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잖아, 경수야. "
" 응. "
" 내가 금방금방 질리는 사람이야? "
"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
" 아니....죄다 나랑 만나면 내가 금방 질려버린대.... "
[EXO/릴레이픽/오백/풀꽃]
W. 바다의별
*
백현이랑 나랑은 오랜 친구 사이였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평소에도 변백현은 특유의 친화력과 간혹가다 나오는 애교로 남녀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인게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들 변백현과 친해지고 싶어했고,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대시를 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것도 역시 남녀를 불문하고 일어난 일이었다. 늘 백현이에게 내가 잘해주겠다, 내가 너를 정말 좋아해, 하늘에 있는 별을 딸 수만 있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별을 쓸어와서 너에게 줄거야 하는 -내가 듣기에는- 웩, 소리 나는 멘트를 던지는 놈들도 없잖아 많았다. 백현은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고 잘 챙겨준다 하면은 그대로 혹 하고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는 말이다.
" 경수야아..... "
" 응, 백현아. "
" 진짜, 내가 그렇게 금방금방 질려? 응? "
" 갑자기 무슨 소리래. 너 설마.... "
" 나.... 또 차였어. "
힝, 소리를 내며 백현이 책상위로 엎어졌다. 책상 위로 보이는 동그란 뒷통수와 축 쳐진 어깨가 어김없이 상실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열심히 공식을 써내려가며 수학 문제를 풀고있던 오른손의 행동을 멈추고 샤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백현의 등을 두어번 토닥였다. 내 손길이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그냥 힝, 하면서 꼬물꼬물하며 편한 자세로 엎드리기에 열중하는 백현을 보는 내 마음은 아주 그냥 죽을 맛이었다. 귓가로 내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진짜 떨린다.
그래, 나는 변백현을 좋아한다. 좋아하다 못해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다.
*
" 경수야, 집에 같이 가줄거지? "
" 알았어, 같이 가자. "
막상 만나던 사람과 만날 땐 경수야 미안해~ 하면서 눈웃음 살살 치면서 먼저 나가다 꼭 이렇게 차이면 풀이 죽은 표정으로 가방을 싸고 있던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리고는 했다. 이상하게 백현은 다른 사람이 챙겨주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면 좋다고 까르르 대면서 애교를 부리고, 그러다가 또 그 사람에게 고백을 받으면 좋다고 넙죽 받아들이는데 나에게만은 예외인 듯 했다. 워낙 이렇게 지내온 기간이 길어서 그런가. 그만큼 백현이 나를 가깝게 생각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예 내 마음을 알려고조차 하는것 같아 속상하기만 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하루를 멀다하고 차였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데 기분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빨리 가자아~ 하면서 팔을 잡아끄는 백현의 성화에 못이겨 채점을 마친 모의고사 시험지를 가방 속에 대충 접어넣었다. 니 가채점 종이도 내가 내고 올게! 하면서 발랄하게 백현이 일어섰다. 하지만 마음속이 착잡해 일부로 더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아는 내 마음은 살랑살랑 가볍게 걷는 백현의 발걸음과는 반비례로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 경수야, 떡볶이..... "
" 사달라고? "
" 으응.... 먹고싶다... 그치? 나 용돈 받으려면 아직 조금 더 남았단 말이야아.... "
제 교복 마이를 잡고 늘어지는 백현을 보다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내 한숨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알았어어~ 용돈 받으면은 내가 꼬옥- 사줄게! 하면서 눈을 빛내는 백현을 보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둘이 자주 다니는 분식집 안으로 들어섰다. 경수야아 왜그래 응? 하면서 졸졸 따라오는 변백현의 모습이 괜시리 원망스러웠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독심술사가 아니라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는 내 마음을 쥐었다폈다 장난치는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랬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
아무런 말도 없이 계산을 마친 후 분식집을 빠져나와 걸어가는 나를 보던 백현이 내 눈치를 살살 살폈다. 경수야, 화났어? 하는 표정이 마치 뭐라도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는 것 같아 그냥 픽, 웃어버렸다. 얘는 정말 무슨 말을 하려고해도 정말 못 하겠단 말이야. 어쩌면, 지금처럼 그냥 계속해서 백현의 옆에 있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변백현은 자꾸 말을 꺼낸다.
" 경수야, 내가 정말 그렇게 매력이 없어? "
"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해. "
" 그럼 왜 자꾸 사람들이 나 좋다고 좋다고 하다가 사귀기만 하면 이상하게 질린다고 그만하다고 하지? 진짜 상쳐야. "
" 그런거 알면서 자꾸 받아주는 너도 만만치가 않아. "
" 응? 경수야 너 지금 뭐.... "
" 그런 결과인거 알면서, 그렇게 넙죽넙죽 받아주는 이유는 뭐야. "
" 그야... 모르겠어, 그냥 누가 내 옆에 있어주면 좋단 말이야. 다정하게 안아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내 눈 보고 이야기도 해주고. "
" ....... "
" 경수야? "
" 변백현. "
" 으응, 경수야 갑자기 왜그래.... "
" 나는 맨날 니 옆에 있잖아. "
" 당연하지! 우리 경수 완전 짱이야! "
" 내가 완전 짱이야? 그럼 내가 만나자면 만나줄래? "
" 응? 경수야 그건.... 갑자기 왜..... "
" 도저히 답답해서 못살겠네. 백현아, 내가 아무 댓가도 없이 왜 계속 니 옆에만 있어주고 우쭈쭈 해줄거라 생각해? 응? "
" ㄱ...그야... 우리는.... "
" 친구니까? 친구 친구 그놈의 친구 소리좀 그만해.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꾹꾹 눌러참고 니 옆에 있을줄 알았어. "
" 갑자기 왜그래 경수야... "
" 모르는 척 하는거야, 정말 모른 척 하는거야. "
매섭게 쏘아붙이는 내 말에 백현이는 잠시 주춤하다 이내 자신의 가방끈만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뭔가 말할 듯 입술이 꿈틀꿈틀 하기는 했지만, 이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 말없이 나는 그냥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고, 백현이는 여전히 입술만 꿈틀꿈틀 할 뿐이었다.
" 들어가, 내일 아침에 올게. "
" 저... 경수야..... "
" ? "
" 너는..... 나 안 지겨워할거야? 너도 그렇게 지겹다고 가버리면 나는 정말 어떡해..... "
" 백현아. "
" 그게 무서워서 그랬어... 의도한건 아닌데... 사람들이 자꾸자꾸 지겹다고 하니까 너도 꼭 그럴 것만 같고.... "
머리를 긁적긁적 하는 백현이 이내 주인의 눈치를 보는 강아지인것 같아 그냥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
" 여기 있다. "
" 응? 뭔데? "
"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시. "
우리 애인님은 낭만적이기도 해라. 내 손을 만지작대며 책상에 엎드린 백현이 이내 고개를 들어 내가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으응? 하다 이내 뜻을 이해한건지 이내 백현이 환하게 웃어보인다. 나 역시 웃으면서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반 창문앞에서 백현을 바라보는 백현이가 지난날 만났던 애인이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냥 웃어보였다. 얜 이제 내꺼야, 알았어? 짜식, 우리 백현이는 오래오래 옆에 두고 봐야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진가를 알 수 있는 아이야. 너 같이 며칠 만나보고 질린다고 휙 차버리는 놈이랑 이 형님은 급이 달라. 알았냐?
*
어휴 너무 늦게 올라왔죠?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말씀이......ㅠ.ㅠ...... 저를 용서하시와요......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스토리만 한 세 번 갈아엎은 것 같네요;;;;;;
그나마 이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ㅠㅠㅠㅠ
똥망한 글 보게 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 흡 릴레이픽에 해가 된것만 같은 느낌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