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얼른 오셔요! 저 배곯아 죽을 거 같습니다!"
나 말하는 거야? 내가 이런 잘생긴 동생이 있었던가. 내 기억 속 형제는 못생긴 우리 엄마 아들은 있었던 거 같은데, 저런 존잘남이 아니었던 거 같다. 하핫 저승은 되게 좋은 곳이구나, 죽는 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혼자서 행복한 상상이 빠지고 있었을 때, 날 누이라 부르던 존잘날은 내 허리춤을 붙잡고 배고프다며 징징댔다.
"아니 누구신데 절..."
"아니 왜 이러십니까! 저 선홉니다, 선호!"
잘생긴 남자가 붙어 있으니 난 입 꼬리가 내려가는 걸 주체하지 못 했고, 손으로 억지로 입을 내리고서야 낯선 존잘남에게 물음은 던졌다. 그러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존잘남은 자신을 선호라 칭하며 배가 고프니 얼른 가자며 누이도 배가 고프니 절 기억 못 하는 거냐는 둥 혀를 끌끌차며 날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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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긴 저승이니 날 아는 사람이랑 붙어 있어야지 아님 완전 고아 신세일 거 같았던 난, 존잘남 손에 이끌려 주막으로 들어와 얼떨결에 국밥도 시켜 버렸다. 음식을 기다리며 존잘남에게 이름도 묻고 나에 대해서도 물었다. 선호는 처음엔 왜 그런 걸 묻느냐며 물어 왔지만, 대답을 안 하는 날 보곤 그냥 묻는 말에 대답만 해 주었다. 생각보다 선호는 착한 아이인 거 같다, 먹을 것도 좋아하고. 국밥이 나오니 선호의 눈빛이 달라지며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가끔가다 말을 걸 때면 조용히 날 째려보며 내 입을 다물렸다, 무언의 닥치고 먹으란 의미였지.
"누이, 이제 다 먹었음 갑시다!"
"아니 어딜 자꾸 가자고..."
"잔말 말고 갑시다!"
뚝배기를 들고 마지막 국물까지 원샷을 한 날 지켜보던 선호는 다 먹었느냐고 물었고 다 먹었다고 답을 하자 마자 또 다시 내 손목을 잡고 어서 가자며 날 다시 이끌었다. 하지만 난 체력 거지였고 더 이상은 무리다 싶어 선호의 손목을 잡고 멈춰 세웠다.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지금 초간택이 한 시진 (두 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런 행색으로 가실 거에요?"
내 꼬라지가 뭐 어때서, 아 나 물에 빠졌었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내 초라한 모습을 잊고 말았다. 머리는 물미역에 옷은 젖어서 색이 진해진 저고리와 치마, 얼굴은 보지 않아도 알 거 같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었을 선호의 눈에 애도를 보낸다. 근데 뭐? 초간택?
"초간택? 그게 뭔데?"
"워메 누이 어디 다쳤어요? 초간택에 뽑히셨다고 춤도 추신 분이 왜 이러십니까."
"아니 그러니깐 그 초간택이 뭐냐고."
"뭐긴 뭡니까, 왕실에서 하는 간택이죠."
"뭐? 저승엔 왕실도 있어?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
"뭐라고요? 누이 어디 아픈게 분명하네요 어서 의원으로 가서 약을 먹어야 합니다."
"무슨 소리야? 나 말짱해! 나 죽어서 여기 저승 온 거잖아."
"아니 누이, 저승이라뇨. 여긴 조선이라구요! 물에 빠지시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합니다."
초간택이 무엇인지, 여긴 저승이냐는 나의 물음에 선호는 펄쩍 뛰며 의원에 가야 하는 말을 하며 날 안아 들어 어디론가 향했다. 그럼 여긴 조선이고 저승이 아니다. 조선? 난 분명히 2017년에서 왔는데 뜬금없이 무슨 조선? 나 어떻게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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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안고 뛰던 선호에게 괜찮다고 사실 잠을 잘 못 잔 거라고 말을 해서야 날 놔준 선호는, 그럼 어서 준비하자며 집으로 뛰어가 날 방 안으로 밀었다. 정신이 너무 없어 뺨을 몇 대 때리고 보니 정신이 들었고 이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방 가운데에 곱게 접힌 다홍색 치마와 분홍색 저고리에 송화 색 저고리에, 견마기 저고리까지 총 3벌의 저고리를 입었다.
"역시 옷이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더니 틀린 말이 없었네, 누이 참 곱네요."
제대로 입은 건지도 모르는 옷을 대충 갈아입고 나오니, 문 앞에 선호랑 눈이 마주쳤다. 날 본 선호는 오바를 하며 예쁘다며 찬사를 했고 잘생긴 남자인간이 예쁘다는데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나도 포함이다. 하핫-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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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를 따라 궁으로 가는 길에 선호한테 많은 것들 들었다. 이번 간택은 세자빈을 간택하는 것이고 초간택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5명밖에 없다는 것을. 거기에 내가 들은 거다 5명 중에서. 일단 나는 여기에 살면서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며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 초간택을 하러 궁에 들어가는 것이다.
궁 문 앞에 도착하니 선호는 이따 끝마칠 때 데리러 오겠다며 돌아갔고, 나 혼자서 궁에 입성했다. 궁에 도착해선 모든 것이 신기했다. 궁 안은 생각보다 되게 컸다. 마치 새로운 나라 하나가 여기 있는 것처럼 모든 게 신기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궁녀가 오더니 이리로 오시라며 앞장섰다. 난 조용히 궁녀를 따라갔고 도착을 해 보니 큰 방 같은 곳에 나 말고 4명의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곧 초간택이 시작 될 터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궁녀의 말에 난 마지막 빈자리로 가 앉았다. 무슨 오디션 마냥 긴장되었다. 옆에서 여자들은 서로 견제하며 노려보기 바빴지만, 난 아무 생각 없이 이게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자 문이 열리더니 왕과 왕비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섰고, 거짓말처럼 방 안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자 이제 초간택을 시작할 거네."
왕의 말로 시작으로 초간택은 시작되었고, 맨 왼쪽에 있던 여자한테부터 질문을 시작했다. 전에 질문들은 빈궁이 되고 싶은 이유였고 나는 그것이 걸맞은 정석인 답을 찾으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고, 내 차례가 되었고 이유를 말하려던 찰나에 내 질문은 바꿔 물어보셨고 그것은 어린 시절 나는 어떤 아이이었는지였다.
"저는 매우 밝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였습니다. 생활력 강한 어머니와 술과 문제가 있으셨지만 그래도 좋으신 분인 아버지 밑에서 좋은 것만 보고 자랐고, 한 번도 부모님 속은 썩여 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평소 행실에 대해 지적을 받은 적은 없었고 어릴 적에도 항상 친구들도 많았고 지금 3살 밑인 남동생하고도 사이가 매우 좋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얘진 나는 무슨 말이라도 뱉어야겠다라는 심정으로 내 어린 시절 얘기를 했고 중간에 선호도 넣었다. 말을 들은 두 분은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만족하신 듯 했고, 날 끝으로 초간택 심사는 끝이 났다. 밖으로 나오니 날은 벌써 깜깜했고 달빛이 은은히 길을 비추고 있었다.
"예진 누이! 어땠어요? 잘 하셨어요?"
"괜찮았어, 다행이 실수는 안 했던 거 같아."
"안에서 뭐 했습니까? 전하는 만났어요?"
"선호야 내일 말 해 줄게, 지금 너무 피곤해."
궁 밖을 나가니 선호가 기다리고 있었고, 날 보자마자 어땠느냐며 물어 왔다. 대충 괜찮았다며 대답을 하자 바로 질문이 들어오니 머리가 아파왔다. 내일 말 해 주겠다며 선호를 달랬지만 입이 삐죽 나온 선호는 내 피곤한 얼굴을 보고 나선 입을 집어 넣고 내 손을 잡아 집으로 걸었다.
안녕 개구리들! | |
앗 제가 또 돌아왔슴닷! 방학이라서 시간이 남아 돌길래 비루한 글 또 들고 와써욤... 댓글이 제가 상상한 것보다 많이 달려서 너무 좋았구 기뻤어요! (저 막 2개 예상 했어서...) 그리고 원래 이렇게 2화까지 글을 써 본 적이 없는데 구상 해 온 내용이 너무 맘에 들고 계속 떠올라서 이렇게 더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사극스러운 글은 처음이라 검색도 많이하고 최대한 몰입이 잘 되게 노력 중이니 실수가 있더라도 예쁘게 봐 주세요 ㅎㅎ 위에다 민현이랑 영민이 올려놓고 언제 데려 올 거냐! 라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서 그러는데 일단은 전 글 자체가 너무 급전개식으로 가는 것보단 조금씩 내용에 맞아가게, 상상할 수 있게, 그리고 망상하기 편하게 조금 천천히 그나마 조절하는 건데 너무 급전개 같아! 하시는 분들은 조금만 이해 해 주시면 다음엔 꼭 영민이나 민현이가 나올 거라고 약속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이해 부탁드릴게요ㅠㅠㅠ 귀요미 선호 보시면서 영민이랑 민현이는 조금만 진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