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경수] 봄날,벛꽃 그리고 너 - 1. 벛꽃이 지고 나서 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가에서. 벛꽃이 내려앉을 무렵,또 우리는 만났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경수야.그 날.시리도록 외로웠던 그 날.나는 너를 만났고 벛꽃은 아스라히 내 눈 앞에서 문드러졌었었다.새하얀 너와 새하얀 벛꽃.그림같이 녹아 들던 너를 나는 길가에서 만났었다.그러나 나는 어떠한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너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첫 눈에 반한다는 건 있을 수없는 일이였으니깐.어떤 생각으로 집에 왔었는지 잘 모르겠다.다만 집에 와서도 너와 벛꽃을 떠올리며 까무룩한 잠의 수렁으로 빠질 때까지도 너를 기억했다는 것. 그리고 나는 벛꽃이 내려앉을 무렵 운명처럼 너를 또 만나게 되었다. 2.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었고 또 그렇게 사랑했었다. "안녕하세요." 위태롭게 도롯가에 앉아 떨어지는 벛꽃을 쥐려 하는 너의 모습에 용기를 내어 나는 다가갔고 너는 그런 나를 올곳은 시선으로,햇살같은 웃음으로 쳐다봐왔었다.너와 내가 시선이 한데 얽혀 거리의 중간에서 나는 너를 만났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천히 서로에게 이끌렸고 스며들었다.나는 네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도,또 몇살인지도 몰랐지만 궁금하지도 않았었고 그저 너라는 존재가 내게 참 소중했었던거 같다.조심히 네게 다가서 아무말 없이 옆자리를 채우며 눈을 마주쳐올때도 너는 의심없이 내 왼손을 꼭 쥐며 피어나듯 웃어왔었다.너는 내게 봄같은 존재.너는 내게 햇살같은 존재. 3. 비상하지 못한 기억력으로. 너의 순서없는 역사를 재조합해야 했으며. 전화기 속 너의 말들을 오롯히 기록하려 했다. "...나도 보고 싶어." 아무말도 들리지않는 수화기 너머로 세근대는 너의 숨소리가 조용했던 내 심장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펌프질 해온다.오로지 나의 목소리만 들리는 전화여도 너와 나는 행복했었고 순간순간이 소중했었다.좋지 못한 기억력으로 너와의 역사를 천천히 되집으며 나는 마음 한켠을 비워 너란 존재를 차곡차곡 쌓아올렸고 너를 향한 마음의 높이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너를 향한 내 사랑은 깊어저 갈 수 밖에 없었다.불가항력적,너를 향한 내 마음을 유일하게 표현 할 수있는 단어.너는 내게 있어 불가항력적인 존재였다. 4. 사람이 사람을 알아 간다는 것은. 한줄의 활자를 읽어 나가는 것보다 값진 것. 꼬박꼬박 손으로 훑어 나가던 전공서적 위로 한올의 먼지가 얹어질 때마다 너를 향하는 발걸음의 수는 비례하듯 늘어났었고 너를 알아나가는 일은 세상의 어떤 공부보다도 나를 값지게 만들었었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조용한 시골이였지만 너와 함께 하던 수많은 밤위로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내가 들었던 어떤 노래보다 아름다웠었고 너와 함께 보았던 뒷뜰의 이름모를 꽃밭의 향현은 내가 보았던 그 어떤 것들보다 경이로웠었다.너와의 모든 시간은 나를 항상 새롭게 만들었으며 언어라는 틀에 채 못담을 내 마음은 수화가 되어 너에게 전달 되어졌다.너와 함께 있을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내가 몰랐던 또다른 나를 발견할 때마다 이렇게 만들어 준 너에게 감사했고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나직히 속삭여 주었다. 5. 나는 너를,너는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나가며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때로 싸우고 또 다시 화해하며 그게 사랑이라고 나는 믿었다. 나는 너를 만나는 매순간 중 내게 비밀을 만드는 너를 그렇게 미워했었다.너를 만나기 이전의 너를 몰랐던 세월을 증오하며 눈앞의 너는 나를 만났을 때만 빛났어야 했었고 눈앞의 너만 빛날 거라고 나는 나를 되내어왔었다.그런 나의 모습을 싫어했던 너.그렇게 우리의 사이에는 틈이 올 수 밖에 없었고 그 틈을 기회삼아 이리 뒤틀고 저리 뒤틀리던 작은 의심은 마음 속에서 뱀처럼 또아리를 틀며 서서히 우리를 좀먹어 왔었다.그러나 끝는 항상 똑같았었다.크거니 작은 다툼에 종국에는 항상 서로에게 화해를 하며 따스한 웃음을 지어줄 수 밖에 없었고 의연중에 우리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공식이 나를 옭죄어왔다.이것이 당연하다고 나는 나를 철저히 믿어왔었다.그리고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어왔었다. 6. 계절은 추운 겨울을 지나 또 다시 봄이라는 선물상자를 보내주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추운 겨울이 우리의 에덴에도 찾아 들었을 때 봄만큼 향기롭고 따스한 나날을 보내지 못했던 우리들은 점점 푸르던 초원 위로 어수룩한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했다.누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알고 있었던 종말이였기에 체념하듯 눈을 감는 일밖이 못하는 너를 나는 원망하고 또 원망했었다.점점 마음에서 부터 겉모습까지 시들어 가던 너를 보며 찢어지는 가슴을 오른 손으로 부여잡은 체 너의 어깨죽지를 끌어앉고는 엄마찾는 새끼짐승 마냥 울어재끼던 나를 야위디 야윈 두 손으로 쓰담아 주던 너.손슬 기색없이 죽어가는 너를 보며 울 수 밖에 없었던 나날들.칠흑같고 어름장같았던 겨울이 지나가고 우리가 만났던 봄이 찾아올 때 쯤 너는 나를 놓아주려고 했었다.그럴 때마다 네가 입닳도록 네게 전하고 싶어했던 한마디. 사랑한다고,사랑했다고. 7. 우리는 봄에 만나 봄에 헤어졌고 너는 나에게 그리움 하나를 얹어주고 훌쩍 떠나버렸다. 우려와 같던 겨울이 지나고 어스름히 봄의 기운이 다시끔 눈을 뜰 때 너는 내게 이별을 고했고 나는 아무말 없이 야위 네 손을 움켜쥘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 체 반나절 내내 울 수 밖에 없었다.너와 함께 했던 내 서재.꽃이 만개한 뒷뜰.마음을 간지럽히던 풀벌레 소리까지도 봄이 되자 당연하다는 듯 내 주변으로 돌아왔지만 너는 당연하다는 듯 내 주변을 돌아오지 못했다.너를 담아내는 속도만큼 너를 비워내는 속도 또한 비슷했으면 좋을 텐데.아쉽게도 너가 없는 나는 마음 한켠 비워내는 방법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경수야." 아직도 부를 때면 아리듯 아파오는 가슴은 너를 기억한다.흐트러지듯 내리는 벛꽃을 볼 때면 너를 기억한다.무심히 지나치던 길가엔 네가 앉아 있다.너는 내게 그리움하나를 얹어주고 훌쩍 떠나버렸다.그렇게 떠나버렸다.좀있으면 너를 잃을 수 밖에 없었던 겨울이 다시 찾아 올 꺼다.탁자 위 아직도 만개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봐 오는 너의 액자 앞에는 오늘 내가 따온 꽃이 한아름 안겨져있다.꽃을 닮은 사람.벛꽃을 닮은 사람.아마 나는 이 곳을 떠니지 않을 것이다.못 할 것이다.한때 내 인생의 전부였던 너를 만난 이곳을 두고 못 떠날 것이다. - 뭔글인지 모르셔서 당황하셨어요 고객님? 저도 제가 뭘 써둔지 몰라서 당황했습니다. 시골로 잠시 공부하러 내려온 백현이와 앓고 있던 불치병의 병세가 깊어져 시골로 요양차 내려왔던 벙어리 경수. 둘은 불가항력적으로 서로에게 빠져들었고.아픈 기척을 숨기는 경수에게 백현은 서운해 했습니다.경수는 백현이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않았으면 했어요.겨울에 점점 병세가 깊어지는 경수를 보며 알고 있었으나 눈으로 보이는 경수의 아픔을 백현은 같이 나누어주지 못하는데에 있어 무기력을 느끼죠.결국 경수는 다시 벛꽃이 내리던 날에 하늘로 떠나고 백현이는 경수를 기억해서 시골에 남아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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