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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속의 그대

w. 셜록










누군가 복도를 뛰어오는 듯 교실 밖이 시끄러웠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 문이 열렸다. 우당탕 소란하던 복도가 조용해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아오, 치사한 새끼들! 체육복도 더럽게 안 빌려주네. 오범이 중얼거리며 땀 냄새가 가득 벤 체육복을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는 교복을 갈아입을 적절한 장소를 찾느라 고개를 들었다. 다음 시간이 체육인지 주인 모를 교복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빈 교실 - 으레 남자아이들은 체육시간 사이의 앞, 뒤의 쉬는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서 공을 차고는 한다. 게다가 여기는 남고 아닌가. - 에 혼자 남아서 잠든 민석을 보았다. 언젠가 스치듯 보았던 영화 속 뱀파이어처럼, 쏟아지는 햇살의 한가운데에 민석이 있었다. 오범이 한 발자국씩 민석에게 다가갔다. 걸음마다 풋풋한 떨림이 잔뜩 묻어났다.








쉬는 시간에 루한의 반 아이들과 축구경기를 하기로 해서 체육복을 얼른 갈아입고 나가고자 교실로 다급하게 뛰어들어 온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제가 들었어도 꽤나 요란했던 소리였었는데 행여 자신 때문에 민석이 깨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오범은 가지런히 감긴 민석의 눈 앞에 손을 휘휘 저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민석이 농담조로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정말인지 곤하게 잠든 모습이었다. 다행이었다.








오범이 민석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 손을 뻗어 얼굴 근처로 가져다 댔다. 햇살이 투명한 창문을 여과없이 가로지르다 오범의 손에 턱, 막혔다. 짙은 그림자가 민석의 얼굴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살짝 찌푸려져 있던 민석의 미간이 거짓말처럼 펴졌다. 초여름이라도, 여름은 여름인지 쉼 없이 내리쬐는 열기가 불편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오범이 작게 웃었다. 그런 주제에 더운 창가 자리에서 잘도 잔단 말이지. 가만히 민석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 …예쁘네. "








가만히 있어도 붉은 빛의 입술이라던가. 답지 않게 긴 속눈썹이라던가. 올망졸망 귀여운 코라던가. 자꾸 시선을 끄는 생김새다. 그러니까, 이런 모습 같은 건… 나만 봤으면 좋겠는데. 지금도 충분히 마음 졸여 죽겠는데, 경쟁자까지 생기는 건 아무래도 곤란하다.








햇빛이 그새 왼쪽으로 움직였는지 민석의 턱 끝이 빛을 받아 그렇지 않아도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오범이 양손을 조금 더 밑으로 내렸다. 부채질을 하면 깰까봐서 햇빛을 막아주는 걸로라도 만족해야했다. 마음 같아서는 땀에 흐트러진 민석의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잡티 없는 이마에다 찐하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데…. 오범이 대신 민석을 보며 양껏 웃어보였다. 아직 혼자 연애중인거니까 나중에 천천히 해도 괜찮겠지, 뭐.








선선히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취한건지 오범은 쉬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다른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냥 바보처럼 계속 햇빛에 따라 손만 움직였다. 다음 시간은 체육시간이라 운동장에 나가서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거나. 한참이나 올리고 있던 팔이 아프다는 그런 생각같은 건, 정말이지 하나도.








*   *   *








오범이 1층 중앙현관 계단 밑에서 신발을 갈아신으며 우산을 만지작거렸다. 아침부터 공기가 눅눅하다 했더니 학교가 끝날때쯤 기어코 비가 내렸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아침부터 우산 가져가라고 닦달하던 엄마가 고마워지려던 찰나에 우산이 없는지 자신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 다급하게 종종거리고 있는 민석이 보였다. 잔뜩 울상을 짓는 것이 비를 맞는게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봤으나 대답이 영 신통치 않았는지 한숨을 포옥, 내쉬는 것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었다. 오범이 얼굴에 잔뜩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다시 굳혔다. 옆에서 이상하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예흥을 먼저 보내버렸다. 손 끝에 걸린 우산이 어색했다. 애꿎은 바닥만 실내화 코 끝으로 계속 걷어찼다.








자신의 우산을 민석에게 주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민석에게 우산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직후였으나 그것을 주기까지는 장장 10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였다. 나오는 애들도 점점 뜸해지다보니 차라리 비를 맞고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는지 민석이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가방을 머리에 이는 것을 보자마자 덩달아 '어어?'하며 학교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가려는 민석을 붙잡았다.








" 어? …오범? "

" 아, 응. 안녕. "

'나 왜 잡았어?' 라고 직접 묻지는 않았으나 저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쑥쓰럽기도 하고 민망한 마음에 손에 들린 우산을 덜컥, 민석에게 내밀었다. 어색한 적막이 빗소리 사이로 파고 들었다. 민석이 오범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여전히 우산은 받지 않은 채였다. 오범이 결국은 민석의 한 쪽 손을 잡아 그 위에 우산을 올려놓고 쥐어주었다. 바다처럼 푸른 빛의 우산이 민석의 손에서 넘실거렸다. 민석이 자신의 손에 들린 우산을 쳐다봤다. 아무런 말도 없었다.








" 나보고 이거… 쓰고 가라고? "


" 어. …너 써라. "








민석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범이 슬쩍 슬쩍 민석의 눈치를 살폈다. 아예 남남도 아니고 반에서는 나름 친하다 싶을 정도로 얘기도 많이 하는데 이상하게 교실 밖에서는 말이 뚝 끊겼다. 오범이 답답함에 뒷머리를 잔뜩 헝클였다.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비가 오니까 감성적으로 사람이 바뀌는 것 마냥 민석에게 금방이라도 좋아한다고 말할 것 같아 입술을 힘주어 깨물었다.








" 그러니까, 이걸 왜…. 왜 나한테 줘? "


" 어? "


" 비가 이렇게 오는데… 너는 어쩌고, 이걸… 이걸 나한테 주는데? "








아. 결국 입술이 터졌는지 입 안에 비릿한 피맛이 가득찼다. 넘쳐 흐를듯 요동치던 가슴께가 잔잔했다. 오히려 구름이 낀듯 먹먹해졌다. 네가 그렇게 물으면, 나는 도무지 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적어도 우리는, 아니 너는 표면적으로는 어디까지나 같은 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오범이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들어올렸다. 내가, 내가 너한테.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좋아한다는 말 같은 건, 도무지.








" 너 감기 걸릴까봐.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뭐냐면! "


" …알았어. "


" 응? 뭐를? "


" … 나 걱정되서 그런거 아니야? "








아, 응! 오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변명만 주절주절 내뱉으며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나 스스로 틈을 벌이는 일을 할때마다 조금 속상했다. 갑자기 명치 부근이 꽉 막힌 듯, 숨이 턱턱 차올랐다. 꾸역꾸역 새어나오는 설움을 한가득 삼키고서 겨우 민석에게 웃어보였다. 그 사이에 더욱 거세진 빗소리 덕분에 귓가가 얼얼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입 밖으로 튀어나갈 낯간지러운 고백 멘트들이 혀 끝에서 달랑거렸다.








" 바보. "








민석이 우산을 펼쳐들고는 현관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우산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려왔다. 오범이 세찬 빗속을 달려나갈 준비를 하려고 가방을 고쳐메는데 민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시선이 맞닿았다. 민석이 쓰고 있는 우산을 흔들어보였다. 오범이 그런 민석을 멍한 표정을 했다. 조금은 떨려보이는 것도 같고. 민석이 빗속에서 옅게 웃었다.








" 우산. …같이 쓰고 가자고. "








*   *   *   *   *






















사실 엑소판 소나기를 쓰고싶었는데ㅋㅋㅋㅋㅋㅋ

이런 똥글이라니... 클민 학원물에 기대하고 온 징어들 미안해요☆★

큰 덩치로 짝사랑하는 구희수는 제가 루팡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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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일단 선댓이요 작가님 너무좋아서...1등하고싶어요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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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풋풋한 학원물! 저는 학교 다니던시절에 풋풋한 썸같은건 한번도 없었는데 말이죠ㅠㅠ 크리스의 말없는 순정이라고해야하나, 우산 한번 건네기까지 그 긴시간을 고민하고..ㅠㅠ 으으...너무 반짝반짝 이쁜아이들이네요!ㅠㅠ 뒤..뒤가있나요? 너무 감질맛나서 숨넘어 갈것같아요 작가님!ㅠㅠ 저 암호닉신청해도될까요? 립이에요! 신알신해두고 작가님만 기다리겠습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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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으아ㅠㅠ! 립님, 이렇게 정성들인 댓글이라니..S2 사실 몇개 더 끄적여둔 에피소드가 있긴해요! 인티에 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립님 덕분에 후딱 정리해야서 올려겠네요ㅋㅋㅋㅋ댓글 감사합니다:D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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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혹시..네@버블로그에서연재하지않앗나여..?카페에서도그렇고..봣던거같아서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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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맞아요 요새는 트윈홈 파서 거기서 놀고 있는데....저 아세요(소곤소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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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알거같아요..ㅎㅎ닉이이게아니엿져..?생일을기억해여..0826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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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네ㅋㅋㅋㅋㅋㅋ홈으로 옮기면서 실제 멤버랑 혼동이 있길래 바꿨는데...ㅋㅋㅋㅋㅋㅋㅋ헐 반가워요^^; 사실 댓쓴이 닉네임도 알것같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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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제닉이여?초성이라도..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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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ㅎㄹㄹ님 아니신가...? 뭔가 말투가 비슷하신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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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어...어...맞아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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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ㅎㅎㅎㅎ반가워요..여기서 보니까 뭔가 민망☞☜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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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친등..하고시픈데☞☜멀찾아야하나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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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직 정확히 엑쏘팬이 아니라 오범이 누구지?하고 네○버에 쳐본건 안비밀이에여....ㅎ휴ㅠㅠ잘쓰세요ㅠㅠ아련아련ㅠㅠ소나기....는 여자애가 죽잖아요ㅠㅠ안대...........ㅠㅠ아련아련ㅠㅠ오범이가 안타까운데 또 뭐라그래야지?ㅠㅠㅠ아 말이 안나와요......여하튼 풋풋하네요.....ㅠㅠ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요!!!ㅠㅠ나란히 우산쓰고간 아이들은 어떻게됐는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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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아차차, 글 첫머리에 추가한다는게 깜빡했네요☞☜.. 잔잔하고 스무스하면서 여름특유의 아련함!!을 담아서 쓰고싶었는데 망한것도 안비밀입니다ㅠㅠ뒷이야기 생각해놓은거 있는데 조금 더 손보고 올릴생각이에요^0^ 댓글 감사드려요..S2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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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망하다니요ㅠㅠㅠ저 슬퍼져요........ㅠㅠ여름 특유의 아련함!!매미소리가 울리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나무그늘 아래서.....헿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에여......참참 암호닉신청해도될까여?ㅠㅠ비회원으로!!작가님 닉네임 기억할꺼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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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와...풋풋....순수......너무좋네요...다음편기다릴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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