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거리는 눈가를 손으로 꾹 눌렀다.
손바닥으로 뜨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입안은 모래라도 들어간냥 껄끄러웠고 목구멍은 화끈거렸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쇳덩어리라도 올려져있는 것처럼 무거운 머리를 들었다.
흐릿해지는 눈 앞을 몇번 깜빡이는 것으로 고치고 돌아본 방안은 여느때와 다름없었다.
붉은색의 고급스런 카펫, 커다란 창에는 블라인드가 반쯤 걸쳐져 방안으로 은은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원목의 고급스런 장식장이 두어개와 같은 디자인의 테이블 그리고 갈색 가죽 쇼파...
쇼파가 갈색에서 검정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원래 검정이었나 갈색이었던 것 같은데..
혼란스러움에 민석이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일어났구나 슈밍. 오늘도 늦잠을 자는 줄 알았어."
물이 든 투명한 포트를 들고 루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도 머리 속이 뿌옇게 흐리고 무거웠지만 민석은 반사적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
"날씨가 무척 좋아서 블라인드를 좀 걷었어. 네가 좋아하는 날씨잖아. 목마르지? 물좀 줄까?"
테이블 위에 놓인 투명한 잔에 물을 부어 마시며 루한이 물었다.
검은색 가죽쇼파 위에 앉은 루한의 흑갈색의 머리가 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고 금색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처럼 깔끔하게 캐쥬얼 정장풍의 옷을 입은 루한의 모습은 잡지에서나 보던 유럽의 귀공자였다. 물론 이제는 저 옷들이 정말 유럽에서 공수해오는 맞춤복이라는 걸 알기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루한과는 상반되게 흰색의 러프한 얇은 잠옷차림의 민석은 욱씬대는 몸을 추스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루한에게 다가갔다.
잠에 덜 깬건지 얼마 안되는 거리인데도 조금 비틀거렸다.
아, 귀여워.
동그랗고 긴 속눈썹이 매력적인 루한의 눈이 그 모습을 놓치지않고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민석이 말없이 루한의 손에 든 물컵을 바라보자 루한은 컵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포트를 들었다.
"..앉아야지"
부드럽지만 엄한 목소리에 민석은 보일듯말듯 한숨을 쉬고는 루한의 앞에 앉았다.
"난 예절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잖아. 슈밍."
고급양탄자의 질좋은 촉감이 따갑게 다리로 파고들었다.
별말 없이 자신의 말에 따른 것에 만족한 루한이 배시시 웃으며 민석에게 다가왔다. 민석의 오렌지색 머리가 루한의 손에서 여러방향으로 흐트러졌다. 겉으로 봐서는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았을 것 같은 루한의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이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 민석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렇지 목마르겠다. 물마셔야지"
기분좋은 듯 민석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드디어 물을 줄 마음이 생겼는지 루한은 들고있던 포트를 기울여 물을 동그랗게 모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부었다.
손가락 틈새사이로 물방울이 타고 흘렀지만 루한은 개념치 않았다.
뚝뚝 비싼 카페트를 적시며 코앞에 들이밀어진 루한의 손에 민석은 고개를 묻었다.
미지근한 물이 목구멍을 젖시는데 만족하고 고개를 들자 금새 다정한 어조지만 조근조근한 타박이 뒤따랐다.
"다 마셔야지.."
부드러운 목소리 밑으로 깔린 날카로움을 알아차린 민석은 조용히 혀를 내밀었다.
루한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손등에 맺힌 물방울을 새빨간 혀로 쓱쓱 핥아먹고 손목까지 흘러내린 물방울을 마저 빨아들였을 때에야 루한은 만족한듯 반대편 손에 든 포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루한은 꿇어 앉아있어 자신의 허리즈음에 닿는 민석의 머리를 다시 토닥이며 바지주머니에서 가죽끈을 꺼내 민석의 목에 걸었다.
민석의 얼굴은 몽롱함과 동시에 무감각해 보였지만 가죽끈에 달린 쇠고리가 피부에 닿자 미세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오늘은 뭘하고 놀아볼까.."
쇼파에 몸을 늘어뜨리며 루한은 바닥에 꿇어앉아있는 민석을 바라보았다.
눈이 살짝 위로 올라가 새침해 보이는 얼굴이 멍한 표정으로 루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여운 것.
자신이 걸어 준 붉은 색의 목줄을 하고 바닥에 꿇어 앉아있는 모습이 자못마음에 든 루한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마치 명화라도 감상하듯 민석을 응시했다.
동그스름하고 흰피부를 한 민석이 러프한 흰 옷을 입고 붉은 카페트 위에 주저 앉아 있으니 라즈베리 소스 위에 놓인 하얀 찹쌀떡과 같아보였다.
아니아니,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여 놓으니 눈매가 더욱 강조되어보이는게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을 배에 기르고 있는 오렌지색 고양이려나.
뭐든 상관없다며 루한은 만족스러워했다.
>>>>>>>>>>>>><<<<<<<<<<<<
제목을 못정했네요.
일단 쓴것까지만 올리고 제목 고치고. 앞으로의 일을 결정해야겠어요.
떡필을 찌고자 했는데.. 이게 이리 어려운 일이었을 줄이야..
처음 올리는 거랑 잘못된 거 있음 말해주세요, 잘 모르니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EXO/루민] 중국식 정원의 고양이 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4/5/045c784e97083cc147074e668ae396ee.gif)
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