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들어가니 햇반만 사서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저것 사고싶은게 많아졌다. 그래서 결국 햇반과 온갖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거리로 두 손 가득 사가지고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게 뭐야? 갈비?"
"응. 기범이가 해 줬어."
그 때 뒤를 돌아본 진기가 두 봉지나 되는 짐들을 보고는 눈이 똥그래졌다.
"형, 뭐 이렇게 많이 사왔어?"
"밥이랑 두부랑, 계란이란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등?"
하나하나 끄르면서 보니까 확실히 많긴 많다. 진기의 표정은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하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걱정마. 내가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휴... 알았어. 이거 냉장고에 넣어놓고 햇반 좀 돌려주라. 나는 두부랑 계란이랑 구울테니까."
나는 재빨리 정리를 끝마치고 햇반도 완벽히 데워 식탁위에 딱 올려 놓고는 아직도 두부부침을 하고 있는 진기 뒤로 가서 껴안았다.
"울 마눌 너무 이쁜데, 허리가 너무 얇다. 좀 쩌야 되겠어."
"자리에 앉아 있어, 형."
그래도 날 밀어내지는 않아서 그대로 찰싹 붙어 진기의 어깨에 내 턱을 기대고 있었다.
"싫은데. 여기가 더 좋은데."
"서방님, 앉아계시지요. 머리가 무겁습니다."
방금 서방님이랬어? 서방님? 서방님이라고? 진기가 나보고 서방님이래!!! 서방님!!!!
"한번만 더 해줘."
"빨리 가서 앉아 형. 힘들다니까?"
"서방님 한번 더 해주라 진기야. 응?"
"형 다됐어. 이제 밥 먹자."
진기가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상차림 준비를 다해 내품에서 빠져나가려 하길래 절대 빠져 나갈 수 없도록 꽉 껴안았다.
"서방니임~ 해주라 진기야아~ 응?"
"형 밥식어. 빨리 먹자."
매정하게 거부하는 진기에게 조금만 더 졸랐다가는 한대 맞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자리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아-"
크게 인사하고 가장먼저 두부부침을 한 젓가락 집어 먹었다.
"크으. 진짜 울 마누라는 요리도 잘해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근데 왜 갑자기 두부를 사왔어?"
"아까 장보러 갔는데 두부가 딱 보이잖아. 니 생각이 나서 덜컥 사왔지."
우리 말랑말랑 순두부 같은 진기. 진기랑 있으면 진짜 하루종일 엄마미소를 짓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진기가 부끄러워 하는 게 느껴져 두부부침 한조각을 집고 진기에게 먹였다.
"아-"
"됐어. 내가 먹을 게 형."
"그러지 말고 아- 해봐. 형 팔아프다."
결국 진기가 입을 벌린다. 그 입속에 두부부침을 쏙 넣어주니 오물오물 하는게 너무 귀여운 거다.
"아 토끼같아 토끼. 맛있지? 맛있지?"
오물오물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유치원생 아들을 밥먹이는 엄마의 기분이 이런걸까? 그 때 진기가 갈비 한 덩어리를 숟가락에 얹더니 나에게로 들이민다.
"아-"
아 귀여워. 진기야, 너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니? 만면에 미소를 띠며 입을 크게 벌려 갈비 한덩이를 먹어 치웠다.
"어때? 맛있지 형?"
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니 진기의 얼굴에도 미소가 차오른다.
"이거 기범이가 한거야. 이거랑 이거랑 이것두."
자랑스럽게 반찬들을 가리키며 말하는데 그런거에도 질투가 나는거다. 그래서 일부러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형, 다음부터 기범이가 음식 안 챙겨줄수도 있다는데."
내가 그 기범인지 뭐시기인지를 질투하는게 티가 나긴했는지, 원래 그걸 노린 거지만 저렇게 말한다. 그래도 질투가 나서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
"아니 맛있다고. 진짜 맛있다. 그 기범이 요리 잘하네."
살랑살랑 비위를 맞추자 그때서야 다시 수저를 든다.
그렇게 서로를 먹여주면서 알콩달콩한 식사를 끝내고 이제 뒷정리가 남았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됐어. 형 저번에도 그랬다가 접시 깨먹었잖아."
내가 선뜻 나섰지만 저번에도 나섰다가 접시 깬일 덕분에 거절당했다.
"그럼 같이 하자. 너 혼자하기 힘들잖아."
진기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망울을 하고 있으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진기야 나도 든든한 남편이야! 이 정도는 할수 있어!
...라고 장담은 했지만 설거지하는 동안 내내 불랑불안하더니 결국 컵하나를 깨버릴 뻔했다.
"형, 얼마 안남았으니까 그냥 나 혼자 할게."
설거지 내내 가슴을 졸이고 있었던 듯 일낼 뻔 하자 바로 쫓겨났다. 결국 설거지는 포기하고 다시 집구경을 하다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내 미모를 감상했다. 크으- 누군지 진짜 잘생겼단 말이야. 얼굴을 한참 감상하다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발견했다. 이런, 양치나 해야겠다. 욕실로 향하는데 마침 설거지를 마친 진기가 날 바라본다.
"형 어디가?"
"양치하러."
"아. 형 잠시만 기다려. 칫솔 가져올게."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안에서 버릇처럼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개수대 위의 컵에 있는 칫솔과 치약을 집어들었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다가 이것이 내께 아니란 걸 깨닫고는 멈칫했다. 이거 진기껀데.... 그럼 더 좋고. 바로 입속으로 넣어 양치질을 했다. 열심히 이를 닦고 있는데 문이 열린다.
"형, 여기....?!"
문쪽을 바라보니 진기가 고개를 돌리고 서있었다.
"형.... 그... 티셔츠...."
얼굴을 붉히면 손을 휘져어 가면서 말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차피 볼거 못 볼거 다 본 사인데 얼굴 빨개지기는.
"이가 슥강이야."
"에?"
거품 문채로 말했더니 알아 듣지 못해서 입안에 있던 거품을 뱉은 뒤 말했다.
"습관. 습관."
그제야 진기가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와."
내가 들어오라고 말하자 머뭇머뭇 거린다.
"그... 옷.....좀 입으면 안돼?"
"창피해 하긴. 같은 남자끼리 뭐 어때?"
하면서 손을 잡아 끌고 들어왔다. 세면대 앞에 나란히 서서 양치질을 계속했다. 갑자기 진기가 자기 손에 쥔 새 칫솔을 바라보고 놀란 눈으로 내가 쥐고 있는 칫솔을 바라보았다.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이를 닦았다.
"형... 그거 내껀데?"
진기가 내 칫솔을 가리키며 말하길래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진기의 얼굴이 또 새빨개지더니 손을 들어 내 등짝을 내려쳤다. 정말 짝!하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펴졌다. 안 그래도 맨살인데 진기 손이 매워서 등이 엄청 따가웠다. 손바닥 자국이 진하게 났을 것 같다.
"으...."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계속 웃었다. 왜냐고? 그래도 진기 칫솔쓰고 있잖아.
결국 진기도 포기하고 새칫솔을 꺼내 자기가 쓰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진기를 보며 웃고 있으니까 결국 진기도 따라 웃으며 양치질을 했다. 양치가 끝나고 세수하려고 클렌징 폼을 찾았다.
"클렌징폼 어딨어?"
여전히 양치질을 하고 있는 진기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기 바로 옆에 있어 나에게는 좀 먼거리라 멀뚱히 서 있었다. 양치ㅡㄹ 끝낸 진기가 멀뚱히 서있는 나를 쳐다보자 나도 아무말도 안하고 클렌징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보았다.
"저거 줘."
"형이 애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클렌징폼을 집어 나에게로 내밀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두손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진기가 이번엔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짜줘."
내가 한말에 진기가 읭? 딱 이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빨리이-"
"......."
되도 않는 애교를 좀 부려봤더니 냉둡으로 변했다. 진기가하면 귀여운데...... 그래도 계속 손을 내밀고 있자 진기가 어쩔 수 없이 클렌징 폼을 내 손에 꾹 짜준다. 내가 헤헤 웃으면서 세수를 하자 옆에서 진기도 웃으며 세수를 한다.
빡빡 소리가 날 정도로 문지르고 이제 물로 닦아내려는데 평소 익숙하던 그 위치에 수도꼬기자 없어서 손을 허우적대고 있었더니 옆에서 진기가 크게 웃었다. 진기가 물을 틀었는지 물소리가 들리기에 그쪽으로 가는데 바닥에 물기가 있어서 미끄러져 제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쿵 하는 엄청 큰 소리가 욕실을 울렸다.
"형! 괜찮아?"
오늘 이창선 제대로 이미지 깨진다. 에이씨.... 진기가 한 쪽 팔을 잡아줘 다른 쪽 손을 튀어나온 곳에 올려 놓고 일어나려는데, 쏴아아- 내가 손을 올려 놓은 곳이 수도꼭지였는지 힘을 주자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얼굴에 있던 거품은 씻겨 나갔지만 온몸이 젖어버렸다. 뒤늦게 물을 잠갔지만 이미 홀딱 젖고 난 후 였다.
"으흐..... 이게 뭐야....."
그게 나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진기한테도 피해가 간 모양이다. 진기도 완전히 젖어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물을 뚝뚝...... 젖어서........ 진기야.... 너.... 좀.... 많이 섹시하다?
"이진기...."
젖은 옷에서 물기를 짜내고 있던 진기가 나를 쳐다봤다. 진기야... 그렇게 젖어서 그렇게 날 쳐다보면.... 이 오빠가 자제를 할 수가 없어요...
"너 내일 스케줄 없지?"
그렇게 나의 이성은 끊겼다.
+
원래 2화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분량조절을 잘못해서.... 다음편까지....... ㅠㅠ
의도한건 아니었고 진짜 여기서 끝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네여...
쨌든 빠른 시일내에 완결편 들고 찾아오겠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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