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비가 왔었냐는듯 나뭇잎엔 물방울조차 찾아볼수 없었고 바닥은 가뭄이 들듯 쩍쩍 갈라졌다.먹구름이 개이고 따사로운 햇빛이 민석이 있는 창문으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에 민석은 눈부신듯 인상을 찌푸리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민석의 길다란 속눈썹은 파르르떨리며 커다란눈을 깜빡였다.민석은 지금 제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갑자기 치고들어온 루한과의 섹스. 그리고 루한의 폭력. 무슨약인지는 모르지만 민석에게 먹인 하얀색 알약. 이 모든것 때문에 민석의 몸은 남아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충격적인것은 지금 북한인에게 포로로 잡혀있다는것. 그리고 민석에게 반역자가 되기를 강요한것.민석은 일단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했다. 두손을 침대에 짚고 일어나려고 하자 온몸에 밀려오는 통증에 다시 누울수밖에 없었다.
Downpour(暴雨) 3
"윽…아…"
그때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민석의 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움직이지 않는게 좋을꺼야."
"……"
아무런 힘이 없는 민석은 그저 루한을 깊게 응시할 뿐이였다.
"지금 네 몸 많이 다쳤어. 그냥 누워있어"
"……왜"
"뭐라고?"
"……왜 그때 내가 네 눈에 들었을까."
"지금쯤이면 배고프겠다, 기다려 밥가지고 올께"
루한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 사실 자신의 방법이 틀렸다는것을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왜!!!! 내가 그날!! 거길 지나갔을까!!!"
"…배안고파? 편식은 안하지?"
"흡…흑…왜... 대체왜!"
"밥가지고올께."
숨이 넘어갈듯 울부짓는 민석을보고 루한은 더이상 못참겠는지 밥을 핑계삼아 그자리에서 벗어났다.
*
"아저씨 오늘 밥 맛있어요?"
"언제 내밥이 맛없던적이 있었냐? 늘 맛있었지"
"아저씨도 늘 재치하나는 끝내주시네. 아, 오늘 밥은 2인분 주세요. 손님이 와서."
"그래, 알았다. 꽤 중요한 손님인가 보네, 왠일로 네가 밥 맛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자 여깄다."
"감사합니다"
루한은 급식당번 아저씨에게 사람좋은 미소를 건네며 감사하다는 말과함께 밥을받고 다시 민석이있는곳으로 갔다.
"밥먹어"
"……안먹어"
"밥먹어"
"…안먹는다고"
"밥먹으라고"
"……"
"너 밥 안먹으면 쓰러져"
"하…"
민석은 깊은 한숨을 쉬고 밥을 한숟가락 떠먹었다. 그런데 몸이 심하게 다쳐서인지 밥이 입에 맞지 않아 곧바로 다 토해버렸다.
"욱…하.."
"왜그래, 입에 안맞는거야? 오늘 밥 맛있다고 했는데"
루한은 민석의 등을 쳐주며 잘 개워내길 도와줬다. 하지만 민석은 그의 손길을 바로 쳐버렸다.
"저리치워"
"…니가 이래봤자 달라지는거"
"……"
"하나도 없어."
"……"
"너도 잘알고있지?"
"……"
"적응되기 전까지는 나랑 같이 행동할꺼니까 거부감 갖지말고."
"하, 거부감을 갖지 말라고?"
"응 그게 최선의 방법이야"
"네가 나한테 그런짓까지했는데 거부감을 갖지말라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지금?"
"실수였어"
"실수? 요즘에는 그런실수도 있니?"
"미안"
"……"
"나도 위에서 내린 지시라서 어쩔수 없었어 내가 방법을 잘못선택한거고"
"…내가 타겟이였어?"
"아니, 그건아니야 크리스동지 말대로 네가 내눈에 들은것 뿐이야."
"…왜 내가 네눈에 들었을까 참 궁금하네 그치?"
"그러게"
"그러게? 그러게라니 넌 알꺼아니야 왜 그많은 사람들중 날 골랐는지."
"몰라"
"뭐? 모른다고? 하, 참나"
"…그러게 나도 알고싶다"
"……"
"왜 너여야만 했는지."
"…정말 몰라?"
"응 몰라."
"…하,"
"그냥 지금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그게 지금 너한테 최선이고."
"……후.."
민석은 그냥 모든걸 내려놓았는지 눈을감고 머리를 비워냈다. 그냥 꿈이였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했다.
조금… 긴 꿈….
"여기가 당분간 네가 지낼곳이야, 너혼자지내는건아니고 원래 이방 쓰는사람이랑 같이 생활할꺼야."
"같..이 생활 한다고?"
"무서워할꺼없어 너랑 같은 남한인이야. 우리쪽으로 넘어온지 벌써 6년됬고."
"6…6년? 그동안 들키지 않았다는거야?…그보다 지금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거야?…"
"응. 그리고 우리가 너한테 뭘 요구하는지는 너도 아직 모르잖아. 너무 안좋은쪽으로만 생각하지마"
"……"
맞는말이였다. 민석은 이곳에 포로로 잡혀있긴 하지만 민석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예상외로 쉬운일일수도 있고 어려운 일 일수도 있다. 그동안 '반역자' 라는 단어에만 온 신경을 쏟다보니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였다. 게다가 나와 같은 남한인이 아직 살아있고 아직 정부에 들키지 않은것을 보니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닌것 같았다. 루한과 민석이 얘기하는 사이 어느새 민석과 같은 남한인, 이젠 민석의 룸메이트가 된 그가 커다란 배낭을들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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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에서 얼굴 원탑이었는지 알것같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