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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 때 자기소개 이후 한 번도 말을 한 것이 본 적이 없는 아이. 발 디딜 틈 없는 학생 식당에서도 한 테이블을 혼자 다 쓸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리는 아이. 강의실에 학생이 다 빠져나가서야 혼자서 무거운 화구박스를 챙기며 일어나는 아이… 항상 혼자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아이.
친구들은 그 아이를 왕따라고 불렀다.
대학까지와서 왕따놀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자 친구들은 아주 무책임하게도, 그 아이가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고 있다는 뻔한 소리를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쟤는 말 걸어도 대답도 안하고 뭘하던 자기 혼자서 할려하더라고. 아…. 근데 그림은 무지 잘 그릴걸? 교수가 쟤 엄청 이뻐해. 우리 과 수석이잖아. 그 애가 교수에게 사랑을 받던 말던, 차석이던 수석이던 애시당초 그런 건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 멀쩡해보이는 애가 늘 그렇게 혼자 다니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안 부끄럽나? 학생 식당에서 혼자서 밥 먹고있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개싸이코라 선배도 못 건들인댄다, 교수한테 엉덩이 대주고 점수 받는댄다, 사실은 나이가 엄청 많은 복학생이라더라…. 분명히 저 아이의 귀에도 들어갔을 그런 질 나쁜 소문들이, 시선들이… 창피하진 않은가? 한 평생 살면서 이런 쓸 데 없는 호기심은 즐기지 않았다. 그저 따돌림을 받는 애가 있으면, 나도 남들따라 피해다니면 되는거고 어쩌다가 동기들이 뒷담화하는 날이면 아무 의미 없는 욕 한마디 얹어서 미워해주면 되는 것이였다. 전혀 필요도 없는 동정심, 정의감을 발휘하는 날에는 남들 눈에 들기 쉽상이다. 쟤는 왜 저런 애를 놀아주냐, 쟤는 뭔데 착한 척이냐 등의 가시박힌 시선. 그런데,
나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 ‘루한이라고하는데. 저 알아요?’ ‘…….’ ‘모르나보네.’ ‘…….’ ‘…….’ ‘…비킬래요?’ ‘…아. 죄송.’
나는 빈 강의실에서 혼자 스케치북을 정리하고 있던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를 아냐고. 그리고 그는 소문대로 냉정했다. 그렇지만 그가 소문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문대로 말 걸어도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자기가 필요한 말은 했다. 비켜달라고. 그 아이가 그렇게 쌩하니 강의실에서 나간 뒤, 나는 빈 강의실에서 미친놈처럼 혼자서 배를 잡고 웃었다. 고작 비키라고 한 마디하는데, 귀는 왜 빨개지는거야.
그날의 그 바보같은 대화 이후 나는 그 아이의 눈에 띄기 위해 안간 힘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아이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맞은 편 의자에 앉아 같이 밥을 먹었다. 강의가 끝나고 아이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은근슬쩍 그 아이의 옆에 서서 그가 화구박스를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가 밥 먹을 때 숟가락을 쓰지 않는다거나, 붓을 보관할 때 좀약과 같이 보관한다거나, 종종 식당에 스케치북을 깜빡 두고 온다는 거나,
…그 아이의 이름이 장이씽이라거나.
그런 것까지 알게되었다.
*
“이씽!”
옷 매무새를 다듬는다, 벨을 누른다, 이씽을 부른다…와 같은 과정을 모두 생략한채 예전에 이씽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왔다. 근 한달만에 눌러보는 그의 집 번호였다. 낯설은 기분을 느낄새도 없이 급히 집에 들어와 큰 소리를 그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맨발에 닿은 방 바닥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거실 벽에 붙은 작은 온도계가 15도까지 떨어져있었다. 몇 주간 난방을 전혀 하지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씽. 어딨어? 방에 있어?”
떨리는 손으로 꼭꼭 닫힌 그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너.” “…루한.” “…….” “…….” “…왜 그러고 있어.” “…아주 많이.”
보고싶었어.
나는 당장 걸어가 마른 어깨가 부셔져라 그를 껴안았다. 어깨에 그의 뜨거운 이마가 닿았다.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나는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고, 그 또한 여전히 나를 바라고 있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의 여린 손이 허리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나 또한 바닥만큼이나 차가운 그의 피부를 녹이기라도 하 듯, 그를 아주 세게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누구의 울음인지 모를 서러운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보고싶었어. 루한.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나도….” “…….” “나도 네가 보고싶었어.”
다시 시작할 수, 아니 이미 시작한. 나는 보고싶다는 한 마디에 처음 그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처럼, 무언가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도 달이 뜨면 달이 떴다고 전화하고, 잠이 안오면 잠이 안온다고 전화하던 때가 있었다. 밤마다 전화기를 붙들고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속삭이던 때가 있었다. 그동안 수 없이 내뱉었을 보고싶다는 흔한 말이었지만, 지금 서로에게 하는 보고싶었다는 말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애절하고 반갑고 사랑스러운 말이었다.
“이씽.” “…….” “하나만 대답해줘.” “…뭐?”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나를 왜 사랑해?”
언제나 나를 일으켜주던, 나를 위로해주던, 나를 북돋아주던 사람아.
“너가 나를.” “…….” “살게 해.” “…….” “네가 있어서…나는 살고싶어.”
나는 그의 작은 코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눈에도 입을 맞추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그리웠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말랑이는 입술 위에 오랫동안 입술을 대고 있자, 그가 아이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 코 입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꽃의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이씽.” “…….” “나는 네가 필요해서 왔어.”
내게 위안을 주고, 사랑을 주는 나의 고마운 사람아.
“너가 없으면 나는 죽고싶어.”
사랑해.
*
얼굴에 꽃이 잔득 피었네요. 네? 이 그림요. 아… 너무 예뻐서요. …… 진짠데. …고마워요. 뭐 그린건지 물어봐도 되요?
제가… … 좋아하는 사람을 그려봤어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네. 그 분이 이 그림 보시면 좋아하시겠다. …… 꼭 선물하세요.
…이런 걸 어떻게 줘요. 네? 낙서 같잖아요. 어디가요? 여기 연필 선도 그대로구… 뭐 어때요. …… 예쁘잖아요.
당신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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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다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는건 참 좋은 일이에여 물론 전 없고요 그런 사람....아....눈물..고통...회한... 첫 장면은 루한레이의 첫 만남(과거)이구요, 두번째 장면은 루한이 레이를 찾아 집으로 도착한 장면(현재), 마지막 따옴표도 없이(ㅎㅎ) 나온 대화들은 루한이 레이 꼬시는 장면(과거)입니다ㅋㅋㅋㅋㅋ악 ㅇ글오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신 이런거 안 써야지...후;;;;마지막도 뭔가 급마무리한 거 같아서 이상하다ㅠㅠㅠㅠㅠ
아무튼 이래저래 루레에 폐를 끼치게 된 점, 너무 늦게 온 점 죄송합니다 카세도 진짜 후다닥 가져올게요ㅠㅠ일단 루레부터 매듭짓고 가자구요...흑ㅠㅠ일 벌린건 다 마무리져야죠 그나저나 일주일에 두 세개씩 올리던 예전 패기는 다 요단강 건넜어요 요즘 글 진짜 안 써지네요...큰일.....
조만간 카세 쓰고 또 이상한 찬백 단편 하나 갈길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안에~ 끝나면 카세를 연재할지 찬백을 연재할지...또 고민고민....... 아무튼 이래저래 바빠보이네요;;;하나도 안 바쁜데;;;;읍...아무튼 전 이제 짜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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