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경수] 봄이라는 것을 내게 보내줘서(봄날,벛꽃 그리고 너 외전) - 0. 백현이에게 네가 생각하는 우리의 만남보다 나는 너를 좀더 일찍 알고 있었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아마 이곳에 내려 온지도 벌써 3년째 였던 거 같아.내가 네게 하지 못햇던 말들. 목이 메여서, 떠올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서 말 못했던 이야기들을 조금 적어봤어. 적어도 니가 이걸 보고 있다는 건 아마 내가 이세상에 없다는 거겠지 .내 이야기는 그렇게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아. 그러니깐 참을성 없는 변백현. 조금만 꾹 참고 끝까지 읽어줘. 나는 무명가수였지만 내 인생의 모든 것 이였던 노래를 하지못함과 동시에 듣게 된 내 병명은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되는 게 아니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던 건 21살 이였을꺼야 아마. 내게는 친구도 그렇다고 가족도 없었기에 노래는 나에게 있어 친구이자 가족, 연인인 존재였지.그래서 내겐 그렇게 각별했나봐.너를 만나서야 그게 부질없다는 것을 너무도 쉽게 알게 되었었는데. 조금만 더 일찍 알 수 있었다면 아마 인생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겠지? 처음 이곳으로 내려왔을 대는 앞이 깜깜해서 제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어.마치 퇴보한 애기처럼 그 자리에서 엉엉 울며 걷는 건 상상조차 할 수없는 일이였을 정도로.난 삭막하게, 또 죽은 듯이 네가 없는 3년 중 2년을 보냈었단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야 아 그게 그렇게 아까웠다는 걸 깨닿고 차차 거름마를 때기 시작했어. 그때 너를 만났었다. 내 인생의 모두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내 운명 내 사랑아. 1. 벛꽃이 지고 나서 너를 만났다.정확히 말하자면 길가에서.벛꽃이 내려앉을 무렵,또 우리는 만났다. 그를 보자마자 느꼈다. 아 이씨 할머니가 말씀하시던 그 사람인가. 이 산골마을에서는 확실히 보기 드문 저의 또래이기에 눈치껏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오랜만에 제 집 앞 골목길에 벛 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흘려들었던 것을 기억해내며 산책을 하고 있던 중 그를 몰래 훔쳐봣다. 인사라도 한번 나누고 싶었는데. 차마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 탓에 아무 말없이 멀뚱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걸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불편한 일도 아닌데 세삼 안쓰럽기 까지 하다. 이웃한테 인사하나 건네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미치도록 무겁다. 이게 뭐야 좋은 날에.머리 위로 나풀거리는 벛꽃이 얄밉다. 그리고 나는 벛꽃이 내려앉을 무렵 운명처럼 그를 또 만나게 되었다. 2.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었고또 그렇게 사랑했었다. 쑥스럽다는 듯이 귓불을 붉게 물들이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인사를 해오는 그에게 작게 고갯짓을 하는 걸로 맞인사를 표현했다. 저번에 나섯던 산책 이후 두 번쨰 만남 이였다. 생각보다 머릿 속에서 잊혀 지지 않던 사내의 모습이 였기에 다시금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게 이뤄 졌었나보지. 다시한번 듣기 좋은 목소리가 변 백현 이에요, 라고 멍한 자신을 건들여왓다. 나는 도 경수 에요, 라는 말이 입안에서 끊임없이 맴돌다 목구멍으로 보기좋게 사라진다. 들고 있던 작은 메모장을 들어 익숙하다는 듯 제 이름을 써서 건네자 잠시 놀란듯한 표정이 빠르게 그의 얼굴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 빠르게 녹아들어갔고 어둑하고 침침했던 나의 공간을 달달하고 부드럽게 우리의 공간으로 그는 손쉽게 바꿔버렸다. 사랑을 주는데 익숙한 남자와 사랑을 받는 게 조금은 어색한 남자. 넘침과 부족함이 만나 완전함으로 변했고 내 시야의 안에서 너는 벗어나질 않았었다. 3. 비상하지 못한 기억력으로.너의 순서 없는 역사를 재조합해야 했으며.전화기 속 너의 말들을 오롯히 기록하려 했다. 그래도 나 옛날에 악보 외우던 시절, 머리 나쁘다는 소리 안 들어 봤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너한테 한정 항상 까막눈이 되어버리는 나는 모든 게 서툴고 힘겨웠지만 그런 너의 사랑을 오롯히 간직하는데에 있어 요령없던 나는 걸러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혼자 받기에 넘치는 사랑을 미련스레 전부 쥐고만 있었다.엉망진창의 너의 정보들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면 중간중간 뭉텅히 빠진 기억들이 우리가 함께한 시간보다 몇배나 더 많았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지금으로도 난 충분해. 목소리를 잃었지만 내 인생을 잃었지만 너를 얻어서 참 좋다. 4. 사람이 사람을 알아 간다는 것은.한줄의 활자를 읽어 나가는 것보다 값진 것. 잠시 공부를 하기위해 내려왔다는 너의 말이 실감이 났었던거는 아마 니네 집에서 처음 라면을 끓여 먹었을 때였던 가같다. 그때 내 닦달에 못 이겨 구석에 두었던 전공서적을 끌어다 펼치는 니 모습이 어찌나 잘생겨보이던지. 공부를 하는 중간 중간 내게 시선이 조금씩 닿는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은 쑥스러워서 그랬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난 참 미련스러웠던 같다. 다른 연인들처럼 애교도 또 더한 표현도 보여주지 못했었던게 이렇게 아쉬울줄 알았었다면 후회없이 나눠 줄껄. 이제 와서 후회하는 나를 용서해줘. 5. 나는 너를,너는 나를.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나가며이해하고 이해받으며때로 싸우고 또 다시 화해하며 그게 사랑이라고 나는 믿었다. 물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아픈 기색을 감추고 싶었던 행동 들이 너를 불안하게 할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다만 네가 끌어않고 있는 것도 버거울 것 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 거기다 짐을 덜어내지 못할 망정 더해주기는 싫었었다. 가끔 가다 생기는 나의 통보없는 잠적은 너를 불안케 했고 결국 우리가 싸우게 되는 이유는 전부 나에게서 비롯되엇었다. 그럴 대마다 화를 억누르며 먼저 화해의 징조를 건네는 너. 아무말 못하고 네게 안기는 순간 왈칵 터져 나오는 울음이 뜨겁게 네 품을 적시고 난 이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다. 6. 계절은 추운 겨울을 지나또 다시 봄이라는 선물상자를 보내주었다. 이듬해 겨울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우리가 만났던 봄보다 날카로운 바람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흔들었었다. 내 몸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 듯 나에게도 끝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날이 가면 날이 갈수록 볼품없이 말라가는 제 몸을 보는 백현의 눈빛이 안쓰럽게 황폐해져간다. 제가 심하게 아픈 나날이 이어지면 어린아이처럼 저를 끌어안고 우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등을 조심스레 쓸어내리는 것뿐.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정말 말하고 싶은데. 한번도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는 게 마음에 걸린다. 적어주기만 했을 뿐. 사랑한다는 말이 적힌 종이를 끌어 앉고 날아갈듯 기뻐하던 너의 모습이 흐릿한 눈앞에 오버렙 되며 저도 모르게 베시시, 웃고 말았다. 너와 함께라면 그 두렵던 마지막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 사랑해 백현아. 너를 바라 볼때면 수도 없이 외쳤던 말. 사랑해. 7. 우리는 봄에 만나 봄에 헤어졌고너는 나에게 그리움 하나를 얹어주고훌쩍 떠나버렸다. 나에게 끝이 왔음을 절감햇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이 네게 끝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쉴세없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하고 자고 있던 백현을 빠르게 흔드는 손길이 벌써 힘이 빠져나가고 있다. 다급한 저의 손길에 파드득, 자리에서 기상하는 너의 모습이 벌써부터 안쓰럽다. 자꾸만 덥히려는 눈꺼풀을 필사적으로 밀어 올리며 부들이는 손길로 그의 목을 끌어안은 체 아무 말 못하며 눈물을 떨구는 제 모습에 심상치 않은 징조를 느낀 백현이 오열한다. 울음소리가 귀를 후려친다. 이제는 너를 끌어안을 힘조차 없다. 버티던 몸이 침대 위로 떨어지며 침대가 크게 출렁인다. 마주잡은 두 손이 뜨겁다. 이제는 정말 끝이 오고 있나보다. 형용할 수없는 아픔에 몸서리를 치며 그가 알아 들을 수 있게 크게크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사랑해 백현아, 정말 사랑해 백현아. 저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세차게 흔들리는 머리를 끌어다 자신의 입술 위로 가져다댓다, 깊게 빨아들일 때마다 감당할 수없는 그의 냄새가 나를 안도하게 해준다. 이제는 정말 갈 수 있겠다. 눈커풀이 닫친다. 껌껌한 시야 위로 니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으로 니가 내 시야에서 사라졋다. 멀리 사라졌다. 0. 나의 모든 걸 네게 주고 싶었어, 내 사랑을 종이 따위에 적어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너를 사랑했어.조용했던 우리 집에 활기를 불어다준 너는 내게 두 번 다시 돌아오질 않을 기회였으니깐 나는 그걸 잡은 걸로도 만족해.매번 사랑한다는 말로 끝나서 미안해. 근데 진짜 사랑하는 걸 어떡해. 너의 모든 걸 담고 싶었어. 짧은 순간 이였지만 그 어떤 추억보다 소중한 걸 남겨줘서 나는 너무 고마워. 다음에 만나면 그때는 내가 먼저 알아보고 사랑한다고 말할게. 꼭 그럴게. 봄이란걸 느끼게 해줘서,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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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