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We're Night Is More Beautiful Than Your Day.
지이이잉ㅡ 지이이잉ㅡ 낮은 진동소리가 좁디 좁은 방 안을 감싸안았다. 인상을 가득 찌푸리던 택운이 가운 주머니에서 정처없이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들었다. 발신인 ‘ 치프놈 ’. 절로 미간을 포함한 얼굴 전체가 자글자글해졌다. 이 놈은 내가 없으면 안돼지 멍청하긴 쯧. 택운은 귀에 가져다 대며 잔뜩 갈라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큼 큼! 뭐야 씹새야아…. ”
[ 아… 아 혀엉!! 왜 이제 받는건데요!! ]
“ 뭐. 전화했으면 말을 해. 뭐어!! ”
[ 아씨, 맞다. 5세 남아! *in car TA 환자요! 의식 없어요! 일단 빨리 내려와서 상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
“ … 너 임마 전화 먼저 안하고 뭐 했어!!! ”
[ 제가 전화 몇 번 때린줄 알아요? 지금 *NS에서도 형 찾고 난리에요!! ]
* in car TA (in car Traffic Accident) ; 교통사고
* NS (Neurosurgery) ; 신경외과
택운은 대충 자신의 옆에 던지듯 벗은 가운을 들고 허둥지둥 일어났다. NS까지 떳다니. 젠장 젠장 완전 젠장! 얼굴, 머리, 옷 등등 상태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머리는 자기 전 부터 떡 져 있었고, 얼굴은 레지던트 1년차 때 부터 이미 ‘퀭’ 해 있었으며, 옷은 방에 굴러다니는 옷 가운데 가장 깨끗해 보이는 옷들로 나날이 돌려막고 있었다. 택운은 책상위에 올린 차트와 방 열쇠를 들고 전력질주를 하였다. 응급실은 1층, 내 방은 현재 12층. 엘레베이터 앞에 도착한 택운은 자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느릿 거북이 움직이듯 올라오는 엘레베이터를 목격하자 1층까지 꺼질만큼 깊은 한숨을 내쉬고 비상구로 뛰어갔다. 환자와 보호자, 간호사들과 여러 의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지만 그런 시선은 게의치않았다. 난 죽었으니깐!
1층 응급실 근처 복도에 도착하자 핸드폰을 들고 동동거리는 ‘ 치프놈 ’ 이재환이 보였다. 뛰어오는 택운을 목격하곤 택운에게 달려가 택운과 함께 발을 맞추어 뛰며 환자에 대해 대충의 브리핑을 시작하였다.
“ 5세 남아. car TA환자에요. 2차병원에서 후송되어 왔어요. TA발생 후 현재 약 음… 약 3시간 정도 지난 상태에요. 2차병원에서 CT도 못찍을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대요. ”
“ 그리고! ”
“ 현재 1회 심정지 발생하였으나, NS측에서 빠르게 대처해서 숨은 붙어있는데…. ”
응급실 자동문을 퍽! 주먹으로 때렸다. 지잉ㅡ 문이 열리고 심각한 표정의 의사들이 서 있었다. 택운은 가운을 허둥지둥 껴입고 사이를 파고들었다. 심장마사지를 실시한 것인지 옷은 찢어져있었고, 미세하지만 가슴이 움직이고 있었다. 택운은 레지던트 2년차 홍빈이 넘겨주는 차트를 받아 훌렁 훌렁 넘겨보곤 벽에 걸린 CT와 *chest X-ray 사진을 몇 번이고 바라봤다. 맞은편에 서 있던 원식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 chest X-ray ; 흉부 X선 촬영
“ 정선생이 봤듯이 지금 chest 엉망이야. 그리고 차에 부딪힌건지 아니면 바닥에 부딪힌건진 모르겠지만 *CNS도 난리 났고. 이대로 지연되면 *coma확률 점점 높아져. 물론 지금도 매우 높은편에 속하지만. ”
“ *지주막하출혈로 예상되는거야? ”
“ 아니길 바래야 하는데…. 지주막하출혈 아니면 *출혈성 뇌졸중으로 예상하고 있어. 워낙 어린아이라 열어보고 확읺…. ”
* CNS (Central Nervous System) ; 중추신경계 (뇌, 척수)
* coma ; 혼수상태
* 지주막하출혈 (subarachnoid hemorrhage ; SAH) ; 뇌의 바깥 혈관의 파열로 인해 생긴 출혈
* 출혈성 뇌졸중 (hemorrhagic stocke) ; 지주막 출혈로 인해 발생
택운의 머리는 아찔해져왔다. 저 조그만 아이가 뭘 했다고 이렇게 큰 시련을…. 택운은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PS에 지원해 온 것 밖에 없다. 아픈 아이들이 자신의 손에 닿게 되면 금방이라도 훌훌 털고 자리를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픔이란 존재는 택운과 아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자신의 눈 앞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다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저 항상 괴로웠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처럼 숨을 꿀떡이는 아이를 보면 아이의 부모라도 된 듯 숨죽여 울음을 토해내길 몇 년. 택운은 매일 밤 하늘에 대고 조용히 기도했다.
*PS (Pediatric Surgery) ; 소아외과
‘ 하늘에 누군가 계시다면 나에게 용기를 주세요.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주세요. ’
* * *
여섯시간 동안의 수술이 지속되었다. 옆에서 택운의 땀을 닦아주던 재환 역시 팔이 저린듯 조용히 팔목을 움직였다. 어깨도 뭉친듯 했고, 종아리는 이미 몇 차례 경련이 지나갔으며, 눈은 충혈이 된 듯 뻑뻑하고 피로하였으며, 어린 환자의 체온유지를 위해 온도를 높힌 수술방 탓인지 잘 흘리지도 않던 땀이 주룩주룩 흘러 택운에겐 더 힘든 수술이였다. 소아외과에서 긴급수술이 끝이나고 신경외과가 바통을 받으로 수술실로 들어왔다. 원식은 조용히 택운에게 눈으로 인사하였고, 원식의 뒤에 서 있던 신경외과 의료진들은 허리숙여 택운에게 인사를 건냈다.
“ 수고해ㅡ ”
이 말을 끝으로 택운은 수술방에서 나왔다. 여섯시간만에 맛보는 바깥공기였다. 마스크와 두건을 벗어내고 숨을 몰아서 쉬었다. 항상 시끄럽던 재환 역시 긴장한 수술이였는지, 한 마디 말 없이 허리숙여 인사하고 밖으로 나섰다. 택운은 잠을 청하고 싶어졌다. 누군가 잠을 자다 날 깨워도 좋으니 딱 30분만이라도 잠을 잘 요량으로 2층 수술실에서 나와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띵ㅡ 맑은 소리와 함께 ‘2층입니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열린 문 안에는 신발을 바닥에 슥슥 빗겨가며 엘레베이터에 기대 서 있던 빚쟁이가 보였다. 빚쟁이는 멈춘 엘레베이터에 무의식적으로 앞을 내다보다 짧은 ‘헙!’ 소리와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사실 빚쟁이와 택운의 이야기는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년전 택운의 친구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날이였다.
“ 야야! 마셔마셔마셔! ”
‘총각파티’ 라는 명분으로 학교 친구들이 모두 클럽에 모였다. 결혼을 앞둔 친구는 한 녀석, 한 녀석씩 찾아가며 술잔을 건내고 받아 마시기를 계속 반복하였다. 그닥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의 마지막 학급의 친구였으니 마음에 썩 내키지 않은 택운도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싫어하는 술을 몇 잔 들이켰다. 택운은 못하는 술을 그것도 양주와 럼주, 데낄라로 연속하여 들이키니 속도 머리도 빙글거리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가기위해 옆에 두었던 자켓을 들고 자리를 떠난 것 까지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 필름이 뚝, 끊킨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조각조각 머리를 떠다니지만 그것을 이어붙일 용기는 없었다. 왜냐하면….
“ 으응…. ”
“ …. ”
너무나도 밝은 빛에 눈이 부셔 눈을 떳을때는 낯선 공간에, 낯선 여자와, 낯선 차림을 한 상태로, 낯선 침대에서, 낯선 자세로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택운은 팔배게를 풀어 여자를 깨울 마음은 없었다. 일이 커지기 전에 조용히 일어나 집이든 병원에든 가버리고 싶었다. 일단 고개만 빼꼼 들어 주변 상황을 훑었다. 젠장, 젠장! 잤다. 분명 잔게 분명하다! 잤다고 확신을 갖자 머리에서 필름 조각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싫다는 여자에게 럼주 한 잔을 권하는 택운 자신의 모습. 택운의 옷만 벗겨져 바닥에 뒹굴고 있던 것은 아니였다. 찢어진 여자의 검은 스타킹과 구멍뚤린 검붉은 옷(시스루라고 하지만 택운은 그 때까진 몰랐다.), 10센치는 족히 되어 보이는 검은 하이힐까지.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입술을 앙 깨물었다. 일단 주변 상황을 보았으니 내 팔에 안착한 여자를 볼 차례였다. 갈색 빛 도는 긴 머리로 얼굴이 가려져 궁금증을 더 유발시켰다. 머리칼을 왼손 두번째 손가락으로 걷어내자 새하얀 얼굴이 눈에 보였다. 택운은 지금에서야 얼굴을 봐서 뭐하나 하는 생각에 저 멀리를 바라보며 잠깐 멍을 때리다가 갑자기 협탁에서 울리는 진동소리에 깜짝놀라 팔을 떨었다. 여자도 눈을 천천히 떳다. 오 갓ㅡ.
* * *
정 택운 / 34 / 소아외과 부교수
- 과학고등학교 수석 입학, 조기졸업, 한국의대 수석 입학, 조기졸업에 빛나는 화려한 스펙. 단, 활자중독증에 잠이 너무 많은 츤데레.
김 원식 / 33 / 신경외과 부교수
- 택운과 천적이지만 택운을 너무 잘 알고 힘들때 많이 도움을 줌. 능글거리는 낮은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니 주의요망.
이 재환 / 32 / 소아외과 치프 (레지던트 4년차 ; 의국장)
- 어린 환자들 보다 더 어린 정신연령이 돋보이는 치프(어린 환자들이 바보라고 놀림). 츤데레 택운이 츤츤거리며 은근 열심히 챙김.
차 학연 / 34 / 신경외과 펠로우 1년차
- ‘차’ 학연의 ‘치’ 댐은 간호사들 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택운을 매우 좋아하나 택운은 ‘환장’ 하니 둘이 있을때 택운을 건들면 안됨.
이 홍빈 / 30 / 소아외과 레지던트 2년차
- 택운을 매우매우 존경. 평소 병원에서 그림이라고 불리며, 잘생겨서 중요한 기자회견 혹은 인터뷰시 꼭 메인컷에 나오는건 비밀.
빚쟁이 / 28 / 신경외과 레지던트 2년차
- 뭇남성들의 마음을 열심히 흔드는 신경외과 여신. 동기는 아니지만 함께 졸업한 홍빈과 매우 절친한 사이.
* * *
우.. 우와아아아 질... 질렀다아아아~~~~~~~ 우와아ㅏ아아ㅏㅏㅏㅏㅏㅏ아아아ㅏㅇ................. ... .. .....
모르겠네요. 굉장히 슬프고도 슬프고도 슬퍼요. 흡흑. 망할것 같은 이유좀 알려주세요 젭알ㅋ
빚쟁이 녀러분들의 이미지는 그냥 여신 사진 올려봄ㅋ 걍 빙의하세욬ㅋㅋㅋㅋㅋㅋ
빚쟁이 분위기나 이런것만 봐요..ㅠㅠㅠㅠㅠㅠ미워잇!ㅋㅋㅋ
우이효기는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나 갖고있는 사진이 너무 어려보이는거.. 근데 20대 후반의 나이를 주고싶지 않았어요.. 흐규흐규
우이효기는 고이고이 내 맘속에 넣어둬야짓 히힛....... 하....... 효기 어리네.. 탱탱하네... 하...... (그래봤지 난 한 살누나ㅋㅋㅋ)
추신) 어느 순서대로 높은순서인지 헷갈리실 것 같아서 적어봐용!
레지던트 2년차 → 치프 (=레지던트 4년차 ; 의국장) → 펠로우 1년차 → 부교수
사실 펠로우와 부교수 사이에 엄청난 갭이 있지만 일단 생략하고, 무싀무싀 젭아류ㅠㅠ 사실 진짜 부교수 하려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은 되야하니..흡...
걍 나이 무싀무싀무싀해요오오오ㅠㅠㅠㅠㅠㅠㅠ
그만 나는 미안하므로 사라지겠음ㅋ
신알신도 마니마닝 해주시공... 댓글도 마니마닝 달아주시공... 그랬으면... 그랬으며어언♬
눈팅은 미워어어~ 미워어어어~ 미운사아아라아아암~~ 듀으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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