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양아치가 있는데 걔가 요즘 2
(본격 양아치 박지훈 '인간' 만들기)
댓글 잘 읽었어, 그래 이것만 보면 나도 빼박인 것 같은데 아아너아마 진짜 모르겠어 ㅠㅠ
다들 궁금해 하길래 이틀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려고 왔어... 일종의 후기랄까.
아무튼 무슨 일이 있었냐면, 나 걔랑 처음으로 문자해 봤다?
박지훈 02:13 AM [김여주 자?]
[아니~ 아직 무슨 일이야?]
[그 내일 기벡 숙제 뭐더라]
[34쪽이랑 뒤에 기초 문제]
[아직 숙제 안 한 거야?]
[어]
[왜 안 자? 키 안 큰다]
02:14 [빨리 자 두 시야]
[응...]
[지훈아 너도 빨리 자]
[그냥 내일 학교에서 해 ㅠㅠ]
02:15 [도와줘 그럼]
[알겠어 자 빨리 자]
헐 근데 쓰고 나니까 이상하네, 박지훈 숙제하는 거 처음 봐. 아무튼 이 카톡한 날 아침에 박지훈이 마침 일찍 와서 자고 있더라고?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지금 안 깨우면 숙제고 뭐고 못 할 것 같아서 아주 살짝 흔들었는데, 막 욕을 하는 거야 ㅠㅠ
"헙, 지훈아 미안."
"아 뭐야... 여주네."
"응? 응, 나야."
"졸려"
얘가 막 졸리다고 내 팔 잡아서 자기 팔베게로 쓰더라, 사실 난 그것보다 얘가 나 성 떼고 부른 적은 처음이라 설렌... 건 아니고 이상했어.
그렇게 막 박지훈 깨워서 교과서 보여주는데, 하품 찍찍 하면서 열심히 베끼더라 ㅋㅋ
왜 일찍 온 건지 물어봤는데, 그냥 나 쓱 쳐다보더니 무시하고 할 일 했어, 나쁜 놈.
박지훈 그 날 기벡 때 처음으로 숙제했다고 칭찬 엄청 받아서 얼굴 빨개졌다 ㅎㅎ
나한테 고맙다고 매점 같이 가자고 해서 머리 속으로 싸지만 알찬 구성을 떠올리고 있었지.
혹시 나한테 내라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고.
"이게 누구야, 사랑꾼 박지훈 씨 아니야~"
"병신, 일찍 가더니 같이 왔네, 좋냐?"
"무시해, 뭐 먹을래. 이거 먹어, 너 있다."
"아 진짜 죽을, 아니 고마워 ㅎㅎ"
나도 모르게 본심이 나오는데, 옆에서 듣던 안형섭이 빵 터져서 박지훈 막 때리는 거 있지 ㅠㅠ
나 박지훈 빨개진 얼굴 보고 혹시 날 죽이려는 걸까 많이 고민했다...
근데 그냥 따라 웃으면서 돼지 그려진 아이스크림 계산하더라.
그리고 이런 말도 했어.
"많이 먹어, 김여주. 나 누구 사 주는 거 처음이야."
"아 정말? 너도 먹어"
"아, 아니 괜찮아."
그냥 고맙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서 먹던 아이스크림 내밀었는데 기겁을 하면서 손사레를 치더라.
내가 그렇게 더럽나? 싶어서 힐끗 보니까 귀 완전 빨갛던데... 이런 적 처음인가 봐.
아무튼 그렇게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교실 와서 널부러져 있었거든.
그때 걔가 와서 그 가위바위보해서 부채 부쳐주기 하자는 거야, 거절할 수 있겠어? 그냥 했지 ㅠㅠ
"아 씨 또 졌어 또 ㅠㅠ"
"아 김여주 가위바위보도 못 해."
"빨리 줘, 부채."
내가 한 세 판 지니까 박지훈이 부채 들고 막 웃더니 내 손 잡아 내리고 나한테 부채질 해 주는 거야.
나야 좋으니까 그냥 눈 감고 받고 있었는데, 교실 들어오던 주현이가 보더니 기겁해서 할 말 있다고 끌고 가더라.
박지훈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길래 대충 손 흔들고 왔는데, 내 친구가 하는 말이...
"야, 김여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레알 어? 진짜 백퍼야."
"뭐가, 또."
"쟤가 저렇게 웃으면서 꼬붕짓 하는 거 처음 본다고!"
"내기였거든... (물론 내가 진 거지만)"
"아니, 쟤는 애초에 그런 걸 안 하는 애라니까?"
방방 뛰면서 뭐라고 하는데 막 신경 쓰여, 아직도...
나 괜한 기대 중인가? ㅠㅠ 난 걔 그냥 그렇거든.
잘해주니까 착한 애인 것 같기도 한데, 여전히 시선이 신경 쓰여서.
아 맞어 나 그리고 얘랑 같이 멘토 멘티라고, 그 가르쳐 주는 거 있거든? 그거 하게 됐어.
솔직히 쌤이 나 교무실로 불러서 얘기하는데 탈주할 뻔.
뭔가 그래도 요즘 박지훈 공부, 는 아니지만 숙제도 하고, 지각도 안 하고.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 않아...?
"여주야,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난 걔가 지금까지 숙제하는 꼬라지 본 적 처음이다. 놀랐어, 어떻게 한 거니?"
"그냥 걔가 먼저 하겠다구..."
"지금까지 걔 친구들 꼬락서니 보면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아... (친구는 아닌데)"
"지훈이 설득해 줄 수 있지? 선생님이 생기부 신경 써 줄게."
"그... 네..."
이 말 처음 들었을 땐 망했다 싶어서 울적하게 교실 갔는데, 교과서 들춰보고 있는 박지훈 보니까 괜히 용기가 생겨서 말 꺼냈어.
"지훈아, 우리 멘토 멘티 할래?"
"그게 뭔데."
"그 학기 초에 왜... 선생님이랑 학생 같이 가르쳐주고 하는 거."
"나보고 공부하라고?"
"아니... 그게 ㅠㅠ 내가 도와줄게... 싫으면 숙제라두"
"아 너랑 하는 거야?"
"응, 내가 멘토고 네가 멘티. 물론 내 성적이 출중한 건 아닌데, 무튼."
"그래, 그럼."
"헐 진짜?"
"너랑 하는 거라며."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일까 ㅎㅎ 처음엔 내가 만만한가, 뭐 그런 삐딱한 생각이 들었지만! 박지훈을 믿겠어.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해서 교과서 정리해 줘야 돼.
잘할 수 있겠지? 박지훈 공부하는 거 되게 신기하겠다.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ㅎㅎ.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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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씨눈 진짜 싫어하는데 여주를 넌씨눈으로 만든 자까 ㅎㅎ... 서로 가까워지는 게 보이시나요???? (보인다고 해 주세요 ㅠㅠ) 원래 오늘은 일찍 자려다가 반응이 좋길래 한 편 더 쓰고 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이게 분량이 적당한 건지 모르겠어요... ㅎㅎ 댓글 보고 너무 놀랐어요. 생각해 둔 내용 꽤 있으니까 앞으로 쭉 보자구요 ♥ 둘이 사귀는 그 날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