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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이므로 사실과는 다릅니다.

 

 

 

아침부터 운이 좋은 편이었다. 설레이는 마음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다가 겨우 늦게 잠들었는데. 항상 울림과 동시에 끄고 자던 알람도 기분좋게 일어나 껐고, 침대도 없는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잔 탓에 항상 뻐근하던 몸은 왠지 가벼웠다. 상쾌한 기분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고, 아침까지 챙겨먹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왔고, 오늘따라 차도 덜 밀렸다. 날씨마저 한겨울인데도 봄날씨처럼 따뜻했다.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턴생활을 하는 첫날이라 허둥댈 것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침착하게 모든걸 다 처리해냈고, 아무 일 없이, 아니 오히려 평균보다 훨씬 이상으로 일이 술술 풀렸다. 그래서 지금, 그가,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골드호텔의 인턴직 불과 입사 1일차인 도경수가, 자신의 롤모델이라 여겨오던 김종인 총매니저의 사무실에서 이렇게, 칭찬을 듣고 있지 않은가!

 

 

 

 

"도 인턴처럼 첫날부터 이렇게 일을 잘 해내는 인턴은 처음 봤습니다."

"아, 아닙니다! 초, 총매니저님에 비하면 이정도는 미흡하죠."

 

 

 

 

경수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것 같았다. 항상 화면 너머로, 혹은 지면 속에서만 뵀던 분을 이렇게 접하다니! 자신보다 6살이 많은 33살의 젊디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에서 총매니저 자리를 차지한 이 능력 좋은데다가 외모마저 완전히 닮고싶은 김종인이라는 남자의 존재가 경수를 이렇게나 떨리게 만들었다. 혹시 얼굴이 새빨개져있진 않겠지? 아씨, 그럼 창피한데. 경수가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종인은 잘생긴 얼굴이 더 잘생겨보이게도 사람좋은 미소를 날려대며 경수에게 말했다.

 

 

 

 

"이렇게 능력이 좋은 분을 인턴자리에서 썩혀두면 그건 골드호텔의 미래를 위한 짓이 아니죠. 당장 내일부터 정직원으로 출근하세요."

"예! …자, 잠깐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인턴직 하루만에 정직원이라니요. 경수가 어쩔줄 몰라하며 눈동자만 됴륵됴륵 굴리고 있는 사이 종인이 따르릉 따르릉 하며 울려대는 휴대폰을 자켓 주머니에서 꺼냈다. 시끄럽게도 울려대는 휴대폰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종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경수에게 휴대폰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경수 씨, 빨리 알람 끄고 일어나세요."

 

 

 

 

 

…헉, 설마. 설마요. 옛날 전화벨 소리를 내며 따르르르릉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알람이다! 경수는 눈을 반짝 뜨고 벌떡 일어나 알람을 껐다. 어떡해, 죄다 꿈이라니요. 부시시한 차림의 경수가 잠깐 멍하니 앉아있다가 고개를 마구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때가 아니다. 평소와 같았으면 알람이 울리자마자 귀신같이 듣고 일어났을텐데 이게 몇 번째 알람인지, 원래 일어났어야 할 시간보다 15분이나 지나있었다. 아, 망했다. 경수는 욕을 하고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피어났지만 참아냈다. 새해부터는 고운 말만 쓰기로 다짐했는데, 그걸 지금까지는 꽤나 잘 지켜내고 있는 편이었다. 경수는 '한국 최연소 총지배인, 골드호텔의 원동력 김종인을 만나다.' 라는 잡지면이 붙어있는 옷장 문을 열고 어제 입으려고 골라둔 말끔한 옷을 꺼내 갈아입기 시작했다. 몇 달 전 이곳에 이사올 때도 붙어있었던 것이었다. 총지배인님이고 뭐고 나 인턴직 첫날부터 짤리게 생겼다구요. 이게 몇 번째 지원이었는지 알기나 하냐고, 이 바보야!

 

 

 

 

 

정말이지 짜증 그 자체였다. 출근시간대인 도로 위는 밤새 폭설이 내린데다 제설작업이 덜된 탓에 거의 마비상태였다. 벌써 자신이 탄 버스가 원래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어 있었다. 왜 하필 이런 날 술마시고 차를 멀리까지 두고 왔는지 모르겠다. 생각없이 지하철 아닌 버스를 탄 내 죄지. 백현은 짜증스레 시계를 보려고 살짝 걷어올린 소매를 다시 단정하게 정리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무심하게 창밖을 보고있는데 저기서 빙판길을 겁없이도 뛰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롱코트에 목도리로 얼굴은 반 이상 돌돌 싸매고 정신없이 뛰어와선 막 떠나려는 버스문을 쾅쾅 두드린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숨이 차는지 헐떡대면서도 큰 소리로 말하고는 발디딜 틈도 없는 버스에 낑겨탄다. 어차피 날씨도 이래서 늦는 건 자기뿐만이 아닐텐데 혼자 뭐가 그리 바쁜지 시계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현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번 정류장은 골드호텔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버스가 겨우겨우 회사까지 도착했다. 백현은 사람이 타고 빠지고를 반복한 탓에 어느새 뒷문까지 와 있어 쉽게 내릴 수 있었다.

 

 

 

"아, 잠깐만! 저 좀 내리게 비켜주세요!"

 

 

 

 

반면 아까 탄 남자는 아니었나보다. 딱 사람많은곳에 꼈는지 헉헉대며 겨우 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현은 묵묵히 회사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 잠깐. 지갑이 어딨더라…백현이 주머니를 뒤지며 뒤를 돌아보니 아깐 저기 꽤 뒤에 있던 남자가 이번엔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돌돌 말려 그 남자의 얼굴을 반쯤 가리던 목도리가 술렁술렁 풀리더니

 

 

 

 

"아! …아, 죄, 죄송"

"윽…."

 

 

 

 

백현은 스르륵 풀려버린 목도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백현까지 밀어 넘어뜨리고 자기 위로 넘어져버린 남자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팔에 온 통증에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가 놀라 원래 컸던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물어왔다. 다, 다치셨어요? 그럼 제가 지금 헐리웃 액션이라도 하겠어요. 일어나 안절부절 못하는 남자를 백현이 짜증스런 표정으로 쳐다봤다.

 

 

 

"일단 일어나게 부축 좀 하시죠."

"네, 네…아, 어떡해. 많이 아파요? 병원 가야하나."

 

 

 

백현을 겨우 일으킨 남자가 백현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곤 시계를 들여다본다.

 

 

 

"어쩌죠? 정말정말 죄송하고 제가 웬만하면 병원까지 모셔다드리고 병원비 다 내드리고 할텐데! 제가 진짜 일생일대의 중요한 기회를 놓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잠깐만…여기, 여기로 연락하세요. 죄송하지만 병원은 혼자 가셔야 할 것 같구요. 정말정말 죄송해요. 그럼!"

"아니 이봐요, 저기. …야!"

 

 

 

 

백현이 소리를 지르거나 말거나 그 남자는 급한듯 펜을 꺼내 제멋대로 백현의 손바닥에 번호를 휘갈겨 적은 뒤 이번엔 목도리를 한 손에 들고 됴됴됴 뛰어간다. 그런데 방향이 어째…백현이 일하는 골드호텔의 정문으로 들어가는데. 일단 손님이든 직원이든 내가 다시 돌아와서 널 꼭 찾아 죽이리라.

 

 

 

 

다행스럽게도 폭설 탓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인턴들, 직원들도 늦게 도착했다. 경수는 그토록 원하던 명찰을 가슴에 달고 세미나실에 앉아 다른 인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래도 나쁘게 시작되는듯 했던 하루가 드디어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잠시후에 객실담당 매니저가 와서 인턴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리엔테이션을 할 예정이라고 여직원이 와서 안내했다. 그사이 다른 인턴들과 간단한 소개와 잡담을 하고 있는데, 여직원이 다시 와서는 오늘 출근길에 매니저님이 사고를 당하셔서 한시간정도 늦으실거라고 안내하고는 인턴들을 대기시켰다. 뭐야, 무슨 이런 날 사고래. 경수는 그 인간 운도 참 없다고 생각하며 자기 옆에 앉은 오세훈이라는 다른 인턴과 신나게 떠들었다.

 

 

 

 

아니, 무슨 골절씩이나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백현은 짜증스레 깁스를 한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누군지 몰라도 일단 자신이 갈 곳에서 다시 마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 직원용 건물로 들어오자 여직원이 달려와서는 어머머, 감탄사를 연발하며 크게 다쳤네 어쩌네 난리가 난리도 아니다.

 

 

 

"어디서 이렇게 다치셨어요, 진짜. 일단 인턴들 세미나실에서 대기중이니까 얼른 가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매니저님."

 

 

 

백현은 속으로는 짜증이 한가득이었으나, 일단 미소를 지으며 여직원에겐 걱정말라고 하고는 그녀를 따라갔다. 여직원이 먼저 들어가 인턴들에게 소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인턴 여러분, 골드호텔의 객실 매니저 변백현 매니저님을 소개합니다. 그 타이밍에 백현이 문을 열고 들어갔으면 됐다. 오른팔에 깁스를 한 탓에 왼손을 쓴 백현이 속으로 아까 그 남자를 다시금 욕해준 후 세미나실로 들어간다. 열 명정도의 인턴들의 박수를 받으며 세미나실로 들어간 백현이 고개숙여 인사한 후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골드호텔 객실 매니저 변백현입니다."

 

 

 

 

자신을 존경스레 바라보는 인턴들 중 유일하게 당혹감으로 가득찬 눈빛을 한 인턴과 눈이 마주쳤다. 어, 너

 

 

 

딱 걸렸어. 그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범인을 찾아내서 나온 기쁨의 미소인지는 몰라도 평소의 그 미소를 지은 백현이 재빨리 그 인턴의 명찰을 눈으로 훑었다. 인턴 도.경.수.

 

 

 

 

 

쓸데없는 망상의 산물인 이 똥망글은 반응보고 연재결정할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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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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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이구 도경수ㅋㅋㅋㅋㅋㅋㅋ잘한다 아쥬ㅋㅋㅋㅋㅋ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제발 연재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퓨흐어어어어엉퓨ㅠ퓨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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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꺅 호텔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취향저격 ㅠㅠㅠㅠㅠㅠㅠㅠㅠ연재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 갈게여 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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