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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경수] 12월의 기적 | 인스티즈

 

 

 

 

 

 

 

 

12월의 기적

w.꼬밍

 

 

 

 

 

   “ 좋아해요. ”

   “ 넌 그 고백이 도대체 몇 번 째 인지는 알아? ”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뭘. ”

   “ 열 번도 훨씬 넘었으니 하는 말이야. ”

   “ 내 기준에서는 열 번 아닌데, 아직? 오빠가 안 넘어왔잖아. ”

 

   도경수는 내가 자주 가던 동네 카페의 주인이었다. 사장이라는 멋있는 단어가 있지만, 도경수는 사장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카페 사장’이라는 말 보다는 ‘카페 주인’이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카페 이름은 ‘12월의 기적’. 공교롭게도 이 카페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때는 여름이었고, 도경수라는 남자가 좋아진 것은 봄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12월의 기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부연 설명을 그 대신해서 해주자면, 이 카페는 원래 그의 형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카페 사장’이라는 말이 그 이상으로 적합할 수 없는 도경수 형의 카페였던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카페에 왔던 3년 전 여름, 도경수는 형 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다. 아마 3년 내내, 이 카페에 왔다고 해도 난 도경수를 지금처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경수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은 몇 개월 전부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경수를 ‘12월의 기적’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처음 봤던 날, 나는 ‘의외’라는 상황에 매료됐다. 3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그 카페에 갔고 그 이후 2년 동안 나는 그와 적당히 아는 체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 오랜 만에 왔네요.

   - 과제가 너무 많아서요. 아, 저 토피넛 라떼주세요.

   - 휘핑크림 듬뿍 얹어서 드리면 되죠? 늘 앉던 데로 가져다줄게요.

, 같은 대화가 오가는 사이라고 할까. 도경수는 내 커피 취향과 자리를 외웠고, 심지어 직접 커피를 갖다 주는 서비스를 베풀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적당한 안부 인사를 할 수 있었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단골손님과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관계였다. 우리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딱 그 지점에 놓여있었다. 내 감정 역시 딱 그 정도였다. 자주 가는 카페의 -눈이 좀, 아니 좀 더 많이 큰- 아르바이트생.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도경수가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린 것은 몇 개월, 대략 일 년 전. 그러니까 우리 대학교 도서관에서 그를 마주쳤던 날이었다. 그것이 바로 ‘의외’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이었다. 우리 대학교 도서관 지하 1층은 유난히 조용해서 발걸음 하나하나도 조심해야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자료를 찾다가 바로 옆에 서 있던 남자에게 시선이 갔는데, 눈을 떼지 못하고 다시 쳐다본 것은 그 남자가 도경수였기 때문이었다. 어? 나는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그가 고개를 돌렸고, 두 눈이 마주쳤다. 그의 표정에도 ‘놀람’이 떠올랐다. 어?

 

   “ 여기, ”

 

   그렇게 말해놓고,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그렇게 묻고 싶었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메모장에 내용을 써서 그에게 보여줬다.

   ‘우리 학교 학생이었어요?’

   도경수는 그 내용을 읽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두 번 끄덕여보였다. 나는 입모양으로 그에게 말했다. 헐, 대박. 나는 다시 휴대폰에 질문을 써 그에게 보여주었다.

   ‘헐, 언제부터요?’

  그러자 도경수가 그 밑에 자판을 누르고 답을 써 보여준다.

   ‘거의 4년 전부터요. 군대 포함.’

 

   와,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내 자료를 마저 찾으러갔다. 그때까지는 그의 나이도, 그의 학교도, 게다가 그의 이름까지 몰랐었다. 내가 자료를 찾던 중, 밖으로 나가려던 도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도 나를 발견했는지 슬쩍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웃으며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그때, 도경수가 웃었다. 그리고 내게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세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가다 멈춘 것 같았다. 도경수가 웃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그것이었다.

 

  저 사람도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의 미소를 봤던 게 그것이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카페에 자주 출입하면서, 언뜻언뜻 혹은 정면으로 그 미소를 목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정말 새삼스럽게 크게 느껴졌다. 그건 그 의외의 상황이 준 효과였을 수도 있다. 말 한마디 쉽게 꺼낼 수 없는 조용한 도서관, 우연한 마주침, 맞닿은 시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 그리고 정확히 나를 향해 보여주던 그 부드러운 미소. 호감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그렇게 갑작스러운 순간에, 우연한 기회로 다가와 내게 운명이 되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은 도경수이며, 나보다 4살 나이가 많고, 우리 학교 공대에 다니며, 몇 개월 전 형의 카페 운영을 대신하게 됐다는 것을.

 

   “ 오빠, 여자 아르바이트생 쓰지 말아요. 절대 안 돼. ”

   “ 네가 무슨 권한으로. ”

   “ 남자 알바만 뽑으면 되잖아. ”

   “ 예쁜 여자 뽑으면 남자 고객 매출이 높아질 텐데. ”

   “ 그럼 나 뽑아요. 나 뽑으면 되잖아. ”

   “ 넌 안 돼. ”

   “ 왜요? ”

   “ 아르바이트 목적이 불순해. 그리고 안 예쁘잖아. ”

   “ 치, 그럼 잘생긴 남자 알바 뽑아서 여자 고객 매출 올리면 되잖아요. ”

   “ 내가 있는데 굳이 남자를 왜 뽑아? ”

 

   헐. 그렇게 소리 내자 도경수가 나를 보며 말한다. 뭐? 그는 뻔뻔한 표정이다. 몰라서 되물어요?

 

   “ 오빠는 안 잘생겼잖아. 어좁이고. ”

 

   그러자 그가 손을 내뻗어 내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아. 내가 그를 째려보자, 도경수는 뭐? 네가 맞을 짓 했잖아, 라는 식의 표정으로 나를 다시 봤다. 영업 방해할거면 빨리 집에나 가, 아니면 다시 앉아서 얌전히 과제나 하든가. 그 말에 나는 아린 이마를 문지르며 원래 자리에 가 앉을 수밖에 없었다.

 

   도경수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인정하기까지 일,이 개월. 그리고 본격적으로 좋아해요, 좋아해, 당당하게 그 마음을 외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도경수도 이제는 이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누구나 알겠듯이, 돌아오는 답은 ‘거절’이었다. 계속되는 감정 표현과 거절.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 편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게, 더 오래 봤던 그 지난 2년보다 이 몇 개 월 사이에 도경수와 더 가까워졌다. 가끔은 후회한다. 왜 진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걸 몰랐을까. 왜 못 알아봤을까. 그렇게 미소가 예쁜 사람이라는 것을. 하긴 그런 것을 진작 알았다면, 사랑에 있어 타이밍을 놓치는 사람이 거의 없었겠지.

 

    도경수는 휴학하고 카페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의 형이 카페 일에서 손을 떼고, 아르바이트 일이나 도맡던 그가 형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학생 하나가 요 근래에 그만뒀다. 지금 인원으로는 힘든데. 도경수가 요즘 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말이었다. 

   - 헐, 오빠. 그러면 제가 아르바이트 할게요!

   - 안 돼.

   - 헐, 왜?

   - 넌 아르바이트 목적이 너무 빤히 보여. 순수하지 못한 이유야.

   - 사람을 좋아하는 것만큼 순수한 게 어디 있어. 그것도 나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건데.

 

    그 때, 도경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자꾸 고개를 들이미는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쓱 밀며 말했다.

   - 너는 순수하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 바보 같다고 말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도경수라는 사람 앞에서 나는 한없이 단순해졌고, 멍청해졌다. 나는 이를 순수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희석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좋아해, 싫어, 좋아해요, 싫어. 좋아한다니까, 싫어, 그래도 좋아해요. 나는 언제나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 ○○○, 짐 싸. 가게 문 닫을거야. ”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손님이 나가고 도경수가 소리쳤다. 시간이 남는 날이면 난 그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이 카페에 남아있고는 했다. 나는 노트북과 책을 가방에 집어놓고, 카운터 쪽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 오빠. ”

   “ 빨리 가든가, 아니면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해. ”

   “ 아까 한 말 취소할게요. ”

   “ 뭘? ”

   “ 오빠, 잘 생겼어. ”

 

    그러자 도경수가 황당했는지 웃는다. 오냐, 나도 알아. 그가 웃음 짓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웃음이 좋다. 예전에 모르고 지나쳤을 이 웃음이, 그 날 이후로는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그의 미소가, 그 손짓, 표정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오고 나까지도 웃게 만든다.

 

   “ 내 눈에만! ”

 

   그 말을 하자마자 나는 고개를 올려 그의 입에 쪽- 소리 나게 입 맞췄다. 그러자 도경수가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리고 나는 그가 할 잔소리를 피해 후다닥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기습적으로 당한 게 아니라 먼저 입을 맞춘 건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기습 공격은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놀라기는 마찬가지인거구나. 그런데, 기습 공격을 받은 쪽은 지금 나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을까. 

   카페 불이 꺼지고 문이 열렸다. 도경수가 나와서 내 가방을 건넸다. 나는 어색하게 그 짐을 받아들었다. 도경수가 문을 잠그고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 자기 짐은 찾아들고 도주를 했어야지. 그리고 도망친 곳이 겨우 여기? ”‘

   “ 내가 도망은 왜 쳐요. 하하. ”

   “ 이거 봐. 또 어디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들어. ”

 

   그리고는 내 뒤통수를 붙잡고 결국은 세게 딱밤을 이마에 놓고 만다. 나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아,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참을 만하네, 생각할 때 쯤.

 

   “ 다시는 이런 짓 하지마. ”

 

   진짜 벌은 딱밤이 아니라, 저 한 마디라는 것을 나는 속으로 여기며 쓰게 웃었다. ‘12월의 기적’이라고 적힌 빛나는 간판을 보다가, 먼저 걸어간 그를 다시 쫓아갔다. 오빠, 같이 가요! 그래도 일단은 별 수 없다. 이런 쓰디 쓴 순간들은, 짝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순간 각오했던 것들이므로.

 

 

*

 

 

   “ 좋아해요. ”

   “ 분명 백번은 훨씬 넘었어. 잘하면 천 번도 넘었겠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니까. ”

   “ 그런가, 그러면, 음. 그러니까 좋아해. ”

 

   도경수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밀어낸다. 어휴.

 

   “ 내가 반말, 존댓말에 대해서 크게 상관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너처럼 이렇게 왔다 갔다하면 적응하기도 힘들어. ”

   “ 그럼 반말 해? ”

   “ 아니, 이왕한 거 존댓말 계속. ”

   “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좋은데요. 좋고 말구요. 좋겠죠. 좋네요. 좋아, ”

 

   그만, 그만, 그만. 도경수가 내 찡그린 미간을 툭툭툭 친다. 힝. 내가 앞에 있는 술잔을 바로 비우고 또 잔을 채우자, 도경수가 내 잔을 빼앗아 자기 앞에 둔다. 아, 왜 내 술. 잔을 가져가려고 하자 내 손을 밀어내며 말한다. 그만 마셔.

 

   “ 지금 걱정하는 거에요? ”

   “ 취하면 뒷감당 못해서 그런다. 술 안 취해도 감당이 안 되는데, 취하면 어떻게 해. ”

   “ 오빠한테는 내가 감당할 존재구나. ”

 

   집 가는 길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잠깐 들렸다 간 것이 지금 상황의 시작이었다. 따뜻하게 우동이나 먹고 가자, 하던 것에 내가 술까지 포함시키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내가 입을 삐죽 내밀고 있자, 도경수가 어휴- 소리를 내고는 자기 잔을 비운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도대체 내가 왜 좋아?

 

   “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 처음에 이유가 있었어도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니지. ”

 

   그 말에 도경수가 웃는다. 그러면 뭔데? 그렇게 물으면서 잔에 술을 채우고 다시 내게로 넘겨준다. 나는 그 웃음을 보고 따라 웃는다.

 

   “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좋아하니까 그게 다 이유가 돼요. 오빠의 그 동그란 눈도, 웃음도, 손짓하나도. 어떻게 보면 별 의미 없는 것들인데 내가 좋아하니까, 그 모든 게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는 거에요. 오빠는 몰라, 이런 느낌. ”

 

   도경수가 웬일로 입을 다 다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진지한 눈빛이 내게로 향해있다. 그리고 그 잔잔한 미소는 여전히 그의 입가에 있었다. 그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아닌데, 나도 아는데. 나는 술잔을 비우려다말고 그를 다시 쳐다봤다. 오빠가 어떻게 알아. 내가 투덜대며 물으니 도경수는 그저 웃었다.

 

   “ 너는 왜 이렇게 감정을 못 숨겨, 여자가. 좀 숨기기도 해야지. ”

   “ 숨기면 뭐해. 그럼 오빠가 알아봐준데? 나는요, 그냥 사람 좋아할 때 미련 같은 거 안 남기고 싶어요. 그게 내 스타일이야. 마음껏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보고, 표현해야지 끝에 가서 미련이 안 남아요. ”

   “ 경험담이네? ”

   “ 내가 설마 처음 좋아해본게 오빠겠어. 초중고 다 남녀공학인데. ”

   “ 그럼 연애를 못해봤네. ”

   “ 바보. 연애도 하고 짝사랑도 해봤어요. ”

 

   내가 술잔을 비우니, 도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랬어? 나는 잔을 내려놓고 그를 보며 웃었다.

 

   “ 나는, 그냥 내 스타일은 그래요. 좋아하는 마음 막 숨겨놓고, 표현도 못하면, 끝나면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아. 끊어내지 못하고 끙끙 앓아요. 솔직히 나 고3때 그런 이유만 없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 갔을 걸? 성적 많이 떨어진거라구요, 나. 카페 처음 갔을 때도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었는데, 뭘. ”

   “ 네가 카페를 언제 처음 왔었더라? 교복입고 왔던 건 기억하는데. ”

   “ 열여덟, 열아홉. 그 쯤. …그리고, 잘 안돼요. ”

   “ 뭐가? ”

   “ 오빠 앞에서 마음 숨기는 거. 특히, 잘 안 돼. ”

   “ ……. ”

   “ 나 이런 얘기들은 진짜 하기 싫었는데, 으. 나 술 마셔서 그런가보다. 오빠, 나 감당 안 되겠다. 이제 안 마셔야지. 술기운 올라와서 주절주절 한 거니까, 다 잊어버려요. ”

 

   어휴, ○○○. 도경수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인다. 아, 하지마. 머리 헝클어져. 그러자 더 장난스럽게 도경수가 내 머리를 휘젓는다. 그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미소를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 웃게 된다. 그렇게 웃지마요. 내 말에 그가 어?, 반응했다.

 

   “ 그렇게 웃으면 거절당할 거 뻔히 알면서도 또 반한단 말이야. ”

 

   그 말에도 도경수는 여전히 웃는다. 미워죽겠어. 웃지 말라고 해도 계속 저러고 웃어요.

 

   “ ○○○. ”

   “ 왜요. ”

   “ 나도 술기운 때문에 그런가보다. ”

   “ 뭐가, ”

 

   그리고 그의 양 손이 내 얼굴을 감쌌고, 그 입술이 내 것에 겹쳐졌다. 내가 그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것과는 달랐다. 1초라는 시간도 쓰지 않았던 그 순간과 비교해서 이번 것은 그 시간부터 달랐다. 겹쳐진 입술, 가까워진 얼굴에서 그의 숨결마저도 느껴졌다. 그리고 속 안에서부터 쿵쿵쿵쿵 심장박동이, 가슴에서 시작돼 목으로, 얼굴로 크게 퍼지고 있었다.

 

 

*

 

 

   술기운 때문에 그런가보다, 라니. 지금 그 상황이 나는 꿈인지 아닌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건 나 역시 술기운이 오른 탓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그가 입을 맞추기 전에 했던 그 말 때문이었다. ○○○, 네가 좋아서,도 아니고. 술기운 때문에 충동적으로 입을 맞춘 것이라는 말 밖에 더 되지 않는데, 그 말은.

   12월이었다. ‘12월의 기적’이라는 카페 이름에 걸맞게, 이번 달에는 매출이 올랐다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 기적은 매출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입술을 매만졌다. 그 때의 입맞춤도 기적이라면 기적이지. 하지만 나에게 있어 기적은 여기까지인걸까. 내 기적은 딱 이것 뿐 일까.

 

   그날 그에게 술을 마시고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또 생각이 많아졌다. 조금씩 머리가, 감정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앞만 보고 무작정 그에게 좋아한다는 말로 돌진했다. 12월의 기적. 기적이 딱 그 때까지라면. 어쩌면 그에 대한 마음을 돌이켜보거나, 정리해야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은 아닐까.

   입을 맞추고 난 뒤에 그는 별 다른 말이 없었다. 다른 반응도 없었다. 입맞춤이 정말로 그 겨울의 꿈이었던 것처럼, 그 이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좋아한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나는 이만큼, 이렇게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내 사랑을 표현했다. 어떻게 보면, 내 마음에 있어 솔직할 만큼 솔직했고, 표현할 만큼 표현했기 때문에 끝도 알아차리고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 때로부터 변한 것이 없다면, 이것은 여전히 명백하게 나의 짝사랑이었음으로.

   그리고 도경수는 기어코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고 보니, 나는 비참하게도 너무도 울고 싶어졌다. 짝사랑이 지속되다보면 그것이 오래됐든, 그렇지 않든 어느 순간 내가 깨달을 때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짝사랑을 그만두고 접어야한다는 것을. 어떤 사소한 진전도, 친절도 애정으로 느껴지지 않고,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도경수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그 때를 느끼는 중이었다.

 

   이제는 마주치지 말아야지. 쉽게 웃지도 말아야지. 표현하지 않아야지. 웃지도 말아야지. 이제는 좋아하지 말아야지. 그만, 해야지.

 

   그 때부터였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갔던 ‘12월의 기적’에 출입하지 않았던 것이. 그러기를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가 지났다.

 

 

*

 

 

   “ 너 요즘 학교에 오래 있는다? ”

   “ 어? ”

   “ 예전에는 강의 끝나면 집 간다고 바로바로 가더니. ”

 

   이상하다는 듯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험 기간이잖아. 친구가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2월의 기적’은 동네에 있는 카페였기 때문에, 웬만하면 나는 이른 시간에 집에 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카페에 가지 않는 이상 마주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동네 쪽으로 갈 때의 내 마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학교에 오래 남아있는 쪽을 택했다. 그 동안 못 나갔던 과 행사에도 나가고,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지기도 하고, 도서관에 남아 공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어 집으로 갈 때쯤, 나는 괜히 불 꺼진 카페를 가만히 보다가 들어가기도 했었다. 도경수가 보고 싶었다.

 

   “ 난 도서관 갔다가 갈게. ”

 

   친구와 헤어지고 나는 도서관으로 갔다. 찾는 도서는 지하 1층에 있었다. 발소리 안 나게 조심해야겠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과제에 필요한 책을 찾고 있었다. 아, 여기 있다. 하면서 손을 뻗으려던 찰 나, 다른 누군가의 손이 그 책을 쏙 뽑아내 가져간다. 어? 저거 한권 남은 건데. 그 손의 주인을 보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 왜 여기에 있지? 그 사람은 책을 손으로 쓱쓱 넘겨보더니, 나를 봤다. 눈이 마주쳤고, 그가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는 두 눈만 깜빡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 갑자기 웬 도서관이에요. ”

 

   내 작은 목소리가 우리 둘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도경수가 검지 손가락으로 내 입을 조용히 하라는 듯 톡톡 쳤다. 그래서 바람 소리로 물었다. 카페는? 그러자 도경수가 휴대폰을 꺼내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내게로 보여준다.

   ‘카페가 그렇게 걱정되는 인간이 이주동안 한 번도 안 나타나?’

    카페 문은 안 닫았던데, 뭘. 그렇게 투덜대자 도경수가 또 손가락으로 내 찌푸린 미간을 툭 쳤다. 알았어요, 볼 일 보세요. 나는 성의 없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러자, 도경수가 책을 빈 책장에 놓고는 내 손목을 잡았다. 놀라 고개를 들어 그를 보자, 이번에는 내 손을 꼭 붙잡고는 도서관 밖으로 끌어가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해 그대로 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도 도경수는 여전히 내 손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 밥 먹었어? ”

   “ 점심요? 당연히 먹었죠. 지금이 몇 신, ”

   “ 저녁은? ”

   “ 저녁은 무슨. 이제 4시 다 돼가요. ”

   “ 그럼 저녁 먹자. ”

 

   저게 무슨 태도야. 그대로 나를 끌고 가려던 그의 팔을 붙잡고 힘을 줘 멈췄다. 그러자 도경수의 시선이 다시 내게 떨어진다. 왜? 그가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아니, 점심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시간에 저녁을 먹어.

 

   “ 뜬금없이 사람 끌고 나와서 이게 뭐에요? ”

   “ 저녁 먹자니까? ”

 

   도경수는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본다. 저 동그랗고 커다란 눈. 나는 기가 막힌 와중에도 오랜만에 만난 도경수의 얼굴을 눈에 담고 있었다. 꿈에서도, 일상에서도 간절히 그렸던 얼굴과 목소리, 저 표정들.

 

   “ 아니, 내가 왜 오빠랑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나 바빠요. ”

   “ 뜬금없는 상황, 아닌데. ”

   “ 이게 뜬금없는거지, 그럼 뭐야. ”

   “ 난 이러려고 오늘 도서관 왔는데. ”

 

   순간 말이 딱 목에 걸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천천히 이 상황을 정리해 보려고 애썼다. 그러니까, 나랑 저녁 먹으려고 도서관에 왔다고? 아니, 왜? 그렇게 까지 생각이 나아가고 있는 중에, 도경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살아는 있었네. 나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되물었다. 네? 그러자 도경수가 웃는다. 또, 또 그렇게 웃었다.

 

   “ 그래도 살아 있었다고. 이주동안 실종돼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지. ”

   “ 그렇게 걱정한 사람이 연락도 한 번 없어요? ”

   “ 내가 네 번호가 어디 있어. ”

   “ 내가 예전에 번호 따려고 했을 땐 주지도 않았으면서. ”

 

   그랬던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도경수가 내게 휴대폰을 내민다. 뭐에요, 이게. 투덜댔더니 도경수가 웃으면서 내 손에 직접 자신의 휴대폰을 들려준다. 번호 달라고.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그를 봤지만, 도경수는 입가에 웃음이 묻은 채로 다시 말한다. 내가 네 번호 딴다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도경수가 조금만 더 빨리 이런 식의 모습을 보여줬었다면, 그때는 이 타이밍이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도 나 좋아하나? 나랑 도경수랑 잘 될 수 있을까, 따위의 생각에 적절한 장작이 되어줬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간 타이밍이 그렇게 쉽게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여전히 도경수를 가슴 깊이 좋아하고 있는 이 시점임에도, 나는 망설이고 있었고 동시에 괴로워했다. 불을 끄고 떠나려던 시점에 도경수가 다시 나타나 말한다. 마른 장작을 가져왔으니, 불을 좀 더 피우고 가는 게 어때? 나는 원래의 결심과 이 의외의 상황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휴대폰을 그대로 돌려줬다.

 

   “ ○○아, 나중에 카페 닫을 시간에 맞춰서 와. ”

 

   나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내가 좋아하던 그 미소가 묻어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손이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떠난다. 나는 도경수가 먼저 자리를 뜨기 전에 도서관으로 한 발 앞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 곳에서 마저 울고 싶어졌다. 예전이라면 혼자 소리치고 방방 뛰었을 그 상황에, 의심부터하고 갈등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아팠다. 어느 시점이 딱 지나버려도, 내 결심은 어떤 마음에 지고 만다. 결국 나는 아직도 도경수를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

 

 

   추운데 왜 밖에서 그러고 있어. 들어와서 기다려. 마지막 손님이 나오고, 도경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했다. 나는 정리되어 가고 있는 카페 카운터 앞에 앉아서 도경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수 오빠. 그렇게 부르자, 그가 정리를 하면서 답해준다. 왜. 나는 양손으로 턱을 괴면서 물었다. 새로 온 알바는 어때요. 도경수가 건성건성 대답한다. 잘하지, 뭐. 나는 그런 그를 눈으로 흘기며 다시 물었다. 예뻐요? 그러자 도경수가 정리하는 것을 멈추고는 내 앞으로 와 나를 본다. 그의 입과 눈이 다 휘어졌다. 웃음이 이쪽을 향해 있다.

 

   “ 예뻐서 뽑았는데, 예쁘겠지. ”

 

   치, 하여튼 저런 것에는 너무 솔직해서 문제지. 내가 입을 삐죽 내밀자, 도경수가 그 모습을 보고 또 웃더니 다시 정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등이 보였다. 카페 사장이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외모야. 솔직히 처음에는 오빠라고 부르기도 어색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휘말리는 걸 보면 내가 저 사람보다 어리기는 한가보다. 처음에 봤을 때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저 사람이 나보다 4살이나 많고, 나랑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그러니까, 엄연히 말하자면 학교 선배였던 것이다), 군대를 갔다 왔고, 이제는 카페를 운영한다고. 내가 도서관에서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래서 그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카페를 다니면서 내가 영영 몰랐을 것들이었다. 우연이 반복돼 인연이 되었고, 그 인연이 또 한 번의 우연을 거쳐서 내게 운명이 되었다.

   나는 언제쯤 도경수의 운명이 될 수 있을까.

 

   “ 오빠. ”

   “ 조금만 기다려, 정리 다 되가니까. ”

   “ …좋아해요. ”

   “ 알아. ”

   “ 나 진짜 오빠, 많이 좋아해요. ”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가 많이 가라 앉아있다는 것을 도경수는 눈치챘을까. 그는 정리하던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그리고 두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는 나를 웃음기 없이 바라보더니, 다시 내 앞 쪽까지 걸어왔다. 가까이서 두 눈과 눈이 마주쳤다.

 

   “ 나 지금 정리하려는 마음 다 돌려서 말하는 거에요. ”

   “ 뭘, 정리해? ”

   “ 오빠가 그랬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는데, 나는 열 번도 훨씬 넘었다고. ”

   “ 근데. ”

   “ 이게 나한테 열 번째에요. ”

 

   마지막이요. 도경수는 여전히 웃음기 없이, 그리고 말도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쩐지 묵직한 공기가 둘 사이를 맴돌았다. 나는 그 동그란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살짝 시선을 내렸다. 이것이 나한테 열 번째 고백이었다. 도경수한테 하는 마지막 찍어내림. 그를 향한 내 마지막 고백. 이 나무가 넘어가지 않는다면, 나는 깔끔하게-아니, 솔직히 깔끔하게라는 표현은 쉽게 못 쓰겠다. 울고불고하면서, 아프게- 이 나무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묵직한 공기가 우리 둘을 누르고 있을 때, 도경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 ○○○, 너, 나 책임져야지. ”

 

   그리고 나는 이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당황했다. 책임이라니. 나는 그 목소리와 말에 놀라 내렸던 시선을 그에게로 옮겼다. 그의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묵직했던 공기가 가벼워져 우리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책임이라니. 무슨, 책임요? 당황한 내가 더듬으며 물었다.

 

   “ 너 나한테 뽀뽀했잖아. 네 마음대로. ”

   “ 그, 그게 뭐요. 오빠는, 아니 오빠는! ”

 

   나는 뭐? 도경수가 퉁명스럽게 묻는데, 나는 오히려 목이 딱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었다. 아니, 오빠는. 나는 계속 말을 더듬었다. 아니, 그러니까 오빠는 나한테, 입 맞췄잖아. 그것도, 술 마시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작게 말했더니, 도경수가 아아 감탄사를 내며 반응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그랬었나. 나는 그 말에 욱했다. 그랬었나, 라니. 그러면 지금 술기운에 그 날 일을 제대로 기억도 못한다는 소리야?

 

   “ 그랬었나, 라니. 오빠, 지금 그게 무슨, ”

 

   그 순간, 도경수의 그 하트 모양 입술이 내 것에 닿았다 빠르게 떨어졌다. 나는 순식간에 어버버 상태가 되어버렸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거야. 나는 눈에 힘을 주고 그를 쳐다봤다. 도경수는 미소 지으며 또 검지로 내 찌푸린 미간을 톡 쳐냈다. 주름 생겨, 안 그래도 못 났는데 주름까지 생기면 더 못났어.

 

   “ 방금 나한테 뭐, 한 거에요? ”

   “ 뽀뽀했는데? ”

   “ 아니, 이게 그러니까, 갑자기 뭐가. ”

   “ 그러니까 이제 내가 너 책임질게. ”

 

   그의 한 마디에 주위의 모든 것이 변하는 기분이었다. 우리를 감싸고 있던 이 미지근한 공기도, 노란 빛 감도는 조명도, 어딘가에 쌓여있을 먼지나 사람들의 손때들이 한 순간 붕 날아오르는 느낌. 얼굴에 있던 모든 긴장이 풀리고, 근육 하나하나가 이완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멍한 표정으로 도경수를 바라보았다. 도경수는 그런 나를 보며 웃었다. 왜, 멍해지고 그래. 그 말에 나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카운터 너머에 있는 도경수에게 빠르게 다가가 꼭 안아버렸다.

 

   “ 오빠, 좋아해요. 대박, 진짜 좋아요. ”

   “ 그래, 안다니까. ”

   “ 도경수. ”

   “ 이게 오빠한테, ”

   “ 사랑해. ”

 

   도경수는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품속에 있는 나를 본다. 고개를 그의 얼굴 쪽으로 해서 빤히 바라보고 있자, 도경수가 웃음 짓는다. 그리고 양 손으로 또 내 볼을 감싸더니 입을 맞춰왔다. 눈을 감고 있는 그 중에도, 내가 좋아하던 그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맞물리는 입술, 닿이는 서로의 따스한 숨결, 감고 있는 눈과 속눈썹. 후에 살며시 입술이 떨어지고, 가까운 곳에서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가 말했다.

 

   “ 나도. ”

 

   나는 그 미소를 따라 함께 웃었다. 12월의 기적이 찾아왔다.

 

 

 

 

  (+)

 

   “ 그냥 여자 아르바이트 나 쓰면 안돼요? ”

   “ 안 돼. ”

   “ 왜?! ”

   “ 예뻐서. ”

   “ …예쁘면 매출 오른다면서. ”

 

   그가 나를 보며 웃음 짓는다. 내가 좋아하던 그 미소로.

 

   “ 내 눈에만. ”

 

   그리고 그의 입술이 쪽- 소리 내며 내게 닿았다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꼬밍입니다.

오랜만이에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ㅠ_ㅠ

별이 빛나는 밤에, 메일링도 해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한 학기동안 너무너무 일도 많고 바빴어요.

다시 여기 글 안 쓸 줄 알았는데, 가끔씩 달리는 '기다린다'는 댓글들 보고 안 올 수가 없었어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메일링은 꼭 보내드릴게요,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늦었지만 다들 해피뉴이어, 입니다!

 

오랜만에 가져온 글이 이렇게 급하게 쓴 엉망진창 내용이라서 죄송해요.

(+) 다..음 글은 기회가 된다면 사극풍으로 가져와 볼게요. 제 주제에.

 

♡ 암호닉 ♡

롱이 / 여기있나영 / 꽃사탕 / 낑깡 / 꿀징
진리 / 라퓨타 / 뀨뀨 / 핫바 / 카푸치노
비타민 / 초코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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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1등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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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흐ㅓ어어어어엉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라퓨타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오랜만이세요 얼마전에도 별이빛나는밤에가 생각나서 다시 읽었는데 이렇게 달달한 작품으로 돌아오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동안 많이 바쁘셨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타게 기다렸어용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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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할 완전 달달해쥬그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휴ㅠㅠㅠㅠ경수야ㅠㅠㅠㅠㅠ조련의 대가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쩜이렇게 조련당하는기분이니......ㅋㅋㅋㅋㅋㅋㅋㅋ아정말 보고싶었습니다 작가님ㅎ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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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롱이에요..!!ㅠㅠㅠ왜이렇게설레..ㅠㅠㅠ이러시면 저죽어여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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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카푸치노입니다! 작가님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저께 기다린다고 댓글 달았는데 바로 와주셨군여ㅠㅠㅠㅠ글 내용 엉망진창 아니에요ㅠㅠㅠㅠㅠ 달달하고 설레고.. 경수ㅠㅠㅠ다른 경수 글도 많이 봤는데 작가님이 쓰는 경수는 되게 오랜만이에요ㅠㅠㅠ뭔가 새로운느낌ㅠㅠㅠ그나저나 저렇게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정말 많이해서 아무 느낌도 안들었던걸까여 장난같이 들렸나봐요 경수한테ㅠㅠ 좋아한다는 말 꺼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으으 저는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친구한테도 말 못하겠더라구요ㅋㅋㅋ고이 묻어두고...☆ㅋㅋㅋㅋ 근데 뽀뽀해도 화안낼 정도면 서로 좋아했던거같긴한데 그러면 왜 안받아준거고 경수 속마음을 알수가 없네요..2주동안 안찾아오니까 그제서야 찾아오고!! 뭘까요..ㅋㅋㅋㅋ 일단 행쇼했으니까 된거죠ㅠㅠㅠ달달한 경수ㅠㅠㅠㅠ
작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가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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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달다달아나쥬거요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경수ㅠㅠㅠㅠㅠㅠㅠㅠ짱짱이예여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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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꼬밍님글 기다렸어요ㅠㅠㅠ보고싶었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복습도 몇번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새해복많이받으시고 오늘도 잘읽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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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완전달당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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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제목만 보고 들어와서 읽다가 꼬밍님 글 같아서 스크롤 올려서 보니까 진짜 꼬밍님이네요!ㅠㅜㅜ기다렸어요ㅠㅠㅟㅡ아 역시 달달하고 녹을거 같아요ㅠㅠㅡㅠ짱짱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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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저격당했어여 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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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신알신 보고 달려왔어요!!!!! 이런 분위기 너무좋아요ㅠㅠㅠ진짜 짱짱 금손이세요 감정표현 완전 디테일하심..내마음인줄...ㅠㅠ꼬밍님 돌아와주셔서 감쟈해여 담편도 기다릴게요 언제가됐든 꼭꼭 와주세요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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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헐.....ㅠㅠㅠㅠㅠㅠㅠㅠ경수오빠ㅠㅠㅠㅠㅠㅠㅠ멋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 마지막에 행쇼해서 다행이다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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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아ㅠㅠㅠ열번찍어서 안넘어가는건 없구나ㅠㅠㅠ경수야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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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왔는데 이게 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 싶었어요 작가님.......... 제가 신청을.. 안했? 나 봅니다!!! 신청.. 되.. 되나요? 되면 애정으로.. ♡ 어휴ㅠㅠㅠㅠ 진짜.. 모든 글이 달달~한 그대는 정말ㅠㅠ 별이 빛나는 밤에, 의 경수와 12월의 기적의 경수 둘 다 너무 예뻐서.. 어휴,, 오늘 경수 생일인데.. 제가 경수 선물 대신 받은 것 같네요 ㅠㅠ 이렇게 돌아와주셔서 감사해요.. 또를르...! 어쨌든.. 어휴 막 횡설수설한데 감기 조심하시구 건강 조심하세요!!!!!!! ㅠㅠ 감사합니다 하트 S2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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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티 며칠 못하다가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꼬밍님 글이 뙇!!!!!!!!!! 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진짜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옷 따시게 입으시구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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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진짜진짜기다렸어요ㅠㅠㅠㅠ언제글올라오시나...ㅠㅠㅠㅠ여전히좋은글들고와주셔서 감사할뿐이에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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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진짜달달물잘쓰시는거같아요 오글거리지도않고럽실소쓰듯이줄줄얘기하는거도아니고엄청달달한영화?드라마?하나본기분이에요ㅠㅠㅠ어찌하면이런필력을가질수가잇는거져ㅠㅠㅠ???진짜대박이에여ㅠㅜㅜㅜㅜ이거만보고감동받아서앞에서부터작가님글정주행햇쟈나~완전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자주와주새요제발 ㅜㅜ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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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핫바/
헐왜 이제야 오셨어요ㅠㅠㅠㅠ 그리고 전 왜 이제야 봤을까요... 안 오셔서 신알신이 안눌렸나하고 몇번을 확인하고 했는데 이제야 오시다니... 그래도 잊지 않고 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
읽는내내 달달한 단편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실실웃으면서ㅠㅠㅠ 역시 꼬밍님 분량bbbㅠㅠㅠㅠ 오랜 구애 끝에 이루어진 연애라 그런가 더 달달한것같기도 하고 그냥 둘이 너무 예뻐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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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대...대박...설레임 설레임 하 설레임 가득하네요 진짜 ㅠㅠㅠㅠ 묘사도 잘하시고 딱 분위기랑 장소가 상상되는게 글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ㅠ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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