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하늘은 푸르르고 구름 한점 티끌한점 없이 맑은 것이 기분이 매우 좋구나! 아침잠이 많은 나 이준님이 이렇게 아침일찍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날아갈 것같은 이유는! 지금 내가 어디론가 가고 있기 때문이지. 큭큭큭
어디로 가냐고? 아... 이거 비밀인데... 이거 알려지면 진짜 큰일 나는데... 진짜 이거 소문나면 실시간 인기검색어 일주일 동안 1위는 거뜬하고 신문 1면에 날 그런 사실인데... 그치, 조심히 행동해야겠다. 나 알아보면 안되잖아? 아 인기스타라 피곤한 점도 많아요 진짜. 휴..
"어! 잠시만요! 혹시... 엠블랙 이준씨 아니에요?"
지나가던 여중생들이 갑자기 나한테 물어온다. 벌써 들켰어??? 안돼!!!
"아... 아..아닌데요.... 사람... 잘못보셨습니다...."
"어 목소리도 완전 이준오빤데?? 오빠!! 저 싸인 한장만 해주세요. 제발요, 네?"
아 진짜 선글라스도 쓰고 모자도 꾹꾹 눌러썼는데 어떻게 아는 거지 도대체? 응? 싸인을 부탁하며 종이를 들이미는 여중생들에게 지레 겁을 먹어 냅다 튀었다.
"헉헉헉... 진짜 어떻게 아는거야.... 헥헥.... 이 근처였는데? 헉헉."
한참을 여중생들을 피해 달리다가 아파트앞에서 멈춰섰다. 절대 체력딸려서 멈춘거 아니고 다만 목적지가 가까워서 멈췄을 뿐이다. 분명 이 아파트였는데 몇동 몇호인지 기억이 안나서 멍하니 아파트 단지만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루시퍼~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 울려펴지는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부르며 핸드폰을 꺼냈다. 액정에는 울 마눌♡가 찍혀있었다.
"형? 어디야?"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달달한 목소리에 자연스레 엄마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 거의 다 왔어, 울 마누라."
"그렇게 부르지 말랬잖아...."
목소리만으로 부끄러워 하는 게 느껴져 큭큭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진기야 근데... 너네 집이 몇동 몇호였더라?"
".........."
조심스럽게 진기에게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화... 난건가?
"진기야? 형이 미안해, 응? 요즘 바빠서 잘 잊어버려서 그래. 헤헤 봐주라 응?"
"505동 408호."
이렇게 말하고는 뚝 끊어져 버렸다. 아 진짜 우리 마누라 삐졌나봐. 어떡하지? 막 걱정하며 505동을 향해 가고 있는데 꽃집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선물공세로 나가야겠어!!
결국 꽃집에 들러 내 피같은 돈들을 떠나보내고 장미꽃 한다발을 샀다. 이걸 주면 진기 마음도 어느정도 풀리겠지 하고 잔뜩 기대에 부푼 채로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408호.. 408호.. 4층 버튼을 누르고 엘레베이터 옆면에 있는 거울을 보면서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띵- 4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가 나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408호라는 문패가 달린 문 앞에서 서서 쉼호흡을 한번 하고 오른손에 쥔 장미꽃다발을 등뒤로 숨긴 다음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정적이 계속되자 불안해졌다. 아 진짜 많이 삐진 건가? 모처럼 집으로 초대한건데... 이놈의 망할 기억력....
"진기야...? 형왔어...."
매우 자신없는 목소리로 진기를 찾았다. 그러자 문 너머에서 우당탕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꽤나 큰 소리에 움찔하고 몸을 움추렸다. 큰 소리가 나고 아무 소리도 없어서 다시 한번 진기를 불러보려고 입을 떼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열린 문 안쪽에서 진기가 엉덩이를 쓱쓱 문지르며 인상을 팍 쓰고 나를 맞는데 그 모습에 자연스럽게 토끼 귀와 꼬리가 매치되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으.... 형 왔어? 들어와."
그제서야 정신이 되돌아와 집안으로 들어갔다.
"또 넘어졌어? 그러니까 좀 조심히 다니라니까. 어디 보자."
진기가 계속 쓰다듬고 있는 부위에 내가 손을 갖다대니 반대 쪽 손으로 내손을 짝 소리나게 치더니 팩 노려본다.
"어딜 봐!"
난... 그냥 다쳤을까봐 걱정되서 그런 건데.... 진짜.... 요만큼도 흑심 없었는데.... 아니 쪼오끔은 있었지만.... 그러다가 아까 내 피같은 돈들은 주고 산 장미꽃다발이 생각났다. 토라져서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진기에게 짠- 하는 효과음을 내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형이 오다가 너 생각나서 사왔어."
슬쩍 보이는 진기의 표정이 약간 감동받은 듯 했다. 좋았어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돼!
"진기야, 장미의 꽃말이 뭔지 알아?"
"....사랑."
작게 대답하는 진기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미소를 지으며 토끼같은 그 몸을 꽉 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이진기."
진기가 감동받았는지 나를 안아온다. 그게 또 너무 귀여워서 엄마미소를 지으며 작은 뒷통수를 한참 쓰다듬었다.
꼬르륵-
내 뱃속에서 나온 소리일 거라고 추정되는 저 소리는 나만 들은 것으로 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컸다.
......아 진짜 한참 분위기 좋았는데 왜 배꼽시계는 이제 울리는 건지... 내 배를 원망하며 애써 웃으면서 진기에게 말했다.
"진기는 배 안고파? 형은 배고프다. 하하."
"푸흡... 형... 흡... 밥 할겤..... 흡..."
억지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면서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진기의 모습에 볼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 진짜 쪽팔려....
결국 진기는 총총총 부엌으로 향하고 나는 열심히 진기 집 구경을 하고 있었다. 집도 아기자기한게 딱 진기 스타일이라며 다시 엄마미소를 짓고 있는데 방 한쪽에 있는 컴퓨터가 눈에 띄었다. 과연 우리 마누라 컴퓨터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생각하며 컴퓨터로 다가갔다. 뭐 이상한 생각한 거는 아니고.
컴퓨터는 커져있는 상태였고 모니터에는 익숙한 얼굴이 떠 있었다. 제목을 보니 저번에 일본 콘서트에서 한 솔로무대 인것 같았다. 우리 귀여운 마누라 모니터링하고 있었구나? 요즘 바쁜 스케줄 때문에 보지 못했던 솔로무대라 얼른 재생을 시켜봤다.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던 진기가 오페라곡을 부르는 걸 보니 멋있다고 생각했다. 진짜 바빴을 텐데 열심히 준비한 티가 나서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진짜 그야말로 엄마의 심정으로 보고 있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꺼짐과 동시에 또 쿵하는 소리가 났다. 얼른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진기가 넘어지면서 코드를 밟아 전원이 나간 거였다.
"으이그, 진짜 조심 좀 하라니까."
얼른 다가가 일으켜주니 진기의 얼굴이 새빨갰다.
"누가.... 마음대로 보래..."
고개를 푹 숙이고 조그맣게 말하는데, 와.... 진짜 귀엽다 진짜. 남자애가 이렇게 귀여워도 돼? 동그란 머리통을 쓱쓱 쓰다듬고 품에 꼭 안았다.
"왜 엄청 잘했구만."
"..... 긴장해서.... 평소보다 못했는데....."
칭찬해주니까 더 쑥쓰러워 하는게 진짜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다.
"아냐. 진짜 멋있더라. 바쁜데 언제 그렇게 연습했어? 힘들었겠다."
내가 계속 칭찬하니까 부끄러워하면서 내 품안으로 더 파고 드는게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진짜 어딘가에 토끼귀 막 이런거 숨겨 놓은 거 아냐?
"형.... 근데....."
진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면서 말하길래 엄마미소를 보내며 왜? 하고 물었다.
"우리... 오랜만에 외식이나 할까?"
"왜? 사람들이 알아보면 곤란한데..."
"그... 그냥 친한 친구사이로 보일거야... 형, 응?"
진기가 저렇게 애교까지 섞어서 말하는 데 안넘어 갈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외식을 싫었다. 진기가 해준밥이 먹고 싶기도 하고, 외식나가면 주위 사람들 신경쓰느라 이런거 저런거 못하잖아. 큭큭
"형은 울 마누라가 해준 밥 먹고 싶은데..."
내가 나갈 마음이 전혀 없는 걸 알았는지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게... 형... 이 집에 오랜만에 들러서 말이야..."
진기가 다음말을 이어가질 못하길래 그래서?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모기만한 목소리로 뭐라고 말을 했는데 들리지가 않아 다시 물어봤다.
"잘 안들려, 뭐라고 진기야?"
"집에.... 쌀이 없어...."
그렇게 기죽은 목소리로 말하는 데 진짜 축 처진 귀와 꼬리가 눈에 선 했다. 대체 이진기 너는 안 귀여운데가 어디냐?
"햇반 이런것도 없어?"
진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다 있는데.... 쌀... 만 없어...."
아 진짜 귀여워 죽겠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귀엽냐. 다시한번 이진기라는 생명체에 감탄하며 벗어 놓았던 겉옷을 챙겨 들었다.
"그러면 내가 나가서 햇반 사올게."
"...미안, 형..."
"괜찮아 괜찮아. 갖다올게 상 다 차려놔 알았지?"
끄덕이는 뒷통수를 헝크러뜨린 다음 다시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오고 슈퍼에 도착할 때까지 기죽은 채로 품에 안겨 있던 진기의 모습이 머리속을 맴돌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날씨 조오타!!!!
+
남신이꼬르최민호 누나가 스토리 구상한 것을 제가 글쓴거에여
다음편은... 언젠가 나오겠지여
다음편에 완결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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