가는 박찬열을 두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맨 끝 칸으로 들어가 털썩 주저앉으니 엉덩이가 얼얼하다.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한참 동안이나 숨을 죽였다. 진짜 울면 안 되는데 주문을 외듯 여러 번 되뇌고 또 되뇠다.


“병신같네 진짜..”


타일 위로 내동댕이쳐진 휴대폰을 뒤집었더니 부재중 전화 2통. 번쩍하는 화면 위에 큼지막하니 찍혀있다. 박찬열에게 연락한통은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꾹꾹 눌렀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큼큼 하고 헛기침을 몇 번 하다가 반대편에서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에 어- 하고 작게 대답하니 숨 쉴 틈도 없이 몰아 부친다.


「야! 너 어디야!」
“지금 집에 가고 있어”
「뭐? 어디 있었는데?」
“화장실”
「뭐야, 그럼 진즉에 전화라도 하던가」
“미안, 나왔는데 너 따라가다가 놓쳤어”
「괜히 기다렸네. 알았어- 연락해」


스르르 힘없이 팔을 내렸다. 그리곤 몸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있었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다가 벽을 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거울에 비춰지는 못난 얼굴이 참 싫다. 시큰해진 눈가를 물로 벅벅 닦아 버리고 영화관을 나섰다. 금방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 하늘이 유난히 시커멓다. 마음 아프게.


“아 시발 되는 일이 없네”


머리를 잔뜩 헝클다가 한참을 손에 꾹 쥐고 있어 뜨끈해진 휴대폰을 들었다. 아- 전화를 해 말아. 딸깍딸깍 홈 버튼만 누르길 여러 번 지나가는 택시를 무작정 잡아탔다.


“어디로가요?”
“도곡ㄷ... 아니다 사당동 현대아파트로 가주세요”


라디오에서 작게 흘러나오는 차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가다 창문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배경에 시선을 옮겼다. 하릴없이 번쩍번쩍하는 불빛만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얀 얼굴이 떠올라 고개를 짤짤 흔들었다. 고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혼자 이렇게 속앓이 하는 일이 맞는 건가 고개를 푹 떨구며 잠시 신호를 기다리는 틈을 타 창문을 내렸더니 족히40층은 되 보이는  멀대같은 건물꼭대기의 커다란 전광판에 도경수와 서진희의 모습이 지나간다. 찬란했던 그 해 5월 너와나의 로맨틱 헤븐- 로맨틱 헤븐은 개뿔. 누군 일분일초가 지옥 같은데. 금방 풀이 죽어 다시 창문을 찍 올렸더니 눅눅한 에어컨 바람이 스민다. 오늘 차암 기분 별로네.


* * *


「일주일간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배우 도경수와 서진ㅎ...」


TV를 틀어도 인터넷을 켜 봐도 온통 서진희와 도경수의 열애설로 떠들썩하다. 이제는 좀 그만보고 싶은데.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멈춰있던 채널을 마구잡이로 돌려놓고 애꿎은 리모컨만 툭툭 때렸다. 도경수의 휴대폰은 며칠 동안 꼼짝없이 죽어있는 모양인지 도통 연락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자주하던 SNS도 저번 달에 멈춰 버린 지 오래다. 그에 비해 서진희의 미니홈피에는 각종 해명 글과 사과 글이 난무한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열애설은 인터넷기사며 달갑지 않은 영상들이며 봇물 터지듯 끝없이 흘러나오는데 정작 열애설의 주인공은 코빼기도 안 비춘다.


“전화라도 좀 받지”


괜히 답답한 마음이나 달래볼까 싶어 메시지 창을 열어 글자를 썼다 지웠다만 반복했다. 형, 연락 좀 받아.. 아니지 아니지 문자보면 전화 좀 해줘.. 아니야 형... 에이씨! 뒷목을 긁적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쇼파 위에 벌러덩 누웠다. 그 사이 손에서 놓쳐버린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 창을 닫으려는데 그동안 했던 문자들 사이에 ‘형, 문자보면 전화 좀 해줘’ 새로 찍힌 문구가 떡하니 올라와 있다.


“으악! 미쳤나봐!”


잘못 눌리기라도 했는지 6:35 정갈하게 찍힌 시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뒤로가기 버튼을 수십 번 눌러봐도 야속한 문자는 없어질 줄 모른다. 이미 오래전에 도경수에게 도착했을 메시지는 지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착잡한 마음에 재빨리 삭제버튼을 눌렀다. 머리를 감싸 쥐고 끔찍한 좌절을 맛보고 있을 때 쯤 쇼파 위로 퍼지는 진동소리에 번뜩 몸이 경직 됬다. 설마, 도경수는 아니겠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휴대폰을 흘끔 쳐다보니 역시, 도경수는 아니다.


“여보세요”
「어- 백현아 나야 성진이」
“아! 어어 오랜만이네”
「나 지금 사당역 근천데 잠깐 만날래?」
“어,어딘데?”
「여기 그 사거리 지나서 그 무슨 선술집인데」
“알았어, 금방갈게”


죽는 줄 알았네. 온몸에 힘이 탁 하고 풀렸다. 쿵쾅쿵쾅 요동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현관문을 나섰다.  


* * *


“우리도 확 데뷔 해버릴걸 그랬나?”
“그때는 그럴 여건도 안됐잖아”
“...”
“ 너는 집안사정 때문에 그랬고 나는...”
“...”
“나는 뭐든지 잘 못했잖아. 연기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노래는 좀 했지만”


18살 때쯤이었나?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겨울이었는데.. 두꺼운 코트에 커다란 서류가방만 척 매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연예인 해볼 생각 없냐구 묻더라? 그래서 순진한 마음에 손바닥 만한 종이 쪼가리 들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그래서 고민 끝에 결국 그 기획사에 들어갔는데...


“백현아”
“어..어..”
“취했냐?”
“아니이..!”


연습생만 무려 50명인 거 있지. 딱 연습실에 들어가서 드는 생각이 아 정말 열심히 해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 근데, 그러나고 나서 두 달 동안 매일 같이 울었다? 왜냐구? 나는 일개의 길거리캐스팅 연습생에 불과했고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못하는 게 없었거든. 그리고 다들 나를 싫어하기도 했고. 나는 낙하산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미친 듯이 죽을 똥 살 똥 노력해서 들어온 애들이 수두룩한데 운이 좋아서 노력없이 들어온 내가, 다른 연습생들보다 데뷔 날짜가 더 빨리 정해진 게 얼마나 아니꼽고 재수 없었겠어. 나라도 그랬을 거야.


“우리 그때 되게 재밌었는데”
“...”
“경수형이랑 너랑 나랑”
“...”
“특히, 경수형이 너는 진짜 예뻐해서 내가 질투 했던 게 한두 번 인줄 아냐?”
“...그 대신 다른 애들이 나 싫어했잖아”
    

문득 떠올랐다. 도경수와 한 팀이 될 뻔 했던 시절이. 20살을 갓 넘긴 시점 아무도 없는 껌껌한 연습실 한 켠에서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어찌나 서러운지 눈물이며 콧물이며 범벅을 하곤 끅끅거리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도경수가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연습실로 들어오더니 구석에 처박혀 우는 나를 보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서 ‘백현아, 무슨일 있었어?’ 하고 묻는데 그에게 형, 내 얘기 좀 들어줘. 나 너무 힘들어. 하고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에 더 크게, 더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났다.
  

“아니야”
“아니긴 뭘, 지나간 얘기 꺼내서 뭐하냐. 마음만 아프지”


백현아 왜울어. 울지마- 하며 등을 토닥토닥 하는데 집 생각도 나고 그만 두면 마음이 더 편할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고. 그땐 그냥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없었으면 지금도 없겠지 싶다.


“지금이야 알아서 살길 다 찾았으니까 하는 말인데”
“...”
“솔직히 우리 데뷔 했어도 들러리 밖에 더 했겠냐”
“...”
“회사에서 경수형 띄워주려고 우리 붙여 놓은 거라는 소문도 파다 했어”
“...”
“형이야 집안좋지 잘생겼지 노래잘하지 춤 잘추지 거기다 연기까지 잘하는데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경수 형이 잘돼서 우리도 먹고 사는 거 잖아”


성진이는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렇지, 그래서 이렇게 취직도 하고 마주보고 웃으면서 술도 먹고 하는 거겠지. 그때 우리 팀 탈퇴하고 형 혼자 데뷔하게 됬다고 결정 됬을때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두 시간 동안 울었던 거 기억 나냐? 진짜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우는데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울 수 도 있다는 거 처음 알았잖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웃으며 옛 추억을 회상하는데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해 말머리를 돌렸다.  


“근데, 너 그땐 되게 뽀송뽀송하구 귀여웠는데 몇 년 사이에 폭삭 늙었다!?”
“그러는 너는...”
“....”
“어떻게 아직도 뽀송뽀송하냐!?”


피식피식 웃다가 앞에 놓인 제육볶음을 휘적거리고 있는데 성진이가 징징울리는 휴대폰을 꾹 그러쥐고 바깥을 가리키며 나 잠깐 전화 좀- 하곤 급하게 자리를 비웠다. 오랜만에 과거 힘들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더니 축축 처지는데다 평소보다 술을 덜 마셨는데도 스멀스멀 오르는 취기에 몸이 휘청휘청 거리고 있을 때였다. 지이잉- 플라스틱 테이블위로 울리는 진동소리에 흠칫 놀라 더듬더듬 거리며 휴대폰을 찾아 액정을 확인했더니 경수형 하고 올라온 세 글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보세요? 하고 받았더니 반대편에서 살짝 갈라진 도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백현아”
“어 어 형!”
“응...”
“....별 일... 없지...?”
“....”
“....”
“.....잠깐 올래?”
“어디?”
“집. 우리집”


금방 갈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무작정 술집을 나왔다. 카운터 알바생이 ‘저기요! 계산..!’ 하고 다급하게 외쳤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뛰어가기 바빴다. 그의 연애 사실을 기사를 통해 먼저 접해야 했다는 서운함과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를 아무 관계  없는 제3자 에게 빼앗겨 버렸다는 서러움도 잊은 채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 * *


딩동- 쿵쿵쿵


“형!”

  
초인종을 누르다가 그것도 답답해 현관문을 쿵쿵 두드리며 형을 불렀더니 도어락이 열리며 퀭해진 도경수의 얼굴이 날 반겼다. 볼살이 쑥하고 들어가서 전보다 약간 더 도드라진 광대뼈에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눈에도 졸음이 가득히 몰린 게. 영 톱스타의 몰골이 아닌 듯 보인다.


“들어와”


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들어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뭐 먹을래? 하고 묻기에 고개를 가로로 저으니 부엌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쇼파 위에 쓰러지듯 눕는다. 나는 앉을 생각도 못한 채 한참을 서 있다가 채널을 돌리다말고 ‘앉어, 뭐해’ 작은 테이블위에 놓인 캔맥주를 따며 옆자리를 통통치는 그의 행동에 영 불편하게 살짝 엉덩이를 걸쳤다.  


“왜 그래, 뭐 마려운 애처럼”
“어? 아니-”


"여긴 또 왜 그래"


팔뚝에 생긴 상처에 핏기가 돌았다. 아까 급하게 뛰어오다가 긁였나 보네.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자 그런 거 그냥 두면 나중에 흉 진다. 하며 지 주제에 남 걱정부터 한다.


도경수는 하릴없이 리모컨 버튼만 여러 번 누르다 곧 전원을 꺼버렸다. 그나마 작게 울리던 티비 소리마저 사라지니 솨아아- 하는 에어컨 소리만 적막 속에 가득히 퍼졌다. 하아- 근심이 잔뜩 섞인 깊은 한숨에 곁눈질로 그를 바라봤더니 눈이 딱 하고 마주쳤다. 피하기가 뭐해 입술만 꾸득하고 물어뜯다가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결국 먼저 말문을 튼 건 나였다.


“기사..봤어..”
“....그래?”
“응..”


도경수는 히죽 웃으며 ‘먼저 말 못해서 미안’ 하고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대답대신 꼴이 그게 뭐야.. 하고 속상한 말투로 다그쳤더니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작게 대답한다.


“그러게.. 야, 그래도 너 있으니까 좀 낫다”
“...”
“혼자 있으니까 하나도 못하겠어. 뭐든.”


그러고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푹 쇼파에 몸을 기댄다.


“조금만 잘게”
“...”
“그때까지 가면 안 돼”


피곤이 잔뜩 서린 말투로 말끝을 흐리더니 금방 침묵이 돌았다. 속도 좋다 정말.


* * *


나는 도경수가 눈을 부친 2시간동안 꼼짝없이 그의 집에 남게 되었다. 이렇게 옆에 있는데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너무 비참해서 어떻게든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하고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에 반찬 몇 가지를 채워 넣었다.


“백현아..”
“...왜”
“형이 미안해 진짜”
“뭐가”
“다, 그냥 다”


두 시간 남짓 시간이 흐르자 깊은 잠에 취해있던 도경수가 내 이름을 슬쩍 불러왔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서진희랑 사귄 거? 아님 둘이사귄걸 자기 입으로 말못한 거? 아님,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없는 게 미안하다는 걸까. 나는 내 멋대로 해석하고 대답대신 밥 좀 챙겨먹고 다니라는 잔소리를 끝으로 도경수의 집을 나왔다.


여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눈물이 나왔다. 도경수의 힘없는 목소리는 언제나 들어도 가슴 아프다. 너는 항상 빛났었는데. 내 앞에서는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 너무 빛나서 선뜻 다가갈 수 없었고 나도 너와 동등한 위치가 되었을 때 자신 있게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내 마음을 억누르고 또 억누르기에 바빴다. 근데, 이제 그 기회조차 사라져 버렸다. 내가 그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기도 전에 옆자리는 이미 누군가로 가득 차버려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내 비참한 짝사랑은 나를 어디까지 추락 시킬 참인지. 그냥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금방 깨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경수와 내가 함께했던 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더라도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이 사라진다면 차라리 그렇게 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안녕하세요~ 이렇게 쓰는게 맞는지 모르겠네요ㅎㅎ  

계속 갠홈에서만 쓰다가 인티에서 처음으로 연재 하게 되었는데 뭔가 설레기도 하고 걱정 되기도 해요ㅎㅎ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아마 5편이나 6편쯤에 끝날것같아요~ 아 그리고 로맨틱 헤븐이라는 영화가 실제로 있는 영화더라구요  

저는 몰랐는데 ㅠㅠ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커플링은 오백이고 아마 사이드 커플링은 없을것같아요   

제가 이거말고도 연재하는게 하나더 있는데 반응 좋으면 그것도 써보려구요ㅎㅎㅎ 어쨌든! 피드백 많이많이 해주시구   

암호닉 신청도 받습니다ㅎㅎ (날타,오타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부분은 이해해주세요ㅠㅠ)  

   

다음에는 포토샵도 예쁘게해서 표지만들어올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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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현이 불쌍해요.. 사귀면서도 백현이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걸 보면 무슨 감정이 있을것같은데.. 열심히 담편 기다릴께요!! 저는.. 큥으로 기억해주세요 ㅎㅎ
11년 전
독자2
글 분위기랑 브금이랑 잘맞는것같아요 마지막부분이 특히좋아요.. 아련하네요... 신알신할게요 재밌게읽었습니다!
11년 전
독자3
작가님최공예요최공 제가 독방에서 작가님재밌다고얘기했어요! 개인홈도 꼭 찾아서들어가볼께요 진짜 꼭 계속연재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진짜사랑해요초면에...♥♥
11년 전
독자4
삼바로암호닉할게요 제가지금핸드폰이 말을안들어서 길거댓근은못쓰지만ㅜㅠ 다음번엔컴티로꼭길게쓸게요ㅜㅜ
신알신하구가요&

11년 전
독자5
백뭉이 암호닉 신청할게요.. 뭔가 되게 아련한거같아요.. 경수도 마음이있는거같고.. 연예인이란 직업특성상 힘든거겠죠 ㅠㅠ 다음펀 기대할게요!!
11년 전
독자6
으어.... 백현아...ㅠㅠㅠ백현이를 보고있자니 마음이 찡하네요... 경수도 백현이를 신경 쓰는 걸 보니까 뭔가 마음이 있는 것 같기는한데ㅠㅠㅠㅠㅠ분량도 길고 내용도 너무 좋아요!!! 담편 기다릴게요~
11년 전
독자7
좋아한다고 말기도 전에 이미 경수 옆에 떡하니 생겨버린 다른 자리가 백현이를 더 쓸쓸하게 하는 것 같아요. 차마 나도 형이 좋아요. 도경수 너가 좋다라는 말 조차 꺼낼 수 가 없는게 더 서글퍼지려하네요. 도대체 경수는 어쩌다 저렇게 사귀게 되었을런지 ..혹시나 가졌을 백현이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경수의 입장은 또 어떨런지 ... 차마 둘의 행복을 빌어줄수밖에 없는 백현이라서 ... 다음편 기대할게요 ^^
11년 전
독자7
헐...신알신 하고 가요...암호닉은 멍멍이로요!
11년 전
독자8
헙.......ㅠㅜㅜㅜㅜ너무 아련해요...ㅜㅜㅜㅜ브금이랑도 너무 잘어울려요ㅠㅜㅜ완전 감정이입해서 봤어요ㅜㅜ진짜 대박이신듯......이런대박글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11년 전
독자9
이걸 왜 이제봤을까요ㅠㅠㅠㅠㅠ이건 왜 1편밖에 안나온거엥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뒷편 너무 궁그마잖아여...아 벌써부터 절절하고 그르네여...
11년 전
독자10
정말미친듯이재밌어여아나..이런소재너무좋아요ㅠㅠ뭐야작가님빨리써줘여ㅠㅠㅠㅠㅠㅠㅠ보고싶어서죽겠다구여ㅠㅠㅠ백현이랑경수랑잘됐으면좋겠어요ㅠㅠㅠ헝다음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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